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로드는 더 빨리, 오프로드는 더 여유롭게~

충주호 호반 63km 코스
온로드는 더 빨리, 오프로드는 더 여유롭게~
그래블바이크 실전 투어

그래블바이크는 라이딩 자체에만 신경이 집중되는 장르가 아니다. 라이딩을 준비하고, 이동하고, 라이딩을 즐기고, 쉬면서 나누는 이야기, 먹는 것, 쉬는 것까지 모두 라이딩의 일부분으로 포함된다. 오프로드에서는 MTB보다 느리고 온로드에서는 로드바이크보다 느려 코스에서 보고 느낀 풍경과 기분이 한층 생생하다

 

 

필자가 그래블바이크 관련 기사를 다룬 지도 벌써 3개월이 흘러가고 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에 대한 소개는 잘 알겠는데 과연 어떻게 즐겨야 하는지, 어디서 타야 하는지를 모르겠다고 한다.
내 생각이 짧았구나…. 자전거는 사는 것보다 즐기는 것이 중요한데, 어떻게 즐기는지를 보여드리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최근에 다녀온 그래블 라이딩 후기를 통해 그래블바이크의 매력과 어떻게 즐기면 좋을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2019년 4월 6일(토), 충주호를 향해 
그래블 라이딩을 즐길 수 있는 미지의 코스가 많은 충주를 향해 이동했다. 충주에는 충주호를 기점으로 필자가 개발해둔 그래블 라이딩 코스가 8개 정도 있는데 아직까지도 계속해서 발견하는 중이다.

 

‌코스는 총 거리 63km이며, 획득고도 1239m, 전체 코스 중에 오프로드가 24km 정도 되어 적당히 즐길 수 있는 코스다

 

코스는 충주다목적댐 물문화관에서 시작된다. 최근에 신설된 충주다목적댐 물문화관은 시설이 깨끗하고 사람들 발길이 많지 않아서 주차하기에 좋고, 한적한 분위기 덕분에 화장실에서 옷을 갈아입기에도 좋다

 

2대의 그래블바이크와 2대의 사이클로크로스가 모여서 함께 충주호 인근의 서운리 쪽 오프로드를 달려보기로 했다

 

먼저 서운리 마을까지 아스팔트길을 따라 간다. 참가자 중 한명은 운동화와 평페달을 조합해서 탈 만큼 아직까지 그래블바이크에 익숙하지 않지만, 그래도 완주할 수 있을 만한 코스다

 

그래블바이크는 드롭바를 장착하고 있어서 얼핏 보기에는 로드바이크 같아 진행속도가 빠를 것 같고 왠지 경쟁모드로 격하게 타야 할 것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로드바이크에 비해 편안한 지오메트리를 가지고 있고, 클릿 슈즈도 오프로드용이어서 라이딩 형태에 구애받지 않고 조금 더 자유롭고 편안하게 즐길 수 있다

 

서운리 마을에서 동량면 비포장길로 들어서기 시작했다. 그래블바이크의 또 다른 이름은 ‘올 로드 바이크’인데, 어떤 길이든 간다는 느낌을 그대로 표현해 준다

 

길이 조금씩 거칠어지지만 이 또한 좋고 유쾌하다. 노면에서 올라오는 자글자글 거리는 소리가 귀를 자극하고 온 몸의 감각을 깨운다

 

급경사의 높은 언덕을 지나 산 정상에서 잠깐의 휴식을 취한다. 휴식을 하는 동안 작은 배낭에 넣어온 보급식을 먹기도 하고, 보온물병에 담아온 따뜻한 차를 마시면서 여유롭게 즐긴다

그래블바이는 라이딩 형태 또한 자유로워서 아주 거칠고 빠르게 달릴 수도 있지만, 여유롭게 사람들과 함께 코스 그 자체를 음미하는 것도 가능하다. 잠깐 쉬어가면서 이야기를 나누거나 자연 속으로 들어와 준비해온 차를 가만히 마셔보는 것도, 그 자체만으로 즐겁고 좋은 느낌이다.

 

코스를 달리다보면 비포장길 옆으로 충주호가 내려다보인다. 포장도로를 달릴 때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에 매력을 느낄 수 있다

 

‌비포장길을 따라 여유롭게 주행하며 코스를 달려 나간다

 

많은 자동차 통행량을 감안해서 만든 도로가 아니어서 길의 형태가 자유롭고 경사나 코너의 움직임도 변화가 많다. 자연을 최대한 훼손하지 않고 능선을 따라 조금 손을 본 정도로 길을 냈기 때문이다. 이런 길을 달릴 때 더욱 자연 속으로 스며들며 자연을 있는 그대로 만끽하는 기분이 든다.

