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과 가슴과 마음의 쉼터 ‘천사의 섬’

전국 섬의 1/4이 모여 있는 국내최고의 섬나라 신안
눈과 가슴과 마음의 쉼터 ‘천사의 섬’

갈 때마다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가는 순간 마음이 차분해지는 곳, 바로 신안 ‘천사의 섬’이다. 무려 1004개의 섬이 있다고 해서 붙여진 ‘천사의 섬’은 크건 작건 섬마다 풍광과 사연이 각별하다. 절정의 다도해 사이로 연락선은 기나긴 파문을 흘리고, 아름다운 다리는 섬 풍경을 일신한다. 다시 신안 ‘천사의 섬’으로 간다. 겨울이 오기 전 섬은 농익은 화장으로 두바퀴를 부른다. 본지가 독자 여러분을 모시고 ‘사이클링 신안 2018’을 진행하는 이유, 이 가을 ‘천사의 섬’은 너무나 아름답기 때문이다        

 

좁고 단절된 국토에서 우리는 간혹 숨이 막힌다. 어떤 사정으로든 한계에 봉착했을 때 도피 혹은 일탈, 좋게 말하면 의지할 수 있는 최후의 장소가 없다면 돌이킬 수 없는 좌절과 맞닥뜨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은밀하고 사적이며 동떨어진 그런 공간이 있다면 삶은 심호흡을 되찾고 일상은 그럭저럭 견딜만한 현실로 주저앉을 것이다.    
내게 그런 곳은 섬이다. 단절에 단절을 더하고, 하차하는 순간 위협으로 돌변하는 자동차가 적으며, 인심과 풍광이 살아 있는 곳. 사면을 에워싸고 때로는 격렬하게 충돌하고, 때로는 부드럽게 애무하는 파도의 조화경은 정화의 의식에 보내는 섬 특유의 갈채다.

촘촘히 모여 있기도, 듬성듬성 퍼져 있기도  
다행히 이 땅에는 4000개에 달하는 섬이 해안을 따라 보석처럼, 낱알처럼, 꿈결처럼 흩어져 있다. 무인도가 90%지만 과밀한 도시에서 허덕이는 삶은 섬의 존재만으로도 실낱같은 희망, 혹은 은신처를 꿈꾼다. 
국내 최고의 섬무리는 단연 신안이다. 전체가 1000개가 넘는 섬으로만 이뤄져 있고, 섬의 집중도도 대단하지만 분산도 역시 극심해서 최북단 임자도에서 최남단 가거도까지 150km에 달한다.  
이 신안에서 지리적으로, 상징적으로 중심이 되는 섬무리는 다이아몬드 형태로 모여 있어 ‘다이아몬드제도’라고도 불리는 자은도-암태도-팔금도-안좌도, 비금도-도초도, 신의도-하의도 일대다. 
자은도-암태도-팔금도-안좌도는 연도교로 이어져 있고, 올해말 새천년대교(7.2km)가 개통되면 육지와 연결된다. 비금도-도초도, 신의도-하의도는 각각 연도교로 이어져 있지만 다른 섬과는 동떨어져 있어 앞으로도 한동안은 배편을 이용해야 한다. 
사실 진짜 섬은 배를 타고 가야하는, 진정한 단절의 벽을 조건으로 한다. 섬이 섬인 것은 바위와 수목조차 기댈 데 없이 외롭기 때문 아닌가. 자은도-암태도-팔금도-안좌도는 육지화를 눈앞에 두고 있어 올 가을은 진짜 섬으로서는 마지막 모습이다.    
작년에 이어 올해 10월 26~28일 2박3일간 본지가 진행하는 ‘사이클링 신안’은 자은도-암태도-팔금도-안좌도, 비금도-도초도를 돌며 약 200km를 달리는 섬여행이다. 배를 세 번 타야하고 섬 특성상 숙식 시설이 넉넉하지 않지만 어차피 섬여행은 조금의 불편과 소외를 각오하거나 오히려 그런 것마저 즐기려고 떠나는 것이다. 
신안군이 자랑하는 주요섬 일주 자전거 코스 ‘천사섬 자전거길’은 총 12개 섬 500km에 달한다. ‘사이클링 신안 2018’은 그중 다이아몬드제도의 핵심 6개 섬을 돌게 된다. 코스가 지나는 차례대로 6개의 섬을 소개한다.    

