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M라운지’와 기획자 허준석 과장 이야기

이마트 대전터미널점 M라운지 스마트모빌리티 편집샵 오픈

“자전거가 줄어든 자리, 스마트모빌리티가 대체한다”
이마트 ‘M라운지’와 기획자 허준석 과장 이야기 

전국 이마트에 속속 들어서고 있는 M라운지는 스마트모빌리티 제품만을 전시, 판매하는 특별 공간이다. 4월 현재 12개 점포에 개설되어 있으며 전기자전거, 전동킥보드, 전동휠, 소형 전기차, 전기 오토바이, 액세서리 등을 선보이고 있고 매출도 꾸준히 늘고 있다. M라운지를 기획한 이마트 허준석 과장은 자전거와 킥보드, 스키, 서핑 등을 즐기는 만능 스포츠맨. 최일선의 유통 현장에서 트렌드를 누구보다 빨리 파악하고 미래를 예측해야 하는 그는 “일반 자전거 시장은 줄고 있지만 전기자전거와 스마트모빌리티가 그 대안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M라운지가 스마트모빌리티 보급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이마트가 국내최초, 세계 유일의 스마트모빌리티 편집샵으로 꾸민 M라운지(대전터미널점). 화사하고 밝은 미래적인 디자인의 매장에 모든 스마트모빌리티 제품을 한번에 구비하고 있고 시승도 가능하다

 

M라운지를 기획한 이마트 허준석 과장


“나, 마트에 차 사러 가!”
이마트의 홍보문구를 듣고는 귀를 의심했다. 마트에서 차를 팔다니 정말인가? 4월 13일 문을 연 이마트 대전터미널점 4층에 자리한 M라운지에 가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진짜 자동차가 떡 하니 전시되어 있다. 일반 자동차는 아니고 초소형 전기차인데, 전기차뿐만이 아니다. 전기자전거, 전동킥보드, 전동휠, 전기 오토바이, 각종 액세서리까지 최신 스마트모빌리티 제품이 한 자리에 모여 있다.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스마트모빌리티 편집샵이다. 이미 2017년 3월 영등포점을 시작으로 전국에 12군데나 오픈해 있다. 

200㎡(약 60평) 가까운 널찍한 매장의 특별한 분위기도 단연 눈길을 끈다. 벽면은 밝은 흰색으로 화사하고, 천장까지 이어지는 파란 조명선이 첨단 기술이 접목된 미래상을 보여주는 듯하다. 스마트모빌리티가 곧 미래를 선도할 개인용 이동수단이 될 것이라는 암시이면서 자신감이기도 하다. 

M라운지는 단순히 제품의 전시, 판매에만 그치지 않고 스마트모빌리티의 특성상 처음 접하는 사람도 이해가 쉽도록 시승차를 준비, 직접 체험할 수 있고 간단한 AS도 제공하는 것도 큰 장점이다. 

여기서 궁금증이 일었다. 이런 특별한 매장을 기획한 사람은 누구일까. 어떤 안목과 비전으로 스마트모빌리티만의 매장을 만든 것일까. 침체일로의 자전거시장을 대체할 것으로 기대되는 스마트모빌리티의 미래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실제 소비자 반응은 또 어떤지, 그래서 만난 사람이 허준석(이마트 스포츠 카테고리 패션레포츠 담당 바이어) 과장이다. 

자전거의 추락, 이유가 있다
서울 성수동 이마트 본사에서 허 과장을 만나 얘기를 나눈 지 10여분 만에 자전거 업계에서 16년을 일해온 50대의 기자는 30대 중반의 그에게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심각한 침체기에 든 자전거시장을 두고 다양한 원인 분석을 하고 있고 앞으로의 트렌드를 애써 짚어보려고 하지만 의견만 분분할 뿐 업계 모두가 당황하고 있는 이 때, 이 젊은 바이어는 모든 것을 정확히 꿰뚫고 있었고 또 그것을 명확하고 논리적인 언어로 표현해냈다. 기자 생활 27년만에 이렇게 스마트하고 자신감 넘치는 젊은이는 처음 본다. 

