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바디와 파워테스트로 
내 수준부터 확인하자!
 …라고 야심차게 시작은 했지만…

지난달기자는 앞으로 MCT에 도전하기 위해 밑바닥부터 시작하기로 결정했다그리고 자가진단을 실시했으나암울한 결과들뿐하지만 암울하다고 해서 포기할 수는 없는 법이번 달부터는 본격적으로 트레이닝을 하기 위해 방향을 설정하고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려고 했다그런데 계획을 세우기도 전에 엄청난 벽에 부딪혔다그 이름 하여 귀차니즘과 인바디의 무차별 팩트 폭행이 바로 그 벽인데
·사진 최웅섭 팀장

 

 

항상 첫 단추가 중요하다. 첫 단추를 잘못 꿰면 나중에 돌이킬 수 없을 때에 가서야 알게 된다. 그래서인지 이번 트레이닝 계획은 유난히 신경이 쓰인다. 하지만 자전거를 즐겨 탈 때도 그저 무작정 타고 돌아다니는 것 외에는 체계적인 트레이닝이란 것이 존재하는지 몰랐다. 알고 있었다 한들 “아니, 내가 뭐 선수도 아니고!”라며 트레이닝은 거부하려 했을 것이다. 그저 자전거를 취미로 즐길 때의 마음이니 이해가 되는 부분이지만, 지금의 목표는 자전거를 즐기는 것을 벗어나 목표 달성을 위해 피나는 노력이 수반되어야 하는 MCT다. 
하지만 지금이라고 크게 다를 것은 없다. 체계적인 트레이닝이라는 것의 ‘존재’만 알게 되었을 뿐 그 내용은 속된 말로 쥐뿔도 모른다. 지금 나는 첫단추의 중요성만 알지,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단추 구멍조차 못찾는 꼴이다. 

 귀차니즘의 극복 
지난 여름과 이번 겨울의 날씨는 유별나다. 지난 여름은 정말 상상도 못할 만큼 더웠던 반면, 지금은 말도 안 나오는 한파라니. 날씨 때문에 운동을 못한다는 그럴싸한 핑계거리가 늘었지만, 그만큼 방구석에서 귤이나 까먹는 내 자신이 거울에 비춰질 때 마다 비참함도 늘어날 뿐이다. 이런 잡다한 생각이 한참 머릿속을 휘젓고 나서는, 불현듯 제대로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 들었다. 무엇보다 먼저 타개해야할 것은 이 ‘귀차니즘’이라는 사실이 번쩍 하고 뇌리를 강타한 것이다. 
그 순간까지도 나는 따뜻한 이불속에 누워 귤 한 개를 한 입에 다 털어 넣고 게임패드를 조물조물하며 게임 속 주인공과 함께 열심히 악당을 처치하고 있었다. 최근에 즐기는 게임은 ‘파크라이3’로 열대의 섬 속을 여행하며 납치된 친구들을 구출하는 내용이다. 헌데 이 게임 속 주인공 녀석이 어찌나 부지런한지 30㎞를 뛰어다녀도 지치지를 않고, 스토리상 해결해야 할 일을 제때제때 척척 해낸다. 게다가 미션을 실패해도 조금 전으로 되돌릴 수 있는 특권마저 있으니 행동 하나하나에 자신감이 묻어난다. 이쯤 되니 더욱 비참하다. 난 게임 속 주인공만도 못한 놈인가 보다. 
당장 옷을 챙겨 입고 얼마전 등록한 피트니스 클럽으로 향했다. 더 이상은 위험하다고 본능이 속삭였는가 싶다. 이렇게 글로는 간단하지만 실제로는 잘 익은 알밤 속 밤벌레마냥 밍기적대는 통에 이불 밖으로 나가는 데만 30분이 넘게 걸렸다는 것은 비밀이다.

 

 


