다정한 연인 같은 사이

자전거 역사 200년, 자전거에 체인이 적용된 지 130여 년이나 지났다. 21세기 e바이크시대가 열렸지만, 자전거에서 체인은 다정한 연인처럼 항상 함께하고 있다. 미래의 자전거에서도 연인 사이가 이어질지 기존의 체인 방식을 탈피한 어떤 새로운 동력전달 장치가 나올지 가능성을 살펴보자

필자가 인류 최초의 자전거로 생각하는 드라이지네(1817년)에는 페달과 체인이 없었다. 1880년대에는 앞바퀴가 지나치게 커서 위험했던 하이휠(오디너리)보다 안전한 자전거로, 차체가 낮고 앞뒤 바퀴 크기가 같으며 체인으로 뒷바퀴를 돌리는 지금의 자전거 형태인 ‘세이프티’가 등장했다. 체인으로 연결된 크랭크와 스프라켓의 기어비를 바꾸면 속도를 변화시킬 수 있어 구동 휠의 크기를 줄일 수 있었다. 이후 변속기가 개발되면서 자전거는 날개를 달게 되었다.

1898년에 지금의 체인 방식 개발  
독일 디아만트(Diamant) 사의 네르비스트(Nerviest) 형제는 1898년에 부싱 방식의 롤러 체인을 부싱의 베어링 표면을 내부 플레이트에 통합해서 부품 수와 비용을 줄여 지금 사용하고 있는 방식의 체인을 만들었다. 자전거용 체인은 리벳과 리벳 사이의 피치가 12.7㎜에 롤러 지름은 7.9㎜의 세계 표준규격으로, 동력전달 효율은 98.6%라고 한다.
시마노는 1976~1980년 10㎜(3/8인치) 10피치 듀라에이스 트랙 특정 시스템을 야심차게 만들었지만, 규격을 벗어난 이 제품은(소니의 베타 방식 비디오테이프처럼) 시장에서 오래가지 못하고 사라졌다.
자전거 체인은 외부 플레이트와 내부 플레이트가 리벳으로 고정되어 있다. 리벳 핀은 양쪽 외부 플레이트에 단단히 고정되어 있고, 리벳 핀을 기준으로 내부 플레이트와 롤러는 자유롭게 회전하는 구조다.
오늘날 사용되는 자전거(e바이크 포함)의 체인은 피치가 12.7㎜이며 모든 스프라켓 톱니도 12.7㎜ 기준으로 만들어졌다. 피치가 같아도 스프라켓 단수에 따른 폭이 미미하게 차이가 있어 모든 체인이 완전히 호환되지는 않는다.
자전거용 다단 체인은 스프라켓 사이를 이동하도록 설계되었다. 리어 코그가 7, 8, 9, 10, 11, 12개의 스프라켓으로 제작(2020년도 기준)되어 단수가 증가함에 따라 톱니 간격이 줄어들어 체인도 단수별로 폭이 다르다.
체인을 설계할 때는 측면 플레이트 모양, 크기 및 높이가 달라질 수 있어 구동계 브랜드와 다른 모델이 혼합되면 변속 트러블이 생길 수 있다. 체인의 수명은 리벳 핀의 재질에 따른 내마모성이 중요하다. 체인을 사용하면 연결 부위 리벳 핀이 내부 플레이트에 닿아 마모되고 얇아지게 된다. 이것을 체인이 늘어났다고 표현한다.
체인은 일반적으로 구동계 제조사 제품을 사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구동계와 다른 브랜드의 체인을 사용할 때 일반적으로 9단 이하에서는 별 문제가 없지만 10단 이상에서는 미묘한 변속 트러블이 생기는 사례가 있다. 구동계 부품을 혼용하거나 구동계를 만들지 않는 체인 전문업체(시마노와 스램 사이즈의 중간 치수 적용) 제품을 선택할 때는 변속 트러블이 없는지 충분히 알아봐야 한다. 되도록 구동계 전체를 한 회사 제품으로 해야 미묘한 변속 트러블로 고생하지 않는다.

 

그동안 기존의 자전거 체인을 대체할 어떤 동력전달 방식이 나왔는지 알아보자. 

1 벨트 드라이브 시스템  
초기 벨트 드라이브는 일반적인 변속 시스템이 아닌 저렴한 싱글기어나 3단 내장기어가 대다수였는데 요즘은 고가의 e바이크에도 내장기어나 무단변속기에 벨트 드라이브가 기본으로 장착되어 나오는 경우가 있다. 

니콜라이 e바이크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2020년 기준 eMTB는 14단 롤로프 내장 변속기에 벨트 드라이브 방식이 환상의 조합이라고 본다. 

 

 

내장기어+벨트 드라이브 시스템=최고의 궁합  
벨트 드라이브는 기름으로 범벅된 체인에 옷을 버릴 일이 없고, 기름칠이 필요 없으며 소음과 녹이 발생하지 않는다. 충격에 의한 트러블이나 행어가 부러지는 황당한 사고, 소음과 체인 벗겨짐에서도 해방된다.

