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클웨어 절대강자와 신흥강자

안장 위 똑같은 옷, 지겹지도 않니?
사이클웨어 절대강자와 신흥강자

모든 문화에는 트렌드가 존재한다. 자전거 역시 트렌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MTB가 대유행하던 시절이 지나간 후, 로드바이크가 몇 년간 그 자리를 메웠다. 2018년인 지금은 전기자전거가 꽤나 보급되었고, 중장년층 위주였던 MTB는 청년층의 이목을 끌기 시작했다. 자전거가 이렇게 유행을 타면서 돌고 도는 동안, 액세서리 역시 발전을 거듭하면서 몇차례의 유행을 거쳤다. 자전거의류 역시 예외일 수 없다. 아니 오히려 더 크게 영향을 받는다고 해도 무방하다.
나가서 자전거를 탈 때보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자전거를 구경하는 일이 더 많아진 요즘, 인스타그램상의 자전거 관련 피드(feed)를 볼 때마다 발견되는 공통점이 있다. 모두 하나같이 특정 브랜드의 옷과 헬멧을 착용하고 있는 것. 그리고 그 계정들은 기본 2천명부터 1만명 이상의 팔로워를 ‘거느린’ 라이더들의 피드가 다수다.
굳이 이렇게 많은 팔로워를 보유하지 않은 계정에서도 그 특정 브랜드들의 옷을 아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얼추 3가지로 추려지는 이 브랜드들은 왜, 어떻게 우리나라 사이클 유저들의 피드를 장악한 것일까.

 

 

 

대세의 3대 브랜드
굳이 감출 이유도 없다. 대놓고 말하자면 그 3가지 브랜드란 ‘라파(Rapha)’, ‘파노말스튜디오(Pas Normal Studio)’, ‘펠라(Pella)’다. 
세 브랜드의 공통된 장점 첫번째는 역시나 디자인이다. 무난하고 화려하지 않은 절제미는 흰색, 검은색, 은색 외의 차량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튀지 않는 색감을 좋아하는 한국의 감성에 잘 들어맞는다. 그러한 무난한 디자인 속 소소한 디테일이 살아있는 점도 강점이다. 아무리 어떻게 입어도 무난한 옷이 인기가 좋은 건 사실이지만 그렇게 심심하기만 한데 인기가 좋을 리 없다. 로고 디자인이나 포인트로 들어간 자그마한 무늬, 지퍼나 포켓의 디자인이 독특하다든지 하는 디테일은 무난함에 지루할 수 있는 디자인을 환기시켜준다. 
공통점이자 단점인 부분은 역시나 높은 가격이다. 저지 한 장에 20만원은 훌쩍 넘어가고 빕숏의 경우 30만원이 넘는 제품도 허다하다. 가격이 어지간한 입문용 중고 자전거의 가격을 위협할 정도다. 그렇다고 직구로 눈을 돌려봐야 소용없다. 전세계 어디에서나 크게 차이나지 않는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 그러니 여느 수입사가 그러하듯 마진을 많이 남기느니 하는 둥의 불평은 접어두자. 물론 비싸긴 해도 그만큼 고급소재를 사용해 라이딩 시 더욱 편안함을 선사하는 것도 사실이니까.
 


라파
브랜드 이미지가 확고한 라파. 이미 오래전부터 국내 자전거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어왔다. 영국에서 시작된 이 브랜드는 전세계적으로도 사이클웨어의 No.1으로 자리를 잡았다.
사이클링 저지와 빕 등은 자전거를 위한 의류이기 때문에 형태적으로 한계가 있다. 그로인해 과거의 많은 기성 제조사들은 사이클링 웨어를 대체적으로 화려하게 디자인하는 것에 몰두했다. 그것이 다른 저지 제조사들과 차이를 두는 방식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 화려한 저지에는 팀복이 아님에도 각종 스폰서십 로고가 박히기도 했다. 라파는 그 틈새를 잘 공략한 케이스다.
라파의 제품 대부분은 단색계열이고 지나치게 화려한 무늬는 지양한다. 이는 아래에 소개할 브랜드들 모두 마찬가지지만 라파는 거기에 그동안 쌓아온 브랜드 이미지까지 더해져 있다. 한번 시작되면 동호인들에게 ‘라파 포탈이 열렸다’고 우스갯소리까지 떠도는 세일부터 RCC(라파 사이클링 클럽)라고 불리는 자체 진행 이벤트까지 라파는 의류를 판매하는 데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이클링 컬쳐 전반을 확장하고자 움직이는 브랜드로 명성이 높다.