 인바디에 당한 ‘팩트 폭행’  
2017년이 밝고 나서 처음 방문한 피트니스 센터. 추위의 여파로 한가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신년에는 귀찮음을 이겨내고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운동을 택한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그래 끝까지 남아있는 건 누구인지 한번 봅시다.
각 머신에는 기다리는 사람까지 있고, 러닝머신 또한 빈자리가 전무한 상황. 솔직히 이런 도떼기시장 같은 분위기에서 무슨 운동이냐며 다시 나갈 뻔 했지만, 겨우 마음을 추스르며 운동복으로 갈아입었다. 하지만 아직도 사람들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오히려 늘어만 가고 있었다. 나는 결국 ‘팩트 폭행’을 당하는 것이 두려워 미루고 미루던 ‘인바디’ 검사를 먼저 진행하기로 했다. 
인바디는 역시나 나를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세상에나 이렇게 심각하다니. 나는 그대로 주저앉았다. 운동을 하러 가면서 사진촬영을 위해 이상윤 기자와 함께 동행했는데, 이 기자는 내가 주저앉자마자 위로는 못할망정 키득거리며 나의 좌절한 모습을 찍어대기 바빴다. 올해는 퓰리처상이라도 따낼 기세다. 
결과로 따지자면 주저앉은 것으로만 끝난 것이 다행이다. 결과를 제대로 반영하면 과장을 보태 아마 지구의 지각층을 뚫고 맨틀까지 추락했을 거다. 
키 177㎝에 체중 83㎏. ‘뭐 그냥 일반적인 체형에 체중이 조금 나가는 편이네’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좀 더 자세히 체질량 수치를 보자니 지방질이 세상에, 25%가 넘어간다. 내 몸무게 83㎏ 중에 20㎏이 지방이라는 것이다! 그것만 빼도 몸무게는 60㎏대다. 그 언젠가 TV에서 방영했던 다이어트 프로그램의 지원자들이 20㎏이 넘는 가방을 메고 운동하는 것을 본 기억이 있다. 충격적이었던 건 그 가방들이 바로 지원자들이 그동안 뺀 지방의 무게였다는 사실. 그렇다면 반대로 나는 20㎏ 넘는 지방을 이미 몸속에 품고 있다는 것이다.
보조하던 트레이너가 말하길, 이런 상태로 파워를 유지하면서 감량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며 당분간은 감량에만 신경쓰란다. 
“아, 그렇습니까… 네 확실히 그렇게 해야겠죠.” 라고 대답했지만 무리한 계획을 세운 내게 파워상승 역시 꼭 잡아야 하는 한 마리의 토끼다. 웨이트트레이닝에 대한 간단한 조언을 얻은 후, 파워테스트를 위해 회사로 돌아왔다.

 

 


 엉덩이와 파워테스트 
얼마 전 리뷰용으로 사무실에 와후(Wahoo)의 키커(Kickr) 모델이 들어왔다. 인도어 트레이너로 거의 정확한 파워측정이 가능한 모델이다. 사무실에서 이런 정도의 파워테스트까지 가능한 것이 정말 편리하다고 느끼면서도 인바디의 충격이 컸던 탓인지 도무지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가까스로 몸을 추스르고 마음을 다잡아 “이번에는 제대로 해보자!” 라고 외치며 자기 최면을 걸어보았다. 더 큰 충격이 다가올 것도 모른 채….
자전거를 트레이너에 설치하고 안장에 올랐는데, 아니 이게 뭐지? 평소와 달리 페달의 6시 방향에서 말도 못할 만큼 이질감이 느껴졌다. 다리가 닿지 않는 느낌이다. 누가 내 시트포스트를 더 뽑았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몇 차례 페달을 돌려보면 괜찮겠지 했는데, 아니었다. 이 이질감은 몇차례의 페달링으로 완화될 성질의 것이 아니다. 대체 왜지? 자꾸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나를 이상하게 쳐다보는 유병훈 기자에게 이 이야기를 했더니 한다는 소리가 아주 가관이다. 
“엉덩이에 살찐 거 아녜요?” 
“그런가? 엉덩이에 살이 찌면 페달이 멀어지기는 하겠네~” 라고 순간 끄덕거리며 수긍하다가… 뭐? 엉덩이에 살이 쪘다고? 맙소사. 그 20㎏이 넘는 지방질이 엉덩이까지 식민지화한 것이던가. 
그것이 사실일리 없다고 부정하는 나의 생각과는 달리, 실제로 페달과 안장이 꽤나 멀어진 느낌은 너무도 확연했다. 게다가 아무도 내 자전거를 만지는 농간을 부리지 않았다면 이것은 내 몸의 변화가 확실하다… 엉덩이까지 살이 찌다니!!! 
내가 학창시절 오리궁뎅이라고 놀렸던 친구가 이제사 기억나는 까닭은 무엇일까. 친구야 미안하다.
이런 변화를 나는 애써 부정했고 파워테스트를 강행했다. 하지만 살찐 엉덩이 탓에 변화된 포지션과 비루해진 체력은 20분의 파워테스트마저 허락하지 않았다. 불과 5분만에 다리에 쥐가 나며 안장에서 내려와 버린 것이다. 심지어 그 5분 동안의 파워조차 한창 때를 훨씬 밑도는 것이었다. 기록은 공개하지 않겠다. 
파워테스트 마저 엉망이 되어버린 기자의 체력. 멘탈이 너덜너덜해졌음은 물론, 앞으로 더욱 험난한 여정이 한층 더 선명하게 다가온다. 과연 나는 어떻게 이 난관을 헤쳐나갈 것인가….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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