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4섬 자전거길 제1코스 : 압해도 & 기점·소악도 (연계코스)

압해도는 목포에서 가깝고 연륙교인 압해대교까지 놓여 육지가 된 섬이다. 목포에서 옮겨온 신안군청이 있고 신안의 여러 섬들로 가는 배가 출항하는 송공항까지 있어 신안의 행정과 교통의 중심지다. 섬을 통과하는 2번과 77번 국도를 제외하고 섬 길은 여전히 한적하고, 해안에는 아름다운 바닷길이 나 있다. 특히 신안군청에서 송공산에 이르는 방조제길이 아름답다. 제1코스의 연계코스로 포함된 기점·소악도는 12사도 순례자의 길을 포함한 한적한 길이다      

 

영산강이 흘러드는 목포 앞바다에 압해도가 있다. 2008년 섬사람들의 오랜 숙원인 압해대교 건설로 이제 더 이상 섬이 아니다. 과거 압해대교가 완공되기 전에는 목포 북항에서 차도선을 타고 15분 걸려 도착하던 곳이었지만 이제는 차량으로 2~3분이면 쉽게 접근할 수가 있게 되었다. 
신안군청은 40년간 목포시에서 더부살이를 하다가 압해대교가 완공되고 나서 2011년에 드디어 압해도에 자리를 잡게 되었다. 신안군은 압해읍을 비롯해 지도읍, 임자면, 증도면, 자은면, 암태면, 팔금면, 안좌면, 비금면, 도초면, 하의면, 신의면, 장산면, 흑산면 등 총 14개의 읍·면으로 이뤄진 큰 섬과 약 1000개의 부속 섬들로 이루어진 1004섬의 고장이다.    

바다를 누르고 있는 세 갈래 형상 
압해도는 목포 북항에서 손에 잡힐 듯 가까운 거리에 있다. 지세가 삼면으로 퍼져 바다를 누르고 있는 형태여서 압해도(押海島)가 되었다고 하며, 섬 모양이 낙지가 발을 펴고 바다를 누르고 있는 형상으로 되어 있어 압해도라 불렀다는 설이 있다. 지도를 보면 꼭 털 미용을 한 귀여운 ‘푸들’이나 예로부터 전해오는 상상속의 ‘기린’을 닮았다. 면적 48.95㎢, 해안선 길이 81.9km의 꽤 큰 섬이다.  
신안의 모든 섬들이 그렇듯이 압해도 코스도 산길, 방조제, 농로, 염전길, 해안길 등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특징이 있다. 1004섬 자전거길 제1코스이기도 한 압해도 코스는 신안군청에서 출발해 남쪽 해안선을 따라 송공항을 거쳐 천사대교 동단까지 갔다가 되돌아오는 왕복 여정이다. 코스 길이는 약 46km. 

시골향 물씬 풍기는 정감어린 들녘
처음엔 압해도에 대해 그리 기대감이 크지 않았다. 압해대교가 개통됨에 따라 육지화 되고 사람들로 분주해서 그다지 자전거를 즐기기엔 유쾌하지 않을 것이란 선입견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압해도에 진입하면 그런 생각은 큰 착각이란 사실을 깨닫게 된다. 천사대교가 개통되면서 외부차량이 많이 진입하기는 하지만 주도로인 77번과 2번 국도만 다소 붐빌 뿐, 그 외의 지방도와 군도, 농로 등은 아주 한적해서 자전거 타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압해도 투어의 시작은 신안군청이다. 압해대교는 자동차전용도로여서 라이딩이 불가하므로 차량편으로 신안군청까지 점프해서 여기에 주차한 후 출발하는 것이 편하다. 
신안군청에서 나와 남쪽 기동포구로 먼저 향한다. 2번 국도를 벗어나면 장감리의 완만한 구릉지대가 펼쳐진다. 야산을 개간한 밭에는 무화과(無花果)가 가득하다. 압해도 곳곳을 달리다 보면 무화과를 많이 볼 수 있다. 무화과는 꽃이 피지 않는 과실이라고 해서 무화과라고 하지만 실제로 꽃은 과실 내에서 피기 때문에 외부로 나타나지 않을 뿐이다. 무화과는 아시아 서부와 지중해 연안이 원산지인 아열대성 나무로 전남 일대의 기후에 적합해 신안군에서도 많이 재배되고 있어 한국의 과일, 신안의 과일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겠다. 

