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세계최고 화산, 오호스 델 살라도(6893m)를  

자전거로 정복한 안치영 대장

 


“올라갈 때 배로 힘들었던 만큼, 내려올 때 보상이 좋았다”
지구 반대편 칠레의 오호스 델 살라도 산(). 해발 6893m나 되는 이 까마득한 고산을 아시아 최초로 자전거로 오른 산악인이 있다바로 산악인 안치영(40) 대장이다자전거를 등에 업기도 하고기압차로 인해 펑크가 난 자전거 그대로 다운힐을 내리 쏘기도 했던다사다난했던 여정에 대해 안치영 대장과 일문일답을 나누었다
글 최웅섭 팀장  사진 안치영 대장, 전수병 대원, 최웅섭 팀장

 

 


안치영
1977년 생으로 최근 가장 주목받는 젊은 산악인이다. 모험적이고 이색적인 등반으로 명망이 높다. 가셔브롬 5봉(7147m) 등 세계 초등정 기록도 다수 보유하고 있다.  
• 2005 로부제 서봉(6145m) 남서벽 초등정
• 2006 로체(8516m) 남벽 등반
• 2006 로체 샤르(8382m) 남벽 등반
• 2007 헌터피크(5362m) 등반
• 2008 가우리상카(7134m) 서벽 등반
• 2009 그로스베너(6376m) 북벽 등반
• 2012 악사이 산군 테게토르(4441m) 북동벽 초등정
• 2012 힘중(7140m) 세계 초등정
• 2013 에베레스트(8848m) 등정
• 2013 암푸1(6840m) 세계 초등정
• 2014 가셔브룸 5봉(7147m) 세계 초등정
• 2015 오호스 델 살라도(6893m) 자전거 등정

세계에서 가장 높은 화산을 자전거로 오른 산악인이 있다는 소식에 기자는 경악했다. 칠레에 있는 오호스 델 살라도 산은 높이가 무려 해발 6893m나 되어 북한산(836m)의 9배, 백두산보다는 2.5배 더 높다. 이런 산을 정말 자전거로 오를 수 있단 말인가. 궁금증과 호기심에 주인공인 안치영(40) 대장을 만나보고 싶었다. 등정에 성공한 것은 2015년 12월로 다소 시간이 지났지만 자전거 계에는 많이 알려지지 않아 구체적인 내용을 직접 듣고 싶었다.   
2월 8일, 인터뷰 약속을 하고 광화문에 위치한 한 커피숍에서 안치영 대장을 만났다. 
기자는 사실 산악인이라는 특수한 직업에 대해 몇 가지 환상을 가지고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 환상은 산산이 깨져버렸다. 

예상을 깨는 외모
덥수룩한 수염, 마른 몸에 다닥다닥 붙은 근육들, 새까맣게 그을린 피부 가운데 또렷한 눈빛을 상상했던 기자는 커피숍 테이블에 마주한 안 대장의 모습에 다소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점잖은 말투에 깔끔한 외모의 안 대장은 잘 정돈된 사무실의 화이트 컬러를 연상시켰다. 상상과는 판이한 그의 모습에서 여정에 대해 가졌던 궁금증이 배로 증폭됨을 느끼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 자신과 팀에 대해 간단한 소개를 부탁한다.
“그저 전세계를 돌아다니고 있는 산악인이다. 팀이라고 하기보다는 목표가 설정되면 크루를 모집하는 방식으로 그때그때 다른 팀을 구성한다. 산악인 김창호 대장과 함께 많이 다닌 것 같다. 이번 여정에는 전수병 대원과 함께 했다. 미대륙을 자전거로 횡단하고, 아프리카 대륙도 가로 질렀던 유능한 대원이다.”
- 자전거를 타고 그런 높이를 올라간다는 것이 상상이 되지 않는다. 어떻게 이런 계획을 세우게 되었나? 
“오호스 델 살라도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화산이다. 사실 일반적으로 등반한다면 오호스 델 살라도는 크게 의미가 없다. 이미 전세계의 높은 산들은 20세기 초반 모두 정복되었고, 그 이후로는 새로운 루트, 이색적인 도전이 더욱 의미가 있다. 당시 유럽에서 이 루트를 자전거로 정복한 사례가 있는데, 아시아권에서는 없었다. 그래서 도전하게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2014년 파키스탄의 가셔브롬 5봉(7147m)을 등반한 이후로 권태기와 함께 심신이 지쳤다는 느낌이 왔다. 뭔가 색다른 도전으로 활기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자전거로 등반한다는 계획은 훌륭한 선택이 되었다.”

