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즌 대비 분해정비 핵심 포인트
자전거도 휴식이 필요하다!
새로운 시즌 대비 분해정비 핵심 포인트 - 로드 편
어느새 11월, 본격적인 겨울을 알리는 입동이 코앞이다. 겨울철에는 라이딩 횟수가 부쩍 줄어들거나 아예 시즌 오프 하기도 한다. 이런 시기에 우리는 몸과 장비를 재정비 하곤 한다.
겨울동안 푹 쉬어 몸이 초기화 되면 새 시즌에 ‘몹쓸 몸’이 되어버릴지 모르지만 자전거는 더러워지고 낡은 부품들을 억지로라도 초기화 시켜놓을 필요가 있다. 그래서 로드바이크의 분해정비에 대해 알아본다. 제 손으로 직접 하고자 하는 정비초보의 눈높이에 맞춰 쉽게 풀어보려고 한다.
분해정비, 꼭 해야하나
당연한 대답이겠지만 시즌동안 정말 열심히 자전거를 탔다면 무조건 해줘야 하는 것이 옳다. 분해정비는 자전거의 오염을 제거해 부품이 제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은 물론, 자전거의 전체적인 점검을 할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점검을 통해 상태를 파악하고 적재적소에 알맞은 정비나 교체를 진행하는 과정인 분해정비를 꼼꼼하게 거친 자전거는 새것과 크게 다를 바 없다.
반대로 주기적인 분해정비를 받지 않은 자전거는 겉으로는 멀쩡할지 모르나 보이지 않는 부분이 점차 상하고 망가져서 자전거에 큰 데미지를 줄 수도 있으니 분해정비의 중요성을 간과하지 말자.
분해정비, 어디서부터?
말 그대로 분해정비다. 프레임을 홀딱 벗기는 작업이라면 크게 순서를 따질 것은 없지만 분해하기에 앞서 거쳐야 할 중요한 과정이 있다. 바로 피팅 마킹 작업이다. 사전에 아무 확인 없이 자전거를 모조리 분해한다면 시즌동안 공들여 맞춰놓은 피팅값이 물거품이 되어 버린다. 새 시즌이 오더라도 몸에 꼭 맞는 편안함을 유지하고자 한다면 마킹작업은 필수다. 안장위치와 각도, 시트포스트의 높이, 핸들바와 레버의 각도 및 위치를 잘 기억하고 메모해놓는다. 경험담인데 메모는 필수다. 수치를 몇 번 읊조리고는 외웠다고 착각하지 말자. 나중에 머리를 쥐어짜도 안돌아온다.
본격적인 분해
마킹작업을 마쳤다면 본격적으로 분해를 시작한다. 분해를 위해서는 거치대가 필요하다. 탑튜브나 시트포스트를 잡아주는 행거형이 가장 적합하다(하지만 거치대가 없다고 못할 것도 아니다. 안장과 핸들바를 삼각대 삼아 뒤집어 놓고 작업할 수도 있다. 최후에 안장과 핸들바를 분리하면 된다). 자전거를 걸었으면 아래의 순서대로 탈거를 시작해 보자.
분해순서 및 필요공구
일반적으로 기자가 분해정비를 실시할 때 쓰는 순서다. 표처럼 부품을 프레임에서 떼어놓기만 하는 정도는 육각렌치, 혹은 프레임에 따라 톡스렌치(별렌치)만으로도 쉽게 가능하다. 상황에 따라 순서는 유동적으로 진행해도 무방하지만 꼭 순서를 지켜줘야 하는 것이 있다. 브레이크와 디레일러는 반드시 조향부(스템, 핸들바, 레버)를 분리하기 전에 탈거하거나 최소한 케이블이라도 분리해 준다. 그렇지 않고 무작정 조향부를 탈거해버리면 조향부와 브레이크, 디레일러에 연결된 케이블이 당겨져 프레임 단면이나 도장면에 손상을 입히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어떤 바보가 그런 실수를 하느냐고 비웃을지 모르겠지만 그건 바로 기자였다.
