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가업체, 바이어 급감! 대안은 전기자전거와 전기 카고바이크 뿐인가

2018 유로바이크 특집
참가업체, 바이어 급감! 
대안은 전기자전거와 전기 카고바이크 뿐인가

2018년 유로바이크(27회)가 예년보다 2달 가까이 일정을 당겨 7월 8~10일 독일 남부의 휴양도시 프리드리히스하펜에서 열렸다. 유로바이크는 매년 1000여개 업체와 가장 많은 바이어가 모이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바이크 쇼로 필자는 5번째 참관이다. 올해 유로바이크는 다소 충격적이었다. 참가 업체와 관람객이 큰 폭으로 줄어 세계적인 자전거시장의 침체를 그대로 반영했다. 획기적인 신제품은 드물었고 빈 공간은 중국의 전기자전거 업체가 채웠다

 

 

유로바이크에서 필자가 관심 있게 보는 것은 일반자전거와 전기자전거의 전시 비중이다. 최근 몇 년간은 매년 전기자전거의 비중이 늘어나고 일반 자전거의 비중은 줄어드는 모습이 확연했다. 특히 2017년의 경우 전체적인 유로바이크의 규모가 줄어들었지만, 거의 모든 자전거 브랜드에서 전기자전거를 내놓아 전기자전거의 출품 수는 오히려 많이 늘어난 양상이었다.
올해는 세계 자전거시장의 불황이 세계 최고·최대의 바이크 쇼인 유로바이크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동안 유로바이크는 매년 8월말에 열렸는데 올해는 두 달 가까이 당겨 7월 초에 열리면서 신제품을 내놓지 못한 업체가 많았고 아예 불참한 업체도 상당했다.

전시규모와 바이어가 급감한 이유
그동안 유로바이크는 기존에 참여한 업체에 부스를 우선 배당해왔다. 신규업체는 참가 신청서를 내고도 무작정 빈자리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매년 큰 변화 없이 기존 참여업체들이 같은 자리를 고수해 왔는데, 올해는 시장의 큰 변화에 따라 유로바이크 상황도 크게 달라졌다. 변화의 흐름을 잘 읽은 업체는 생존했지만, 그렇지 못한 업체는 전시장에서 모습을 감추거나 규모를 축소했고, 여러 업체가 모여 하나의 부스를 꾸미기도 했다.

메이저 업체들의 부스 축소와 참여를 포기한 업체의 빈자리는 중국 전기자전거 업체들이 대부분 채웠다. 신규업체들에는 새로운 기회가 되었지만 수년 동안 늘 그 자리를 지키던 업체들이 하나둘 안보이기 시작했고, 규모를 줄이거나 없어진 업체를 찾아내느라 바쁜 발걸음을 재촉해야 했다.
주최측의 발표에 의하면 참여업체는 1400개로 전시면적은 매진되었다고 한다. 전시회를 찾은 바이어는 작년 4만2500여명보다 다소 줄어든 3만7000명이라고 하지만 실제 체감으로 느끼는 전시규모와 바이어의 감소는 더욱 심각했다.  

 

3D 프린터로 제작된 전기자전거
윌리어는 무게 9.8kg으로 세계최경량 전기 로드바이크 컨셉 모델을 선보였다
기존 업체들이 축소하거나 빠져나간 부스는 중국 전기자전거 업체가 대부분을 채웠다

 

큰 이슈가 없는 것이 이슈
특이한 것이라면 주 출입구에서 가까운 가장 큰 전시관인 A1관을 전기자전거 전용관으로 꾸몄다. 덕분에 필자가 관심 있는 제품들을 쉽게 관람할 수 있었다. 그런데 전기자전거를 한자리에 몰아넣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나머지 전시관에서도 전기자전거는 많이 보였다.
A1 한쪽에서는 다양한 화물운반용 전기자전거를 만날 수 있었다. 유럽에서는 화물 자전거가 소형화물 운송수단의 대세가 되고 있다. 올해는 상당히 많은 업체가 다양한 형태의 화물 자전거에 전기시스템을 탑재해서 자전거의 한계를 넘어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 제품을 대거 출품해 시승과 보는 재미까지 제공했다.
A1 전시관은 전기자전거 전용관으로 절반은 중국 업체, 나머지는 독일을 중심으로 EU 전시관이 되었다. 한때 전기자전거의 종주국이었던 일본의 전기자전거 회사는 찾지 못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관람객 수가 많이 줄어든 것이다. 점심시간 식당에 늘어선 줄이 현저하게 줄었다. 특히 언제나 10m 이상의 대기 줄을 자랑하던 푸드트럭은 최근 5년간 대기 줄이 가장 짧았다. 그래도 필자는 결국 올해도 못 먹어봤다.
전시장 중간에 자리한 이벤트 존에 빈공간이 많이 보이기 시작했다. 예년에는 빈 곳 없이 가득 채웠던 부스나 이벤트 행사가 줄었고 관람객까지 같이 줄어들어 유로바이크의 화려한 과거를 지켜본 필자의 마음을 짠하게 했다.

