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크스쿨] 텐션미터 교정기 제작하기

스포크 텐션을 정확히 아는 방법
휠 빌딩에서 꼭 필요한 도구가 바로 스포크 텐션미터다. 우리가 휠의 텐션을 알아야 하는 이유는 바로 휠의 특성을 결정짓는 아주 중요한 요소가 스포크의 텐션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시중에 판매하는 텐션미터를 하나 구매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걸까? 과연 그 텐션미터가 알려주는 장력이 정확하다고 확신할 수 있는가? 사용함에 따라 값이 달라지지는 않을까? 이러한 걱정을 없애려니 역시 텐션미터가 정확한지 알아볼 수 있는 도구가 필요했다. 그래서 생각했다. 텐션미터 교정기를 만들어 보자
글˙사진 유병훈 기자

 

독자들 중에는 휠을 직접 빌딩해본 분도 있을 것이고, 빌딩은 아니어도 약간 틀어진 림을 바로 잡아주는 휠 트루잉(wheel trueing)을 해본 분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휠을 만들거나 교정할 때면 여러 가지 도구를 사용하게 되는데 텐션미터(tension meter)도 그중 하나다.
이름처럼 텐션미터는 스포크의 장력을 측정하는 도구인데 휠을 만들면서 모든 스포크에 일정한 장력이 고르게 걸려있는지, 그리고 그 장력의 크기는 얼마나 되는지를 알려준다. 그런데 여기서 의구심이 생긴다. 단순한 구조의 이 텐션미터가 과연 텐션값을 정확하게 측정할까? 혹시 내 텐션미터가 불량은 아닐까? 하는 생각 말이다. 그래서 내 텐션미터가 정확한지 측정할 수 있는 도구를 만들기로 했다. 독자들도 관심이 있다면 함께 만들어보자. 생각보다 저렴하게 만들 수 있고 재미있다. 

텐션? 장력? 
텐션미터, 장력 측정기가 뭔지 알아보기 전에 우선 장력(張力)이 무엇인지부터 간단히 설명하고 넘어가자. 우리가 측정하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 정확히 알아야 만들고자 하는 것에 대한 개념이 쉽게 이해된다.
장력이란 물체에 연결된 줄을 잡아당겼을 때 줄이 팽팽한 긴장상태를 유지하는 상태에서 이 줄에 걸려 있는 힘을 말한다. 장력의 크기는 연결된 물체에 작용하는 힘과 동일하다. 따라서 줄에 5㎏짜리 돌을 매달아 놨다면 그 줄에 걸린 장력은 5㎏f이다. 이를 통해서 왜 우리가 잠시 후 텐션미터 교정기를 만들 때 매달림 저울을 사용하는지 알 수 있다. 장력에 대해서 간단히 알아봤으니 다음으로 넘어가자. 

텐션미터의 원리
이번엔 텐션미터가 어떤 원리로 장력을 측정하는지부터 알아보자. 텐션미터가 장력을 측정하는 방법은 생각보다 매우 단순한데 우리가 본능적으로 팽팽한 줄의 장력을 알고자 할 때 하는 행동과 거의 비슷하다.
만약 눈앞에 팽팽하게 묶여있는 줄이 있다고 생각하고 그 줄에 손을 뻗어서 얼마나 팽팽한지 알아본다고 상상해보라. 우리는 대부분 같은 행동을 한다. 바로 줄을 눌러보는 것이다.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두 손가락으로는 줄을 당기고 한 손가락으로 그 사이를 밀면서 손끝으로 전해지는 줄의 압력을 느끼며 줄이 얼마나 팽팽하게 당겨지고 있는지 알아내는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 텐션미터들이 장력을 측정하는 방법도 거의 동일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측정하는 방법이 손끝에 느껴지는 압력에서 일정한 숫자로 바뀌었을 뿐이다. 구글에 텐션미터를 검색하면 다양한 텐션미터들이 나오는데 측정원리는 거의 다 동일하다. 