 

게이츠 카본 벨트에 롤로프 14단 내장 기어와 센터드라이브를 장착한 자전거  
많은 발명가가 기존 체인의 결점을 보완했다는 대단한(?) 동력전달장치를 내놨지만, 체인의 아성에 도전장을 던져서 경쟁력 있는 제품으로 인정받는 것은 벨트 드라이브뿐이다. 벨트 드라이브는 내장기어와 결합해 중저가부터 고가의 양산품이 출시되고 있다.
그런데 벨트 드라이브에도 피할 수 없는 단점이 있으니, 바로 전용 프레임에만 설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벨트는 중간에 체인처럼 연결 부위가 없어 프레임 구조가 특이한 방식이거나 프레임에 벨트 교환을 위한 트임장치가 있어야 한다. 기존의 자전거 프레임을 벨트 드라이브 방식으로 개조하기는 어렵다. 전세계 어디를 가도 쉽게 구할 수 있는 체인과는 달리 전용 벨트는 미리 스페어를 구해놔야 한다. 벨트 드라이브는 내장기어를 기본으로 하고 있어 기존의 체인용 구동계와는 전혀 다른 전용부품으로 시중에서 부품 구하기가 어렵고 가격도 비싸다.

2 와이어 구동 방식  
2010년 상하이 바이크쇼에서 바이어들의 관심을 끌었던 특이한 동력전달장치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도 이 방식을 택한 양산 자전거를 보지 못했다. 전용 프레임이 필요하고 복잡한 구조로 가격도 비쌀 것 같고, 내구성이나 효율성이 검증되지 않아 보급이 어려워 보인다.

 3 바이크 드리브 En  
세라믹스피드가 선보인 콘셉트 바이크 드리브 En이다. 체인 없는 샤프트 구동과 평면 카세트가 독특하다. 2017년 유로바이크에서 조명 받은 제품이었다. 하지만 상용화되려면 더 많은 검증을 거쳐야 한다. 기존에 나와 있는 프레임에 체인과 구동계를 완전히 걷어내고 대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프레임 설계부터 모든 구동계 부품이 다 바뀌어야 한다. 이 작업은 일부 콘셉트형의 시제품이나 고가의 특수자전거에서는 가능하지만, 일반적인 자전거에 적용해서 양산을 시도하기는 어렵다. 발표한 지 몇 년이 지났지만 유로바이크에서도 양산 제품을 볼 수 없었다. 

4 조인트 드라이브 방식  
이 방식 역시 체인의 대안으로 주목받았다. 실제로 오래전부터 일부 양산 자전거와 공유자전거에서 시도되고 있다. 무게가 중요하지 않은 대배기량 모터사이클에도 일부 적용되고 있다. 샤프트 구동은 동력효율은 우수하지만 샤프트에 연결되는 변속장치의 무게가 걸림돌이다. 기어는 내장 타입을 사용하고 크랭크 베벨기어-샤프트-베벨기어 본체와 케이스, 내장기어 무게까지 더하면 체인 시스템 대비 상당히 무거워진다.
샤프트 구동의 장점으로는 높은 효율과 내구성, 정비의 용이성 등이 있고, 옷에 기름 묻을 일이 없어서 도시형 자전거나 공공·공유 자전거에 채택되고 있다.
동력 전달부에 가해지는 힘이 체인은 프레임과 평행이지만 샤프트는 수직 방향이라 프레임에 스트레스를 많이 주게 된다. 인장력이 가해졌을 때 체인이나 벨트는 구동부와의 체결이 더 단단해지지만, 샤프트는 구동부와의 체결이 더 헐거워지기에 프레임 자체의 강도를 높여야 한다. 유지보수가 거의 필요 없어 전용 프레임을 든든하게 잘 만들면 효율적일 수 있지만 내구성과 가격, 무게가 늘어나고 기존 자전거에 구동계만 교환하는 것이 아니라 전용 프레임으로 설계해야 하기에 가볍고 저렴하며 폭넓게 보급된 체인의 벽을 넘기는 어렵다. 