자은도  
즐비한 해변과 송림, 광활한 대파밭 
자은도는 면적이 53.5㎢로 대도시의 구(區) 정도 크기인데, 인구는 2천명을 조금 넘는다. 도시라면 50만명이 북적거릴 면적이니 도로에는 차가 드물고 마을은 한산하다. 자은(慈恩)이라는 은근한 이름은 임진왜란 때 조선을 도우러 왔던 명나라 장수 이여송 휘하의 두사춘(斗四春)의 일화에서 유래했다. 두사춘이 반역자로 몰려 이곳에 피신했다가 주민들 도움으로 목숨을 부지해 감사한 마음으로 자은도라 불렀다고 한다. 두봉산(364m)은 다이아몬드제도 최고봉으로 거친 암릉을 거느리고 바닷가에서 곧장 솟아 육지의 500~600m급 위용을 발한다. 넓은 들판이 곳곳에 펼쳐져 섬이 아니라 육지의 농촌 같다. 들판에는 벼가 영글어 가고, 경사면은 온통 마늘과 땅콩, 대파 밭이다. 북쪽 해안에는 크고 작은 해수욕장이 즐비하다. 가장 서쪽의 분계해수욕장부터 동쪽끝의 둔장해수욕장까지 약 10㎞의 해안은 백사장들의 장대한 열병식이다. 최북단의 한운리에는 해안임도 구간인 ‘해넘이길’이 각별하다. 

 

암태도  
새천년대교가 연결되는 섬나라의 새 관문   
암태도(岩泰島)는 이름부터 바위투성이다. 최고봉 승봉산(355m)은 넓게 퍼진 산세인데도 기암괴석을 주렁주렁 달고 있고 동쪽의 박달산(197m)도 온통 바위산이다. 바위가 병풍처럼 두르고 있다고 해서 암태도라 부른다고. 바위산의 기세에 걸맞게 고려 중기의 용맹한 무장 척준경(?~1144)이 유배온 곳이기도 하다. 올연말에는 섬 동북단에 새천년대교가 이어져 조만간 다이아몬드제도의 관문이 된다. 면적 40.1㎢. 한적한 추포도와의 사이에는 밀물이면 잠기는 노두길이 별격이지만 교량공사로 잠시 옛모습을 잃었다. 

 

팔금도  
다도해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채일봉전망대 
팔금도(八禽島)는 면적이 17.36㎢로 주변 섬들보다 훨씬 작지만 농경지가 많다. 한때는 여러 개의 섬으로 나뉘어 있던 것을 제방을 쌓고 간척을 해서 하나의 섬으로 연결해 논이 많아졌다. 주민들의 생계도 어업은 소수이고 농업이 대부분이다. ‘팔금’이라는 이름도 금당산(130m)을 중심으로 사방에 8개의 섬이 새처럼 모여 있다고 해서 붙여졌다고 한다. 남서쪽의 채일봉전망대는 다이아몬드제도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장쾌한 조망을 보여주고, 남서단의 서근등대의 외딴 풍경도 매혹적이다.    


안좌도 
갯벌 위를 달리는 ‘천사의 다리’
안좌도는 59.9㎢로 다이아몬드 제도에서 가장 크다. 원래는 분리되어 있던 안창도와 기좌도가 간척공사로 하나의 섬이 되면서 두 섬의 앞 자를 따서 안좌도가 되었다. 안좌면소재지는 제도 전체에서 가장 번화(?)하다. 각종 가게들이 즐비하고 고등학교까지 있다. 들판이 넓어 주민들 대부분은 농업에 종사한다. 서쪽은 대규모 염전지대여서 염전이나 김 양식도 성행한다. 최고의 볼거리는 남쪽의 두리마을에서 반월도~박지도를 연결하는 ‘천사의 다리.’ 예쁜 나무데크 다리가 갯벌에 낮게 붙어 1462m나 이어진다. 

 

비금도  
절경의 해변과 바위산의 조화
날아가는 새 모양이라서 비금도(飛禽島)라는 아름다운 이름을 얻었다. 면적은 44.1㎢로 큰 편이다. 다이아몬드 제도에서 가장 서쪽에 있어 자연이 잘 보존되어 있고 풍경이 아름답다. 길이가 4.5km에 달하는 명사십리 해변은 웅장하면서 아늑하고, 하트 모양을 닮은 하누넘해수욕장 일대는 국내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길의 하나로 꼽힌다. 남동부 전체를 차지하고 있는 거대한 천일염전도 장관이다. 섬 중간중간에 솟아 있는 산들도 암릉이 드러난 산세가 예사롭지 않아 등산 코스로도 좋다. 새천년대교가 개통해도 당분간 진짜 섬으로 남아 고적한 낙도 분위기와 자연 경관을 유지할 것이다.  

 

도초도   
드넓은 고란평야에 깜짝 
일찍이 1996년 서남문대교가 개통되면서 비금도와 하나의 섬이 되었다. 하지만 풍경과 분위기는 비금도와 완전히 다르다. 비금도가 백사장이 즐비하고 산악 경관도 아름답다면, 도초도는 섬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고란평야가 광활한 농업의 섬이다. 도초항 일대는 비금도까지 통틀어 가장 번화한 중심지이고 면적은 41.9㎢로 비금도와 맞먹는다. 남단의 시목해변은 도초도의 비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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