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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맨의E-바이크 에세이 전기자전거 시련의 계절, 겨울 배터리 별곡“내 배터리 고쳐줘~”

전기자전거 시련의 계절, 겨울 배터리 별곡 
“내 배터리 고쳐줘~”


겨울만 되면 “배터리가 고장 난 것 같다”고 불평하거나 의심하는 초보 전동 라이더가 많아진다. 리튬이온 배터리를 물론 모든 2차 전지(충전지)는 온도가 떨어지면 화학반응이 느려져 출력과 용량이 줄어든다. 심하면 반 토막이 나기도 한다. 영하의 날씨에 라이딩을 한다면 보온대책으로 핫팩을 활용하면 아주 효과적이다

 

 


“내 다리 돌리줘!” 한여름에 등장하는 공포영화에서 나오는 대사다.
“내 배터리 고쳐줘!” 한겨울에 등장하는 공포영화보다 더 무서운 초보 전동 라이더들의 대사다.
현재까지 지구상에 나와 있는 모든 2차 전지는 저온에서는 반응속도가 떨어지는 화학반응으로 에너지를 충전하고 방전한다. 늦가을부터 시작해서 겨울철이 되면 공포영화 대사처럼 “1년도 안 된 새 배터리가 고장 났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겨울에도 멈출 수 없는 재미
우리나라의 자전거 시즌 오픈은 봄이다. 신세계로 이야기되는 전기자전거는 8학년 형님도 슈퍼맨 다리로 만들어 어린 아우들과 미시령을 가볍게 넘기도 한다. 하루 주행거리 100km 정도는 거뜬하고 200km도 가능하다. 이런 신세계를 경험하고 나면 겨울이 와도 멈출 수가 없다.
그런데 이 즐거움을 처음 경험한 초보 전기자전거 라이더에게 첫 겨울엔 시련의 아픔이 따라온다. 시즌오프를 늦추다 보니 영하의 날씨에도 라이딩을 하게 된다. 날이 추워지면 모터와 배터리에 더 많이 의존하게 된다. 그런데 배터리 역시 영하의 날씨에는 성능을 제대로 발휘할 수가 없다. 특히 영하 10도의 기온에는 1년도 안 된 배터리도 주행거리가 반 토막 나는 바람에 애꿎은 배터리 고장을 의심하게 된다.
‘이건 분명 고장이야’라고 단정지어버린 초보 전동 라이더에게 온도에 따른 화학반응 속도를 이야기해도 먹혀들지 않는다. 많은 초보 전동라이더들이 황당하게 줄어버린 주행거리에 첫 겨울을 우울하게 보낸다. 즐거운 라이딩을 지속하게 되면 추위와 싸워야 하는 것은 물론 내 전기자전거 배터리가 고장은 아닌지 끝없는 의심을 하게 된다.
‘설마 1년도 안 된 새 배터리가 용량이 반 토막 날 수 있을까? 이건 분명 고장일 거야. AS기간이 남아 있을 때 빨리 수리를 받아야 해!’ 마음이 급해진다. 초겨울 새벽잠을 설치고 전기자전거를 끌고 아침부터 샵 문 열기를 기다리는 초보 전동라이더를 매년 봐왔다.



베테랑 ‘굴렁쇠님’의 경우 
그런데 이번에는 초보 회원이 아닌 3년 차로 카페 닉네임 굴렁쇠님이 새 배터리가 예전 것보다 못하다고 말한다. 기존 2900mA 셀이 아닌 새 배터리는 최근 생산된 최대용량을 자랑하는 S사의 3500mA 중방전 셀로 만든 36V 18Ah 배터리팩으로 기존 제품과 크기는 같지만 에너지가 25% 정도 늘어난 것이다. 굴렁쇠님에 따르면, 처음에는 배터리 바꾸고 주행거리가 좀 늘어난 것 같은데 순간 출력이 떨어지고 겨울 들어서는 전에 사용하던 배터리보다 오히려 주행거리나 출력 면에서 떨어진다고 하소연한다.
“형님 다리 힘이 떨어진 거겠지요?”
이미 예상되는 답을 알고 있기에 필자의 배터리를 빌려주고 새 배터리로 몇 가지 테스트를 시작한다. 이론 설명보다는 배터리 방전 실험으로 보여주는 것이 가장 빠르다. 실제로 본인의 배터리에서 방전 데이터를 보여 주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고 다시 충전해서 그 에너지만큼 충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줄 수밖에 없다. 이왕 실험하는 김에 제대로 된 영하의 기온 테스트도 준비해 본다.
냉장고 속에 배터리를 넣고 -20°C에서 실험을 해보면 배터리의 성능이 급격히 저하되는 것을 볼 수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상온 25°C 에서 최고의 성능을 발휘하고 이하로 내려갈수록 용량의 저하가 생기기 시작한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탄소 주변에 붙어 있는 전자들이 떨어져 나와 분리막을 통과해서 반대편으로 넘어가야 에너지가 발생하는데 기온이 낮으면 탄소에 붙어 있던 일부 전자가 떨어져 나오지 못해서 출력과 용량이 줄어든다. 심하면 반 토막이 나기도 한다. 그래서 리튬이온 배터리의 사용온도는 –20~45°C로 표시하고 있다.



