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명대교 자전거길 개통으로 다양한 코스 가능
낙동강 하구는 한반도를 대표하는 삼각주가 형성되어 비옥한 곡창지대이면서 바다와 강, 들과 산이 어우러지는 지형의 천변만화를 보여준다. 최근 삼각주 북단의 화명대교에 자전거길이 조성되어 대교 이남의 낙동강 하구와 삼각주 일주, 대교 북쪽의 삼랑진~김해를 잇는 구간까지 다양한 코스를 꾸밀 수 있게 되었다. 여기서는 3면은 강물, 남면은 바다로 둘러싸인 삼각주 일주 코스를 소개한다  
글 김병훈(본지 발행인)

코스
화명대교 서단→평강수문(6.5km)→한국농어촌공사 부산지소(8.5km)→
중덕마을(9.7km)→강따라물따라 식당(11.2km)→
서낙동강 조정카누경기장(14.7km)→부전마산 복선전철 공사장(우회, 17.5km)→순아수문(21.4km)→명지시장(24.7km)→서부산낙동강교(30.1km)→
구포대교(37.2km)→화명대교(40.6km). 3시간30분 소요.  

서낙동강변의 조붓한 길. 왼쪽 제방 위에는 흙길이 별도로 나 있다. 건너편으로 녹산의 봉화산(329m)~보배산(479m) 능선이 길다랗다

 

같은 물이되 바탕이 다른 물, 강과 바다가 만날 때 생겨나는 돌연변이, 삼각주(三角洲)는 주로 강의 산물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성질이 완전히 다른 물이 어떻게 새로운 땅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대자연이 빚어내는 이 신비가 현실로 구현된 곳이 낙동강 하구의 김해평야다. 정확히 말하면 김해평야는 삼각주와 삼각주 서쪽의 들판을 포함한 총칭이고 삼각주는 낙동강 본류와 서낙동강에 갇힌 삼각형 지형만을 뜻한다.    
흐름이 느려 퇴적물이 많이 쌓이는 큰 강의 하구에 강줄기가 갈라져서 형성되는 삼각주는 땅이기는 하되 분명 강이 만들어낸 신비경이다. 강과 바다의 접경지대에 생겨난 일종의 섬이기도 한 삼각주는 하늘에서 보면 형태가 삼각형이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델타(Delta)라고도 하는데 이 역시 삼각형인 그리스 문자 델타(Δ)에서 유래했다.

최후의 강줄기에 둘러싸인 섬
세계에서 가장 크고 유명한 삼각주는 나일강 하구다. 완벽한 삼각형 형태에 동서 폭은 250㎞에 달하며, 사막지대인 이집트에서 최고의 곡창이자 들판을 이룬다. 아마존강, 미시시피강, 양자강 등 길이가 6000㎞가 넘는 거대 강에는 대개 삼각주가 형성되어 있다. 
하지만 모든 강에 삼각주가 형성되는 것은 아니고 유속과 지형 등 다양한 조건이 맞아떨어져야 한다. 평야가 적은 한반도에서는 그만큼 귀한 존재다. 강이 마지막 순간에 육지를 벗어나기가 아쉬워서 만들어낸 선물, 그게 삼각주다. 
한반도는 압록강과 낙동강 두 곳이 대표적이다. 압록강(790㎞)이 낙동강(525㎞)보다 더 길지만 삼각주의 규모와 형태에서는 낙동강이 단연 국내 제일이다. 강원도 태백에서 1300리를 느릿느릿 흘러온 장대한 물줄기는 부산과 김해 즈음에서 바다를 만나기 직전 두 갈래로 갈라지며 아름다운 삼각주를 빚어냈다. 삼각주는 남북 길이 18㎞, 폭 5㎞에 면적은 84.3㎢로 웬만한 도시 규모와 맞먹는다. 그런데 이 큰 땅이 불과 천년 정도에 만들어졌다. 삼국시대만 해도 삼각주는 물론 삼각주 서쪽의 평야지대도 대부분 바다였다. 지금도 낙동강 하구 남단에는 작은 섬들이 만들어지고 있는 중이다. 그만큼 낙동강이 쏟아내는 토사가 많다는 뜻이다.   
이제 삼각주 한가운데는 김해국제공항이 자리하고 있고, 남단의 명지 일원에는 신도시가 들어서는 중이다. 김해국제공항을 대규모로 확장하게 되면 삼각주는 또 한번 거대한 변화를 겪을 것이다. 하지만 나머지 부분은 여전히 논밭이고 큰 마을이 드물 정도로 인구도 적다. 김해평야는 근교 원예농업의 발상지로 비닐하우스를 이용한 채소와 꽃 재배가 국내최초로 시작된 곳이기도 하다. 
옛날에는 홍수가 잦았지만 지금은 동쪽의 본류에는 낙동강하구둑이, 서쪽에는 녹산수문과 대동수문(대저수문)이 흐름을 조절해 홍수와 바닷물의 역류를 막는다. 녹산수문은 1934년 국내최초로 건설된 하구둑 수문이고 대동수문도 같은 해에 완공되어 서낙동강은 거대한 호수가 되었다.   

