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 단월의 세 임도 코스, 명품 숲길을 달린다

양평은 산지가 75%나 되는 산악지역이다. 그중에서도 단월면은 평지가 거의 없을 정도로 큰 산들이 불쑥불쑥 솟아 있고 산자수명한 고장이다. 높고 넓은 산줄기를 따라서 수많은 임도가 개설되어 있어서 수도권 산악라이더들이 즐겨 찾는다. 단월면의 대표적인 임도 코스인 부안리 임도, 산음리 임도, 향소리 임도 세 곳을 동시에 달린다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계절이지만 선뜻 함께 가자는 제안을 하기가  힘든 요즘이다. ‘코로나19’ 라는 불청객의 엄습으로 삼삼오오 모여서 여행을 떠나는 것도 사실 부담스럽다. 
일상생활이 자유롭지 못한 현실이 원망스럽지만, 그렇다고 마냥 움츠려 지낼 수는 없다. 이럴 때는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공공장소보다는 상대적으로 한적한 곳을 찾아 자유를 만끽하는 편이 낫다. 숲이 우거진 산(山)이 가장 좋은 대안이다. 
생명력으로 가득 한 숲은 연중 싱싱한 기운을 발산한다. 무엇보다도 숲의 가장 큰 매력은 심신을 다스려주는 힘에 있다. 숲속에 발을 들여 놓으면 편안한 기운이 마음을 다독여주고 숲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톤치드는 스트레스 유발 호르몬까지 잠재워 분노조절에도 도움이 된다. 

75%가 산지인 양평 
양평군은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 한 폭의 그림을 연출하고 있는 두물머리와 우뚝 솟은 용문산(1157m)이 병풍처럼 둘러싼 지역으로 산지와 숲이 75%나 되고 물이 맑은 천혜의 관광·레저 지역이다. 특히 임도를 활용한 유명산, 중미산, 봉미산 등 총 300㎞에 달하는 MTB 코스는 수도권 산악 라이더들이 주말마다 몰려올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내가 잠시 머물렀던 단월면(丹月面)은 ‘산자수명(山紫水明)의 단월, 청정 단월, 힐링 단월’로 명성이 높다. 물 맑고 산이 많은 단월면은 양평군의 동북쪽에 자리 잡고 있으며 소리산과 괘일산 등 대부분이 산지로 이루어져 있다. 소리산을 흐르는 물은 석산계곡을 이루어 홍천강으로 이어져 북한강으로 흐르고, 괘일산(468m)을 끼고 도는 부안천은 흑천으로 흘러 남한강을 만난다. 
단월은 단구월사(丹丘月謝)의 줄임말로 ‘밝은 달이 비춰진 정자마을’이라는 뜻이 있으며, 그 정자에 신선들이 살았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면소재지가 있는 보룡리는 고려말 무안박씨 일가가 처음 정착하여 부유하게 살면서 보산정을 지었는데, 그 아래 연못에 용이 있다하여 보룡리라고 지었다고 전해진다. 
보산정은 1375년에 지어졌고, 무안박씨 후손들이 공부를 하거나 문인들이 함께 모여 시를 짓고 즐기던 곳으로 보산정 주변에는 몇 그루의 노송(老松)이 운치 있게 정자를 둘러싸고 있다.

 

임도천국, 단월 
양평군은 1개 읍과 11개 면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중 단월면은 도시화가 더딘 곳으로 인구밀도가 매우 낮은 오지에 속한다. 단월면의 특산품으로는 고로쇠 수액이 있으며, 매년 3월이면 ‘양평단월 고로쇠축제’가 단월레포츠공원, 괘일산, 소리산 일원에서 열린다. 
단월면의 경계에는 도일봉(864m)-단월산(778m)-문례봉(1004m)-봉미산(856m) 등 높은 산들이 늘어서 있다. 바로 인근의 용문산과 유명산, 중원산의 유명세에 가려서 그렇지 상당한 고산준령을 이루고 있으며, 임도도 많다. 특히 소리산 임도(일명 도토리 임도)와 산음리 임도가 잘 알려져 있으며, 그밖에 부안리 임도와 향소리 임도가 있다. 
이번에 소개하는 코스는 부산향(부안리+산음리+향소리) 임도로 2009년 제1회 양평랠리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MTB대회가 개최되고 있으며, 280랠리가 열린 코스이기도 하다. 

