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SHORTCUTS(정도로 가라)!”
영원그룹의 스캇(SCOTT) 인수, 그 비하인드 스토리와 현재

 

불과 2년전 이맘때, 국내 자전거시장에 흥미로운 뉴스가 전해졌다. 노스페이스(The North face), 골드윈(Goldwin) 등으로 국내 아웃도어 시장에서도 친숙한 영원그룹이 세계적인 완성차 브랜드 스캇을 인수한다는 소식이 그것이다. 영원그룹이 스캇을 인수하기까지 물밑에서는 과연 어떤 일이 있었는지 또, 스캇을 품게 된 영원그룹은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 것인지를 살펴본다
글 최웅섭 팀장  사진 최웅섭 팀장/스캇노스아시아 제공

 

 

근래의 국내 자전거시장 상황을 살펴보면, 21세기에 접어들어 자전거인구는 지속적으로 증가세를 보여 왔다. 정책적인 자전거 이용 장려, 4대강과 하천변을 중심으로 조성된 자전거도로 등을 바탕으로 성숙기에 접어든 시장은 2010년을 전후로 전에 없던 전성기를 구가하게 되었다. 
자연스레 많은 자전거 메이커들이 한국시장에 관심을 보이게 됨과 동시에 국내 소비자들의 시야도 점차 세계의 고급 브랜드로 넓어져 가는 것은 당연한 일. 스캇은 그 중에서도 꾸준한 인기와 성적을 바탕으로 국내 소비자들의 선호도를 독차지하는 브랜드였다.

 

갑작스러운 인수소식… “아니, 대체 왜?”
스캇의 역사는 1958년으로 거슬러 오른다. 미국 아이다호의 스키 선수이자 엔지니어인 에드 스캇(Ed Scott)이 최초로 알루미늄 스키폴을 개발해 그때까지 사용되던 철제나 대나무 폴을 대체하게 된다. 이후 스키부츠와 모터크로스용 부츠, 고글 등도 선보인다. 
1986년부터는 산악자전거를 생산했고 1989년에는 최초로 U바 타입의 에어로 핸들바를 개발해 그해 그레그 레몽드(Greg Lemond)가 투르 드 프랑스에서 우승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이후 자전거가 주력 사업으로 떠오르면서 모든 장르로 영역을 넓혀간다. 특히 혁신적인 기술과 경량화에 발군의 능력을 발휘해 2001년에는 세계 최경량 로드 프레임(팀 이슈)을, 2005년에는 세계 최경량 트라이애슬론 바이크(PLASMA)를, 2007에는 세계 최경량 풀서스펜션을 내놓아 세상을 놀라게 했다. 
스캇은 스위스 연구소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과거 하이로드 팀이나 2016년을 마지막으로 해체한 IAM 사이클링팀, 현재의 오리카-스캇 까지 쟁쟁한 스폰서십 경력도 자랑한다. 이 팀들은 스캇의 자전거를 타고 수많은 포디엄에 올라 스캇의 성능과 신뢰성을 입증했다. 
이처럼 화려하고 훌륭한 역사를 가진 스캇이 2015년 돌연 영원그룹에 인수된다는 소식을 밝혔다. 물론 그 전에도 20%의 적지 않은 지분에 영원그룹의 투자가 있었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었지만, 이는 뉴스의 서막에 불과했던 것이다. 기존 20%의 지분에 30.1%를 더한 50.1%의 지분으로 영원그룹은 스캇의 대주주가 되었다. 그때 많은 자전거인들은 이런 생각을 했다. 
“아니, 대체 왜?”

