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은 모두 다르고, 브랜드별 사이즈도 다르다

발은 모두 다르고, 브랜드별 사이즈도 다르다
클릿슈즈 사이즈 가이드

클릿슈즈는 참으로 고르기 애매하다. 신어보고 결정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최근에는 해외직구나 온라인 구매도 잦고, 직접 신어본다 한들 몇 개 모델만 신어보고 구매를 결정하게 된다.
국내에서 인기가 좋은 여섯 개 브랜드의 클릿슈즈를 모아 비교분석했다. 주 쟁점은 사이즈다. ‘내가 그때 신발을 좀 더 많이 신어볼걸…’ 하는 후회를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도움이 될 것이다.

 

 

기자는 신기하게도 이른바 ‘클빠링’을 한번도 해본 적이 없다. 누구나 클릿에 입문하면 겪는다는 좌3우3의 그 클빠링을. 하지만 클빠링이 없었던 대신 라이딩 시작 후 1시간이 넘어가면 시작되는 지독한 발저림의 고통을 얻었다. 그게 다 사이즈 미스 때문이었다. 

270㎜, EU42, USA9, UK8… 난해한 사이즈 체계   
클릿슈즈의 사이즈를 고민해본 이라면 알겠지만 위 소제목은 다 같은 사이즈다. 그런데 클릿슈즈 제조사들 중에는 간혹 42사이즈가 265㎜라고 하는 곳도 있고 270㎜라고 하는 곳도 있다. 복장 터지는 소리다. 대체 어느 기준에 맞춰야할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일단 미터법에 충실하도록
하자.
하지만 아무리 미터법에 충실해도 개개인의 발모양은 다 제각각이다. 신발 사이즈는 대부분 발의 길이만을 이야기하고, 발볼넓이 등은 고려하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다. 결국엔 신발을 신어봐야 하지만 그마저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전부 신어보기도 마땅치 않다. 그러다 결국 한두번 신어보고 가격과 디자인에 취향을 맞춰가며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온라인으로 제품을 구매할 때는 신어본 사람들에게 사이즈를 물어보기도 하고 판매처에 문의하는 등 나름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도 사이즈 미스는 발생한다. 

발사이즈는 길이만으로 부족하다   
이번에는 각각의 신발을 하나씩 신어보고 착화감을 위주로 평가해 볼 예정이다. 신발을 하나씩 신어본 후 해당 신발의 사이즈가 기준이 되는 기자의 발에 잘 맞는지, 특별히 편하거나 불편한 곳은 없는지 알아봤다. 

 

사이즈 표를 보니 역시나 난해하다. 각각의 사이즈 규격은 애초에 서로 정확히 일치하지 않는다. 결국에는 명확한 하나의 단위로 표현하는 것이 좋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현실적으로 단위개념이 통합되지 않는 이상 힘들다.
기자는 테스트를 위해 제품을 요청할 때 일반적으로 클릿슈즈에 많이 사용되는 유로(EU) 단위를 기준으로 삼았다. 준비된 제품은 총 6개 브랜드의 최상급 슈즈 42사이즈다. 먼저 테스트의 기준이 될 기자의 발 사이즈부터 자세히 알아보자. 발사이즈를 재는 방법은 일반적으로 뒷꿈치를 벽에 대고 똑바로 서서 뒷꿈치부터 발의 가장 긴 발가락 끝까지 재는 방법이다. 기자는 시마노의 브랜낙 디바이스(발측정기구)를 사용했다.

 

신발사이즈 표(출처 나눅스네트웍스)

 

사진상 기자의 발 길이는 유로 사이즈 기준 40.3, 엄지발가락 뼈의 위치로 판단한 골격사이즈는 42다. 브랜낙 디바이스에 의하면 발볼은 발의 길이에 따라 정해진다. 기자의 발길이는 40.3이었으니 이 사진상 40.3에 가까운 눈금은 ‘E’다. 기자는 발볼이 넓은 편이라고 생각해 왔는데 기계는 평균수준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군화는 EE를 신었다). 일반적으로 기자는 주로 41사이즈의 클릿슈즈를 신는다.