부안리 임도
출발과 도착은 단월면소재지 인근에 위치한 단월레포츠공원이다. 여기서 70번 국지도를 따라 북쪽으로 2.7km 가면 왼쪽으로 부안2리로 진입하는 마을길이 나온다. 좁고 한적한 마을길을 가다 우측으로 ‘스타벨리팬션’ 이정표를 따라가면 곧 부안리 임도를 만나게 된다. 
부안리 임도는 송전탑으로 들어서는 갈림길이 많아 일명 ‘송전탑코스’로도 불린다. 임도는 10.7km가  개설되어 있으며, 마지막 비솔고개로 내려가는 짧고 험한 싱글과 계단 때문에 마지막 갈림길에서 좌측    임도로 내려오는 것이 수월하다. 
부안리 임도에는 모두 다섯 개의 갈림길을 만나게 되는데, 우측 방향은 모두 송전탑으로 가는 길로서 다시 내려와야 한다. 그러므로 항상 좌측의 임도를 따라 달려야 한다. 
예전 부안리 임도에는 잣나무 조림이 잘 되어 있었다. 임도에서 능선부까지 잣나무가 빼곡하게 들어서 있었는데, 2014년에 벌목을 해서 무성한 초지와 간간이 활엽수가 자라는 모습이다. 아마도 다른 수종의 나무를 식재할 모양이다. 
굽이굽이 돌아 나가는 임도를 달리다 보면 건너편에 높게 솟은 도일봉이 바라보이고, 그 아래 향소리 임도가 아스라이 조망된다. 하늘에 떠다니는 뭉게구름이 산과 나무에 걸린 듯한 모습은 마치 구름이 쉬다 가는 듯 아름답다.  
부안리 임도는 전체적으로 오르막이 많은 편이지만 대체로 완만해서 그리 힘들지 않게 달릴 수 있다. 

 

산음리 임도
비솔고개는 단월면 향소리와 산음리 사이에 있는 고개로 한강기맥으로 이어지는 산줄기에 속한다. 한강기맥은 오대산 두로봉에서 시작해 양평군 두물머리까지 이어지는 총길이 167km의 산줄기이며, 양평군에 속한 한강기맥은 신당고개-밭배고개-소리산-비솔고개-용문산-배너머고개-유명산-농다치고개-청계산-두물머리 구간이다. 
비솔고개는 향소리 임도와 산음리 임도의 출발점이다. 산음자연휴양림을 끼고 도는 산음리 임도는  21km이며, 전체적으로 기복이 덜한 완만한 코스로 이루어져 있어 초보자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코스다.   
산음리의 산음(山陰)은 ‘산그늘’이란 뜻이다. 산음자연휴양림은 경기도에서도 가장 오지로 꼽히는 곳에 위치해 있다. 북쪽은 봉미산(856m)에서 동쪽으로 뻗어나간 능선이 성곽처럼 솟았고, 서쪽은 봉미산에서 천사봉(폭산, 문례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남쪽은 천사봉에서 단월산~비솔고개에 이르는 능선이 휴양림을 감싸고 있다. 이렇듯 휴양림의 삼면을 해발 800~1000m에 달하는 산줄기가 에워싸고 있어 휴양림 자리엔 늘 산그늘이 드리워져 있고 드나듦이 불편하니 천혜의 자연환경이 잘 보존되어 있다. 
산음리 임도의 매력은 때 묻지 않은 원시림에 있다. 임도를 달리다 보면 울창한 숲 터널을 만나게 되고, 낙엽송, 단풍나무, 물푸레나무, 옻나무, 자작나무, 잣나무, 전나무, 참나무, 층층나무 등 다양한 수종이 어우러진 원시림의 생태계를 마주하게 된다. 진초록 활엽수림에 들어서면 나무들이 뿜어내는 상큼한 기운에 정신까지 다 맑아지는 느낌이다. 
산음리 임도를 달리면서 그 어느 때보다 제때 잘 맞춰 왔다는 느낌이다.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장기 비상사태에 지친 몸과 마음을 푸른 숲이 잘 다독여 주었기에 더욱 그러하다. 초록의 수풀 사이로 퍼져가는 물소리, 새소리, 바람소리가 일상탈출의 행복감을 안겨주니 마음에 평온이 한가득 스며든다. 
산음자연휴양림 서북쪽 임도에 당도하면 한 그루의 커다란 소나무가 있는 갈림길을 만나게 된다. 좌측은 비치고개로 올라가는 길이다. 비치고개로 넘어가면 옥천면 용천4리를 경유해 배너머고개로 가는 길과 가평군 설악면 설곡리로 가는 길로 갈라진다. 이 지점에서 우측길로 340m 가면 산음자연휴양림으로 가는 갈림길이 나온다. 
산음자연휴양림 갈림길에서 계속 좌측으로 가면 봉미산 임도를 달리게 된다. 봉미산 임도는 8.2km로 주행이 끝나면 산음2리 고가소마을에서 포장도로를 만난다. 포장도로에서 좌측은 석산리 방향이며, 우측이 비솔고개 방향이다. 
단월면에는 동명의 두 개의 소리산이 있다. 단월면의 가장 북쪽의 석산리에 위치한 소리산(479m)은 강원도 홍천군과 접경을 이루는 오지다. 여기 소리산은 주변 산에 비해 큰 산은 아니지만 깎아지른 바위절벽과 기암괴석, 맑은 계곡이 어우러져 예로부터 ‘산음리 소금강’이라 일컬어질 만큼 빼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또 하나의 소리산은 한강기맥에 속하는 산으로 비솔고개 능선에 있는 소리산(658m)으로 단월면 산음리와 명성리, 향소리 경계에 솟아 있다. 