 

스캇-영원의 신뢰관계, 내부자들은 알고 있었다
영원그룹의 스캇 인수는 사실 ‘내부자들’의 입장에서 볼 때 그렇게 놀랄만한 사건은 아니었다고 한다. 스캇과 영원그룹이 오래 전부터 서로에 대한 신뢰의 내실을 탄탄히 다져왔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
영원그룹산하의 영원아웃도어는 국내 아웃도어 시장의 선두를 달리고 있는 탄탄한 기업이다. 물론 그런 위치까지 영원아웃도어를 견인한 ‘노스페이스’나, 영원무역의 ‘타키’ 등 여러 브랜드가 있지만 사실 영원그룹을 지탱하고 있는 것은 OEM수출사업으로, 영원그룹의 현재를 일궈낸 주춧돌이다. 
한편, 스캇은 과거부터 자전거와 자전거 의류 외에 동계 스포츠 용품과 의류 등 자전거뿐 아니라 다양한 의류 사업을 펼치고 있었다. 이러한 의류사업의 큰 파트너는 바로 영원이었던 것이다. 스캇의 많은 의류는 영원무역의 OEM수출사업을 통해 생산되었고, 스캇과 영원은 이러한 배경으로 일찍이 서로에 대한 신뢰의 발판을 다질 수 있었다.

스캇코리아(現 스캇노스아시아)의 발족 배경
그러던 중, 스캇의 국내 수입사가 돌연 사업을 포기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스캇은 국내에서 많은 인기를 끌고 있어서 수입사의 철수가 아이러니하게 느껴질 정도였지만, 졸지에 한국 공급선이 막힌 스캇은 난관에 봉착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스캇의 비아트(Beat) 사장은 직접 내한하여 유통방법을 찾기 시작했고, 이에 많은 기업들이 스캇의 공급권을 따내기 위해 몰려들게 된다. 하지만 비아트 사장은 이미 높은 신뢰관계로 다져진 영원무역이 맡아주기를 원했고, 영원무역 성기학 회장 역시 이에 호응해 탄생한 것이 합작법인인 ‘스캇코리아’(현재는 동북아시아를 아우르는 ‘스캇노스아시아’로 변경)다. 
하지만 영원은 기존에 자전거 관련 사업이 없어 인프라가 전무하다시피 했다. 결국 2011년 시즌의 스캇 신제품은 국내에 유통되지 못하는 공백기가 생기고 말았다. 이런 공백기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비아트 사장이 영원무역을 파트너로 선택한 이유는 오로지 서로에 대한 신뢰라는 밑그림이 짙게 깔려있었기 때문이었다.

스캇의 비아트(Beat Zaugg) 사장

 

영원그룹, 이제는 스캇의 대주주로
이렇게 스캇과 영원그룹은 더욱 폭넓은 관계를 갖게 되었다. 자전거는 아웃도어를 선도적으로 이끌어나가고 있는 영원에게 썩 괜찮은 아이템이었다. 당시 자전거 시장은 꾸준히 성장하던 시기여서 영원무역은 스캇의 행보를 좀 더 유심히 지켜보게 된다. 
사실 범세계적인 자전거시장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스캇의 경영 상태는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었다. 근본적으로 자금유통에 어려움이 있던 스캇의 사정을 알게 된 영원은 2013년 스캇의 지분 20%에 대한 지분참여를 통해 스캇의 자금유통을 원활하게 하는데 기여했고, 이는 결국 2015년 영원이 30.01%의 지분을 추가로 사들여 스캇의 대주주로 우뚝 서는 초석이 되었다.

스캇, ‘토탈 스포츠 그룹’으로의 첫걸음
이렇게 스캇의 대주주가 된 영원. 앞서 말했듯 두 회사 사이에는 끈끈한 신뢰가 자리하고 있다. 게다가 자금력에 숨통이 트이니 스캇의 발걸음은 종전보다 훨씬 가벼워지게 된다.
이는 적극적인 사세확장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기존의 자전거와 자전거 의류, 동계스포츠 용품 및 의류 등을 생산하던 스캇이 2015년 이후로 호주의 자전거 브랜드인 ‘아반티’와 독일 자전거 브랜드인 ‘베르가몬트’를 인수한 것. 스캇은 영원의 자금력을 등에 업고 기존 스캇의 고급자전거와 아반티의 중저가 자전거, 베르가몬트가 강세를 보이는 전기자전거까지 폭넓은 라인업을 갖춰 향후 종합스포츠그룹으로 성장할 포석을 놓았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공격적인 투자로 인해 차입금, 재고자산 증가 등의 문제를 우려했지만, 스캇은 불황에 찌든 전세계 시장에서도 타 브랜드 대비 크게 선전하며 그 안정성에 흔들림이 없음을 자랑했다.

