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근교 새 코스① 행주대교 ~ 전류리포구 21km

서울근교 새 코스 / ① 행주대교 ~ 전류리포구 21km

도도한 물길과 철책선 따라 한강 최후의 포구까지

 

▶ 철책선에 갇힌 한강의 최후 속으로

▶ 조각배 몇 척만 기대 사는 전류리포구

▶ 언덕 없는 평지 코스

▶ 서울 지척에서 맛보는 전원+전방 풍경

김포대교~일산대교 사이는 철책선과 붙어가며 풍경과 서정의 차단을 절감한다

 

 

"어디 좀 새로운 코스 없을까.”
한강 수계를 중심으로 서울과 주변도시 일원에 개설된 자전거도로는 총연장 300km를 넘지만 작정하고 다니면 어렵지 않게 완주할 수 있어 시간이 지날수록, 라이딩 경험이 쌓일수록 같은 길, 같은 풍경에 지루해지기 마련이다. 물론 자전거도 어엿한 ‘차’이기에 자동차전용도로를 제외한 모든 도로를 달릴 수 있어 수많은 코스를 구성할 수는 있다. 하지만 1000만대의 자동차가 굴러다니는 수도권에서, 게다가 약자를 배려하는 운전매너를 보기 드문 현실에서 온갖 자동차와 함께 도로를 함께 달려야 하는 것은 실로 위험천만에 스트레스 받는 일이다.

그래서 서울 근교를 중심으로 새로 조성되었거나 연장된 자전거도로 위주의 코스를 소개한다.
첫번째 코스는 행주대교에서 한강을 따라 전류리포구까지 하류로 이어지는 강변길이다. 경기도가 접경지대를 따라 조성한 걷기코스인 ‘평화누리길’이 있는데 일부 구간에는 자전거길도 별도로 만들어 놓았다. 하지만 김포 대명포구에서 철원까지 12구간으로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걷기코스와 달리 자전거길은 지자체별로 띄엄띄엄 조성되어 있고 코스 이름도 정리되지 않은 형편이다.

행주대교~전류리 포구 구간은 김포 ‘평화누리길 자전거길’로 표기되어 있을 뿐 구간 일련번호는 따로 매겨지지 않았다. 서울시내 한강 자전거도로와 바로 지척이면서 완전히 다른 풍광과 분위기를 보여줘 독특한 매력을 발산한다.

피사의 사탑처럼 강쪽으로 기울어진 김포에코센터 전망대

 

행주대교~아라뱃길 한강갑문 지나 계속 서쪽으로

서울 시내를 지나는 한강 남안 자전거도로는 행주대교를 지나 아라뱃길로 이어진다. 전호교를 건너 북단 아라뱃길로 들어서서 ‘바다로요트’ 앞 삼거리에서 김포한강로 아래 굴다리를 지나면 둔치에 자리한 전호야구장이 나온다. 이제부터 자전거 코스를 뜻하는 도로변의 파란 실선을 따라가면 된다.

전호야구장에서 이어지는 도로는 김포한강로가 생기기 전 강화도 방면 ‘뚝방길’로 불렸던 옛길로(78번 국지도) 드물게 ‘자전거 우선도로’로 지정되어 있다. 차량 통행이 드물지만 일반도로와 마찬가지로 자동차와 같이 다녀야 해서 조심해야 한다. 전호야구장에서 3.5km 가다 철책선 삼거리가 나오면 우회전해서 철책선을 따라가면 된다. 철책선 길이 시작되면 차량이 거의 다니지 않고 갓길에는 파란 실선으로 안내되어 있으며 가끔씩 쉼터와 이정표도 나온다.

이제부터 김포한강신도시 초입까지 6km는 철책선과 도도하게 흐르는 한강 하류가 함께하는 장쾌한 구간이다. 철책이 주는 긴장감이나 불편함 보다는 1km를 훌쩍 넘는 광폭 물길과 멀찍이 물러난 원경에 호연지기를 맛본다.

홍수 때는 물을 저장할 수 있는 저류지를 공원으로 활용한 김포한강야생조류생태공원. 잘 조성된 공원이지만 도대체 이름이 이게 뭐람

 

광활한 저류지 공원

철책선을 벗어나면 피사의 사탑처럼 기울어진 김포에코센터 전망대가 나타나면서 누가 이름 지었는지 모르지만 ‘김포한강야생조류생태공원’이 시작된다. 홍수 때는 물을 저장하는 저류지를 겸한 공원으로 대단히 광활해서 강변 자전거도로는 용화사삼거리까지 장장 2.5km나 소실점으로 잦아드는 직선이다.

남한강 자전거길 이포보 근처에도 이런 대규모 저류지 공원이 있는데(여주 양촌지구공원) 그곳은 길이가 3.5km로 김포보다 2배 이상 길지만 도시에서 동떨어져 있어 텅 비어 방치된 상태라면 김포는 사람들이 많아 생기가 넘치고 공원도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져 있다. 여유가 된다면 저류지 안쪽의 길도 느긋하게 달려보면 좋겠다.