 


텐션미터의 원리를 알아보기 위해 자전거 업계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파크툴의 TM-1 텐션미터를 살펴보자. 대부분의 텐션미터와 마찬가지로 양옆으로 두 개의 고정된 핀과 가운데에 움직이는 핀이 있다. 이 핀이 우리의 손가락과 마찬가지로 눌러보는 역할을 하게 되는데 이때 스프링이 핀을 밀어주는 힘과 장력에 의하여 줄이 원래 자리로 돌아가려는 힘이 동일해지는 위치에서 핀이 멈추게 된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가운데 핀이 스포크를 밀어낸 거리가 얼마나 되느냐에 따라서 장력이 몇인지 움직인 거리와 장력을 환산해주는 표를 보고 알게 된다. 하지만 이렇게 말로만 설명하면 이해가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간단하게 수식을 이용해 움직인 거리와 장력의 관계를 나타내보자. 

 

사진에서 고정된 두 핀 간의 거리를 L, 스프링에 의해 중앙의 핀이 스포크를 미는 힘을 F, 그 힘에 의해 밀려난 거리를 D, 각도를 , 스포크의 장력을 T라고 하자. D만큼 밀려난 거리에서 핀이 멈췄다는 것은 스프링이 스포크를 밀어내는 힘 F와 원래 상태로 돌아오려는 스포크의 장력 T가 균형을 이루는 상태에 있음을 말한다(합력이 0).
  이것을 식으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이 식만으로는 아직 장력과 움직인 거리 D와의 관계를 알 수 없으므로 를 D가 포함된 식으로 바꿔보자. 원래 는 높이를 빗변으로 나눈 값이지만 각도가 매우 작은 경우 밑변과 빗변의 길이가 거의 같으므로 높이를 밑변으로 나눈 것을 로 보겠다. 그러면이 되고 위의 식을 아래와 같이 바꿀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장력 T와 움직인 거리 D 사이의 관계를 알고 싶은 것이므로 식을 다시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스프링의 장력 F는 사용되는 스프링의 탄성계수에 따라 고정되고, 두 고정핀 사이의 거리 L은 일정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장력 T는 중앙의 핀이 스포크를 밀어낸 거리 D에 반비례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가 손으로 눌러서도 알 수 있듯이 스포크가 조금 밀려나면 장력이 센 것이고 많이 밀려나면 장력이 약한 것이다. 따라서 텐션미터환산표는 실제로 제조사가 일정한 장력을 걸어놓은 스포크에 텐션미터를 걸어보고 움직이는 거리 D를 측정하여 “아, 이 장력에서는 D만큼 움직이는구나!” 하고 각각의 장력에 대해서 움직인 거리 D를 적어놓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이번 시간에 우리가 텐션미터 교정기를 만드는 이유가 바로 그 제조사에서 했던 일을 반복하여 정말로 그 장력에 같은 거리만큼 움직이는지를 알아보고자 함이다.

텐션미터 교정기 만들기
이름이 참 거창하다, 텐션미터 교정기. 목적은 시중에 판매하는 텐션미터가 정확한지 확인해보고 정확하지 않다면 얼마나 정확하지 않은지 알아볼 수 있는 도구다. 원리는 간단해서 스포크에 정확한 값의 힘을 걸어줄 수만 있다면 OK. 위에서 설명했다시피 장력은 줄에 걸리는 힘과 동일하기 때문에, 원하는 장력을 스포크에 걸어주고 그때의 장력을 가지고 있는 텐션미터로 측정해 제조사에서 제공하는 변환표와 비교해보고 동일한지 확인할 수만 있으면 교정기로서의 역할은 충분한 단순 도구다. 그렇기에 기자도 만드는 것 아니겠는가. 그럼 한번 시작해 보자. 

준비물
준비물이 많지는 않지만 한곳에서 모두 구매하기가 쉽지 않아서 조금 귀찮다. 기자 같은 경우에는 총 네 곳에서 구매했다. 구로기계공구상가와 같은 곳을 돌아다니면 모두 구할 수 있을 것이다. 인터넷으로도 검색하면 판매하는 사이트를 쉽게 찾을 수 있는데 배송비가 아깝거나 구경하는 걸 좋아한다면 공구상가를 들러보길 추천한다. 이 재료들 외에도 구경거리가 많다. 재료를 준비할 때 가장 조심해야 할 사항은 알루미늄 프로파일의 길이다. 저울과 스포크의 길이에 따라서 적당한 알루미늄 프로파일 길이를 계산해 주문해야 한다. 길이가 너무 짧거나 길면 스포크나 경첩볼트의 길이를 늘이거나 줄여야 할 수 있다.
준비물이 갖춰졌다면 이제 준비물을 가공해야 한다. 가공을 해야 할 곳은 총 세 곳인데, 알루미늄 프로파일에 경첩볼트가 들어갈 구멍을 뚫고 와이어클립에 니플이 걸릴 구멍을 뚫어줘야 한다. 알루미늄 프로파일은 잘 뚫리기 때문에 스스로 할 수도 있지만 와이어클립은 가공이 쉽지 않으니 가능하다면 밀링머신을 사용할 수 있는 곳에서 도움을 받길 추천한다. 