 


위아위스 볼티오 타고 등정 

- 자전거는 위아위스를 통해 후원받았다고 들었다. 산악인으로 자전거를 후원받을 때 업체의 반응과 그 과정이 궁금하다. 
“주위에 많은 산악인들 중에 자전거를 즐기는 동료가 상당수 있다. 아이스클라이밍 세계챔피언인 송한나래 선수가 위아위스의 자전거를 탔는데, 그때 송한나래 선수의 소개로 위아위스와 연결이 되었다. 처음 위아위스에서도 다소 의아한 반응을 보였으나, 여정에 대한 설명을 듣고는 이내 적극적인 도움을 주었다. 오호스 델 살라도는 산은 물론, 베이스캠프까지 도달하는 데도 험로가 이어져 어설픈 자전거로는 꿈도 꿀 수 없다. 위아위스는 기술력에 자신이 있었기에 흔쾌히 수락한 것 같다. 당시 위아위스에서 볼티오 나노 XT 모델을 후원받아 사용했다.” 

- 위아위스의 볼티오라면 최정상급 모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전거를 동반한 여정이 쉽지는 않았을 것 같다. 장단점이 있을 것 같은데.
“맞다. 당시 타고 갔던 자전거는 때로는 동반자였고, 때로는 부담스런 존재이기도 했다. 처음 칠레의 코피아포 아타카마 사막의 비행장에 도착해 자전거를 타고 베이스캠프로 향할 때는 사막구간을 제외하곤 거의 자전거를 타고 갔다. 베이스캠프까지는 290km 거리로, 주파하는데 5일 정도 걸렸다. 그때는 자전거가 참 즐겁고 재미난 존재라고 생각했는데, 베이스캠프에서 본격적으로 등반을 시작하니 문제가 많이 생겼다. 자전거로는 도저히 지나갈 수 없는 지형과 암벽등반을 해야 할 상황에 맞닥뜨릴 때면 자전거를 등에 걸고 통과해야 했는데, 그럴 때는 정말 힘들었다.”

- 자전거를 업고 암벽을 오른다는 것이 상상이 안 된다. 사고는 없었나?
“다행히 몸을 다친 사고는 없었다. 하지만 방금 말한 것에 보태 이야기한다면, 정상을 눈앞에 둔 지점에 20m 높이의 절벽이 있었는데 이 구간은 협곡으로 좌우의 폭이 굉장히 좁다. 여기를 자전거를 업고 갈 생각을 하니 눈앞이 캄캄했다. 어쩔 수 없이 자전거를 등에 메고 등반을 시도했는데, 협곡이 어찌나 좁은지 계속 자전거가 걸리더라. 그때 정말 힘들었다. 사고를 당했다고 한다면 그때 입은 마음의 상처를 들고 싶다(웃음).”
 

 

테호스 대피소(5467m)에서 정상으로 향하는 길

 

악몽의 등정, 그러나 신났던 다운힐 

- 반대로 가장 좋았을 때는 언제였나?
“당연히 내려올 때가 좋았다. 산악인 사이에서 정상은 정복해야할 대상이기도 하지만 어찌 보면 그저 반환점이기도 하다. 그만큼 내려오는 여정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여정은 올라갈 때 배로 힘들었던 만큼, 내려올 때 보상이 좋았다는 느낌이다. 자전거인들 사이에 다운힐을 보고 하는 말이 있지 않나? 업힐 후 꿀 같은 보상이라고.
  사실 하산을 시작하기 전에 자전거를 확인하니 뒷바퀴 타이어가 터져 있었다. 아마 험한 지형으로 인해 약해진 튜브와 타이어가 고산의 기압차를 이기지 못하고 터진 것 같았다. 근데 어쩔 도리가 없어서 그냥 타고 내려왔다. 그런데도 아무일 없었던 걸 보면 자전거가 튼튼하긴 한가 보다.”

- 자전거를 타고 고산을 등반한다는 것이 이렇게 이야기로 들어도 실감이 잘 가지 않는다. 자전거인에게 추천할 만한 코스가 있는가?
“개인적으로 네팔의 안나푸르나에서 열리는 야크어택 코스를 추천하고 싶다. 야크어택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고도에서 열리는 MTB 대회로, 엄청 힘들다고 소문나 있다. 꼭 대회가 아니더라도 이 구간을 자전거로 여행하면 좋을 것 같다. 하지만 높은 고도와 거리 때문에 많은 위험이 수반하니 사전 준비가 철저해야 하고 체력이 좋아야 한다.”

- 개인적으로 안 대장이 자전거를 지속적으로 탔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동료들과 한강을 가볍게 타거나 싱글코스를 자주 탄다. 등반도 등반이지만 자전거도 매력이 넘친다. 
4월에 인도로 떠날 예정이다. 다람수라(6446m)와 팜수라(6451m)를 등반하는데, 이번에는 새로운 루트를 개척해 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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