먼저 M라운지를 기획한 의도와 배경을 물었다. 시장이 채 형성되기 전에 이런 매장을 기획하고 실현한다는 것은 이 분야에 대한 깊은 이해와 예리한 트렌드 분석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것도 개인 샵이 아니라 이마트 같은 대기업에서 전례가 없는 편집전시관을 오픈하는 것은 개인적인 역량은 물론이고 조직 내에서의 경륜과 신임이 없어도 어렵다. 허 과장은 마치 모범답안을 준비한 듯 청산유수 같은 답변을 내놓는다.

“요즘 사람들의 레포츠 트렌드가 급변하고 있어요. 특히 야외에서 즐기는 아웃도어는 자전거를 포함해서 계속 시장이 줄고 있습니다. 제가 볼 때 거시적인 것과 미시적인 두 가지 측면의 트렌드가 있어요. 우선 거시적으로 보자면,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 자체가 이제는 밖에 잘 나가지 않아요. 사람들이 점점 아웃도어를 떠나 실내로 향하고 있어요. 자전거를 포함해 등산, 캠핑 등 야외에서 이뤄지는 모든 레포츠가 줄고 있고, 대신 실내에서 하는 수영이나 피트니스 쪽으로 몰리고 있습니다. 물론 미세먼지 같은 요인도 크지요.”

뉴욕 나이키 매장에서 덩크를 하는 외계인 에어조던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어 만든 미래적 분위기의 마네킹


자전거의 하락세가 특별히 심각한 이유는 뭘까. 
“자전거의 하락세가 특별히 심각한 이유는 뭘까.  자전거는 레저형과 생활형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는 기형적으로 레저형이 시장을 이끌어 왔어요. 해외는 자전거가 일상생활의 이동수단으로 너무나 보편화되고 인프라도 잘 되어 있어서 생활형이 주력이잖아요. 반면 우리나라는 대중교통이 매우 잘 되어 있고 이 분야에 종사하는 인구도 많은데다 자동차와 자동차 산업을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있어서 일상생활에서 자전거 활성화가 안 되고 있다고 봅니다.”
레저형 자전거가 시장을 선도해왔지만 사람들이 더 이상 아웃도어를 선호하지 않고 과시적인 소비도 줄어들었다고 한다. 때문에 기종 변경도 잘 하지 않아서 자전거가 팔리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자전거를 예로 들었지만 허 과장에 따르면 등산, 캠핑 등 모든 아웃도어 시장이 어렵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자전거를 포함한 휠스포츠의 하락세가 가장 심각하다고. 그가 말하는 ‘합리적인 소비’ 트렌드란 무슨 뜻일까.
“노브랜드가 대표적인 사례지요. 예전에는 저렴한 노브랜드는 일부러 숨기려고 했지만 지금은 자랑이 됐어요. 품질은 괜찮고 값은 싼, 노브랜드 제품을 구매한다는 것은 그만큼 합리적인 소비를 하는 스마트 소비자라는 자부심을 드러내는 겁니다.”
합리적인 소비 경향은 고급 자전거가 잘 팔리지 않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하드코어 동호인들을 중심으로 한 고급 자전거 시장이 있기는 하지만 그 규모가 너무 작고, 추가 유입도 더 이상 되지 않고 있어 트렌드를 리드하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자전거를 비롯, 바퀴를 이용한 휠스포츠 모든 분야가 지고 있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초소형 전기차도 M라운지에서 구입할 수 있다
전기자전거
전동휠

 

아웃도어 기피, 개인 운동 선호
아웃도어를 기피하는 트렌드는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아웃도어 기피와 동시에 스포츠가 개인화 되고 있어요. 단체로 어울려서 하는 팀스포츠보다는 혼자 하는 운동을 선호하는 트렌드가 뚜렷해서 여럿이 함께하는 팀스포츠 구기 용품 시장도 다 망가졌어요. 이제 운동은 자신을 가꾸고 큰 비용을 들이지 않는 활동이 되었어요.”
‘개인화’는 기자도 미처 생각지 못했던 것으로, 동호회 위주로 움직이는 자전거 문화 역시 개인화 트렌드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이제 허 과장은 스마트모빌리티를 미래의 대안으로 판단한 이유를 설명한다. 그는 탁자에 놓여 있던 자신의 스마트폰을 집어들었다.