압해도 최고의 해안 자전거길
압해도 최고의 자전거코스는 장감리를 돌아나온 신안군청에서 송공항까지 이어지는 해안길이라 할 수 있다. 신안군청 인근 정동들 방조제에서 송공항까지 해안 방조제길은 장장 18km 가량 길게 이어진다. 이 구간은 푸른 바다와 김 양식장, 길게 펼쳐진 갯벌과 앙증맞은 포구, 죽도의 노두길이 인상적이다. 
산이 있고 너른 농경지와 염전과 습지가 있으며 아울러 바다와 광활한 갯벌이 있는 18km의 방조제길은 고갯길이 없는 평지여서 순탄하기만 하다. 포장길과 흙길이 번갈아 있지만 속도를 내어 달리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면 로드바이크도 충분히 다닐 수 있다. 싱그러운 햇살이 비추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죽도를 향하는 방조제길은 참으로 아름답다. 군데군데 쉼터와 벤치까지 있어 아늑하기 그지없다.
기나긴 해안 방조제길을 달리다 보면 물 빠진 갯벌에서 조개를 캐거나 삽으로 낙지를 잡는 주민들 모습이 자주 눈에 띈다. 갯벌에 갇혀 포구에 정박한 어선들과 갯골에서 망둥어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의 환한 미소가 정겹다.  
압해도의 부속섬이자 무인도인 죽도는 광립마을 포구 앞에 있으며, 방조제에서 약 400m 떨어져 있다. 섬까지 걸어갈 수 있는 노두길이 연결되어 있다. 노두길은 썰물 때 드러나는 갯벌 위에 돌을 쌓아 건너다니는 길을 일컫는다. 
밀물이면 그 모습을 감추고 있다가 썰물이 되면 드러나는 갯벌은 바다일까 육지일까. 대천리에서 시작되어 동서리, 분매리, 신장리로 이어지는 해안의 갯벌은 실로 장쾌하다. 밀물과 썰물에 의해 바다가 되었다가 뭍으로 변하는 갯벌은 당연히 바다가 주인일 것이다.  
죽도를 지나면 이제 송공산이 저 앞으로 훌쩍 다가선다. 

 

송공산분재공원 
송공산 남쪽 사면에는 압해도에서 가장 인기 많은 명소인 ‘송공산분재공원’이 있다. 이곳은 분재원, 야생화원, 초화원, 미니수목원, 생태연못, 초화원, 작약원, 화목원, 유리온실, 삼림욕장, 최병철분재기념관, 저녁노을미술관 등으로 꾸며져 있어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다. 
자전거는 매표소에 맡기고 관람하면 된다. 입구에서부터 분재가 전시되어 있는 공간 주변에는 이국적인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다양한 조각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부부의 사랑’, ‘모자상’, ‘지상의 천사’, ‘분리된 자아’, ‘잠든 아이’ 등 분재를 보면서 야외조각전시장을 돌아보는 듯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느린 걸음으로 해송, 주목, 팽나무, 금송, 향나무, 철쭉 등 1,000여 점의 분재를 감상하며 산책을 즐긴다. 공원 관계자는 “분재 작품 앞에서 허리를 숙이면 분재를 볼 줄 아는 사람이고, 허리를 숙이지 않으면 분재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온실 뒤편에 자리한 최병철분재기념관은 기증받은 분재관련 자료 8800여점이 전시되어 있어 분재의 역사를 한눈에 알 수 있으며, 저녁노을미술관은 신안출신 우암 박용규 화백의 멋진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송공산분재공원은 2009년 4월 개관한 이후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 명소가 되었다. 이제 압해도는 섬의 굴레를 벗어나 우리나라 서남권의 명품 휴식 장소가 되어 사시사철 손님맞이에 바쁜 섬으로 거듭나고 있다. 

