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작정 모터에만 의지하지 말자
전기자전거라고 해서 전기로만 달리라는 법은 없다. 전력이라는 요소가 추가되었지만, 이것은 여전히 자전거라고 불리는 사람의 힘이 필요한 탈것이다. 이번호에서는 전기자전거를 어떻게 타야  체력과 전력을 아끼고 효율적으로 주행할 수 있는지 알아본다

예민수 벨로스타 대표 yesu65@naver.com

 

수동 자동차가 오토(자동)보다 연비가 좋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초보가 변속 감각 없이 운행하면 자동보다 연비가 더 나쁘게 나올 수 있다. 필자는 불편을 감수하고 연비 좋다는 수동 자동차를 타는데 일부에서는 수동이 오토보다 연비가 더 나쁘다고 단정적으로 말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질문에 답은 하나다. 수동 자동차를 타면서 변속을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같은 재료지만 주방장의 실력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질 수 있듯이 같은 용량의 에너지를 라이더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진다. 이번호에서는 효율적인 전기자전거 운행 방법을 알아보자. 

타는 사람의 요령에 따라 다르다
같은 전기자전거를 타도 라이더에 따라 실제 성능과 라이딩 효율은 천차만별이다. 
일전에 한 고객이 “60~70대의 전기자전거가 함께 달리는 모임에서 유난히 내 모터만 전기를 많이 먹는다. 같은 거리를 달렸는데 다른 사람은 배터리가 반 이상 남고 나만 배터리를 갈아야 한다. 이런 상황이라면 모터에 이상이 있는 것 아닌가?” 라며 검사 의뢰를 맡긴 적이 있었다. 해당 고객의 자전거와 같은 시점에 조립된 자전거를 비교·검사 해보니 모터와 배터리의 성능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그렇다면 대체 왜 그 고객의 배터리가 유난히 빨리 소모되었던 것일까?
이런 경우, 성능에 이상이 없다면 문제는 위에서 말했듯이 원활한 변속이 이루어지지 않았거나 모터의 동력만을 이용한 페달링을 했기 때문이다. 그 고객은 일행과 함께 호흡을 맞춰가며 페달링을 했다고 하지만 크랭크를 돌리는 페달링이라고 다 같은 페달링일까? 당연히 아니다.