▲ 스캇 사업부의 송우주 상무

 

국내 소비자가 기대했던 것
스캇이 영원무역의 소유가 되면서 국내 소비자들은 들뜬 기분이 되기도,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가장 대표적인 반응중 하나는 “스캇 인수 이후, 국내 시장에서 조금 더 저렴한 가격에 만나볼 수 있지 않겠느냐”는 기초적인 의문이었는데, 여기에 대해 스캇의 송우주 상무에게서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스캇은 오랫동안 대중의 인기를 끌어온 브랜드다. 그렇게 인기를 끈 배경이 무엇이겠나. 당연히 높은 품질과 끊임없는 연구개발이 실제 대회에서도 성적을 내기 때문이다. 그런 인기를 바탕으로 지금은 전세계에 공급되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다. 스캇은 200개국 가까이 되는 전세계 시장 한곳 한곳에서 합리적인 가격을 책정하고 있다. 국내 소비자들의 가격 부담이 어느 정도인지 잘 알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전세계에서 어느 정도 평준화를 이룬 가격을 국내에만 저렴하게 책정하는 것은 오히려 불합리할 수 있다.” 
송상무의 이런 답변은 가격인하라는 막연한 바람을 가졌던 소비자 입장에서는 안타까운 소식이겠지만, 반대로 스캇의 대주주로서 전세계에서 활약하고 있는 스캇의 발목을 잡지 않겠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실제로 스캇은 대대적인 마케팅을 진행하지 않으면서도 꾸준한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브랜드이니 만큼, 이런 긍정적인 이미지를 영속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국내 소비자들의 기호에 맞추겠다는 포부도 함께 밝혔다. 송상무의 부연설명이다. 
“2017년은 좀 더 다양한 소비자 친화적인 서비스를 기획중이다. 자전거의 소모품, 예를 들면 행어나 시트클램프 등 프레임에 포함된 아이템들의 구매가격을 최소화 시켜 소비자의 부담을 줄일 예정이다. 또 현재 대구시청 여자사이클팀의 후원을 유지하면서 음성군청과 MCT 팀인 RED에도 후원이 예정되어있다.” 

 

‘NO SHORTCUTS, 정도로 가라’
스캇의 메인 슬로건은 ‘NO SHORTCUTS.’ 직역하면 ‘지름길은 없다’이지만 원문의 뉘앙스는 ‘정도로 가라’에 가깝다. 일맥상통하는 말이기도 하지만, 스캇의 경영은 지름길이 없다기보다, 잔머리를 굴리는 지름길을 피해 고집스럽게 정도만을 고집한 모양새다. 
1958년, 스키폴로 시작한 회사가 지금은 자전거로 전세계에 이름을 알리기까지, 그 발전의 이면에는 여타 브랜드와 같은 휘황찬란한 마케팅 기교 따위는 없었다. 오로지 꾸준한 연구 개발이 뒷받침되었고 그것이 훌륭한 성과를 내준 것일 뿐. 
스캇 창립 60주년을 한 해 앞둔 2017년이다. 국내 자전거 시장은 영원이라는 날개를 단 스캇이 혁신적인 제품과 마케팅 능력으로 업계를 선도하는 한 해가 될 것 같다.  

 ㈜스캇노스아시아 1544-3603 www.scott-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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