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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을 감수하며 떠나는, 자연과 동화되는 여행 캠핑라이프스타일 이야기(제2편)

라이프스타일 이야기(제2편) 
불편을 감수하며 떠나는, 자연과 동화되는 여행 캠핑


다소 시들해지긴 했지만 캠핑 인구는 여전히 적지 않다. 하지만 우리네 캠핑장의 풍경은 최신 장비를 테스트하거나, 서로 자랑하는 경연장 같다. 여기서 드러나는 우리의 라이프스타일은 불편한 과정을 직접 하기 싫어하고, 경쟁적으로 비슷한 장비와 활동을 공유하며 동질감을 얻고자 한다는 것이다. 불편을 싫어하는 문화는 결과적으로 자전거 활성화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예고한대로 필자의 칼럼은 라이프스타일 이야기이다. 이번호에서도 나는 자전거가 아닌 딴 이야기를 할 것이다. 이 달에 이야기할 주제는 캠핑이다. 이 안에 담겨 있는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코드를 살펴보면서 보다 자연친화적인 레저문화의 정착과 자전거 세상의 도래를 꿈꿔본다. 


‘정글의 법칙’ 같은 캠핑을 꿈꿨으나
꽤 오래전 여러 지인 가족과 함께 서해안의 섬으로 여행을 떠난 적이 있다. 온 가족이 가는 터라 숙소가 있는 실내취침의 여행이었지만, 텐트도 함께 치는 여행이었기에 나는 그때 남들 다 한다는 캠핑을 해보게 되는구나 기대를 했다.
소싯적 ‘맥가이버’라고도 불릴만큼 손재주가 많은 나는 만능 공구와 야전삽, 철사, 낚싯대 등과 함께 우리집 비상 생존배낭에 들어있는 야전 물품들을 몇가지 챙겼다. 물론 우리가 야생에서 그냥 자는 것은 아니었음에도 은근히 ‘정글의 법칙’이 연상되는 그런 자연친화적인 캠핑을 꿈꿨던 것 같다. 



동해안 도보여행의 추억
나는 모험을 좋아한다. 오랜 직장생활 동안 출장이 아닌 순수한 여행만을 위해 길을 떠날 기회가 그리 많지는 않았지만 방랑벽이 있는 나에게는 길을 떠난다는 자체가 즐거움이었다. 누군가 그 중 무엇이 가장 좋았냐고 묻는다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가장 불편하고 고단했던 여행을 꼽는다. 같이 사는 식구들에게는 서운한 말일지 몰라도 지금까지도 내 기억 속에 남아있는 가장 좋았던 여행은, 패기 있던 젊은 시절 혼자서 달랑 배낭 하나 메고 3주 동안 걸어가면서 시골 집밥 얻어먹고 다니던 동해안과 남해안 도보여행을 꼽을 것이다.
애인도 없던 미혼 시절, 첫번째로 일하던 곳을 그만둔 후 강원도 태백을 시작으로 떠났던 그 여행은 3주를 조금 넘어서 부산에서 끝이 났다. 원래는 한려수도를 지나 전라도까지 갈 생각이었지만, 3주가 지나니 몸도 고단하고 돈도 떨어졌고, 무엇보다 아무리 고독을 즐긴다 해도 길 떠나는 동안 같이 말할 사람이 없다는 것이 늘 아쉬웠다. 휴대폰도 없었던 시절(있기는 했지만 무척이나 비싸서 특별한 사람들만 쓰던 시절이었다) 날마다 사색하며 수필 같은 글을 썼지만, 내가 아무리 글쓰기를 좋아한다 해도 3주쯤 매일 쓰다 보면 어째 말하는 내용이 점점 비슷해진다. 그래서 나의 여행은 거기서 끝이 났다(지금 생각해 보니, 만약 글을 매일 안 쓰고 더 띄엄띄엄 썼으면 더 길게 여행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새벽에 TV 방송이 시작되는 시간 애국가가 나올 때 해가 뜨는 그 장면을 찍었다던 동해안의 바닷가 마을, 촛대바위가 있는 추암은 지금은 유명 관광지가 되었지만 당시에는 고작 하루 세번 버스가 들어가던 시골마을이었다. 고요하게 혼자 보는 일출이 정말 아름다웠다.   동해안을 따라 내려가며 또다시 길을 걷다 만난 어느 바닷가 마을의 시골 밥집 아주머니는 혼자 여행한답시고 뜬금없이 들어와 백반 하나 시켜먹는 새파란 청년이 측은했던지 게다리가 한짝 들어간 해물찌개 국물도 공짜로 내주셨다. 그 때가 휴가철도 아니고 관광지도 아닌 시골마을이었고 마침 손님도 없었다. 아마도 자기 식구들이 먹던 것을 한 그릇 퍼 주신 것이었을까? 아무튼 또 시골 인심에 감사해서 아주머니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밤을 보낼 곳을 구했다. 아주머니 소개로 찾아간 그 마을 어느 집 문간방에서 그날 저녁 몸을 뉘일 수 있었다. 



