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딩 재미는 물론 풍부한 역사의 현장을 만나다

일본 오카야마(岡山) 전원 투어 
라이딩 재미는 물론 풍부한 역사의 현장을 만나다

오카야마현은 일본 주고쿠 지방의 현으로 히로시마현과 효고현 사이에 있으며 예로부터 도쿄와 규슈를 이어주는 요충지로 일찍이 독자적인 문화와 산업이 발전한 곳이다. 취재를 간 곳은 세토내해를 면한 바닷가에서 뚝 떨어진 내륙 산악지대. 인구가 적고 자연이 잘 보존되어 한가로운 전원풍경이 아름다운 곳이다. 굽이굽이 이어진 길을 달리다 보면 산골 마을과 고요한 정취에 빠져 수시로 페달을 멈추게 된다

 

오카야마 미마사카 시와 (주)JTB 오카야마지점 초청으로 3월 1일 부터 4일까지 내륙지대의 자전거 코스를 답사하고 대회에도 참가하고 왔다. 아쉽게도 짧은 일정으로 많은 곳을 가볼 수는 없었지만 기비추오정(吉備中央町)과 미마사카시(美作市) 두 지역에서 진행되는 행사 위주로 참가했다.
본지 2018년 4월호에 일본 오카야마-아카이와 로만가도’라는 제목으로 한번 소개된 적이 있는 곳이다. 크게 보면 행사와 답사 코스가 겹치는 부분이 있으나, 디테일하게 살펴보면 꾸준히 다른 코스를 개발하고 대회를 통해 지역을 활성화하려는 오카야마현의 노력을 볼 수 있다.
이번에 기자는 올해 하반기 기비추오에서 열릴 대회 코스(약 60㎞)를 답사하고 미마사카 시에서 열린 ‘유유 라이드 인 유노고 온천(YOUYU Ride in YONOGO Hot Springs)’에 참가하며 오카야마 내륙지대를 누빈 3박 4일간의 인상을 시간에 따라 정리해본다.

1일차
전기자전거 타고 여유롭게 깊은 산속으로
인천공항에서 오카야마공항까지는 대한항공과 일본항공 두 편이 직항으로 운행된다. 비행시간은 약 1시간30분으로 길지 않지만, 출발 시각이 아침 8:05임을 감안하면 이른 새벽부터 움직여야 여유 있게 비행기를 탈 수 있다.
착륙을 위해 비행기가 하강할수록 창문 너머에는 높지는 않지만 봉긋봉긋하게 솟아있는 산들이 시야에 들어온다. 입국수속을 마치고 출국장으로 나가니 타비피아 전민수 대표, JTB 오카야마지사 다무라 씨 그리고 오카야마현 가가군 기비추오정 직원이 맞이해 준다. 간단한 인사가 끝나고 숙소로 이동한다. 숙소는 나루다키(鳴龍) 댐 근처의 농가 민박으로 지난해 숙소와 동일하다. 집주인과 인사를 나누고 빡빡한 일정을 위해 빠르게 움직인다.

 

민박과 2㎞ 남짓 떨어진 키비 프라자로 이동한다. 키비 프라자는 생필품과 식자재를 구매할 수 있는 마트로 우리나라 시골에 있는 농협하나로마트 같은 존재다. 일정 동안 사용할 자전거를 받아 이상유무를 확인하고 출발한다. 이번 오카야마행 일행은 이윤기 이사와 기자 둘이다.
이틀간 라이딩 가이드는 고시로 요오스케 씨가 담당한다. 작년 기사에도 소개된 적 있는 기비추오정 지역협력대 직원이다. 잠시 어색하게 라이딩만을 이어가다가 기자의 간단한 질문을 시작으로 대화를 주고받으며 친해진다. 이야기를 나눌수록 재미있는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대학시절 마마챠리(생활차)를 타고 일본열도 1만5555㎞를 장장 8개월 동안 다녔다고 한다.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 영어보다는 어깨너머로 배운 일본어로 “혼또니 스게~!”라 외치며 엄지를 치켜세우니 부끄러운 듯 멋쩍게 웃는다.
달리다 보니 첫번째 체크포인트에 도착한다. 요시카와 하치만궁으로 불리는 신사는 교토의 이와시미즈 하치만궁의 별궁으로 헤이안시대 중기에 창건되었다고 전해진다. 국가지정 중요문화재로 매년 10월 1일부터 하순에 개최되는 당번제는 오카야마 현 삼대 축제 중 하나로 고대부터 전승된 대중적인 행사이자 일본만의 유머와 감성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생활형 자전거지만 전기자전거로 체력적 부담이 작다
요시카와 하치만궁. 나무의 크기를 보더라도 도저히 나이를 짐작할 수가 없다