“최근에 가장 큰 히트작은 스마트폰입니다. 스마트폰은 등장한 지 불과 10년만에 사람들의 삶을 바꿔놨어요. 상품 기획자 입장에서 가장 보람 있고 또 꿈이라면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보다 편리하게) 바꿔주는 겁니다. 사회적 동물인 사람에게는 기본적으로 의사소통과 이동에 대한 욕구가 있어요. 의사소통은 스마트폰이 멋지게 해결해주었지요. 이동 역시 패러다임 시프트가 일어나 사람들의 일상을 바꿀 거라고 봅니다. 큰 비용과 시간을 들이지 않고 이동수단을 겸해 바이오칩과 자율주행을 포함하고, 공유경제 사회와 개인이 맞물리면서 스마트모빌리티가 각광받게 될 겁니다.”

그가 꼽은 거시적인 이유는 인간 본성을 관통하는 인문학적 이해까지 담고 있다. 인간에게는 소통과 이동에 대한  본능이 있다는 표현은 특별한 통찰이다. 합리적인 소비, 아웃도어 기피, 개인화 등이 그가 든 거시적인 트렌드라면, 미시적인 측면은 그의 개인적인 경험에서 유래한다.

전동킥보드의 재발견 
“전기자전거와 전동킥보드를 타고 출퇴근하면서 문제점은 없는지 체크해봤는데 현실적으로 전동킥보드가 훨씬 유용하더군요. 집에 보관하기 좋고 충전도 편해서 가까운 거리는 이보다 편한 게 없다고 생각해요. 시장의 트렌드도 그쪽으로 가고 있어서 상품기획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의 예상대로 M라운지의 매출 비중은 전동킥보드가 30~40%로 가장 많고, 그 다음이 전기자전거(15~20%), 기타 액세서리 등이다. 초소형전기차는 가격이 비싸 소량 팔려도 매출액 비중이 큰데, 초소형전기차를 제외하면 전동킥보드가 50%에 달한다.

“처음에는 전기자전거의 가능성에 주목해서 전기자전거의 제도화에 노력했고 전기자전거가 시장을 선도할 것이라고 봤는데 반대로 시장의 미시적인 흐름은 전동킥보드였던 거지요.”
자전거와 전동킥보드는 업무 측면도 있지만 그보다는 자신이 좋아서 탄다고 했다.
“제가 어렸을 때부터 스포츠를 무척 좋아했거든요. 지금도 스키, 자전거, 서핑을 특히 좋아합니다.”
 

스마트모빌리티에 최적화된 헬멧을 갖추고 있다. 블루투스 통신이 되는 비트인(맨위)과 접이식 모퍼(맨아래) 헬멧도 보인다
이륜과 삼륜 전기 오토바이도 갖추고 있다. 사진은 대풍자동차의 프리티 1
카울을 씌운 대풍자동차의 전기 삼륜차 에코이브이 DE101
미캐닉이 상주해 기본적인 정비 서비스도 제공한다
천장까지 이어지는 네온 불빛 선이 미래적인 느낌을 더해준다


 “개인 이동수단의 혁명”
허 과장의 손으로 이뤄지는 연간 구매액은 500억원에 달한다. 그 중 자전거, 킥보드, 인라인 등 바퀴가 달린 ‘휠스포츠’ 부문이 20% 이상을 차지했다. 2010~2011년에는 자전거만 200억원에 달할 정도로 전성기를 누렸지만 이후 하락세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해외 전시회를 다니면서 허 과장은 선진국은 이미 전동 이동수단으로 완전히 탈바꿈한 것을 간파했다. 하지만 국내는 법규도 미비하고 가격도 비싼데다 시장이 형성되지 않아 기회만 보고 있었다. 그러다 2016년 샤오미가 내놓은 전기자전거(윤바이크)를 보고는 무릎을 쳤다. 더 늦기 전에 이제는 나서야할 때라는 확신이 든 것이다. 그래서 전기자전거(테일지 에볼루션, 84만8000원)를 기획해 광고 없이 1000대를 완판하는 실적을 올렸고, 이후 전동킥보드, 전동휠로 범위를 넓혀가면서 스마트모빌리티에 대해 확신을 갖게 된다. 줄어든 자전거 시장은 스마트모빌리티로 보완은 물론,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을 수 있겠다고 본 것이다. 

