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널모빌리티] 100년 전부터  시작된 역사,  이제야 꽃피우다

퍼스널 모빌리티(PM)의 어제와 오늘
개인용 이동수단인 퍼스널 모빌리티(PM)는 이미 100년 전에 기본적인 형태가 등장했다. 90년대 중반에 전기모터를 사용한 제품이 선보였으며 국내에는 2001년부터 전기자전거, 전동킥보드, 전동스쿠터들이 출시되었다. 최근에는 가볍고 효율이 좋은 리튬배터리 덕분에 작고 가벼운 제품이 쏟아져 PM의 시대가 활짝 열리고 있다 
글·사진 양해룡(이브이샵 대표)

 

 

수년전부터 주위에 전동킥보드, 전동휠, 전기자전거가 간간이 보이더니 요즘은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제품들이 되었다. 이런 제품들을 퍼스널 모빌리티(Personal mobility) 또는 스마트 모빌리티(Smart mobility)라고 칭하고 약자로 PM(피엠) 이라고 부른다. 
말 그대로 개인용 이동수단을 지칭하면서 석유에너지가 아닌 친환경 전기에너지를 동력으로 사용하는 제품들을 의미한다. 독자들 중에는 PM 하면 군시절 사용했던 무좀약을 떠올릴 분들이 많을 것 같은데 요즘의 PM은 퍼스널 모빌리티의 약자라는 것을 꼭 알아 두기 바란다. 

1917년에 이미 등장한 PM 
국내에는 2014년부터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만 사실은 그 이전부터도 다양한 제품들이 나와 있었다. 
오늘은 2001년부터 퍼스널 모빌리티 관련 업종에 종사했던 필자의 경험을 토대로 그동안 시장에 선보였던 제품들을 소개할까 한다. 과거의 제품들이 지금의 퍼스널 모빌리티 제품과 문화를 만들어 가는데 밑거름이 되었기에 잠시 과거로 돌아가 보자. 
퍼스널 모빌리티 제품들이 요즘 들어 부각되고 있지만 실제로 아주 오래전부터 이런 제품들이 존재해 왔다. 퍼스널 모빌리티의 원조가 될 만한 제품은 모페드(Moped)라고 불리는 배기량 50cc 미만의 초경량 오토바이나 보조기관을 장착한 제품이다. 
왼쪽 사진은 1917년 워싱턴의 우체국 직원들이 사용했다는 오토페드(Autoped) 제품이다. 가솔린 기관을 사용한 것을 제외한다면 요즘 출시되는 제품과 구조적으로 거의 동일한 형태다. 

현대적 전기자전거의 효시, 크라이슬러 이바이크 
이미 1995~2000년 즈음에 크라이슬러(Chrysler)의 리 아이어코카(Lee Iacocca)는 이바이크(ebike) 라는 전기자전거를 출시했고 국내에도 이 전기자전거가 2001년에 잠깐 판매된 적이 있다. 필자도 한대 보유했던 제품으로 독일 하인즈만(Heinzmann)이 만든 허브모터를 뒷바퀴에 사용했고 모터 내부에는 금속제 위성감속기가 장착되어 있어서 상당한 힘을 낼 수 있었다. 
그때만 해도 허브모터에 감속기까지 장착된 제품은 없었으니 지금 생각해 보면 이 전기자전거가 참 괜찮은 제품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새삼 들곤 한다. 16년 전의 일이라 잘 생각나진 않지만 국내에서 판매된 가격이 100만원이 넘은 것만은 확실하다. 아직도 이 제품의 중고모터가 이베이(e-bay)에서 판매되고 있다. 
지금 출시되는 전기자전거와는 다른 부분이라면 그때만 해도 BLDC 타입의 허브모터가 존재하지 않았고 브러시가 있는 DC모터를 사용해서 어느 정도 사용된 모터를 열어보면 내부가 카본 분진으로 오염되어 있었다. 요즘의 가벼운 리튬배터리가 아닌 무겁고 큰 납산배터리를 사용했고 철제 프레임으로 제품 자체가 무거웠지만 최초의 현대적 모습으로 상용화된 전기자전거의 효시라고 보아도 무방한 제품이다. 하지만 이 제품은 시대를 너무 앞서가 판매고가 많지 않아서 아이어코카나 투자자들이 손실을 본 제품이기도 하다. 

 

국내 PM 산업의 원년, 2001 
생각해보면 21세기 첫해인 2001년이 국내 PM 산업의 원년이 아닐까 싶다. 이때부터 전기자전거, 전동킥보드, 전동스쿠터들이 국내에 선보였지만 대부분 소기업들로 시장에서 생소한 제품을 가지고 마케팅을 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다. 초창기 제품의 품질적 문제와 겨울철 비수기를 견디지 못하고 1~3년 사이에 문을 닫아야 하는 어려움을 겪었다. 이런 이유로 아직까지도 시장에서 PM 제품을 바라보는 이미지가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아동을 대상으로 한 전동킥보드가 그전에도 있었지만 성인을 대상으로 한 전동킥보드의 효시는 자피(Zappy) 라고 하는 전동킥보드로 미국 잽월드(Zapworld)에서 2000년에 출시했다. 대만에서 프레임을 제작하고 미국에서 조립된 제품으로, 필자가 이를 처음 접했을 때 마치 누구도 경험해 보지 않은 최신 스마트폰을 접한 기분이랄까 보자마자 반했다. IT 방면에서 일했던 필자의 인생이 이 제품으로 인해 방향선회를 하게 되었다.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12V 전압을 이용하고, 12V 18Ah 납산배터리와 180W급 DC 모터와 타이밍 벨트를 사용해 후륜을 구동하게 만든 제품으로 16년이 지난 지금도 이 제품에 대한 기억을 가진 분들을 간혹 만나곤 한다. 