 

코스를 살펴보니 업다운이 꾸준히 반복되는 낙타등이다. 물론 전기자전거를 타고 있으니 체력적으로 큰 부담이 되지 않아 여유롭게 풍경을 즐길 수 있다. 요시카와 하치만궁을 지나 두 번째 장소로 이동한다. 도착한 곳은 근처 낙농가에서 나오는 배설물을 이용해 친환경 퇴비를 만들어 판매하는 에코센터 근처에 위치한 휴게소다. 아직 3월이라 녹음이 지지 않아 아쉬움이 남지만 이곳은 기비추오 정의 산골 경치를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장소다.
점심식사를 위해 식당까지 라이딩을 하며 고시로 씨와 자전거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이야기가 길어질수록 자전거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는데 지금 달리는 코스에서 올해 하반기에 대회가 열린다고 한다. 보다 많은 라이더들이 오카야마를 즐겼으면 좋겠다는 말과 함께 기자에게 본인의 자전거를 가지고 꼭 다시 오라는 말을 하며 웃는다.
점심식사를 위해 도착한 곳은 미치노에키 카요. 도시와 농촌을 이어주는 역할을 위해 탄생한 곳으로 2000년 10월에 오픈했다. 휴게소 개념으로 드라이빙 후 식사를 할 수 있는 레스토랑, 현지에서 생산된 야채, 과일, 가공품을 구매할 수 있는 직판장이 함께 있어 한적한 시골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편이다. 
 

업다운이 반복되어 라이딩이 지루하지 않은 코스. 점심식사 전 사라진 가이드가 자신의 로드바이크를 가지고 돌아왔다
첫날 점심은 미치노에키 카요에 위치한 식당에서 했다. 메뉴는 두툼한 돈가스!
점심식사 후 방문한 묘혼사

  

식사 후 휴식시간을 이용해 근처에 있는 묘혼사로 이동한다. 묘혼사는 가마쿠라 시대 말기 13세기에 창건된 일연종의 사원으로 일연종의 서일본 지역 포교의 거점이 되었다고 한다. 본당은 오카야마현의 중요문화재로 지정되어 있고, 경내 모모야마 시대 건축물인 번신당 역시 국가 중요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점심을 먹기 전 잠시 다녀올 곳이 있다고 사라진 가이드 요오스케 씨가 돌아왔다. 가기 전에는 전기자전거를 타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붉은색 로드바이크를 가지고 말이다. 라이딩을 하며 서로의 자전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는데 사진만으로는 부족했는지 본인의 자전거를 꼭 보여주고 싶다고 점심시간을 이용해 다녀온 것이다. 물론 점심도 못 먹고 다녀온 걸 보면 대단한 매니아가 확실하다.
묘혼사 관람이 끝나고 다시 라이딩을 시작한다. 다음 목적지는 미치노에키 카모가와 엔죠라는 곳으로 점심식사를 한 곳과 비슷한 휴게소다. 이곳에는 ‘교류촉진센터’라는 장소가 병설되어 있는데 직판장보다 큰 규모의 프리마켓이 열려 더 많은 사람이 모이는 곳이다.
키비 사이클 부스에서는 자전거를 대여하거나 배터리를 새것으로 교환할 수 있다. 3시간 대여에 2000엔(약 2만원), 1일 대여는 3000(약 3만원)으로 전기자전거 치고는 오히려 우리보다 싼 편이다. 워낙 업다운이 많은 지형으로 자전거를 처음 접하는 라이더라면 무리가 있겠지만, 전기자전거를 빌리면 기비추오정 전역을 즐기는 데 무리가 없다. 다양한 참여 활동도 가능한데 사냥꾼의 집에서 직접 잡은 야생 멧돼지 고기 시식, 미꾸라지 잡기 등 지역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이벤트도 연계되어 있다.
오늘 라이딩의 마지막 목적지는 오카야마 승마클럽이다. 서일본 최대 규모의 승마클럽으로 약 50마리의 말이 있으며 경주마들이 은퇴 후 제2의 인생을 살아가는 곳이라고 한다. 이곳을 종점으로 오늘의 라이딩이 마무리된다.