캠핑은 최신 장비 경연장? 
도보여행이 편했을 리가 있겠나? 발 아프고 고단했다. 머리가 떡져도 매일 씻지도 못했다. 하지만 그런 속에서도 내가 속이 탁 트일 만큼 잘 쉬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던, 무언가 말이 안 되는 편안한 희열이 있었다. 내게 있어서 여행이란 가서 논다는 개념보다도 무언가 이런 아련함이 묻어나는, 눈감아도 들리는 바닷가 파도소리 같은 그런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것이었다.
다시 2010년대의 섬 이야기로 돌아온다. 당시 나는 지인들과 섬 여행을 떠나면서 호텔이나 콘도에서 누리는 깔끔하고 럭셔리한 편안함이 아닌, 무언가 자연 속에서의 아련한 경험을 떠올리고 싶었던 모양이다. 낚시를 해서 물고기를 잡고 나뭇가지를 모아 불을 피우고, 그 위에 나무 기둥 몇 개와 철사를 엮은 틀에 매달린 냄비에서 찌개가 끓는 동안 긴 막대기에 아가리를 벌린 물고기를 꿰어 불에 구워서는 숯검댕 얼굴에 묻혀가며 밥을 먹을 상상을 했다. 그러려고 그에 필요한 구시대적 도구들을 주섬주섬 들고 갔던 것이다.
하지만 웬걸? 섬에 있었던 며칠 동안 나는 본의 아니게 신문물을 접하는 원시인 역할을 맡게 되었다. 내가 나뭇가지를 다듬고 철사를 엮는 등 자연에서 재료를 구해서 뭐라도 할라치면, 이번 여행을 제안했던 그 집에서 지니의 요술램프라도 가져온 건지 “아, 그건 이걸로 하는 겁니다” 하면서 그 목적에 특화된 신문물 기기들을 연달아 내놓는 것이 아닌가? 어쩐지 배 타러 갈 때 보니 이 집이 짐이 많아도 너무 많았어. 난 달랑 20년된 등산 배낭에 로빈슨 크루소의 물건들을 담고서는 낚싯대를 들고 갔건만, 이 집은 아니었다.
연기가 나지 않는 캠핑 전용 숯이며 스텐리스 꼬치 막대기 세트에 이름도 모를 각종 장비들에다 바람을 막아주는 방풍벽이 달린 조립식 화덕까지…. 아니, 이런 데서는 이런 전용 장비만 써야 하는 거였어? 요즘 캠핑이 이래? 아니, 명색이 캠핑인데 말이야. 이런 건 현지에서 구하는 재료들로 만들어 쓰는 게 더 재미있지 않냐? 전엔 내가 이런 걸 뚝딱 다 만들어내면 모두들 맥가이버라고 감탄했는데… 나도 이러면서 존재감 좀 발산해 보려고 기대했는데… 나는 그만 시무룩해지고 말았다. 

 

일반차를 캠핑용으로 개조한 캠핑카들
체코의 어느 고속도로. 자전거를 싣고 여행을 떠나는 캠핑카

 