 

 

향소리 임도
산음리와 향소리 사이에 있는 비솔고개에서 출발한다. 향소리 임도는 단월면 향소리와 용문면 중원리의 경계를 이루는 도일봉의 북서쪽 향소리에 개설된 8.5km의 임도다.    
출발점 비솔고개에서 짧고 완만한 오르막길이 시작되지만 대부분이 내리막이다. 낙엽송과 전나무, 잣나무, 참나무 등 다양한 나무들이 하늘을 가릴 만큼 울창하게 자라는 향소리 임도는 경사가 순해 힘들이지 않고도 높은 산의 정취를 즐길 수 있어 산악자전거 매니아들에게 인기가 좋다. 
향소리 임도는 내륙 산악림으로 온대중부지방의 침엽수와 활엽수가 주를 이루고 있다. 대표적인 수종으로는 잣나무, 낙엽송, 참나무, 가래나무, 피나무, 층층나무 등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수종이 안정적으로 분포되어 있어 봄에는 화사한 꽃으로, 여름이면 맑고 깨끗한 계곡의 시원함으로, 가을에는 오색의 아름다운 단풍으로, 겨울은 하얀 눈을 뒤집어쓴 설국의 모습으로 MTB 매니아를 부르고 있다. 

숲길 임도를 달리다 보면 우선 진한 숲향이 코끝을 자극하고, 두어 번의 심호흡에 머릿속까지 다 맑아지는 기분을 맛볼 수 있다. 산은 어머니의 품처럼 고요하고 평온하다. 산에 들어서면 몸과 마음이 편해지고 위안을 얻는다. 그것이 산이 우리에게 주는 휴식과 치유라는 선물일 것이다.
구름도 잠시 쉬어간다는 아름다운 단월면의 시원하고 청량한 숲길을 벗 삼아 고단했던 마음을 깨끗하게 비워 보자. 

 

 

추천맛집
메밀가 
메밀을 주재료로 하는 막국수 전문점이다. 메인 메뉴는 물막국수, 비빔막국수, 회막국수가 있으며, 사이드 메뉴에는 한방수육 메밀전, 메밀전병, 옹심이, 들깨수재비가 있고 두부공방에서 직접 만든 모두부와 계란두부무침도 있다. 양평군 맛집으로 유명하며, 서울·경기권에서도 아는 사람들만 찾아오는 곳이다. SBS ‘생방송 투데이 맛의 승부사’ 코너에 소개된 바 있다. 메밀가 바로 옆에는 ‘고기가’ 상호의 스페인 이베리아 반도에서 생산된 돼지고기 전문점이 있다. 저렴한 가격으로 푸짐하게 먹을 수 있다. 영업시간 10:00~21:00. 양평군 단월면 단월로 408. 031-771-96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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