키비 사이클 대여소는 2군데가 있다. 전기자전거 대여가 가능하고 배터리도 무료로 교체할 수 있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하는 라이딩은 즐겁다. 라이딩 후반 큰 언덕을 만날수록 요오스케 씨는 힘든지 고개를 들지 못한다. 누가 봐도 힘들어 보이는 얼굴이지만 연신 “괜찮습니다!”를 외치며 끝까지 달린다


다시는 없을 기회, 일본 민가에서 맞이한 밤
외부인을 집으로 초대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하물며 처음 보는 외국인에게 잠자리와 식사를 대접해야 되는 경우는 더욱더 그렇다. 물론 일정 비용을 지불하지만, 현지인의 집에서 하루를 보내며 대화를 나누고 문화를 체험할 기회는 엄청난 행운이다.
샤워를 마치고 나오니 저녁 준비가 되어 있다. 식사는 평소에 먹는 가정식으로 정갈하고 소박하지만 최대한 일본의 맛을 느낄 수 있도록 준비한 음식에는 안주인 다나카 미쯔코 아주머니의 정성이 가득하다.
작년 방문한 두 한국인(본지 조용연, 이홍희 편집위원)을 기억하느냐는 기자의 물음에 아주머니는 호쾌하게 워낙 유쾌한 분들이라 잊지 않고 있다고 했다.
어떻게 민박을 하게 되었는지 묻자 아주머니는 “읍사무소의 권유로 시작하게 되었다”고 답했다. 이어서 “현재 이 마을에는 8개 민박이 있고, 5년째 운영 중이다. 시골 노인들은 경로당에 모이면 옛이야기만 하는 게 싫어 시작하게 되었는데 세상 이야기도 듣게 되어 재미있다. 부수적으로 발생하는 수입과 함께 삶의 활력소가 되어 매우 기쁘다.”고 설명했다. 

민박집의 다나카 미쯔코 아주머니는 일본을 느낄 수 있는 음식을 우선으로 제공한다

 

2일차
전설적인 검객, 미야모토 무사시 생가마을
민박집 주인분들께 인사를 하고 다시 오카야마 승마장까지 이동한다. 기비추오정 라이딩 코스는 총 60㎞ 정도이며 획득 고도는 1350m다. 자전거를 조금 즐겨본 라이더라면 충분히 재미있게 탈 수 있는 코스다. 열심히 오르막을 오르다가 끝나는 그런 코스가 아닌, 올라간 만큼 다운힐로 재미를 보상받을 수 있는 코스로 올해 열릴 대회가 기대된다.
이튿날 메인 일정은 전설적인 검객 미야모토 무사시(宮本武藏, 1582~1645)의 탄생지인 무사시 마을 방문이다. 농원에서 약 40분 거리에 있으며 이곳에서는 미야모토 무사시가 태어난 생가와 실제 사용한 물건 등이 전시되어 있고, 관련 사적들이 남아있다.

민박집에서 차려준 아침을 든든히 챙겨먹고 하루 일정을 시작한다. 첫날 고된 라이딩으로 지쳐있던 가이드가 다시 살아났다
둘째날 일정을 위해 미마사카시로 이동하면서 미마사카 농원에 잠시 들린다. 입장료를 내면 5종류의 딸기를 마음대로 먹을 수 있다. 6월부터는 포도로 종목이 바뀐다
현재 남아있는 무사시의 초상화를 컴퓨터로 분석해 청년시절의 무사시를 동상으로 제작했다
무사시 마을 고린보. 무사시가 태어난 고향에 있으며 공공숙소로 사용된다. 일반인은 물론 합숙소로도 사용된다
박물관의 배려로 사진촬영이 가능했다. 무사시가 실제 사용했다는 코등이(위, 도신과 자루의 경계가 되는 금속제 테두리 부분). 무사시가 사용한 실제 검을 만든 장인의 다른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3일차
빗속에 ‘유유 라이드 인 유노고  온천’ 대회 참가
미마사카시 일대를 달리는 자전거대회가 있는 당일 비가 오려는지 날씨가 흐리다. 일본에서 강수량이 적다는 오카야마지만 어쩜 이렇게 대회에 딱 맞춰 비가 오는지 기가 막힌다. 쌀쌀한 날씨에 가랑비까지 더해져 체감온도는 더 떨어졌다.

