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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보스톡 루스키 섬-자전거여행 가장 가까운 ‘유럽여행’ 겸 대자연 체험가장 가까운 ‘유럽여행’ 겸 대자연 체험

다시 찾은 블라디보스톡 루스키 섬
가장 가까운 ‘유럽여행’ 겸 대자연 체험


지난여름 제대로 보지 못한 블라디보스톡 루스키 섬을 다시 다녀왔다. 완도 정도의 크지 않은 섬이지만 울창한 원시림과 초원, 아름다운 해변이 모여 있다. 길은 모두 비포장이어서 숲과 해변, 초원을 누비는 라이딩은 대자연과 하나가 되는 듯한 감동을 준다. 시내는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유럽풍, 근교에는 대자연이 그대로 남아 있는 특별한 도시가 블라디보스톡이다 

 

억새가 부드럽게 일렁이는 구릉지를 흙길이 구불대며 아스라이 넘어가는 환상경. 저 너머에는 또 어떤 장관이 펼쳐질까 궁금해진다. 뱌틀리나 곶 가는 길목의 풍경이다


장거리 유럽여행이 부담스럽다면 짧은 일정으로 다녀오기 좋은 블라디보스톡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은 어떨까. 한국에서 가장 가까운 유럽풍인 블라디보스톡은 저렴한 물가와 2시간30분이면 닿을 수 있는 가까운 거리로 인해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지난 7월에 이어 9월 중순 블라디보스톡을 다시 다녀왔다. 7월의 루스키 섬은 짙은 먹구름을 머금고 비를 잔뜩 토해내서 온통 진흙탕 라이딩을 했고, 흩뿌리는 빗방울에 사진을 제대로 건지지 못한 아쉬움이 많이 남아 있었다.
여행은 날씨가 90%를 좌우한다. 흐리거나 비가 오면 라이딩은 온통 우울함으로 가득해진다. 물론 좋은 사진도 찍지 못한다. 라이더에겐 역시 쾌청한 하늘이 최고다. 날씨가 좋으면 진짜 아름다운 섬이 루스키 섬이다. 다행히도 이번엔 하늘이 도왔는지 이틀간의 루스키 섬은 환상적인 날씨였다.

현지인들이 해양스포츠를 즐기는 토비지나 곶 해변
고개를 넘으니 절경의 해식애나 나타나는 남쪽 해변
원시 자연의 밀림 속을 거침없이 누비며 대자연의 대자유를 만끽한다

 


루스키 섬의 속살까지 제대로 보는 방법
블라디보스톡 번화가는 길이 복잡할뿐더러 차량도 많고 매연이 극심하다. 그래도 해양공원, 혁명광장, 독수리전망대, 잠수함박물관 등 명소는 번화가에 밀집되어 있어 시티투어는 피할 수 없는 필수코스다. 그러나 루스키 섬은 매연이 가득하고 텁텁한 블라디보스톡 도심과는 다른 상쾌함과 수림으로 뒤덮인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자랑한다.
많은 현지인과 외국인 관광객들이 루스키 섬을 찾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트레킹을 즐기기 위해서다. 당연히 자전거로 라이딩을 한다면 더할 나위 없는 최적의 힐링 코스다. 드넓은 바다가 한눈에 펼쳐지고, 광대한 초록수림의 대향연이 펼쳐지는 감동적인 풍경을 마주할 수 있다.
여행자들이 주로 찾는 곳은 뱌틀리나곶(Mys Vyatlina)을 비롯해서, 마치 그 모양이 북한처럼 보여 한국인들 사이에서는 북한섬으로 불리는 토비지나곶(Mys Tobizina)을 방문하는 게 일반적인 코스다.  
블라디보스톡 혁명광장에서 루스키 섬 입구까지는 약 13km. 트레커 대부분은 뱌틀리나곶 입구까지 약 27km를 막심(Maxim, 러시아의 택시 호출 어플) 택시나 여행사 차량으로 점프해서 트레킹을 즐긴다. 트레커들은 기본적으로 반나절의 짧은 일정으로 수박 겉핥기식으로 둘러보고 가는데, 이들 대부분은 루스키 섬의 속살을 놓치게 되지만 자전거는 그렇지 않다.
이번엔 4일간의 일정 중에서 혹시 모를 흐린 날씨나 비를 대비해 유동적으로 이틀간 탐방을 계획했다. 블라디보스톡 혁명광장에서 루스키 섬으로 가는 복잡한 도로와 매캐한 매연이 싫어 일행은 택시와 트럭을 대절하여 이틀간 2번 왕복으로 루스키 섬을 고루 훑어보았다. 