 

일반적으로 신발을 구매할 때 각 사이즈에서 한 치수 정도 큰 것으로 주문하면 기자의 발에 편하게 맞는다. 하지만 클릿슈즈는 그럴 수 없다. 신발의 사이즈가 발과 최대한 잘 맞아 떨어져야만 페달링에 효율적이고 장거리를 달려도 발에 피로가 없다.
지금부터 각 브랜드의 신발을 직접 신어보자. 사이즈 외에도 디자인이나 편의성 부분도 살펴보겠다.

                  
FI’ZI;K
R1  
많은 이들의 마음속 ‘감성 슈즈’ No.1, 피직의 최상급 로드 슈즈인 R1이다. 돋보이는 디자인으로 출시 직후부터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전작도 그랬듯이 지속적으로 우월한 디자인 속에 성능을 녹여내는 피직의 성향이 짙게 묻어난다.
피직 슈즈는 볼 때는 항상 예쁜데 신어보면 그 실루엣이 아쉽다. 발이 칼발이었으면 좋았으련만. 신발이 늘 그렇듯이 위에서 바라보면 내가 생각했던 그 모습이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남들이 보기에는 거기서 거기.
두 개의 보아다이얼이 장착된 피직 R1은 신었을 때 외피가 발 전체를 부드럽게 감싸는 느낌이 상당히 괜찮다. 하지만 모두 조이고 나면 발 앞부분이 약간 남는 듯한 느낌이 있었다. 그래서 기자의 발에는 한 치수 작은 41이 맞겠구나 싶지만 그러면 더 예쁘게 신기는 어려울 것 같은 기분. 

무게는 이번 기획의도에서 벗어나지만 그래도 받은 김에 재보았다. 261.7g

 

GAERNE
CARBON G STILO+  
게르네는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클릿슈즈인데다 이미 성능이 입증된 브랜드인데 아직 한국에서는 인지도가 부족한 편이다. 사실 그게 모조리 디자인 때문이라고 이야기 하고 싶긴 한데, 뒤에 소개할 브랜드 중 디자인이 아쉬운데도 잘나가는 브랜드가 있어서 이유가 그것뿐이라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이번 테스트 제품 중 유일하게 재고 문제로 41사이즈다.

무게는 262.5g이 나왔다


아래의 게르네 착용사진을 보면, 역시나 투박한 디자인이 다소 아쉽지만 유난히 밝은 색상 탓에 그럴 수도. 게르네의 41사이즈는 완전 정사이즈다. 기자의 실측 발사이즈인 40.3에 꼭 들어맞았다. 하지만 발 앞쪽에 압박감이 조금 있다. 신발은 늘어나니까 익숙해질 수 있다면 정사이즈로 선택하는 걸 추천한다.

 

S-WORKS
7 SEVEN   
스페셜라이즈드를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작년부터는 자꾸 파워 안장을 비롯해 에스웍스 용·부품에 눈이 가고 있다. 특히나 이번 7세븐 슈즈는 더더욱. 개인적으로 슈즈 디자인을 따지자면 피직 vs 에스웍스 구도가 자주 잡히곤 하는데 이번엔 에스웍스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신었을 때 심미적으로 만족도가 가장 크다. 특히나 보아다이얼의 디테일이 마음에 든다. 사이즈에 대한 만족감도 좋다. 두개에 보아다이얼에 추가로 벨크로가 하나 더 붙은 게 신의 한수다. 딱 피직과 같은 느낌이다. 보아다이얼만 조였을 때는 앞발가락이 놀지만 벨크로로 해결이 가능하다.

무게는 226.6g. 현재까지 1위!

 


SIDI
SHOT  
시디는 오래전부터 로드와 MTB를 막론하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기 좋은 브랜드다. 개인적으로는 디자인이 마음에 들지 않아 신지 않았던 제품이다. 그래도 신어보면 시디는 시디다. 왜 이렇게 인기가 좋은지는 박스를 열었을 때 한번, 신어봤을 때 또 한번 느끼게 된다.