신안 섬 교통망의 중심, 송공항과 천사대교
신안의 섬으로 가기 위해서는 목포항과 목포 북항을 많이 이용하는데, 또 하나 중요한 항구가 바로 압해도 서쪽 끝에 있는 송공항이다. 압해대교가 생기고 나서 그동안 목포 북항과 압해도의 남쪽 끝에 있던 압해선착장 사이를 쉴 새 없이 운항했던 철부선들은 사라졌다. 대신, 압해도 최서단에 있는 송공항으로 옮겨가 송공항은 다른 섬으로 가는 관문이 되었다. 
송공항은 오랫동안 신안군의 중심항이어서 늘 많은 사람들과 차들로 붐볐다. 송공항 주변에는 넓은 주차장과 횟집을 비롯한 음식점도 많이 모여 있으나 2019년 4월 천사대교가 개통되면서 운항편수와 이용객이 크게 줄어들었다. 자은-암태-팔금-안좌-자라도까지 단번에 육지와 연결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송공항은 여전히 배가 다닌다. 순례자의 길로 유명해진 기점·소악도, 매화도, 마산도, 당사도 등은 여전히 ‘진짜’ 섬으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먼 바다에 뜬 비금도-도초도와 흑산도 방면 여객선도 기항한다. 천사대교 개통으로 신안의 중심항은 비금-도초도와 흑산도까지의 거리가 짧은 암태도 남강항과 송공항으로 양분된 느낌이다.   
송공항에서는 앞서 지나왔던 해안 방조제길을 따라 신안군청으로 되돌아가면 된다. 신안군청은 14개의 읍·면의 섬과 그에 딸린 부속섬을 관할하는 행정기관으로 목포에서 43년의 더부살이를 하다가 압해도로 이전하면서 제 역할을 하고 있다. 1층 로비에는 아름다운 신안군을 대표하는 작품사진들이 전시되어 있고, 전망타워에 올라가면 목포 북항과 유달산을 비롯해 압해도 주변에 점점이 떠 있는 신안군의 섬들을 조망할 수 있다. 

 

1004섬 자전거길 제1코스 연계코스 (기점·소악도)
자전거도 마음도 욕심도 느려지는, 12사도 예배당 순례길 

신안군은 잊혀진 낙도인 대기점도, 소기점도, 소악도, 진섬 네 섬에 예수 그리스도의 12제자 집을 테마로 한 순례자의 길을 2019년 11월에 개장했다. 각각의 작가가 설계한 집은 중세 유럽의 건축을 닮아 인적 없는 낙도의 한쪽에서 단연 눈에 띈다. 1번 베드로의 집부터 12번 가롯 유다의 집까지 12km에 불과해 걷기를 추천한다. 하지만 대기점도 북쪽으로 꽤 큰 병풍도와 노두길이 연결되어 있어 섬 여기저기를 다 돌아보면 23km 코스가 나와 느린 여행지로 적격이다     

 

천혜의 자연자원을 갖추어도 신안처럼 갖은 스토리텔링을 입히고 특별한 테마를 만들어 후미진 오지까지 상전벽해로 바꾸는데 전력을 기울이는 곳은 드물다. 
기점도와 소악도 일원에 조성된 12사도 예배당 순례자의 길은 전남도가 선정하는 ‘가고 싶은 섬’ 프로젝트의 9번째 사업으로 2019년 11월 23일 ‘섬 여는 날’ 행사를 열었다. 전남도는 2015년부터 ‘가고 싶은 섬’ 16곳을 선정해 주민이 살고 싶고 여행자가 가고 싶은 섬마을 만들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동안 강진 가우도, 여수 낭도, 고흥 연홍도, 완도 생일도에 이어 기점·소악도에 순례자의 길을 개장했다.  1004섬 자전거길 제1코스인 압해도의 연계코스이기도 하다. 