 

본격적인 산악 싱글 코스와는 다르게 길의 폭이 어느 정도 있는 편이다. 만약 라이딩 중에 문제가 생겨서 라이딩으로 복귀가 어려운 상황이 생긴다면 차량으로 픽업을 하는 등의 탈출이 가능하다

 

‌멋진 풍경을 내려다보면서 즐기는 보급 시간이 너무 즐겁고 좋다. 탁 트인 시야가 가슴 속까지 시원하게 만들어 주는 기분이다. 로드바이크를 탈 때 뒷주머니에 넣어 다니던 파워젤을 먹을 때와는 다르게 샌드위치나 김밥 등을 싸와서 먹는다. 그냥 삼키는 타입의 보급식이 아니라 씹어 먹으면서 배를 어느 정도 채워 줄 수 있는 식사를 해야만 공복을 이길 수 있기 때문에 제대로 된 식사를 하는 편이다. 마치 피크닉을 온 것 같은 기분마저 느껴진다

 

식사를 마치고 깨끗하게 뒷정리를 한 후, 라이딩을 이어갈 준비를 한다

 

비포장길의 거의 마지막 지점을 빠져나가면서 첫 번째 14km 가량의 오프로드 코스가 끝난다

 

포장도로에 나온 후, 조금 달리다 보면 어느새 우리가 달려온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그래블바이크는 본격적인 산악을 타는 MTB와는 기동력이 다르기 때문에 포장길에서는 속도가 꽤 빠르고 진행이 매끄럽다

 

정해놓은 코스를 따라가다 보면 사진 속 장면 같은 샛길이 나올 때마다 한번 들어가 보고 싶은 기분이 충만하다. 형태에 구애 받지 않고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그래블바이크의 어드벤처 마인드가 발휘된다.

 

다음 오프로드 코스가 나오는 곳까지 포장도로 라이딩이다. 마치 조금 느린 로드바이크를 타는 기분이라, 페이스를 여유롭게 잡고 움직이더라도 MTB로 왔을 때보단 대열의 진행속도가 더 빠르고 여유 있다

 

두 번째 오프로드 코스로 진입하는 중이다. 산으로 들어가서 본격적인 산행을 즐긴다기 보다 마을 속에 틈틈이 숨어 있는 비포장길을 포장도로와 함께 섞어서 자유롭게 즐기는 라이딩이 이어진다

 

두 번째 오프로드 코스는 첫 번째에 비해 난이도가 낮고 조금 더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수준이다. 녹음이 지고 푸르름이 더할 때 오면 더욱 좋을 것 같다

 

오프로드 코스를 모두 완료한 후 돌아오는 복귀 길은 조금 빠르게 진행해보았다. 마치 로드바이크를 타는 것처럼 페이스를 올려 이동했는데, 고속 라이딩에도 무리가 없었다. 지오메트리가 로드바이크보다 조금 더 편안함을 추구하지만 일반 로드바이크 규격 그대로에 타이어 사이즈만 넓어진 디스크 브레이크용 로드바이크 같은 느낌이다. 온로드 라이딩에 전혀 무리가 없다.

 

라이딩을 종료하고 자전거를 정리한 후 인근 사우나에서 목욕을 하고 식사를 하러 이동했다.

 

필자는 예전부터 로드바이크 라이딩을 즐겨왔지만, 그래블바이크로 즐기는 오프로드 라이딩은 에너지 소모가 굉장히  크다. 집중력도 훨씬 많이 필요하고, 이동거리는 MTB보다 더욱 길게 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피로도 또한 큰 편이다. 당연히 먹고 쉬는 것이 라이딩 일정에 자연스럽게 포함되어야 합당하다. 라이딩 출발 장소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착한낙지 식당’에서 식사를 즐겼다.

그래블바이크는 라이딩 자체에만 신경이 집중되는 그런 장르가 아니다. 라이딩을 준비하고, 이동하고, 라이딩을 즐기고, 쉬면서 나누는 이야기, 먹는 것, 쉬는 것까지도 모두 라이딩의 일부분으로 포함된다. 코스 자체를 빠르게 훑어가더라도 MTB만큼 오프로드를 빠르게 달릴 수 없고, 로드바이크처럼 온로드를 빠르게 달릴 수 없는 만큼 코스에서 보았던 풍경들이 더욱 선명하고, 라이딩을 즐기는 동안 느꼈던 기분도 한층 생생하다. 모든 과정이 더욱 생생하게 기억되고 남는 그래블바이크의 매력을 많은 분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
(그래블바이크로 다녀온 라이딩 코스의 GPX 파일은 필자가 운영하는 블로그에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네이버 검색창에 “여우의 다락방”으로 검색하거나  http://blog.naver.com/mechanicfox 로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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