2012년 아펙 정상회담 개최지
루스키섬(Russky Island)은 블라디보스톡 프룬젠스키 구(區)에 있으며 블라디보스톡 맨 아래 아무르 만과 우수리 만 사이에 있다. 이 섬은 한때 군사기지였고 예전에는 페리를 이용해서만 방문이 가능했다. 당시에는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없었기 때문에 자연이 매우 잘 보존되어 있고 야생동물도 많았다고 한다.
2012년 루스키 섬에서 APEC 정상회담이 열렸는데, 루스키 대교는 이때 완공됐다. 이후 APEC 정상회담 개최지로 시내에 있던 극동연방대학교가 옮겨왔다. 아무것도 없던 황량한 섬에 대학이 들어서면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APEC 정상회담이 개최된 역사적인 장소(A~C동)여서인지 학교 건물치고는 너무나 세련되고 첨단화된 모습이다. 캠퍼스가 워낙 넓어 버스를 타고 다녀야 할 정도. 교내 셔틀버스가 5분마다 운행되어 일반인도 산책 겸 들어올 수 있다. 하지만 건물 내 입장은 불가능하다.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공원이 조성되어 있어 봄·여름 나들이 장소로 인기다.


제주 올레길 닮은 절경의 연속
프리모리예 아쿠아리움 입구에서 임도로 내려가 바다를 낀 습지대에서 본격적인 트레킹 코스로 라이딩을 시작한다. 블라디보스톡 근교에서 가장 아름다운 자연경관으로 손꼽히는 루스키 섬은 가파르지 않은 하이킹 코스로 제주 올레길과 비슷한 느낌이다.
저지대의 습지대는 작은 해변과 서핑 장소가 간간이 있으며, 키 작은 수풀과 울퉁불퉁한 자갈길로 이뤄진 해변길은 아담한 언덕을 넘나드는 느낌이다.  
369포대진지로 가는 임도는 여러 갈래의 길이 사방으로 펼쳐져 있어 코스를 잘 숙지하고 가야 한다. 해안을 낀 능선길과 절벽길은 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진 탁 트인 코스로 라이딩 내내 절경을 보여준다. 
뱌틀리나곶과 토비지나곶으로 향하는 울창한 숲속의 비포장 임도는 자동차 바퀴에 패인 흔적이 깊은 골을 만들어 물이 잔뜩 고여 있거나 진흙뻘로 질척인다. 수없이 나타나는 물웅덩이와 고랑을 헤치고 마음 내키는 대로 달릴 수 있는 것은 MTB만의 매력이다. 드넓은 바다가 한눈에 펼쳐지는 감동적인 풍경을 마주할 수 있고, 다이내믹한 언덕 숲길과 매혹적인 초원길도 자유롭게 누빈다.

숲 저편으로 교각이 우뚝한 루스키 대교와 블라디보스톡 시내가 살짝 드러났다
뱌틀리나 곶에는 해안포대가 있고 그 아래로 맑기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투명한 바다가 출렁인다
티 없이 맑은 대자연 속에 있으니 절로 힘이 솟는다. 토비지나 곶 가는 벼랑길로, 조금 더 가면 북한섬이 보인다

 

