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 안에 배터리와 컨트롤러, 모터 다 들었다!

바퀴 안에 배터리와 컨트롤러, 모터 다 들었다!
올인원 전기자전거 키트, 이-런휠(e-RUN WHEEL)

전기자전거의 혁신이 눈부시다. 국내업체가 개발한 이-런휠은 바퀴에 모터와 배터리, 컨트롤러를 모두 넣어서 간단히 바퀴만 갈아 끼우면 전기자전거로 변신하는 키트다. PAS 방식의 주행감각은 부드럽고 330와트 모터는 힘이 넉넉하다. 주행거리는 40km 정도지만 충전시간이 짧고 무게가 가벼워 평지에서는 일반 주행으로도 너끈하다. 집에 있는 자전거를 전기자전거로 간단히 바꾸고 싶다면 최고의 선택이 될 것이다 

뒷바퀴만 갈아끼우니 하드테일 MTB가 한순간에 전기자전거로 변신했다. 뒷 허브만 커졌을 뿐 달라진 건 없다

 

커다란 배터리, 핸들바에 붙은 대형 모니터와 복잡한 전선, 불쑥 튀어나온 모터 등등….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전기자전거는 누가 봐도 금방 알아볼 수 있는 특유의 형태가 있었다. 복잡한 전기장치를 추가해야 해서 완성차로 판매되는 것이 대부분이었고, 일반 자전거를 전기자전거로 만들어주는 키트도 구조가 복잡하긴 마찬가지여서 전문가가가 아니면 작업이 어려웠다.
그래서 간단하면서도 가볍고 날렵한 디자인의 전기자전거는 없을까 하고 사람들은 고민하게 되었다. 그냥 바퀴만 갈아 끼우면 전기자전거로 변신하는 키트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혁신의 시작 
그러던 중 2009년 UN 기후변화협약에서 발표된 ‘코펜하겐 휠’은 세상을 놀라게 했다. 전기자전거에서 기대하던 희망사항을 모두 반영한 획기적인 키트였기 때문이다. 바퀴 자체에 모터와 컨트롤러, 배터리가 모두 포함되어 있어 바퀴만 끼우면 일반 자전거가 그냥 전기자전거로 변신했다. MIT 센스에이블 시티랩(SENSEable City Lab)이 자전거도시인 코펜하겐 시당국을 위해 개발한 시제품이었다. 마침 UN 기후변화협약 회의가 코펜하겐에서 열려 이름도 ‘코펜하겐 휠’이 되었다. 코펜하겐 휠은 2015년에야 양산이 시작되었고 그 외에도 비슷한 개념의 제품이 유럽과 미국 등지에서 속속 등장했다(플라이클라이, 엘렉트론휠, 제후스 등). 

모든 부품이 바퀴 하나에 다 들어있다고 해서 올인원(all in one)으로 불리는 이런 키트는 혁신적인 컨셉이기는 하지만 실제 양산모델은 성능과 완성도, 가격 등에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코펜하겐 휠이 시제품을 내놓은 지 6년만에 양산한 것도 그렇고 아직까지 크게 보급되지 않은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그런데 국내 업체가 완성도를 크게 높인 올인원 키트를 개발했다. 구미공단에서 전자제품 부품을 생산하는 ㈜에이치엔이가 내놓은 이-런휠(e-RUN WHEEL)이 그 주인공으로 이미 2017년부터 시판 중이다. 개인적으로도 올인원 키트에 관심이 많아 평소 타는 26인치 하드테일 MTB에 이-런휠을 끼우고 며칠 간 테스트를 해보았다. 

현재는 볼트 체결방식이고, 오른쪽 고무 커버를 벗겨내고 충전하면 된다
폭 135㎜의 표준 드롭아웃이면 다 맞는다

장착 – 구조 간단하지만 QR 아쉬워
이-런휠은 QR이 아니라 볼트 체결 방식이다. 바퀴가 끼워지는 드롭아웃의 폭이 표준인 135㎜이고, 휠 사이즈가 20인치 이상이면 모두 맞는다. QR 방식이 아니어서 장착이 다소 번거롭지만 누구나 할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한 작업이다.  