아니, 무게도 제일 많이 나가는데 이게 최상급?? 283.2g

 

아… 무슨 말을 먼저 해야할지 모르겠다. 기자는 이 디자인이 너무너무 싫다…. 그런데 신고나면 너무너무 편하다. 저 빨간 시디 로고도 싫고 신발 코 디자인도 별로다. 그런데 이 편안함은 그 모든 것을 잊게 해준다고나 할까. 밑창과 내피의 푹신함은 물론 신발 혀에도 쿠셔닝이 엄청 편하게 들어 있다. 딜레마의 무한 반복이다. 박스를 열었을 때 보이는 두터운 매뉴얼과 굽 교환용 공구, 스티커 데칼 그리고 별매로 제공되는 교체용 굽의 수급이 몹시 쉬운 점…. 이 모든 게 못생겼지만 모든 것을 다 갖춘 남자의 대시를 받을 때 여자의 고민인 것만 같다. 아 참, 사이즈는 한 치수 크게 고르도록 하자.

SHIMANO
S-PHYRE RC9   
뭐 별다른 설명이 필요 없는 시마노다. 심안호(心安好)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시마노의 제품은 신뢰가 있다. 그리고 뭘 사더라도 문제가 생겨 후회하지는 않는다. 에스파이어 역시 출시 직후부터 많은 인기를 얻었고, 사용자들의 평가도 훌륭하다. 그런데…

무게는 250.8g으로 준수한 편

 

시마노의 에스파이어 RC9. 사이즈부터 말하자면 기자에게 정사이즈인 41은 작다. 한 치수 크게 구매하는 것을 권장한다. 원래 41을 신는 기자에게 RC9 42사이즈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맞았다. 그런데 이 녀석은 뭔가 시마노스럽지 않다는 느낌이 든다. 모범생이던 녀석이 갑작스레 일탈하는 모습을 목격한 기분이랄까. 일단 신었을 때 착화감이 굉장히 딱딱하다. 사이즈는 잘 맞는데 딱딱하니까 불편한 건가 하는 느낌도 든다. 그래도 시마노니까 페달링 효율과 힘전달을 위해 그렇게 제작했거니 하며 넘어가려고 하는데 위쪽 보아다이얼이 달린 부위가 너무 따로 놀아서 조일 때 불편하다. 하지만 실사용에는 전혀 문제가 없고 그저 기자의 까탈스러움에 지적한 것일 뿐이다. 

SCOTT
ROAD RC SL 
처음 봤을 땐 그저 ‘신을 만 하겠네~’ 라고 생각했는데, 신발을 모두 신어보고 나니 기자의 다음 슈즈는 아무래도 이 스캇 로드 RC SL이 될 것 같다. 이번에 소개한 제품 중 편안함은 물론 사이즈와 디자인까지 모든 것을 충족시킨 유일한 신발이다. 물론 기자의 주관적인 평가 기준이지만. 
디자인, 착화감, 편안함 모든 걸 갖췄다. 신었을 때 편하고 디자인 역시 훌륭한 편(색상은 제외). 특히나 인솔에는 에르고인솔 시스템이 적용되어 발모양에 적합한 웻지로 교정이 가능하다. 그런데 사실 그런 거 없이도 편하다. 조절용 웻지는 박스에서 발견하지 못한 것을 보니 기본구성된 것 이외에는 별도로 구매해야 하는 모양. 사이즈는 한 치수 크게. 

무게 245g, 두 번째로 가벼운 슈즈

 

여기까지 주요 6개 브랜드의 제품을 직접 신어봤다. 기자의 발을 기준으로 사이즈에 대한 총평을 내리자면 아래와 같다.

 

발은 제2의 심장이라고 했던가. 혈액순환에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고 자전거에 힘을 전달하는 최초의 부위이기도 한 발. 이 발에 신는 신발이라면 각별히 더 신경을 써야 한다. 그 발이 페달을 밟는다면 더더욱. 슈즈를 고를 때는 조금이라도 발이 편한 것으로 고르도록 하자. 편한 것을 골랐다면, 다음순서는 더 예쁜 것을 고르는 것이다.더 예쁜 것을 고르면 된다.

 

저작권자 © 자전거생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