 

4륜 전기자전거 컨셉 모델
이번쇼에는 카고바이크가 대거 등장해 새로운 유행을 예고했다
매년 10m씩 줄을 서야 했던 푸드카도 많이 한산해졌다
시포 트라이애슬론 바이크 섀도우-R

 

유로바이크 어워드에 선정된 트라이애슬론용 자전거 시포의 섀도우-R은 새로운 컨셉으로 주목을 받았다.
전통적인 자전거의 틀을 벗어난 설계가 돋보인다. 기존의 포크가 사라진 형태이다. 앞바퀴의 와류를 줄이기 위해 스티어러 튜브가 포크 역활을 하는 펜더와 연결되고 펜더와 일체형인 가로축 중간에 휠세트가 고정되는 새로운 방식으로 공기저항과 승차감을 업그레이드 시켰다.

세라믹스피드가 선보인 컨셉바이크 드리브 En도 큰 관심을 끌었다.
기존의 구동계와 다른 신개념 구동계를 내놔서 체인 소리가 아닌 라쳇소리 같은, 처음 보는 구동계 소리에 모두 신기하게 지켜봤다. 체인이 없고 스프라켓 이빨이 모두 같은 원판 평면에 위치하며, 샤프트에 베어링 롤러가 돌면서 위치에 따라 다른 토크를 낼 수 있는 구조로 기존의 개념을 바꾼 새로운 시도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베어링이 노출되어 있어서 내구성과 함께 샤프트 구동 방식의 전기자전거가 인력과 모터 힘이 더해지는 강한 토크에서 제대로 동력을 전달할 수 있을지는 제작사도, 필자도 장담할 수 없었다. 200년 자전거 역사에서 체인이 아닌 다른 구동 방식이 가끔 선보였지만 대부분 잠깐의 이슈로 끝나고 상용화에는 실패했다. 아직도 기존의 체인방식을 능가하는 획기적인 제품은 나오지 못했지만, 성공하기 바라는 신선한 변화의 바람은 기대하고 있다.

부지런히 부스를 둘러보니 5년 전부터 봐왔던 업체들이 불참한 경우가 많았다. 작년에 오디너리에 모터를 달고 수년 동안 한 자리를 고수하던 독일군 군복 차림의 사장님이 보이지 않았다. 전시장 야외에 오디너리 전기자전거만 보였다. 바로 옆에 늘 같이 자리 잡았던 쿨스탑 브레이크 사장님도 보이지 않았다. 이름만 들어도 아는 제품들도 어려운 자전거시장의 현실은 피해갈 수 없었나 보다.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심지어 매년 관심 있게 봐온 다혼과 브롬톤 부스도 안 보였다.
작년 유로바이크 기사에 다혼 부스가 줄어든 사진을 올렸는데, 잘 찾아보니 다혼은 작년보다 또 절반 수준으로 줄여 타 업체와 같이 평면전시를 하고 있었다. 

작년에 전동 브롬톤의 등장으로 많은 관심과 인기를 끌었던 브롬톤 부스도 몬테규 험머 부스와 합쳐서 자전거 몇 대만 달랑 내놓았다. 부스와 자전거가 너무 작아서 필자는 몇 바퀴를 돌다 두 번째 날에야 브롬톤 부스를 찾아냈다. 

 

세라믹스피드가 선보인 컨셉 바이크 드리브 En. 체인 없는 샤프트 구동과 평면 카세트가 독특하다
시승장 한켠으로 밀려난 전기 오디너리
다혼 부스는 작년보다 더욱 작아졌다

 

시마노와 스램 두 경쟁업체는 작년과 차이가 없었다. 메이저급 중에는 전기자전거 비중이 높은 업체는 그대로 유지한 경우가 많았지만, 대부분의 완성차 업체들은 규모를 축소해서 전시 규모와 기간은 물론 관람객까지 함께 줄어 마음이 아팠다. 그렇지만 메인 12개 홀에 빈 부스는 없었다. 다만 통로나 야외공간도 빼곡히 채웠던 이벤트와 전시가 많이 줄어들었다.
 

 

A1 관으로 전기자전거를 모았지만, 나머지 관에도 전기자전거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대형 자전거 업체들은 각자의 부스 전면에 얼굴마담으로 전기자전거를 내놓았다. 국내에도 잘 알려진 엑셀그룹의 하이바이크는 100% 전기자전거를 전시해 내년에는 ‘하이 이-바이크’로 회사 이름을 바꿀지도 모른다. 같은 그룹의 고스트와 라피에르는 전기자전거와 일반 자전거를 반반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었다.
자전거계의 지각변동으로 그동안 유로바이크에서 고정이었던 부스 바뀜도 심해졌다. 찾던 업체의 부스가 보이지 않아서 참가업체 리스트를 보고 겨우 찾아내야 했다. 기존 업체들도 3일의 짧은 전시기간으로 입체적인 부스 제작비를 줄이기 위해 대형업체 몇몇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규모를 줄이거나 평면으로 배치한 경우가 많았다.