장비 자랑하려고?
섬에서 며칠을 그 집과 함께 지내면서 나는 이 집이 결코 이상하지 않다는 걸 금방 알게 되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캠핑을 온 다른 집들도 하나 같이 비슷했다. 다들 처음 보는 신기한 물건들을 갖고 왔다. 일년에 한 열번씩은 캠핑을 다니나 보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걸 다 장만하려면…. 
어떤 사람들은 거의 글램핑 설비에 준하는 장비를 갖고 온 집도 있다. 밤에도 온수난방을 하며 뜨끈하게 잘 수 있단다. 요즘 대세인 유튜브에 보면 새로 나온 신문물을 소개하는 속칭 ‘개봉기’ 영상이 넘쳐나는데, 여긴 말하자면 이런 물건을 실제로 써보는 ‘사용기’를 제작하는 곳인 것이다(내가 아는 자전거회사 사장 하나도 요즘 재미 들린 듯 이 일을 열심히 하고 있다).
멋진 물건 하나 척 꺼내들면 옆 텐트에서 바로 반응이 온다. “우와~ 신기하네. 그거 뭐예요? 어디서 샀어요?” 이 외계 물건을 들고 온 남자는 비로소 어깨에 힘이 팍 들어가는 것이 눈에 보인다. “아, 이거요? 이거 별거 아닌데. 미쿡!에서 직구로 산겁니다. 하하.”
평소에는 무뚝뚝하던 남자들도 이때만큼은 시키지도 않은 장황한 제품 스펙 소개로부터 아주 연속동작에 자동 반복으로 사용법 셀프 시범까지 친절 모드 일사천리다. 이런 경험을 하고 나면 우리 수컷들은 또 마눌님 모르게 비자금을 모아서 기어이 그걸 사고는 다음 번 캠핑 때 또 다른 이웃 텐트의 눈에 띄게 큰 동작으로 보란 듯이 자랑을 해야만 하는 것이다.
“아~ 이거요? 이거 별거 아닌데, 하하.” 만약 질문한 옆 텐트 사람들이 아리따운 아가씨들이라면? 다 해주는 거지 뭐~ 그날 그 집은 캠핑이고 뭐고 백발백중 야외 부부싸움이다. 



캠핑카의 지지부진
언제부터인가 캠핑카도 많이 늘어났다. 예전에는 기성차를 개조하는 것이 대부분이었지만, 작년부터는 자동차 업체에서 완성차 형태로 출시하기에 이르렀다. 어느 분야나 그렇듯이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늘어난 캠핑카 문화가 다양한 계층으로 확산되는 단계에서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캠핑을 즐기는 보편적인 모든 이들이 오직 캠핑 하나만의 목적으로 이를 장만하기에는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기존 캠핑과 달리 캠핑카는 그리 빨리 확산되지는 않을 것이다. 대신 ‘차박’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하는 가운데 다목적 크로스오버 차량들이 출시되기도 했지만, 일부는 일년만에 단종되는 등 수요가 예상과 같지는 않은 모양이다.
연중 내내 전용 캠핑카를 놀리지 않고 계속 사용할 수 있는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 그뿐만 아니라 캠핑카를 있는 가치 그대로 잘 활용하기에는 아직은 국토 인프라가 더 개선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아직까지 우리나라는 정박된 캠핑카에 묵으며 체험하는 형태가 더 많다).
우리보다 자연이 광활한 서구권 국가들에서는 캠핑카의 활용도가 월등히 높은 것은 자명한 일이다. 외곽으로 나가보면 캠핑 트레일러 말고도 자동차 뒤에 다양한 트레일러를 끌고 가거나 자전거를 매달고 가는 차를 보는 것은 동구권에서조차 어렵지 않다. 우리나라도 통일이 되면 북으로의 여행이 늘어날 것이고, 열악한 숙소 환경을 감안할 때 통일 후의 유력사업으로 검토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불편한 건 싫어! 뒤처지면 안 돼!
이제 본 칼럼의 주제인 ‘라이프스타일’이라는 단어를 언급할 때가 되었다. 콘도에 펜션에 호텔 등등 많고 많은 편안한 숙소를 놔두고 오지탐험도 아닌데 왜 굳이 캠핑을 떠나는가?
캠핑은 장거리 자전거 라이딩과 마찬가지로 불편을 감수하며 그 안에서 즐거움을 찾는 활동이다. 어디를 다녀왔다는 결과보다도 그 여정을 떠나는 과정에서 얻는 경험적 즐거움이 큰 활동인 것이다. 보통은 가족 또는 여러 사람이 함께 떠나는 것이 일반적인 캠핑의 특성상 아이들이나 비매니아가 상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 정상이다. 그러다 보니 너무 고생스럽지 않게 이러한 활동을 즐길 수 있도록 도구들이 발전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발전이 캠핑을 더 즐겁게 만드는 좋은 현상임에는 분명하지만, 때로는 상식을 넘어서는 지나친 하드웨어들을 보고 있노라면 우리의 편리 추구 성향은 아주 높은 편인 듯하다.
여기서 나타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 특징을 두 가지로 요약하자면, 하나는 불편한 과정을 직접 하기 싫어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어떤 트렌드가 매우 급속한 속도로 주변에 전파되어 경쟁적으로 이러한 활동을 공유하며 동질감을 얻고자 한다는 것이다. 이는 레저를 즐김에 있어 장점일 수도 있고 단점일 수도 있다. 예나 지금이나 불편을 감수하며 있는 그대로를 즐기는 유럽인들(특히 북유럽 국가 사람들)과는 다른 성향이다.
하지만 빨리 끓으면 빨리 식는다. 비상식적으로 온국민의 생활복으로 군림했던, 전세계에서 유례가 없었던 폭발적인 아웃도어 의류 열풍은 급기야 유럽여행에까지 등산복을 입고 가서 신기한 소식으로 세계 뉴스에 나게 되는 웃지 못할 에피소드를 낳았다. 하지만 몇 년 안 가서 아웃도어 의류 업계는 그야말로 급전직하 하듯이 쇠락했는데, 전 분야에 걸친 경제 불황도 한 원인이지만 소비자들의 관심이 놀라울 만큼 빨리 이탈한 것이 근본적 원인이었다. 업계로서는 그나마 다행인 것이 이를 해결할 무언가가 등장했다는 것인데 바로 롱패딩이었다. 이제는 모든 청소년이 겨울스포츠 선수화 된 것 같아 보이는 이 현상은 또 언제 급속히 사그라질지 모를 일이다. 