조향부를 프레임에서 분리하는 과정에서 또 중요한 것이 있는데 스템을 분리할 때 물려있던 포크 스티어러 튜브가 스템으로부터 해방되면서 아래로 뚝 떨어지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 높은 빌딩에서 떨어지는 것도 아니니 박살이 날 확률은 희박하지만 기스라도 나면 마음은 犬박살이 난다.
여기까지 분해를 마쳤다면 이제 프레임에는 한가지가 남는다. 바로 케이블 겉선 하우징이다. 요즘은 케이블이 내장되는 인터널 프레임이 많은데, 인터널 프레임의 경우 하우징을 교체할 것이 아니라면 어지간해서는 빼지 않도록 한다. 하우징을 뺄 경우 다시 삽입하기가 굉장히 어려운 프레임이 많은 편이다. 하지만 교체 예정이라면 과감히 제거한다.
분해가 완료되었다면 본격적으로 점검과 세척을 실시한다. 부품마다 세척하는 방식이 다소 다른데 크랭크, 체인, 카세트, 디레일러 등 기름때가 많은 드라이브 트레인은 디그리서를 사용해 세척한다. 디그리서를 뿌리고 기름때가 녹을 때까지 잠시 기다리거나, 오염이 심하면 담가두는 것도 좋다. 고가의 디그리서가 부담스럽다면 주유소에서 등유를 구입해 쓰는 것도 좋다. 카세트를 휠세트에서 분리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전용공구가 필요하다. 특별히 교체가 필요한 상황이 아니라면 분리하지 않고 세척해도 괜찮지만 카세트가 장착된 허브바디를 정비하려면 분리해야 한다.
브레이크를 꼼꼼히 세척하기 위해서는 먼저 브레이크 패드를 제거한다. 브레이크 패드는 제동력과 직결되는 용도이니만큼 세척한답시고 유분을 듬뿍 끼얹는 일이 없도록 주의한다. 브레이크는 타이어와 아주 근접해 있기 때문에 지면으로부터 올라오는 오염물이 많다. 구석구석 들어찬 먼지를 제거해주고 경첩부위를 꼼꼼히 윤활한다.
조향부는 구조적으로 구동계에 비해 세척할 것이 적은 편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헤드튜브 위아래로 위치한 헤드셋이다. 라이딩 중 땀이 스며들거나 우중 라이딩과 같은 상황에서 수분이 유입돼 금속부품에 녹이 생길 수 있다. 이런 상태로 장기간 방치된다면 반드시 탈이 나게 마련. 녹이 난 부품은 꼼꼼히 세척해 주고 회생이 불가하다면 서둘러 교체한다.
헤드셋에 삽입되어 있는 베어링은 조향을 원활하게 해주는 부품이다. 하지만 위와 같은 이유로 정기적인 정비가 필요하다. 베어링 내부의 볼이 파손된다면 조향에 심각한 이질감을 가져온다. 최근 많이 쓰이는 카트리지 베어링은 분해하지 않는 것이 좋지만, 분해해야할 경우라면 베어링 볼 하나라도 유실되지 않도록 주의하고, 베어링 소재에 따라 적절한 그리스를 도포해준다.
레버의 경우 고무후드로 덮여있어 방심하기 쉽지만 자전거의 최전방에 위치한 만큼 많은 이물질이 유입되는 곳이다. 하지만 기능에 문제가 없는 이상 레버를 분해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브레이크 케이블 헤드가 위치한 힌지부분과 후드에 덮인 체결나사의 먼지를 털어주는 정도만으로도 충분하다.
휠세트의 세척은 간단하지만 리어휠은 예외다. 무리한 세척으로 인해 디그리서 같은 성분이 허브 베어링으로 유입되면 내부의 그리스가 녹아내려 치명적인 데미지로 이어질 수 있으니 주의한다. 휠 허브 역시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분해하는 것을 권장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분해한다면 휠의 구조를 제대로 파악하고 시작해야 한다. 휠세트마다 허브의 디자인과 형식이 다른 것이 많으니 분해할 때 각별히 유의한다. 허브 베어링을 정비할 때 규격에 맞는 그리스는 필수다.