 

 


파노말 스튜디오
아마 인스타그램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옷 중 1위가 아닐까. 그만큼 파노말스튜디오(이하 파노말) 의류는 자전거시장에서 인기가 높다. 국내에 선보인지 4년째인 파노말스튜디오는 자전거 관련해서는 다소 생소할 수도 있는 덴마크 코펜하겐에 근거지를 두고 있고 대부분의 제품은 이탈리아에서 생산된다.
파노말스튜디오 의류는 극도로 절제된 디자인을 보여준다. 무늬나 패턴이 입혀진 의류 역시 존재하지만 그 안에서도 절제미가 느껴진다. 파노말의 그러한 절제미는 로고타입에서도 십분 느낄 수 있다. 별다른 로고타입 없이 브랜드명을 죽 나열한 텍스트와 앞글자의 ‘PAS’를 삼각형으로 배열한 디자인만을 로고타입으로 사용하고 있다. 미니멀한 디자인은 화려한 디자인보다 더욱 눈길을 끌고 한층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이를 받쳐주는 색상도 강렬한 원색을 사용하기보다 채도를 한톤 낮춰 더욱 차분한 인상을 심어준다.
ICC(International Cycling Club)라는 클럽을 통해 세계적으로 이벤트 라이딩도 진행하고 있어 파노말이라는 브랜드에 대한 자부심과 소속감을 고취시키기도 한다.

 

 

펠라
위 두 브랜드보다 국내에 알려지기 시작한 기간이 짧음에도 불구하고 SNS상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퍼지고 있는 펠라다. 이탈리아 브랜드인 펠라는 30년의 역사를 지닌 사이클웨어다. 펠라의 브랜드명은 설립자인 로르다나 펠라(Loredana Pella)의 이름에서 유래했으며, 그녀는 과거 사이클팀에서 프로선수로 활약하기도 했다. 그녀의 남편이 섬유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사이클웨어로의 진출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2000년대에 들어 세계 각국으로 소개되기 시작한 펠라는 10년이 훌쩍 지난 최근에서야 국내에 소개되기 시작했다.
이탈리아의 디자인 특징이 그렇듯이 펠라의 디자인은 위 두 브랜드와는 다소 다르다. 과도하지는 않지만 다양한 패턴을 시도하고 있고 색상 역시 좀 더 채도가 살아있는 활력적인 이미지다. 기본적으로 반팔저지 디자인은 타 브랜드보다 소매가 유난히 긴 제품이 많은 것이 특징이며, 무조건 트렌디한 디자인을 좇기보다 클래식한 디자인도 다수 공존해 좀 더 다양한 사용자층을 공략한다.
이탈리아 본토에서 모든 공정이 진행되는 만큼 라이딩에 최적화된 최상급 소재만을 고집해 멋진 디자인을 뽑아내는 것은 물론, 라이딩시 가벼움과 편안함, 신축성과 흡한, 속건 등 모든 기능에 있어서 실 사용자층의 두터운 지지를 받고 있다.

 

 

“너무 똑같은 건 싫어”
위 세가지 브랜드는 한국에서 지금 가장 핫한 메인스트림이다. 그만큼 디자인도 훌륭하고 기본적인 성능을 갖추었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지적하고 싶은 부분은 너무 유행의 틀에 갇혀 더욱 다양한 제품으로 눈을 돌리지 못하는 현상이다. 유행을 타기 시작하면 너도나도 해당 브랜드를 고집하기 시작해 어느새 온통 그 브랜드만 보이는 것이 우리나라다. 이는 물론 제품의 우수성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것이고 위 브랜드들은 그런 조건을 잘 충족하고 있긴 하지만 너무 유행을 좇기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제 소개하는 브랜드들은 아직 국내에 소개되지 않았거나, 국내에서 시판중이지만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은 브랜드들이다.