 

출시 1년만에 단종된 크로스오버 차량. 다목적 레저 수요가 충분치 않음을 보여준다
국내에서 캠핑카는 보급이 지지부진한 편이다. 협소한 국토, 인프라 부족, 좁은 활용도, 고가 등의 단점 때문이다

 

불편 감수하는 문화는 자전거 활성화와 유관 
자연에 순응하며 이를 즐기는 활동의 하나인 자전거를 즐기는 사람의 입장에서 볼 때, 지나친 편리성 추구는 본질의 즐거움을 반감할 수 있다는 정도의 말은 할 수 있겠다. 캠핑은 자전거와 마찬가지로 스스로 불편을 감수하며 그 안에서 즐거움을 찾는 레저 활동이지 않은가? 지난달 칼럼에서도 언급했듯이 우리는 만드는 과정에서 얻는 즐거움이 큰 DIY 가구마저도  본질적 장점을 포기한 채 조립을 해서 배달을 하라고 요구하지 않는가? (콧대 높은 이케아로 하여금 조립/배송 서비스를 하게 만들어 버린 한국인은 정말 놀라운 민족이다.)
존재감을 과시해 무언가를 얻어냈다는 것은 한편 유익한 일일 수도 있지만, 우리도 스스로 불편을 감수하는 문화가 보다 정착되었으면 한다. 자전거를 타는 활동뿐 아니라 이를 고치고 관리하는 행위까지도 직접 하는 문화가 되어야 그 저변이 늘어난다.
자전거샵에서 들으면 비난할 수도 있겠지만, 저변 인구가 늘어야 인프라도 늘고 국가 정책에도 더 깊이 반영되지 않겠는가? 하지만, 불편을 싫어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이러한 라이프스타일은 장기적으로 자전거 중심의 교통문화 정착에 걸림돌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라이프스타일은 어느 분야에나 공통적으로 작용한다. 캠핑도 마찬가지이고, 왜건의 무덤이라고 하는 우리나라 자동차 선호 트렌드도 이와 관련이 있는데, 자동차는 다음달 칼럼에서 자세히 다룰 예정이니 그때 다시 이야기하도록 한다.
독일이 2019년에는 전기자동차 분야에 전력을 다하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중국은 내연기관 자동차 공장 신축을 불허한다고 한다. 과연 언제쯤 가능할까 했던 일들이 새해 벽두부터 들려오는 걸 보면 세월은 확실히 이전보다 더 빨리 흐르는 것 같다.
배터리와 모터의 기술 발전이 가속되면서 전기자전거나 전동 모빌리티의 보편화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올 봄에는 자전거 세상에 어떤 변화들이 있을까? 이제 한달 즈음 뒤면 바야흐로 봄이다. 올 봄에는 제발 미세먼지가 좀 줄었으면 좋겠다. 상쾌한 봄바람을 가르며 자전거를 탈 꿈에 젖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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