배터리를 ‘박대리님’처럼 모셔야 
방전 실험에서 사용된 셀마다 조금씩 다른 데이터를 얻어 내는 것도 새로운 재미가 있다. 고장을 의심하고 있는 사용자를 설득할 때 정확한 정보도 중요하지만 본인의 배터리로 직접 실험해서 나온 데이터는 가장 신뢰도가 높은 설득 도구가 될 수 있다. 소비자는 자기 배터리의 내부와 능력을 확인하고 싶어 한다. 배터리 속을 까서 보여줄 수는 없기에 설명이 가능한 실험적인 데이터로 보여줄 수밖에 없다.
이런 일련의 작업을 기사화 해두면 소모적인 반복 테스트를 줄일 수 있게 된다. 실제로 그동안 자전거생활에 기고한 글은 초보 전동라이더들의 궁금증 해소와 클레임을 줄이는 데 많이 활용되었다.
실험을 마치고 배터리를 입원시킨 굴렁쇠님이 방문했다. 그간의 충전과 방전 실험 데이터를 보여주며 실온 15°C에서 200W 정도로 방전했을 때 95% 용량이 나오고 0°C에서 90% 나오는 본인의 배터리 실험 데이터를 보여주고 정상 판정을 했다.
배터리 회사에서 각 셀에 대한 온도와 부하에 따라 달라지는 용량과 성능을 보여주는 ‘데이터 시트’를 제공하고 있지만, 이론적인 실험실 데이터와 실제 소비자가 체감하는 용량은 괴리가 크다.
필자는 늘 배터리를 ‘박대리님’처럼 모셔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특히 겨울에 일을 시키려면 박대리님을 따뜻하게 잘 모셔야 한다. 추위에 떨고 있는 박대리는 같은 월급 받고도 일을 열심히 할 수가 없다. 박대리의 근무조건을 최대한 잘 맞춰줘야 투입한 월급 대비 일을 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25°C 내외의 온도에서 일의 강도를 줄여서 살살 사용하면 자신이 가진 모든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지만, 인간 박대리와는 달리 열정페이로 일하지는 않는다.
박대리의 심리상태와 같이 살아있는 생명체 같은 배터리의 작동원리를 생각해보면 겨울철 주행거리가 반 토막 나는 이유가 쉽게 이해된다.

 

혹한의 날씨에도 완전무장하고 자출중인 필자

 


배터리의 숙명
전기자전거 3년 차 굴렁쇠님이 오해를 한 이유가 있다. 굴렁쇠님은 3년 된 배터리를 안전을 위해 지난 9월 폐기하고 새 배터리를 신청한 후 나올 동안 36V 12Ah를 빌려서 사용했다. 9월에는 36V 12Ah로도 탈만 했는데 막상 기온이 떨어지는 11월에 새 배터리를 받아 더 큰 출력과 용량을 기대했지만 낮아진 기온 탓에 기대에 미치지 못하니 고장을 의심하게 된 것이다.
배터리 성능은 온도에 따라 달라지는 방전 실험 데이터를 확인하고, 테스트 동안 대여한 필자의 동급 배터리 역시 같은 조건에서는 힘과 용량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내 배터리만 고장이 아니라 추위에 의한 성능 저하 현상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방전 실험 데이터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충전된 에너지양은 그대로인데 차가워진 온도가 에너지의 흐름을 막았을 뿐이다. 이 현상은 내 배터리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전기자전거와 리튬이온 배터리는 물론 모든 2차 전지(충전지)가 받아들여야 하는 숙명이다.



추울 때는 핫팩을
굴렁쇠님 배터리가 정상 배터리 판정을 받아서 퇴원을 축하하는 의미로 필자가 특약 처방을 했다. 추운 날 라이딩 나가기 전에 배터리 가방 속에 핫팩을 넣게 한 것이다. 겨울철 배터리의 만병통치약인 핫팩은 인터넷이나 문구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고 값도 저렴하다. 라이딩 나가기 전에 0°C 이하의 날씨면 무조건 붙여서 나가고 -10°C 이하면 더 많은 핫팩을 배터리에 붙여서 가방 속에서 최대한 배터리의 온도를 유지해야 용량 저하와 출력 저하를 줄일 수 있다.
계기판에 배터리 용량을 전압과 같이 표시하게 하거나 별도의 전압계를 달아 전압을 모니터링 하면서 추운 날씨에 떨어진 전압만큼 속도와 힘이 떨어지는 당연한 현상을 받아들여야 한다.
모든 궁금증을 해결한 굴렁쇠님은 기분 좋게 따뜻한 봄이면 다시 예전의 힘이 돌아올 배터리를 장착해서 나갔다. 아마도 처방한 핫팩과 퇴원 후 한결 나아진 날씨 덕에 한동안 배터리에 대한 불만은 없을 것이다. 