‌화명대교 서단에서 상류 방면으로 이어지는 낙동강 자전거길. 강 건너 오른쪽으로 금정산(802m)이 오똑하다

‌화명대교 서단에서 상류 방면으로 이어지는 낙동강 자전거길. 강 건너 오른쪽으로 금정산(802m)이 오똑하다

화명대교 자전거도로 개통, 양안 연결에 숨통    
삼각주 동쪽으로 흐르는 낙동강 본류의 좌우 양안에는 자전거도로가 잘 조성되어 있다. 동안의 자전거길은 인천까지 이어지는 국토종주자전거길 본선이기도 하다. 을숙도에서 시작되는 자전거길은 서안을 따라서도 김해 상동을 거쳐 생림~한림~대산을 경유해 수산대교에서 본선 자전거도로와 만날 때까지 이어진다. 다만 이 길은 전체가 자전거전용도로가 아니라 상동~생림~한림 구간은 일반 도로의 갓길을 활용한 자동차·자전거 겸용도로가 포함된다. 
을숙도에서 김해 상동에 이르는 약 35㎞의 강변 구간에는 많은 교량이 가설되어 있지만 자전거로 건널 수 있는 다리는 하류쪽부터 낙동강하구둑, 서부산낙동강교, 구포대교 정도로 남쪽에 치우쳐 있다. 부산 시내를 벗어나면 삼랑진에 이르기까지 양안의 자전거길은 사실상 분리되어 함께 코스로 엮기가 어려웠다. 그런데 새로운 연결로가 생겨났다. 
김해 대동면과 부산 화명동을 잇는 화명대교(2012년 완공, 1544m)에 지난 12월 27일 새로운 연결 램프와 함께 국토종주 자전거길에서 바로 연결되는 자전거도로가 개통되었다. 이는 한 교량에 자전거길이 추가된 정도의 단순한 소식이 아니다. 부산~김해~밀양을 아우르는 낙동강 하류 자전거 여행과 코스 구성에 획기적인 변화를 뜻한다. 강 양쪽으로 사실상 분리되어 있던 낙동강 하류 자전거길이 중간 정도에서 연결로가 생겨 양안을 오가거나 순환 코스를 쉽게 꾸밀 수 있게 된 것이다. 
예전에는 을숙도에서 출발해 순환코스를 잡으려면 서부산낙동교나 구포대교를 건너 맞은편 길로 돌아올 경우 코스가 너무 짧았다. 서부산낙동교를 건너면 15㎞, 구포대교를 건너와도 28㎞에 불과하다. 아니면 갔던 길을 되돌아와야 해서 지루해질 수밖에 없다. 그 다음 다리는 삼랑진까지 가야하는데 이 경우 순환코스는 105㎞나 되고 생림~상동 간 여차고개(200m)를 넘어야 하는 부담스런 여정이 되어버린다. 이는 창원이나 밀양, 삼랑진 등 상류 쪽에서 출발해도 마찬가지 문제다. 
화명대교 자전거길이 개통되면서 을숙도~화명대교 왕복 36㎞, 화명대교~삼랑진 왕복 72㎞의 적당한 코스가 가능해진 것이다. 또 한 가지, 부산이나 양산 방면에서 낙동강 삼각주 일주도 편해졌다. 
화명대교 자전거길 개통과 함께 내가 특별히 주목하는 코스는 바로 이 삼각주 일주 코스다.