5 체인리스 자전거   
필자의 체인 없는 자전거(아래사진)는 주행 중 체인이 끊어져서 동력전달과 상관없이 페달링 신호를 보내기 위해 크랭크를 돌리며 타고 다닌 경우인데 나름대로 신기해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한동안 체인 없는 자전거를 타고 다녔다. 10여 년 전 e바이크의 존재감이 없던 시절이라 투명 체인을 장착한 자전거로 오인받기도 했다.
그런데 실제로 국내외 업체에서 만든 체인리스 e바이크가 등장했다. 크랭크로 발전기를 돌려 생산된 에너지와 배터리에 충전된 에너지로 허브모터를 구동하는 방식이다. 체인의 98.6% 효율의 절반 수준이라 기존의 체인을 제거한 획기적인 디자인 감성으로 e바이크 역사에는 남았지만, 많은 라이더의 선택을 받지는 못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e 바이크용 체인   
체인을 한 번도 갈지 않고 몇 년을 탔다면서 체인 수명이 반영구적인 것으로 알고 있는 라이더도 있다. 수백만 원짜리 e바이크 체인이 몇 달 만에 녹이 생겼다고 클레임을 걸어온 고객에게 필자는 이렇게 답했다. 
“체인은 저희가 만든 것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몇 안 되는 체인 전문회사 제품이다. 양산 체인의 원재료는 대부분이 쇠(Fe)다. 사용자가 오일링 없이 비 맞고 다니면 녹이 발생하고, 고출력 중앙구동방식 모터로 고단 기어에 두고 토크 페달링을 하거나 변속을 부드럽게 하지 못하면 체인 수명이 극단적으로 짧아질 수 있다. 체인은 라이더가 수시로 기름칠하고 유지관리를 해야 하는 소모품이다. 기름칠 안 하고 비 맞고 다녀서 녹이 발생한 체인 문제는 세계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일본 회사에 왜 체인에 녹이 나는 불량품을 만들었는지 직접 클레임을 걸어야 한다.”

체인 값을 아낀다고 지나치게 오래 사용하면 나머지 구동계가 망가져서 절약한 체인 값의 몇 배의 출혈이 따라올 수 있다. 자전거 구동계는 소모품이다. 특히 체인은 수시로 점검하고 오일로 관리해야 하는, 교환주기가 가장 짧은 소모품이다.
자전거 체인의 전체 길이가 1% 늘어나서 갈아야 할 주기는 일반적으로 3,000~5,000km라고 이야기하지만, 크랭크 구동 방식 e바이크의 경우 인력에 모터의 힘이 체인에 더해져 체인의 수명이 더 짧아 수시로 체크해야 한다. 모터의 힘과 다리 엔진의 힘을 적절히 사용하고 효율적인 변속과 오일링 등 체인 수명은 여러 변수가 있어 수명을 몇km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e바이크는 인력에 모터 힘을 더한 것이라 바퀴 자체가 회전하는 허브모터 방식은 라이더가 페달링을 약하게 할 수 있어 오히려 체인의 수명이 길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중앙구동 방식의 e바이크는 인력과 모터 힘이 체인을 통해서 뒷바퀴로 전달되는 구조여서 체인과 구동계 수명이 단축될 수 있다. 구동계 부품을 자주 점검하고 기존의 체인보다 강도를 높인 e바이크 전용 체인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필자의 지인이 평소 변속이 잘되었는데 중앙구동 방식의 e바이크용 모터를 장착하고나서부터 변속이 원활하지 못하다고 해서 행어교정부터 변속 트림을 여러 번 힘들게 조절해도 변속 트러블이 계속되었다. 그러다 10단 구동계에 타사의 9단 스프라켓을 조합한 것을 발견했다. 본인은 그동안 변속에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하지만, 이런 경우 신이 조정해도 완벽한 변속이 되지 않는다. 결국 구동계와 같은 회사의 10단 스프라켓으로 교환해서 출고했다. 구동계는 물론 체인과 체인 링크도 반드시 같은 단수를 사용해야 한다. 

 체인의 벽을 넘어 대체할 다양한 제품이 앞으로도 계속 나오기는 하겠지만, 오랜 역사와 저렴한 체인의 동력전달 효율보다 높고, 가격과 인프라를 제대로 갖춰 경쟁력을 가진 동력전달장치가 개발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더는 올릴 효율도 없고(실제로 동력 손실률이 1.4% 수준) 더는 내릴 가격도 없을 정도로 저렴한 수준부터 고가까지 다양한 체인이 생산되고 있다. 이미 기존 체인에 맞춘 엄청난 자전거 인프라까지 있어서 미래의 자전거가 지금의 자전거 틀을 벗어나지 않는 한 체인의 절대적 우위는 한동안 지속될 것 같다. 

일반 자전거와 e바이크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체인과 구동계 수명을 늘리는 방법
① ‌케이던스를 올리고 수시로 변속해서 체인과 구동계에 걸리는 부하(토크)를 줄인다.
② ‌체인의 불순물을 자주 청소하고 체인 안쪽에 오일을 소량으로 자주 발라준다. 오일이 정확히 들어가야 할 부분은 ‘오일링 해야 할 위치’ 사진의 4곳이다. 한 번에 듬뿍 바르기보다는 자주 발라주고 불필요한 부분의 오일은 닦아내는 것이 좋다. 여건이 된다면 여분의 체인을 구해서 번갈아 가면서 청소와 오일링을 마친 체인을 바꿔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③ ‌오일링이 되어 출고되는 새 체인은 추가 오일링 없이 2주 정도 길들이기를 하면 좋다.
④ ‌체인의 강도가 보강된 e바이크 전용 체인을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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