 

구멍을 뚫기 위해 기자는 구로기계공구상가를 다녀왔다. 미로 같은 상가를 돌아다니며 밀링머신이 있는 가게를 찾았는데, 와이어클립의 경우 사진의 밀링머신으로도 뚫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니 집에서 핸드드릴로 뚫기는 웬만한 기술이 아니라면 위험할 것이다. 꼭 전문가에게 맡기자.

 

이제 준비가 모두 끝났으니 조립만 하면 된다. 우선 교정기의 틀이 되는 알루미늄 프로파일을 조립하자. 

 

알루미늄 프로파일을 선택한 이유는 브래킷을 이용하면 조립하기가 매우 쉽기 때문이다. 사각 철제 튜빙을 사용하는 것도 무방하지만 용접을 해야 하기 때문에 좀 더 번거롭다. 이너 브래킷을 이용해 프로파일을 모두 결합시키면 매우 깔끔한 사각 프레임을 얻을 수 있다. 

 

프레임을 완성했으니 이제 한쪽에 저울을 달자. 

경첩 볼트를 이용해 저울의 상단을 프레임에 고정시킨다.

 

저울을 달았으면 이번엔 스포크를 프레임 하단에 걸어준다. 우선 와이어 클립에 니플을 장착한 스포크를 걸어주고 경첩볼트와 와이어클립을 연결해 프레임에 고정시킨다. 

 

마지막으로 스포크의 헤드를 저울에 걸어주면 완성이다

손쉽게 텐션미터 교정기를 만들었다. 기쁜 마음으로 장력을 살짝 걸어주니 저울이 걸리는 텐션 값을 잘 표시한다. 잘 만들어졌구나! 하면서 장력을 점점 더 강하게 걸어주는 순간 “툭!”하는 소리가 들렸다. 저울의 숫자가 막 70㎏에 도달하려는 순간 들려온 이 소리는 J벤드 스포크의 헤드가 휘어지면서 저울에서 빠지는 소리였다.

 

‘분명 샤핌의 스펙에는 이보다 훨씬 큰 장력에도 버틸 수 있다고 나와 있었는데 어떻게 된 거지?’ 하며 스펙을 다시 찾아보니 그것은 중앙 부분의 장력을 말하는 것이었다. 생각해보니 장력을 버티는 것과 헤드가 형태를 유지하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였다. 위쪽에서 받쳐주는 부분 없이 아래에서만 힘을 받으면 헤드가 휘어지는 건 어쩌면 당연한 것인데 간편하게 만들려다 보니 생각이 짧았다. 부득이하게 두 개의 준비물이 추가되었다. 와이어클립과 스트레이트풀 스포크.

 


스트레이트풀 스포크를 걸어주기 위해서는 와이어클립에 또 구멍을 뚫어야 했다. 니플이 걸리도록 4㎜로 구멍을 뚫는 것도 너무 힘들었는데 이번에는 스포크 헤드가 걸리는 2.5㎜로 더 작은 구멍을 뚫어야 한다. 더 정교한 가공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번에는 대형 밀링머신을 사용할 수 있는 곳을 찾아서 홀 가공을 했다. 결과는 매우 깔끔하게 성공.
와이어 클립에 스포크를 걸고 다시 저울과 연결했다. 이로써 완성된 텐션미터 교정기 2.0. 교정기를 완성했으니 이제 텐션미터가 정확한지 측정해 보자.