낙동강 삼각주 일주 
삼각주 일주는 낙동강 본류 자전거길과 삼각주를 이루는 서낙동강을 이어서 돌아보는 코스다. 기점은 본류 서안의 어느 곳으로 잡아도 되지만 여기서는 화명대교 서단을 출발점으로 잡는다. 길 찾기가 다소 어려워서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거리는 41㎞ 정도지만 자전거길이 제대로 갖춰진 곳은 삼각주의 동쪽과 서쪽 강변뿐이므로 북쪽과 남쪽 구간에서는 농로와 이면도로를 이용해야 한다. 차량 통행과 길 찾기에 유의해야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강변을 따라 한바퀴 돈다고 생각하면 된다. 
화명대교 서안에는 유명한 대동면 국수거리가 있다. 자동차를 이용한다면 마을 입구의 주차장을 이용하면 편하다. 
화명대교 남쪽에서 서낙동강이 시작되지만 입구는 대동수문(정식명칭은 대저수문)으로 막혀 있다. 수문을 만들기 전에는 서문을 지나는 서낙동강이 낙동강의 본류였다고 한다.  
둑길을 따라 수문에서 1.5㎞ 가면 오른쪽에 C&U 편의점이 보인다. 편의점 골목으로 진입해서 계속 직진한다. 주위는 공장과 주택가가 뒤섞여 어수선한 분위기다. 중앙고속도로 아래를 지나 남해고속도로 굴다리 직전에서 오른쪽 법장사 방면의 좁은 길로 진입한다. 길은 비닐하우스 단지를 거쳐 남해고속도로와 잠시 붙어가다 마침내 강변으로 나선다. 뜻밖의 강변 흙길이 반갑다.
길 끝에서 남해고속도로 굴다리를 지나 직진, 잠시 공장지대를 가면 김해부산경전철이 함께 있는 14번 국도다. 왼쪽의 횡단보도를 건너 맞은편 ‘부산종합건재’ 옆의 ‘제도로 1041번길’로 우회전한다. 이제부터는 계속 직진이다. 마을을 벗어나면 중덕마을 도로공사장 안내문이 나오는데, 자전거는 통행이 가능하다. 
중덕마을을 지나면 이제부터 편안한 강변길이다. 강 건너편은 육지가 아니라 하중도인 중사도다. 왼쪽으로는 비닐하우스가 들판 가득하고 그 너머로는 김해공항에서 뜨고 내리는 비행기가 하늘을 가른다. 
 

서낙동강 초입에도 강물과 가까운 흙길이 남아 있다. 금정산 줄기 아래 금곡동~화명동 일대의 아파트단지가 선명하다


이제는 보기 힘든 강변 흙길 
화명대교에서 11.2㎞ 가면 길가로 ‘강따라물따라’ 식당 표지판이 나온다. 표지판을 따라 우회전, 식당을 통과하면 ‘아직도 이런 곳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조붓하고 예쁜 강변길이 나 있다. 여기부터 서낙동강 조정카누경기장까지 3.5㎞ 정도 이런 길이 이어진다. 
조정경기장 이후에는 남해고속도로(제2지선)와 부전마산 복선전철 공사장을 우회하기 위해 조금 복잡하게 움직여야 한다. 들판은 경지정리가 잘 되어 있고 격자형으로 농로가 나 있어 장애물이 나오면 우회했다가 다시 강변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된다. 
전철 공사장을 지나면 다시 예쁜 강변길이다. 요즘은 오히려 보기 힘든 흙길이라 한층 정겹다. 이 운치 있는 흙길은 ‘순아수문’까지 3.5㎞ 이어진다. 
남하는 순아수문까지다. 더 이상 진행하지 않는 것은 삼각주 남단의 명지일대에 신도시 공사가 한창이어서 생략하고 미리 우회하기 위해서다. 여기서 길 찾기에 유의해야 하는데, 순아수문 마을을 한바퀴 돌아 반대편 주황색 창고건물 옆의 ‘순아2구길’로 진입해야 한다. 평야를 가르는 이 직선로를 2.3㎞ 가면 작은 샛강과 공장지대가 나온다. 여기가 명지의 중심지다. 삼거리에서 우회전했다가 다리를 건너 공장지대를 관통해 다시 우회전하면 명지시장이다. 시장 앞에서 낙동강하구둑과 낙동강 본류를 따라가는 공항로가 만나 복잡한 교차로를 이룬다. 이제 공항로를 건너 둑 위로만 올라서면 된다.   
공항로 인도를 따라 300m 정도 북상해서 횡단보도를 건너 둑에 오르면 낙동강 본류(서안) 자전거길이다. 낙동강 하류 자전거길의 전형적인 모습이기도 한 장대한 둑길은 화명대교까지 15㎞나 일목요연하게 이어진다.  

2019년 명지신도시가 완공되어 삼각주 남단도 편안하게 돌아볼 수 있게 되면 일주 코스는 10㎞가 늘어나 50㎞ 정도가 될 것이다. 명지신도시 남단은 바다와 접하고 있어서 강변길과 해변길을 함께 만끽할 수 있는 명품 코스로 각광받을 것이다.
강물과 바다가 합창으로 이뤄놓은 김해평야의 진면목을 삼각주 일주로 다 보았다고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다. 삼각주 안쪽에도 작은 강줄기가 수없이 있고, 삼각주 자체도 실은 을숙도를 포함해서 5~6개의 하중도로 이뤄져 있다. 그 속을 가득 메운 거미줄 들길의 기하학과 풍경, 숱한 사연들은 섣부른 답사로 본색을 보여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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