운양삼거리에서 전류리포구 사이에는 갓길에 자전거길을 조성했다. 앞쪽 왼쪽은 전류리포구 뒷산인 봉성산, 강건너로는 파주 심학산이 보인다

 

운양삼거리에서 자전거길은 도로를 건너 철책선 맞은편 갓길을 따라 북향으로 방향을 튼다. 한강이 바다로 들어가기 전에 임진강과 합류하기 위해 정북으로 흐르는 최후의 구간이다. 이제 도시는 아득히 멀어지고 왼쪽에는 풍요의 들판이, 오른쪽으로는 맞은편이 가물대는 웅장한 물결이 멈춘 듯 잔잔하다. 사실 이 길이 완성된 덕분에 한강 자전거길은 전류리포구를 넘어 김포반도 북단의 하성면 후평리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봉성산 남쪽의 하동천생태탐방로. 자전거길에서 벗어나지만 뜻밖에 잘 단장된 습지공원이 길게 이어져 발길을 잡는다

 

사방으로 막힌 최후의 포구

저 앞으로 강물에 머리를 대고 있는 봉성산(129m)이 다가선다. 고려말의 청렴한 문신 민유(閔愉)가 신돈의 난을 피해 이곳에다 전류정(顚流亭)을 짓고 은거했다고 한다. 전류리포구는 산의 동쪽 강변에 있다. 간만의 차로 인해 바닷물이 이곳까지 역류해(감조하천) ‘물이 거꾸로 흐른다’는 뜻에서 ‘전류리’라는 이름이 붙었다.

봉성산 남쪽 모퉁이에 있는 정자 쉼터에서 바라본 상류 방면. 드넓은 한강에 도시는 저만치 물러나 앉았다

조선말까지 수운의 요지로 번화했던 전류리포구는 이제 유일하게 한강변에서 포구의 명맥을 이어가는 화석으로 남았다. 한강 전체를 통틀어 바다에 이르기 직전에 자리해 ‘한강 최후의 포구’로도 불린다. 철책선에 갇혀 허가받은 조각배 20여척만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구간에서만 조업할 수 있어 포구가 상징하는 자유나 떠남, 만남 같은 정서적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포구에는 민물장어와 숭어, 새우, 참게, 황복 등을 취급하는 식당 몇곳이 허름한 건물에 모여 있고, 바로 곁에는 대형 초소가 눈을 부라리고 있어 답답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한강 최후의 포구라는 전류리포구 입구의 조형물. 바닷물이 여기까지 역류해서 '물이 거꾸로 흐른다'는 뜻의 '전류'라는 이름이 붙었다

 

포구에 딸린 배는 갈 데가 없으니 움직일 때보다 가만히 서 있는 시간이 더 많을 것이다. 하구는 휴전선으로, 상류는 한강 보로 막혀 있고 맞은편은 철책선이 막아서서 정박할 곳도 없다. 인간은 물 위에도 기어이 막다른 길을 만들고 있다.

자전거길은 계속 철책을 따라 후평리까지 7km 가령 더 이어지지만 이 구간은 조성된 지 이미 좀 지나서 일정은 여기서 마무리한다. 출발지인 행주산성으로 돌아가면 왕복 42km 남짓. 오갈 때 보는 풍경이 다르고 여기저기 들릴 데도 많아서 체감은 훨씬 더 길게 느껴진다. 이 길이 짧다면 후평리까지 다녀와도 될 것이다.

궁극의 2차원 평면인 수면에서 가장 자유로운 배는 밧줄에 묶인 채 탈출의 몸부림을 칠 때, 두바퀴는 여유롭게 포구를 등지고 떠난다. 철책과 나란히 달리면서 지면에서의 무한자유는 역시 두바퀴임을 실감한다. 등뒤에서 밀어주는 바람에 페달링마저 가볍다.

 

철책선에 갇힌 전류리포구. 횟집 몇곳이 모여 있어 관광객이 꽤 찾는다
중간중간 이정표가 잘 되어 있다

<tip>

행주대교에서 전호야구장 가는 길만 잘 찾으면 된다. 전호교를 건너 신축한 마리나베이서울 호텔 앞으로 해서 아라한강갑문 옆으로 둔치 길을 계속 따라가다 왼쪽으로 전호야구장 옆길로 78번 도로에 합류해도 된다. 코스 주변에는 전호야구장 옆의 강원막국수(031-985-7150), 김포에코센터 초입의 올갱이해장국(031-998-1259), 전류리포구의 횟집촌 또는 여명양평해장국(031-982-8116), 소쇄원(간장게장, 031-983-8801) 등의 식당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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