바르데나
바르데나는 이탈리안 사이클링 웨어다. 바르데나만의 특징이라고 한다면 카본 원사를 함유시킨 소재로 의류를 제작한다는 것. 이렇게 카본 원사가 적용된 의류의 특징은 열전도가 빨라 주행 중 발생하는 신체의 열을 신속히 식혀주고, 동시에 젖산이 쌓이는 수치까지 내려준다고 제조사는 설명한다. 육안으로도 확인이 가능한 카본 원사는 상의에는 1%, 빕에는 5% 가량의 비율을 차지한다. 보자마자 입이 벌어질 정도의 디자인은 아니지만 소재와 그 기능성을 감안해 주목할 만한 브랜드다.

 

 

카펠뮤르
일본에서는 이미 라파를 제치고 가장 높은 점유율을 갖고 있는 카펠뮤르다. 카펠뮤르는 다양한 디자인은 물론이거니와 레이스웨어 보다 컴포트웨어에 집중하는 경향이 짙다. 레이스웨어에 집중한 서브 브랜드 리온 드 카펠뮤르 역시 국내에 소개되고 있다.
자전거가 일상생활 깊숙이 자리잡은 일본의 특성상 사이클웨어는 자전거 동호인의 것만이 아니기 때문에 컴포트웨어의 인기가 높다. 국내에도 전개되고 있지만 이상하리만치 그 인지도가 낮은데, 이는 국내 라이더들이 지나칠 정도로 레이싱웨어를 선호하는 경향에서 기인한 것으로 추측된다. 앞으로 자전거가 좀 더 일상생활에 스며든다면 크게 인기를 끌게 될 제품으로 기대된다.

 

 

파리아
파리아는 국내에 전혀 소개되지 않은 브랜드다. 하지만 눈길을 끄는 디자인에 인스타그램 상에서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로드바이크와 픽시씬을 아우르는 과감한 디자인과 아이디어는 다국적 4명의 아티스트들에게서 나온다.

 

 

라파시오네
국내에 정식으로 들어오지는 않았지만 해외직구를 통해 구입하는 라이더가 종종 있는 브랜드다. 라파시오네는 이탈리아 브랜드로 파격적인 가격대와 유행을 타지 않는 미니멀한 디자인을 선보인다. 디자인은 군더더기가 전혀 없고 오로지 사이클링만을 위한 형태를 갖췄다. 화려한 디자인보다는 단색계열, 혹은 정갈한 패턴의 디자인 위주다. 타 브랜드 대비 합리적인 가격대를 갖췄다.

 

 

엔들리스
심플함을 추구한다지만 너무 밋밋하기만 한 것은 재미없다. 심플함 속 사소한 디테일을 찾는 라이더라면 엔들리스도 추천할 만 하다. 스페인의 사이클링 웨어 브랜드인 엔들리스는 심플함과 화려함의 중간에서 중심을 잘 잡은 브랜드다.

 

 

TIC
트렌드에 맞추다보면 너도나도 무채색, 단색의 특징이 결여된 룩이 완성되기 일쑤다. TIC의 색감은 화려하다. 화려한 색감을 큼직큼직한 면으로 배치해 어디서도 눈에 띄는 사이클링 웨어를 만들어 낸다. 흑백영화에 혼자 총천연색의 인물이 등장한 듯 신선한 활기를 심어준다.

 

 

옷은 개성이다
제목 그대로 옷은 개성이다. 사이클웨어라는 기능적인 목표야 뚜렷하지만 그 안에서 자신만의 개성을 찾는 것이 현대를 살아가는 라이더들에게 요구되는 덕목이 아닐까 싶지만, 최근에는 너무나도 유행을 좇는 것만 같아 씁쓸하기 그지없다. 실상 우리나라에 유통되고 있는 브랜드 개수만 해도 엄청나게 많은 편이기에 좀 더 눈을 돌려보면 성능 좋고 디자인 좋은 제품들이 얼마든지 있다. 이제는 무작정 유행을 좇기보다는 자신이 그러한 ‘비주류 아이템’을 셀렉해 유행을 선도해보는 것이 어떨까.

기자 맘대로 정해본 우리나라 사이클웨어 현황
취재를 위해 수많은 브랜드를 찾고 또 찾아보았는데, 그러던 중 재미있는 사실을 한가지 발견했다. 기자가 어떤 하나의 브랜드를 볼 때마다 그 브랜드가 기자의 머릿속에 심어주는 이미지가 각기 다르다는 것. 브랜드마다 기자의 머릿속에 있는 이미지를 표로 작성해보았으니 재미삼아 살펴보고 자신의 의견과 비교해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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