외딴 섬의 이색 풍경  
명칭은 ‘기점·소악도 순례자의 길’이지만 정확히는 대기점도, 소기점도, 소악도, 진섬 네 섬인데 여기에 예수 그리스도의 12사도 예배당을 주제로 순례자의 길을 조성한 것이다. 12사도와 이 외딴 섬들이 무슨 관계가 있을까. 
이들 섬은 주변 큰 섬 중에 증도와 가장 가깝고 행정구역상으로도 증도면에 속한다. 증도면은 우리나라 기독교 역사상 최초의 여성 순교자인 문준경 전도사의 고향이고, 주민의 90% 이상이 기독교인이라는 점에 착안해 ‘순례자의 섬’을 주제로 삼은 것이다.        
주제만 기독교일 뿐, 굳이 신자가 아니라도 순례자의 길은 매혹적이다.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이 기독교도만을 위한 길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다. 육지에서는, 다른 섬에서는 볼 수 없는 특별한 경관과 섬사람들의 소박한 살림살이, 섬과 섬을 잇는 장대한 노두길, 무인지경 오솔길 끝에 문득 서 있는 이국풍의 작은 예배당은 그 자체로 서정이요, 낭만의 여로다. 
12사도의 집을 연결하는 길은 총 12km이니 집 간의 거리는 평균 900m 정도다. 이 순례자의 길을 바탕으로 북쪽의 병풍도를 포함해 1004섬 자전거길 제1코스 압해도의 번외코스로 기점·소악도 구간이 포함되었다.    

 

대기점도에서 시작 
병풍도~기점도~소악도는 증도 동남쪽에 남북으로 길게 일직선으로 도열해 있는 일종의 작은 열도다. 서로 노두길이 연결되어 있어 하나의 섬이나 마찬가지로 압해도 송공항, 지도 송도선착장, 증도 버지선착장, 무안 신월선착장에서 배편이 있다. 압해도에 이어 간다면 송공항을 이용하는 것이 편하고 배편도 가장 많다.      
첫 번째 베드로의 집은 300m나 갯벌 속으로 깊숙이 들어간 대기점도 선착장 바로 곁에 하얗게 서 있다. 복층 형식의 8각형 건물은 진청색 둥근 지붕을 이어 지중해변의 그리스 건물처럼 화사하고 선명한 잔상을 남긴다. 어부 출신인 베드로에 걸맞는 분위기다. 건물은 원래 크기가 아니고 1/3 정도의 축소판이어서 장난감처럼 앙증맞고 한편 친근한 느낌을 준다. 곁에 작은 미니벨로를 세우니 그냥 그림이 된다. 실내는 한두 사람이 예배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는데 이는 다른 곳도 마찬가지다. ‘집’이라고 표현했지만 작은 예배당이다.  
2번 안드레아의 집은 노두길을 내려다보는 언덕 위에 있다. 베드로의 동생인 그 역시 어부였으니 바닷가가 적격일 것이다. 건물은 어딘가 동화적인 아랍풍이고 고양이 상이 지키고 있다.

병풍도로 이어지는 1km 노두길  
안드레아의 집 아래에서 병풍도 방면으로 길이 1km에 달하는 노두길이 뻗어난다. 원래 노두길은 썰물 때 건너다니기 위해 바윗돌로 만든 조악한 길이지만 지금은 대형 트럭도 거뜬히 다니는 시멘트길이다. 
병풍도는 열도에서 가장 크고 섬 남단에 있는 병풍 마을도 100가구가 넘어 열도에서 가장 크다. 하지만 분교는 폐교된 지 오래고 단 하나뿐인 농협 마트는 기약도 없이 문이 닫혀 있다. 그래도 보건소 옆에는 주민들을 위해 찜질방이 상시 가동되고 있다. 
병풍도 최북단의 보기선착장은 접안시설만 있을 뿐 대합실도 없다. 원래는 보기도라는 작은 섬이었으나 갯벌을 간척해 병풍도와 한 섬이 되었다.
다시 노두길을 건너 대기점도로 넘어가 순례를 이어간다.
 