원래는 싱글기어 기준으로 제작되어 뒷 변속기가 있을 경우 이-런휠에 달린 스프라켓에 체인을 건 다음 변속기를 조작하면 체인이 빠지므로 주의해야 한다. 처음에는 이 점이 적응하기 어려웠는데 한동안 머릿속으로 ‘뒷 변속기를 조작하면 안된다’고 자기암시를 걸어야 했다. 대신 앞 3단의 변속기는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어 라이딩 재미를 더해주었다. 

한 가지 문제는, 뒷 변속기가 달려 있으면 디레일러 풀리 때문에 이-런휠 내부에 있는 배터리의 탈착이 어렵다는 것이다. 배터리를 따로 빼내서 충전하기보다는 자전거를 통째로 옮겨서 충전하면 되지만 충전환경에 따라서는 다소 불편할 수도 있겠다.
어쨌든 10분 정도의 작업으로 나의 26인치 하드테일은 전기자전거로 변신했다. 필요한 공구는 작은 몽키스패너 하나만 있으면 되었다. 얼핏 보기에 뒤 허브가 두터워졌을 뿐 전기자전거로 알아보기가 쉽지 않다. 복잡한 전선과 컨트롤러가 없으니 전자제품 같은 일반 전기자전거와 확실히 차별화된다.       
  

주행 – 저소음, 부드러운 주행감 
본체 3.6kg, 배터리 1kg으로 총무게는 4.6kg. 이는 림의 무게도 포함한 것이어서 자전거에 끼운 상태에서도 총무게는 15kg 정도로 큰 부담이 없다. 완성차로 나오는 일반 전기자전거보다 훨씬 가벼운 편이다.
컨트롤러가 따로 없어 시스템을 어떻게 켜고 끄는지 궁금했는데 방법이 기발하다. 페달을 뒤쪽으로 빠르게 회전시키면 켜지고, 다시 돌리면 꺼지는 식이다. 급출발 방지 장치가 있어 출발 후에 아주 부드럽게 PAS가 작동해 이질감을 최소화했다. 

평지에서는 무게감이 별로 없어 끈 상태로도 부담이 크지 않은데, 일단 PAS를 켜면 쑥쑥 치고 나간다. 작동이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러우며 소음도 적다. 어시스트 강도가 높아서인지 시속 25km까지 꾸준히 도와줘 때로는 페달링 속도를 앞지른다. 한번 충전으로 평지에서는 40km 정도를 너끈히 달렸고, 경사도 6% 길이 1km의 업힐도 가뿐하다. 언덕에서 힘이 부족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330와트 모터는 여유 있게 밀어주었다. 

시속 25km를 넘어서면 PAS는 작동을 멈춘다. 평지에서는 PAS를 끄고 달려도 무리가 없어 요령껏 타면 50km 이상도 충분히 달릴 수 있을 것이다. 
충전은 배터리를 빼서 충전거치대에 끼우거나, 배터리를 그대로 둔 상태로 바퀴축에 있는 충전단자에 충전기를 바로 연결하면 된다. 완충에 2시간반밖에 걸리지 않는 것도 큰 장점이다(보통 4시간 이상 걸린다).         

컨트롤 – 스마트폰 앱으로 OK
그렇다면 속도 표시나 PAS 강도 조절은 어떻게 해야 할까. 스마트폰에 앱만 깔면 끝이다. 구글 플레이스토어나 애플 앱스토어에서 ‘e-RUN Smart’를 검색해서 다운받으면 된다.
PAS를 켠 상태에서 블루투스를 켜고 앱을 실행하면 자동으로 인식해서 스마트폰과 이-런휠이 연결된다. 상태 모드에서는 현재속도와 최고속도, PAS 강도, 내부온도, 소모 칼로리 등이 표시되고, 설정 모드에서는 파스 강도(3단계)와 언어, 체중 등을 설정할 수 있다. 운행 경로 모드로 들어가서 스타트를 누르면, 구글지도가 실행되며 현재위치와 이동경로, 주행거리와 주행시간이 표시된다. 앱의 완성도와 내용이 대단히 충실해서 이-런휠을 개발한 엔지니어들에게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 

㈜에이치엔이는 250와트급 모델도 개발을 마무리했고 20인치 미니벨로용도 곧 선보인다. 수출시장도 뚫고 있다고 하니 국내외에서 이-런휠의 선전이 기대된다. 

전용 앱 실행 화면. 환경을 설정할 수 있고 다양하고 유익한 정보가 표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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