이정표 없는 길에서 누리는 무한대의 자유
자전거 라이더가 루스키 섬을 100% 즐길 수 있는 방법은 이정표 없는 비포장 길을 무한대로 자유를 만끽하며 달려보는 것이다. 자연 그대로의 길을 한가로이 달리다 보면 해안절벽 등 영화에서나 볼 법한 아름다운 풍경의 주인공이 되기도 한다.
일명 ‘북한섬’으로 불리는 토비지나곶 입구는 넓은 공터와 자갈 해변이 있다. 해양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해변에는 현지인들이 수영과 패들보트를 즐긴다. 9월에 해수욕이 가능한가 생각이 들었지만, 물속으로 들어가는 사람, 보트를 타는 사람, 가족과 일광욕을 하는 사람들이 제법 있으며, 공터 한편의 작은 레스토랑에서는 러시아식 꼬치구이 ‘샤슬릭’을 맛볼 수 있다. 
토비지나 곶으로 이어지는 트레킹 코스는 가히 환상적이다. 초지 능선을 지나 토비지나 곶으로 가는 울창하고 아담한 숲터널에서는 운이 좋다면 귀여운 야생여우도 만날 수 있다. 
루스키 섬 일주 라이딩은 총거리 38km로 포장도로가 끝나는 지점을 중심으로 달리면 된다. 일부 해안도로를 빼고는 온통 울창한 숲길이다. 


섬 곳곳에 남은 포대진지
루스키 섬에서 가장 높은 산은 중부지역에 있는 루스키흐산(279m), 글라브나야산(279m), 첸트랄나야산(255m)으로 그리 높지는 않지만, 복잡하게 얽혀있는 숲길은 모두 광대한 수림으로 뒤덮여 있다.
구소련 시절에는 군사기지가 있었던 곳이어서 섬 구석구석에 포대진지가 많이 구축되어 있다. 블라디보스톡에는 100여 개의 요새가 있지만, 이곳 보로실로프 포대는 러시아에서 가장 큰 해안포가 숨듯이 자리해 완벽한 요새 조건을 갖췄다. 러일전쟁에 패배한 러시아가 일본의 침략을 대비해 1934년에 세운 것이다. 3개 포구가 달린 거대한 대포 2문이 바다를 향해 있다.
아름다운 자연을 간직한 일주도로의 해안길과 울창한 숲길은 포장된 길도 아니고 데크로 된 길도 없다. 그냥 옛날 우리 시골처럼 흙길이다. 나는 흙을 밟으며 걸을 수 있는 길을 무척 좋아한다. 산행을 할 때도 데크 계단이나 암릉길이 끝나고 흙길을 만나면 저절로 기분이 좋고 피로가 풀린다. 


천진난만한 아이로 돌아가게 만드는 곳
루스키 섬의 아름다운 초원길과 해안길, 그리고 울창한 원시림 숲길에 반하지 않을 수 없다. 섬의 오프로드를 정신없이 달리다 보면 옷과 자전거는 온통 진흙투성이가 되지만 천진난만한 아이로 돌아간 듯 천국이 따로 없다.
이틀간 루스키 섬에서의 환상의 라이딩은 마치 때 묻지 않은 자연을 다 가진듯한 느낌이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다. 좋은 추억만 남아야 한다. 삶에 지치고 힘이 들 때 루스키 섬에서 힐링 라이딩을 즐겨보자. 정말 자연을 다 가진듯한 느낌을 받는다. 

토비지나 곶에 서니 나도, 자전거도 자연의 일부로 가만히 녹아들어간다
브로실로프 포대에는 다양한 군사장비를 전시해놓았다. 탱크 포탑에 올라앉은 러시아 미녀의 자세가 요염(?)하다
바퀴와 지구가 바로 만나는 흙의 감촉은 역시 특별하다. 일주코스의 1/4은 해안길이다
토비지나 곶에는 북한지도를 닮은 북한섬이 바다로 길게 돌출해 있다

 

여행 Tip
▧  ‌루스키 섬은 안개가 자주 끼는 편이다. 날씨가 좋지 않은 날 라이딩을 하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수 있으니 유의.
▧  ‌편의시설이 부족한 편으로 사전에 물과 간식을 준비해 간다.
▧  ‌비용이 조금 들더라도 차량으로 점프해서 쾌적한 라이딩을 하는 것이 좋다. 여유롭게 이틀 정도의 라이딩을 계획한다.

 

 

이윤기 이사  buleeb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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