 

세그웨이의 등장 
자이로 센서로 구동되는 세그웨이(Segway)가 2001년에 출시되면서 PM 산업에 큰 탄력을 받게 된다. 국내에도 2003년에 LG상사를 통해서 출시되었고 최초 가격이 770만원으로 만만치 않은 값이었다. 
지금은 사라진 유로모터스와 아이에스모터에서 출시했던 전기자전거가 국내에서는 최초로 선보인 전기자전거가 아니었나 싶다. 두 업체를 통해서 몇 종의 제품들이 출시되었고 괜찮은 시장 반응을 보였으나 13kg에 육박하는 납산배터리를 장착해 제품중량이 30kg 정도로 무거웠다. 그 당시 출시되었던 대부분의 전기자전거는 36V 250w 라는 모터규격과 36V 12Ah 납산배터리를 사용한 비슷한 사양이었다. 
당시 한참 논쟁이었던, 전기자전거의 앞바퀴 구동이 유리한가 뒷바퀴 구동이 유리한가는 시간이 많이 지난 지금도 논쟁을 하고 있으며 아마도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논쟁거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논쟁의 시작은 전륜모터의 오토바이크 사용자와 후륜모터의 아이에스모터 사용자들이었다. 

 

리튬배터리 최초 장착 
무겁고 부피가 큰 납산배터리라는 한계를 뛰어넘고 지금과 같은 리튬배터리를 장착한 첫 제품은 아마도 국내의 PNA전자에서 출시했던 Smover-L이 아닐까 생각한다. 출시년도가 2004년으로 어쩌면 리튬배터리를 장착한 경량 전동킥보드의 원조도 이 회사일 것이다. 
LG에서 개발된 리튬폴리머 전지를 사용한 6인치 바퀴의 경량 킥보드로 15년 전부터 대중교통과 연계할 수 있는 경량화 된 전동킥보드 제품을 개발한 분들이 있었다는 것에 놀랄지도 모르겠다. 24V 8Ah 배터리를 탑재하고 100만원의 가격에 내놓았지만 그 때만 해도 생소한 시장에서 큰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전동 스쿠터 
일반적인 50cc 스쿠터보다 크기가 작은 아담한 사이즈의 제품도 있었는데 2002년 일본 야마하에서 나온 파솔(Passol)이란 제품이다. 한번 충전으로 32km 주행가능한 제품으로 세계최초의 이륜용 착탈식 리튬이온배터리를 사용했다. 110V를 사용하는 일본 내수용으로만 제작 되어 국내에서 충전을 위해서는 별도의 변압기가 필요했으며 충전기 인증과 모호한 국내법으로 인해 운행에 어려움이 있어 수입된 제품 대부분은 관광지에서 대여용으로 사용되었다. 실제 주행했을 때 큰 힘이 없어서 언덕길이 많은 우리나라 지형과는 맞지 않았다. 
국내에서 제작 출시된 제품으로는 400W급 허브모터 2개를 앞뒤에 적용해 출력을 높인 단왕의 일렉티어 미니가 있었다. 2004년 쯤 출시된 제품으로 양륜모터 구동을 위한 컨트롤러는 ㈜DMCS가 개발했다. 48V급 제품으로 언덕이 많은 국내실정에 맞게 힘이 좋았으나 48V 20Ah 납산배터리 무게만 24kg으로 총중량이 50kg에 육박했다. 

 

2004~2005년에 다양한 제품 봇물
이외에도 2004~2005년 즈음에는 비록 납산배터리와 출력이 낮은 제품들이었지만 정말 많은 업체에서 다양한 제품들이 쏟아져 나왔다. 국내업체인 바이키키는 TV 홈쇼핑을 통해 다양한 상품을 판매했고, 이동수단보다는 레저용도에 가까운 다양한 제품들이 한꺼번에 등장했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는데, 같은 시기 유럽과 미국에서 이런 제품들이 크게 유행했고 그로 인해 중국 공장에서 다양한 제품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15년 전과는 다르게 현재 전기자전거를 제외한 PM 산업의 가장 큰 시장은 한국과 싱가폴, 독일, 프랑스 정도로 한국시장의 위상이 많이 높아졌다. 

본격적인 PM 시대의 도래 
요즘은 에너지밀도가 높은 리튬배터리가 많이 상용화 되면서 제품 크기가 작아지고 가볍고 고출력을 가진 제품들이 대거 선보이면서 바야흐로 퍼스널 모빌리티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아직도 미흡하지만 PM과 관련된 법적 문제에 대해서도 정부나 언론에서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2017년 초에는 제품에 대한 인증 그리고 자전거도로 진입 허용 등의 오래된 숙제가 풀릴 것으로 기대된다. 
소비자들이 느끼지는 못했지만 아주 오래전부터 대중교통과의 연계수단, 근거리 운송수단, 레포츠적인 관점으로 많은 PM 관련 제품들이 있었고, 우리나라에서도 관련 산업을 만들기 위해 애쓴 분들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해주면 고맙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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