“그러면 스마트모빌리티 제품만 모아서 소비자들에게 소개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된 겁니다. 16년말부터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가 17년 3월 영등포점에 처음으로 1호점을 냈어요.”
회사 내부에서 자신의 기획안을 설득할 때 이런 이유를 들면 공감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고 했다. 합리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이라면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스마트모빌리티 시대가 온다는 것을 확신할 수밖에 없다고 그는 거듭 강조했다.
M라운지는 ‘Mobility Lounge’를 뜻하는데 실제로는 스마트모빌리티를 말하며, “차세대 친환경 모빌리티의 대중화를 선도합니다”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있다. 이 역시 그의 작품이다. 

테마는 전기자전거, 각종 전동휠, 이륜차와 삼륜차를 포함한 전기 오토바이, 전기자동차, 각종 액세서리와 IoT 용품을 위주로 하고, 쇼핑환경에 체험과 서비스(AS)를 더하는 체제를 갖췄다. 4월 현재 12곳인 M라운지는 올해 안에 15곳으로 늘어날 예정이다. 모든 이마트 매장마다 있는 것은 아니고 대도시 기준 1~2곳 체제를 갖출 방침이다. 허 과장이 워낙 많은 업체를 만나고 다녔고 또 성과도 있어서 업계에서는 이미 잘 알려져 있고, 관심 있는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서서히 입소문을 타고 있다.
M라운지의 장점 중 하나인 ‘체험’도 그가 강력하게 내세우는 장점이다. 본지가 주최한 스마트모빌리티 전시회(코빌)를 참관했다는 그는 “이런 제품은 사람들이 반드시 타봐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면서 M라운지에도 이를 적극 도입해 매장 내에 동선을 만들어 제품 시승이 가능하게 했다. 시승 동선은 코빌의 시증장 도안을 참조했다고.
매장 오픈 후 고객 반응은 매우 좋았다고 한다. 일단 한번에 모든 스마트모빌리티 제품을 볼 수 있어 흥미로워했고, 직접 타볼 수 있어 체험의 즐거움까지 더해줬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도 이런 매장은 우리가 처음입니다. 온라인으로 거래되거나 가전매장의 한켠에 있던 것을 제도권 매장으로 수용해서 독립적으로 꾸민 건데, 소비자 입장에서는 안전과 품질이 검증된 제품을 직접 체험해보고 구매할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이지요.” 

트렌드 파악 노하우
해외에서 열리는 유명 전시회와 새로 오픈한 최신 편집샵을 참관하며 트렌드를 파악하는 것도 그의 업무 중 하나다. 그의 입에서 유로바이크, 타이베이쇼 등등이 쏟아질 때는 자전거 업계 관계자나 전문가 아닌가 싶다. 자전거 외에 모터쇼, 아웃도어 쇼, 모터사이클 쇼도 보러 다닌다.
“전시회도 많이 다니지만 우리보다 앞선 나라의 핫플레이스, 트렌디한 장소를 가보고 그들의 트렌드를 직접 느껴보려고 노력합니다. 후배들에게도 해외출장 가면 한 곳만 보지 말고 우리보다 삶의 방식이 앞선 도시의 하나하나를 그냥 느껴보라고 말합니다.” 

좋은 제품을 골라내는 것이 직업인 ‘바이어’이기 때문에 업계 관계자도 수없이 만나고 있는데 이 역시 트렌드 파악에 큰 도움이 된다. 업계 관계자 이름도 줄줄이 외는 데는 기자조차 두 손을 들 지경이다. 자전거 시장 동향에도 밝아서 전기자전거의 법제화 내용 등도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 대규모 마트에서 여는 편집샵인 만큼 법테두리를 만족시켜야 하기 때문에 관련 법령도 치밀하게 살핀다고 한다.
“이 때문에 M라운지에 들어올 수 있는 제품이 제한되는 것이 좀 안타까워요. 전기자전거라면 법적으로 자전거로 인정받는 조건을 갖춘 제품만을 취급하고 있고, 전동킥보드도 출력이 너무 강한 제품은 제외하고 가장 대중적인 상품만 취급하고 있거든요.” 