바닷가 언덕의 5번 필립의 집 
3번 야고보의 집은 산기슭에 높다랗게 자리 잡았다. 그 역시 어부였으며 사도 요한과는 형제간이다. 12사도 중 최초로 순교한 사람으로, 중세에 그의 유해가 스페인 북서부의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옮겨졌다는 전설로 그 유명한 ‘산티아고 순례길’의 주인공이 되었다. 숲속에 그리스 신전풍의 백색 집에 빨간 문이 있어 묘한 신비감을 자아낸다. 
야고보의 동생 4번 요한의 집은 슬릿창을 낸 백색건물이 첨성대를 닮았다. 천장에는 선명한 스테인드글라스가 햇살을 환하게 여과한다. 
개인적으로 입지와 경관, 형상에서 가장 독특한 집은 5번 필립(필립보)의 집이다. 대기점도 남단, 소기점도로 이어지는 노두길 초입의 언덕 위에 있다. 가파른 지붕과 비늘 같은 지붕장식, 상승곡선의 용마루는 헨젤과 그레텔이 문을 열고 곧 나올 것만 같이 비현실적이다. 
소기점도와 소악도에 4곳 
6번 바르톨로메오의 집은 저수지 가운데 인공섬 위에 자리하고 있다. 
소기점도에는 순례자나 관광객을 위한 게스트하우스와 식당, 인포메이션 센터가 있다. 순번으로는 6번 바르톨로메오의 집과 7번 토마스의 집 사이다. 게스트하우스는 2층 침대가 가지런히 놓인 남녀 각 8인실(1인당 1박 2만원)이고 아래층에는 식당이 있다(1식 8000원). 
7번 토마스의 집은 소악도 방면 노두길 초입에 있다. 새하얀 건물과 진청색 창틀은 풍경화 속의 선명한 포인트로 시선을 붙잡는다. 실내는 창백할 정도로 새하얘 양초가 회색으로 보일 정도다. 각이 어설픈 십자가 창이 정겹다.  
8번 마태오의 집은 소악도와 연결되는 노두길 중간에 있다. 마태오는 마태복음의 저자로 알려져 있다. 마무리 공사중인 마태오의 집은 아랍의 영향을 받은 동방정교회 풍이다. 지붕에는 황금빛 모스크 3개가 햇살에 찬란하다.   
소악도에는 9번 작은 야고보의 집 하나뿐이다. 섬 남단의 바닷가에 있으며 앞서 3번 야고보와 구분하기 위해 작은 야고보라고 부른다. 건물 외관은 중세 유럽의 농가처럼 평이해 보이지만 지붕이 굴곡지고 실내는 마루바닥이 꽤 넓다. 

절경의 진섬과 딴섬   
이제 마지막 진섬만이 남았다. 소악도에서 짧은 노두길을 건너면 10번 유다 타태오의 집이 삐죽대는 지붕을 이고 소박하다. 예수님을 팔아넘긴 유다와 구분하기 위해 다태오를 붙인다고 한다. 유다 다태오의 집에서 섬을 가로지르면 바닷가 언덕에 개선문처럼 우뚝한 11번 시몬의 집이 나온다. 시몬은 작은 야고보와 형제간이라고 한다. 하얀 건물에 문과 창틀을 빨갛게 칠하고 지붕에는 눈 모양까지 달아 어딘가 장난스럽다. 문을 지나면 아득히 천사대교 방면의 탁 트인 바다가 장쾌하다. 
이제 마지막 12번 가롯 유다의 집만이 남았다. 예수님을 배신한 가롯 유다의 집은 진섬에서 뚝 떨어진 딴섬에 외로이 ‘유배’되어 있다. 하지만 시몬의 집에서 가롯 유다의 집으로 이어지는 해변은 이 열도에서 최고의 절경이다. 기묘한 형태로 파도에 깎인 화산암이 질펀하고 작은 백사장 저편에 손바닥만한 딴섬이 보인다. 딴섬의 숲 속에 홀로 선 가롯 유다의 집은 주변경관이 아름답고 특별하지만 한편으로는 어딘가 음침한 느낌을 준다. 
신자가 아니어도 외딴 섬의 쓸쓸한 풍경을 동화적인 소묘로 만들어주는 12사도의 집은 차분한 산책코스로 너무나 매혹적이다. 띄엄띄엄 있는 배편도 육지 혹은 세속과의 격리감을 더해줘서 잡념과 욕망이 자신도 모르게 잦아든다. 종교적이든 아니든 이 열도에 들어서는 순간, 누구나 순례자가 되는 이유다. 

 

저작권자 © 자전거생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