 

 


최고의 겨울대책, 핫팩의 효용 
기온이 내려가는 겨울이면 여지없이 찾아오는 “내 배터리 고쳐줘!” 소리에 필자는 여러 가지 방법을 찾고 있었다. 특히 –10°C 이하의 날씨는 배터리 보온을 위한 대책이 필요했다.
처음 시도한 것이 배터리에 발열체(전기히터)를 붙여서 온도를 유지하는 방법이다. 이렇게 해서 -5°C의 날씨에 1시간 정도 라이딩 해서 차가워진 자전거 프레임 온도보다 배터리 온도를 10°C 이상 높게 유지할 수 있어 배터리의 성능 저하를 최대한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보온을 위한 추가 배터리 설치에 들어가는 비용과 발열체용 배터리는 별도로 충전해야 하고 발열시간(약 4시간)의 제한이 있었다. 실험을 마치고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전기자전거용 배터리 온도유지 장치를 만들었다는 뿌듯함이 있었지만, 상품화시키지는 못했다.
제작비가 많이 들고 이렇게 복잡하게 설치해서 1년에 몇 번 사용할 수 있을지? 라이딩 전에 수시로 충전해야 하고 배터리 용량보다 더 긴 시간에서는 또 추가 배터리를 준비해야 하는 불편함에 더 효율적이고 간단한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런데 아주 가까운 곳에 간단하고 효율적인 방법이 있었다.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핫팩이다. 필자가 테스트에 사용한 핫팩은 발에 붙이는 방식으로 1개당 택배비 포함 65원이었다. 온도에 따라 붙이는 숫자를 달리하고 시간이 길어지면 핫팩을 추가하는데도 부담이 없다. 핫팩의 열기를 배터리로 집중시키기 위해서 반드시 배터리 가방이나 보온을 위한 전용 덮개가 필요하다. 배터리 온도 유지와 비용의 효용성을 따져보니 이것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었다.
겨울에도 시즌오프가 없는 필자의 경우 1년 중 영하의 날씨에 라이딩 횟수를 계산해 보면 1만 원이면 충분하다. 발열장치를 만들어 장착할 비용이면 발열장치의 평균 수명보다 더 긴 기간을 사용하고도 남을 분량의 핫팩을 확보할 수 있다. 라이딩 시간이 길어지거나 온도를 더 높여야 할 때 핫팩을 몇 개 더 가져가서 붙이면 된다. 아무리 계산기를 두드려봐도 일회용 핫팩의 압승이었다.
이 핫팩을 보면 오래전 유머 같은 상황으로 NASA에서 개발한 ‘스페이스 펜’이 생각난다. NASA 우주인이 우주정거장에서 만난 러시아 우주인에게 자랑했다. “우리는 무중력 우주공간에서 사용할 스페이스 펜을 엄청난 비용을 들여서 개발했다. 이렇게 무중력 상태에서 잘 써지잖아?”하고 자랑했더니 러시아 우주인이 한마디 했다. “우리는 처음부터 연필로 불편이 없었는데 스페이스 펜이 꼭 필요한 거야?” (필자가 나름대로 재구성한 내용임)

 

 

방전 실험으로 겨울 즐기기 
힘들게 테스트한 배터리 온도유지 장치 개발은 원점으로 돌리고 인터넷에서 저렴하게 핫팩을 한 상자 샀다. 겨울철 배터리 성능 하락으로 스트레스 받는 회원들의 배터리에 파스 붙이듯이 핫팩을  덕지덕지 붙여서 배터리 고장이 아니라 차가워진 온도 탓인 것을 경험할 수 있게 해주고 있다.
필자는 10년째 해마다 같은 일을 반복하고 있고 결과는 예측한 대로 나오고 있다. 그런데 이 일을 언제까지 해야 할까? 아마도 온도와 성능 저하가 상관없는 새로운 형태의 배터리가 나오지 않는 한 전기자전거 업계에 있는 동안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일 것이다. 차라리 배터리 방전 실험에서 나오는 열로 식어가는 커피와 군고구마를 따듯하게 데워가며 춥고 조용한 겨울을 즐기고 있다. 

 

정상 판정 받은 배터리에 예방 핫팩을 처방받고 퇴원하는 배터리 주인 굴렁쇠님

 

예민수 객원기자  yesu6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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