또 하나, 이마트에 입점하려면 수수료를 포함해서 가격경쟁력이 있어야 하고 회사에 스마트한 시스템이 갖춰져 있어야 하는데 영세한 업체에서는 이 기준을 맞추는 것이 쉽지 않다. 이런 이유로 M라운지에 입점하고 있는 브랜드는 아직 얼마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허 과장은 계속 새로운 업체, 새로운 제품을 찾고 있다. 업체 입장에서 문턱이 너무 높지 않은지 어떻게 접촉해야 하는지 걱정이라면 언제든지 메일이나 온라인으로 상담 신청을 하면 된다.

전기자전거와 잘 어울리는 가방 제품
스마트모빌리티 용 액세서리와 IoT 용품도 판매한다


전기 오토바이와 초소형 전기차에도 주목
스마트모빌리티의 범주에 들면서 가장 비싸고 덩치가 ‘큰’ 초소형 전기차의 미래에 대해서도 그는 낙관적인 비전을 가지고 있었다. 도심형 이동수단으로 자동차보다 훨씬 편리하고 장점이 많다고 보기 때문이다. 보조금 혜택이 있어 구매 문턱이 낮은 것도 큰 메리트다. 당장 인터뷰 다음날 베이징 모터쇼를 보러 간다며 “전기차도 매력적인 시장이라 스펀지처럼 많이 정보를 흡수하고 있다”고.
마지막으로 업계에 몸담은 사람으로서 자전거 시장을 어떻게 보는지 그의 예리한 트렌드 분석능력을 물었다. 이미 알고 있고 예상한 것이지만 그의 대답은 역시 충격적이었다.
“저희끼리 하는 얘기로 솔직히 답이 없어요…. 계속 줄어들 겁니다.”

답이 없다는 것은 앞으로도 호전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고 뾰족한 대책도 없다는 뜻일 것이다. 그러나 뜻밖의 계기가 생길지도 모를 일이다. 미세먼지가 사라지고 자전거에서 기술적, 문화적으로 새로운 혁신이 일어나면 언제든 부흥할 수 있지 않을까. 일단은 전기자전거를 비롯한 스마트모빌리티가 자전거의 빈자리를 채워줄 수 있다는 가능성에서 위안을 얻어야 할 것 같다.
“해외는 이미 전기자전거와 스마트모빌리티가 일반 자전거시장을 많이 보완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그 방향으로 갈 겁니다.”

이를 업계에서 기회로 맞기 위해서는 ‘자전거’의 범위를 너무 좁게 가져가서는 곤란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급변하는 이 시대에 변치 않는 뭔가처럼 고집스럽게 쥐고 있어서는 개인도, 업체도 시대에 뒤지는 것은 물론, 시대가 주는 즐거움과 편리를 누릴 수 없게 될 것이다. 

국내최대의 대형매장, 이마트의 엘리트 바이어는 자신이 그러하듯 ‘트렌드 추이의 파악과 예측’을 시종일관 강조했다.  그는 인터뷰 내내 표정이 밝고 행복해 보였다. 대학에서는 경영학을 전공했지만 자신이 좋아하고 잘 하는 일을 직업으로 가진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여유와 즐거움이었다. 스스로도 “제가 다루는 제품 하나하나가 좋아하는 것이고, 취미를 일로 하고 있으니 정말 복 받은 거죠”라고 자인했다. 그 연장선상에서 M라운지도 이제 막 걸음마를 뗀 국내 스마트모빌리티 시장을 활기차게 견인해 나갈 것 같은 확신이 들었다. 

바이어는 유통업계의 꽃이라고 한다. 상품도 개발하지만 매장 포맷, 비즈니스 모델도 만들어야 해서 기업의 모든 조직은 어떻게 보면 바이어를 지원하는 조직일 수도 있다. 회사의 든든한 신뢰와 지원을 등에 업고 있고 누구보다 트렌드 파악에 민감하며 추진력과 성취욕 또한 왕성한 그는 바이어의 진면목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추락하는 자전거시장의 민낯을 들춰줘 한편 고맙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슬프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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