모터의 회전속도와 케이던스
모터의 회전수를 앞지를 정도로 빠른 케이던스 페달링을 하는 사람은 출발이나 오르막 등 힘이 부족할 때는 모터가 지원하지만, 실제 평지 등 일반적인 도로주행 시에는 전력소모가 0W에 가깝다.
그런데 모터의 회전속도 이하의 토크 페달링으로 주행하면 실제로 다리 힘이 주행에 필요한 동력으로 쉽게 전환되는 듯 하지만 모터의 힘도 그만큼 많이 소모하게 되고 체력이 쉽게 고갈된다. 그렇게 체력이 고갈되면(혹은 원래 라이더의 파워가 약한 경우) 결국 소모전력을 줄이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장기적으로는 모터의 파워만으로 라이딩을 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모터가 다리를 회전시키는 꼴이다. 이런 경우 긴 오르막 등 과부하가 걸리는 시점에서 역시 소모전력이 급격히 올라가 모터에는 당연히 피로가 누적된다. 
효율적인 전기자전거 운영은 결국 배터리와 모터의 부하를 줄여주는 적절한 페달링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페달링 중에서도 적당한 회전수를 유지하는 ‘케이던스 페달링’이 중요하다. 전기자전거는 라이더의 다리와 모터, 배터리, 제어장치가 함께 호흡하며 자전거 주행을 서로 돕는 것이지, 전기의 힘만으로 가는 것이 아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편안한 라이딩을 원한다면 차라리 스쿠터를 타는 게 맞다.
필자도 전기자전거에 입문한지 10년 동안 초창기에는 거의 토크 페달링이나 할리우드 페달링(모터보다 늦게 살살 돌리거나, 뒤로 크랭크를 돌리는 행위. ‘할리우드 액션’에서 따왔다)으로 크랭크를 뒤로 돌리면서도 타고 다녔다. 처음에는 편한 것이 좋아서 모 커뮤니티에서 이런 신조어를 만들어 사용하기도 했는데, 최근에 기어비가 높아 케이던스 주행이 용이한 자전거를 장만하면서 80rpm 이상의 하이 케이던스 페달링의 재미를 만끽하고 있다. 그동안 타왔던 무거운 기어비의 파워풀한 전기자전거를 탈 때는 페달링에 여유가 없었다. 
의학적으로 무릎 관절과 운동효과 등으로 볼 때 케이던스 페달링이 더 좋지만 기존의 많은 라이더들과 전기자전거 유저들은 토크 위주의 페달링을 하고 있다. 라이더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토크위주의 페달링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주로 사용하는 기어비를 보면 확인할 수 있다. 고속주행용에 가까운 기어비를 주력으로 사용한다면 앞서 말한 것처럼 체력고갈로 인해 전력소모를 앞당기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이는 케이던스 페달링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케이던스 페달링만 잘하면 되는 것인가?
그런데 “내 자전거 내 맘대로 타면 되지, 뭔 토크니 케이던스 따지냐”고 하면 할 말이 없지만 제대로 케이던스 페달링 해보면 새로운 세상이 그 속에 있다. 
  케이던스 페달링 법을 간단히 설명하면, 분당 페달 회전수를 80rpm 이상의 높은 회전수와 낮은 부하로 가벼운 페달링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다. 그 중간에 오르막이나 내리막을 만나더라도 회전수와 부하는 유지하면서 기어변속만으로 주행하는 것이 케이던스 주행이다.     
케이던스 주행은 전력소모에도, 체력유지에도 유익하다. 전기자전거의 PAS 단계를 가장 낮게 하더라도 주행이 편하고 전력효율도 월등히 높아지는 것을 디스플레이를 통해 확인할 수도 있다.

모터의 회전수는 높고 부하가 낮을수록 좋다
요즘 사용되는 모든 전기자전거는 대부분 브러쉬리스 직류모터(BLDC)로 회전자가 영구자석이고 외부자석이 전자석이라 회전자에 전기를 공급하는 브러쉬가 없다. 
모터가 작동할 때 모터의 회전이 낮은 rpm에 과부하로 돌아가느냐, 효율이 좋은 2000rpm을 유지하면서 저부하로 돌아가느냐의 문제다. 같은 속도를 내는데 rpm을 낮추고 부하를 많이 주면서 운행하면 전기를 더 많이 사용하게 된다.  
이는 자동차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최고토크와 효율적인 rpm 구간이 엔진마다 달라서 최고토크 구간에서 변속을 잘 활용하면 연비향상에 도움이 된다.

와트미터(파워미터)는 폼이 아니다
요즘은 크랭크 구동방식의 전기자전거에 많이 장착되는 와트미터기로 순간소모전력 등 전력량을 수시로 체크할 수 있다. 폼으로 달아 놓은 것이 아니라 가장 효율적으로 변속하고 페달링 하라고 비용을 들여서 넣은 기능이다. 같은 속도에서도 부하에 맞는 기어비를 잘 맞추면 전력소모가 줄어드는 것을 실시간으로 수치로 확인할 수 있다.  
변속이 귀찮다고 늘 고단기어(9, 10단)만 사용하면 평지만 타는데도 배터리 효율이 낮고 주행거리가 별로 길지 않다. 본인은 페달링을 열심히 하는데도 전력소모는 심하다.
전기자전거를 제대로 타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모터 속도보다 내 페달링이 빨라야 전기를 덜 사용하게 된다. 모터 속도 뒤에 페달링을 아무리 해봐야 헛발질이고 그것은 에너지 절약이나 속도향상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페달링을 제대로 해보면 점점 전기가 절약되는 솔솔한 재미가 있다. 때로는 편하게 타더라도 평소엔 전기자전거도 역시 자전거라는 것을 생각하면서 자신의 힘을 보태서 타면, 그 속에 여태 몰랐던 또 하나의 즐거움이 있다.

저작권자 © 자전거생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