무사시의 생가. 보존을 위해 리모델링한 상태며 유지를 위해 1년 중 극히 일부기간만 출입을 허용한다. 내부에는 실제 사용한 물품들이 그대로 남아있다고 한다
일본도 코등이 형상을 기반으로 제작된 체육관. 2012년 5월 20일 완공되었으며 유도, 가라데, 검도 등 초중고 체육관으로 주로 활용된다. 총 830석 규모로 농구장 2개 정도의 크기다
내부에는 검도 체험 프로그램도 준비되어 있다
대회 모집 포스터와 코스지도

 

이른 시간이지만 아침부터 참가자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유유 라이드 인 유노고 온천’이라는 대회 명에서 보듯 즐기면서 달리는 투어링 대회로, 중급자 이상을 위한 100㎞ 코스와 초급자를 위한 40㎞ 코스로 나눠 진행되었다. 모집인원은 200명이지만 자원봉사자 및 관계자를 합하면 270여명 정도다. 시작지점이 교통이 불편한 작은 시골마을임을 감안하면 굉장히 많은 인원이 모였다는 걸 알 수 있다.
출발은 100㎞ 코스 신청자들부터 2명의 스탭과 10명의 참가자가 한 조를 이뤄 일정 간격을 두고 출발하고, 40㎞ 신청자들은 2개 조로 나누어 교통 흐름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나눠 진행되었다. 대회는 비경쟁 투어 방식으로 진행은 전반적으로 한국과 비슷하다. 경쟁이나 속도에 욕심을 내기보다는 다 함께 주변 경관을 즐기자는 방식으로 그룹이 찢어지지 않고 유지되는 것이 기자의 눈에는 신기하게 비쳤다.
기자는 40㎞ 코스에 참여했다. 1시간 정도 라이딩 후 15.5㎞ 지점 하이센역에 준비된 첫번째 보급소에 도착했다. 급격히 떨어진 온도로 인해 다소 추위를 느끼던 참가자들에게 따뜻한 우동 한 그릇은 큰 힘이 되었다. 우동을 기다리며 무슨 역인지 묻는 기자에게 한 참가자가 역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하이센역의 열차는 매달 첫번째 일요일에만 비젠(총 33.4㎞)까지만 운행한다고 한다.

아침부터 비가 오려는지 날씨가 흐리다
하이센역에서 만난 첫번째 보급소. 따뜻한 우동 한 그릇으로 몸을 녹였다
요시노 강을 따라 시골 풍경을 즐기며 라이딩을 이어간다
마지막 보급소인 캣아이 공장에 도착한다
독일 장비로 모든 제품을 테스트한다
최초로 출시된 후미등과 속도계

 

하이센역을 떠나 5㎞ 정도 더 달려 반환점에 도착한다. 마지막 보급소는 자전거 액세서리로 유명한 캣아이(Cateye)의 공장이다. 이날 캣아이 대표도 함께 라이딩에 참가했는데 공장을 견학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캣아이는 LED 라이트를 자전거 라이트에 가장 처음 적용했다. 한국에서는 오디바이크가 수입·판매 중인데 라이더들에게는 속도계, 라이트, 후미등과 같은 자전거 액세서리 브랜드로 익숙하다. 현지에서 만난 캣아이는 자전거 용품뿐만 아니라 산업에 사용되는 반사판과 안전등 등 다양한 안전용품을 전문으로 생산하고 있었다.
공장을 둘러보고 나오니 이미 후미 그룹마저 출발하고 없는 상태. 차량을 이용해 대회장까지 이동하기로 한다. 부슬부슬 오던 비가 굵어지면서 추워졌지만, 먼저 도착한 참가자들은 후속으로 들어오는 라이더들을 응원하거나 행사장에 준비된 음식을 먹으며 마무리 행사까지 기다린다.
100㎞ 그룹까지 모두 도착하고 폐회식을 마지막으로 대회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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