 


우선 측정을 편하게 하기 위해 워크스탠드에 텐션미터 교정기를 걸어준 후 저울에 걸려있는 와이어클립을 살짝 들어서 저울에 아무런 하중이 걸리지 않은 상태로 영점조정을 한다. 영점을 맞췄다면 이제 텐션을 주면 되는데 이때 스포크 렌치는 필요 없다. 일발 렌치로 경첩볼트에 물려있는 너트를 돌려주면 점차 스포크에 장력이 걸린다. 이때 초반에는 손으로 와이어 클립을 잡고 돌려도 되지만 50㎏이 넘어가기 시작하면 바이스를 이용해 와이어클립을 잡고 렌치를 돌려줘야 스포크가 비틀리지 않고 장력을 계속 높일 수 있다. 바이스가 없는 경우 기자와 같이 핸드 플라이어를 이용해도 된다. 뭐가 되었건 둘 중 하나를 미리 준비해둬야 신나게 장력을 걸다가 멈추는 일이 없을 것이다.

 


이렇게 장력을 점차 높여가며 매10㎏ 마다 기자가 가지고 있는 파크툴 텐션미터 TM-1의 눈금을 기록했다. 

 

마지막에는 기자가 사용한 매달림 저울의 최대 하중이 150㎏이기 때문에 145㎏까지만 측정을 했다. 사용된 스포크는 고급 휠에서 많이 사용되는 0.9×2.2㎜ 블레이드의 샤핌 CX-Ray다. 실제로 파크툴에서 제공하는 환산표와 비교해보면 텐션값에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만약 샤핌의 CX-Ray로 휠 빌딩을 한다면 파크툴에서 제공하는 표 없이 기자가 직접 측정한 값을 가지고 정확한 텐션으로 빌딩할 수 있다. 기자의 텐션미터에 맞는 정확한 환산표를 새로 만들어낸 것이다.
사실 기자는 TM-1 텐션미터의 장력을 일부러 풀어놓았다. 이유는 독자들에게 자신의 TM-1, 또는 자신의 텐션미터가 제조사가 제공하는 환산표와 맞지 않아도 텐션미터 교정기만 있으면 더 정확한 자신만의 환산표를 만들어서 문제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심지어 환산표에 없는 스포크도 휠을 짤 때 한 개만 더 주문해서 교정기에 물려놓고 환산표를 작성하면 정확한 텐션으로 빌딩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매번 휠을 짤 때마다 스포크에 맞춰서 환산표를 만들기 귀찮다면 파크툴에서 제공하는 환산표에 맞게 장력을 조절해주면 된다. TM-1의 뒷면을 보면 장력을 조절할 수 있는 볼트가 있다.
파크툴의 TM-1이 가장 많이 사용되는 텐션미터이기 때문에 TM-1으로 기사를 작성했지만 어느 텐션미터든 교정기를 이용하면 훨씬 더 정확하게 사용할 수 있다. 사실 TM-1은 오차가 발생 할 수밖에 없는데 스포크가 물리는 지점에서 스포크와 고정핀 사이에서 마찰이 발생하고 움직이는 손잡이 부위도 마찰이 생긴다. 때문에 동일한 장력의 스포크를 측정해도 텐션미터를 놓는 속도에 따라서도 텐션값이 미세하게 달라진다. 고정핀에 베어링을 달고 움직이는 부분들에 오일 등으로 윤활을 한다면 더 정확하고 균일한 텐션값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경제적 여유가 된다면 휠파나틱(Wheel Fanatyk)에서 나오는 것과 비슷한 구조의 텐션미터를 구매하는 것도 좋다. 

 

하지만 더 비싸고 좋은 텐션미터를 사는 것보다 더 효과적인 건 역시나 텐션미터 교정기를 만들어서 현재 사용하고 있는 텐션미터의 값을 정확하게 알고 사용하는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휠파나틱의 텐션미터는 40만원이 넘어가지만 기자가 만든 텐션미터 교정기의 경우 모든 준비물의 가격 합계가 10만원을 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기존에 있는 텐션미터를 사용해 더 정확한 텐션을 얻을 수 있으니 가격대비 가장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있고 값비싼 텐션미터를 구매해도 주기적으로 측정기 교정을 맡길 필요 없이 스스로 검사를 할 수 있다.
  가격도 저렴하고 만들어야할 명분도 충분하니 3월에는 독자여러분 모두 집에 텐션미터 교정기 하나씩 만들어 놓자. 만든 김에 집에 있는 휠들의 텐션도 점검하고 새 휠도 하나 조립하면 새 시즌을 맞이한 기분전환으로는 최고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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