안장, 핸들바, 스템, 시트포스트 등은 구조적인 복잡함도 없을뿐더러 오물은 지워내면 그만인 경우가 많아 오염에도 강한 편이다. 그저 꼼꼼하게 청소해준다는 생각으로 닦아준다. 혹여 핸들바가 인터널 타입인 경우는 케이블 홀로 유입된 이물질을 제거해준다.
모든 부품이 떨어져 나간 프레임은 여기저기 부품이 장착되었던 부위 위주로 꼼꼼히 살펴본다. 부품과 프레임 사이로 먼지가 유입되고 고착되는 경우가 많다. 가장 주의해서 살펴봐야할 부분은 BB셸이다.
BB는 탈거하지 않는 것이 기본이다. 탈거할 경우 재사용하기는 어려우며 프레스핏 BB는 더더욱 그렇다. 또한 각 규격의 BB마다 전용공구가 요구되고 그 가격 또한 만만찮다. 확실히 BB의 문제라고 진단되는 경우에는 전용공구를 사용하거나 전문샵에 맡기는 것이 좋다. 외부에 묻은 이물질을 깔끔하게 제거해주는 것만으로도 효과를 볼 수 있으니 무리한 분해는 지양하자.
BB셸 아래쪽에는 앞뒤 디레일러로 가는 케이블 마운트가 위치하고 있다. 이곳 역시 이물질을 꼼꼼히 제거해 준다.
포크는 두가지 부위로 나뉘는데 프론트 휠이 장착되는 포크 블레이드 부분과 헤드튜브를 관통해 조향부와 연결되는 스티어러 튜브가 있다. 스티어러 튜브와 블레이드가 만나는 지점에는 헤드튜브 아래쪽과 맞닿는 크라운 레이스가 있다. 조향부에서 오는 하중을 받으면서 회전하는 곳인 만큼 깔끔한 정비가 필요하다. 자갈 같은 이물질이 끼어들어 파손되는 경우 대체부품을 구하기도 까다로우니 신경 써서 정비한다.
블레이드의 안쪽은 바퀴가 쉴 새 없이 회전하는 공간이다. 그만큼 이물질의 유입도 많고 가장 많은 기스가 나기도 한다. 크랙이 나는 일은 거의 없지만 도장의 까짐은 빈번하게 발생하는 곳이니 자전거를 아낀다면 항상 체크하는 것이 좋다. 기자의 경우는 이 부위에 자꾸 기스가 나는 것이 싫어 보호필름을 붙여놓거나 에폭시를 바르는 방법을 쓴 적이 있다. 두 방법 모두 결과는 괜찮은 편이었다.
조립에는 왕도가 없다. 순서대로 꼼꼼하게 조립해야 한다.
모든 부위의 정비와 세척을 마쳤다면 이제 조립이다. 조립은 분해의 역순으로 진행하면 된다. 분해를 성공적으로 했다면 조립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지만 만약을 위해 자신의 작업내역을 메모해 두는 것을 잊지 말자.
부품 체결 시에는 각 부품마다 요구하는 규정토크에 맞춰 조립한다. 과거 기자의 일본인 친구가, “일본인은 덜 조여서 문제인데, 한국인은 너무 조여서 문제”라고 말한 적이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그저 감으로 조립하면 대부분 오버토크인 경우가 많으니 규정토크를 꼭 지키자. 시트포스트나 헤드셋 등 카본 페이스트나 그리스가 필요한 부품에는 각종 케미컬을 꼼꼼히 발라 조립을 마치도록 한다.
이렇게 해서 로드바이크의 분해정비를 마쳤다. 사실 기능상의 문제가 없다면 이 정도 정비와 세척을 해주는 것만으로도 자전거는 제몫을 충분히 해낸다. 다가올 시즌은 새것처럼 깨끗해진 자전거와 함께 해보자.
다음호에서는 MTB의 서스펜션과 유압식 디스크 브레이크의 분해정비에 대해 알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