일반 자전거 업체들이 줄이거나 뺀 전시공간은 중국 전기자전거 업체들의 점유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전기자전거는 이제 누구도 말릴 수 없는 대세로 자리 잡았다.
시승장에서는 여전히 전기자전거가 인기였다. 필자도 타보지 못했던 화물용 전기자전거와 새롭게 선보인 전기자전거 위주로 시승을 해보았다.

 

브롬톤은 다른 업체와 함께 작은 부스를 꾸며 주목을 끌지 못했다
하이바이크는 모든 전시모델을 전기자전거로 채웠다
스램은 올해 4월 선보인 유압 디스크 브레이크, 유압 림브레이크, 11단 스프라켓 등의 새로운 구동계를 선보였다
매년 복층으로 화려하게 꾸몄던 고스트는 단층으로 부스를 축소했다


작년에 처음 선보인 누빈치 무단기어는 모터 속에 내장되어 외장기어가 필요 없는 콘티넨탈 모터를 장착한 전기자전거로 기존 전기자전거보다 작동이 복잡해져서 필자도 따로 교육을 받아야 시승할 수 있었다.
유로바이크의 자랑인 다양한 자전거 시승장은 그대로 마련되었다. 여기서는 보쉬의 안전시스템이 돋보였다. 전기자전거로 시승을 나가기 전에 보쉬에서 만든 작은 트랙을 먼저 타보게 하고 진행요원의 OK 사인이 나야 본격적인 야외 시승장으로 나갈 수 있게 했다. 숙달된 조교들이 조작을 어려워하는 고학년(?) 라이더들에게 나머지 공부를 시키고 있었다.

 

 

 

야외에 마련된 도로주행 시험장. 카고바이크를 많이 시승하고 있다
유로바이크는 전시장이 광대해서 자전거를 가지고 입장할 수 있다
보쉬는 자체 시승구간에서 충분히 연습한 다음 야외로 나가도록 안내했다

 

 

마지막 날 일반인 관람일이 없어져 짧아진 3일간의 일정으로 달라진 점도 있었다. 쇼의 마지막 날에는 점심시간이 지나면 짐을 싸던 업체들이 올해는 오후 5시까지 열심히 제품 설명을 하고 관람객들도 마지막까지 관심 있게 듣고 있었다.
예년 대비 참여업체의 희비가 엇갈리고 바이크쇼 규모와 관람객까지 줄어들어 위기를 느끼는 업체들의 몸부림처럼 보여 씁쓸했다.

관심을 집중시키는 제품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일반 자전거나 용품들까지 획기적인 제품은 많지 않았다. 세계 자전거시장 상황이 유로바이크에 그대로 반영된 것 같았다. 하지만 자전거의 화려한 변신은 계속되어야 한다. 내년 유로바이크는 업계의 목소리를 반영해서 2019년 7월 31일 ~ 8월 3일 열린다. 내년에는 세계 자전거산업의 새로운 도약을 기대해본다. 

유럽 현지의 자전거 문화
3일간의 짧은 유로바이크 참관을 마치고 스위스로 넘어가면서 유럽의 자전거도로를 살펴봤다. 도심이 아닌 도로는 자전거도로가 차도와 완전히 분리되어 자동차가 침범하거나 불법주차를 할 수 없는 구조다. 하지만 복잡한 시내 구간은 우리와 별 차이가 없는 자전거도로가 있긴 해도 확연히 달랐다. 유럽의 선진 자전거문화가 생긴 이유가 따로 있었다. 바로 자전거의 활용도 문제다. 

대부분의 유럽인은 자전거를 교통수단으로 사용하기에 내 가족이 타고 나도 타는데 자전거도로에 불법주차를 하겠는가? 유럽의 자전거도로에 불법주차된 자동차를 눈 씻고 찾아봐도 없는 이유다. 바로 그들이 운전자이자 라이더이기 때문이다. 자전거와 보행자를 배려해주는 운전자 덕분에 더 안전하게 탈 수 있다. 당연히 전기자전거도 자전거를 교통수단으로 사용하는 라이더가 많고 교통수단으로서  전기자전거의 유용성이 뛰어나 더 빨리 받아들여져 활성화된 것이다. 

서울시내에 무늬만 자전거도로에 불법 주차된 차량을 보면 운전자는 자전거란 강변에서 운동이나 할 때 타야지 도로에 나오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으로 절대로 자전거를 타지 않는 사람일 것이다.
첫날 도착해서 늦게 잠들었지만 현지시간으로 새벽에 일어나 보덴 호로 산책을 나갔다. 독일의 새벽을 여는 자출족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역시 유럽은 자전거(전기자전거 포함) 천국임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안전한 자전거도로에서 여유롭게 출근하는 유로피안의 표정엔 늘 엷은 미소가 함께 한다. 특히 전기자전거 라이더의 표정이 좀 더 편해 보였다. 전기자전거를 타는 필자는 그 이유를 충분히 교감할 수 있었다.

 

스위스 레만 호 호반길을 달리는 자전거
스위스 제네바 시내의 자전거도로. 불법주차가 단 한 대도 없다
차도와 분리된 유럽의 자전거도로
독일의 아침 출근길. 자전거 통근자가 매우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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