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열차로 가서 배 타고, 자전거까지 타는 섬 여행의 완결판

MTB 열차 타고 가는 ‘신안 1004섬 자전거길 투어’ - 임자도  
밤열차로 가서 배 타고, 자전거까지 타는 섬 여행의 완결판

신안군과 코레일이 주최한 MTB 열차 타고 가는 ‘신안 1004섬 자전거길 투어’ 첫 번째 행사가 5월 12일 3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열렸다. 참가자는 전날 밤 11시10분 서울 용산역을 출발, 다음날 새벽 4시10분 목포역에 도착해 셔틀버스 편으로 임자도로 이동했다. 임자도에서는 ‘신안 1004섬 자전거길’을 따라 약 50km 라이딩을 마치고 당일밤 11시 다시 용산역에 도착하는 빡빡한 일정이었지만 참가자들은 어느 때보다 길고 충실한 하루를 보냈다고 호평했다

 

전장 7km의 국내최대 대광해변. 백사장이 단단해 라이딩을 즐길 수 있다(자료사진)

 

여행의 깊이와 느낌을 제대로 맛보려면 이동수단이 매우 중요하다. 그중에서도 열차와 배는 낭만적 여행을 위한 필수 조건이다. 거기다 풍경의 속살까지 자세히 만나게 해주는 자전거까지 곁들인다면 금상첨화, 이보다 더 좋은 여행은 없을 것이다.
이번에 신안군이 코레일과 함께 진행한 MTB 열차 타고 가는 ‘신안 1004섬 자전거길 투어’가 바로 그랬다. 일정상 다소 강행군이었지만 참가자들은 밤 열차를 타고 목포에 도착해 배를 타고 임자도로 들어가 자전거로 섬 구석구석을 누볐다. 참가자들은 24시간만에 이 모든 것을 경험할 수 있다는데 놀랐고 호응이 좋아서 신안군과 코레일은 MTB 열차를 계속 운행할 예정이다.

밤 11시10분 용산역 발 무궁화호 MTB 열차에 자전거를 싣는 참가자들
다소 불편했지만 설렘 가득한 밤차 여행
임자도 상징인 민어조형물 앞에 30여 참가자가 한자리에 모였다

 

잠이 모자라도 좋다, 밤열차 여행 
신안군과 코레일이 마련한 첫번째 MTB 열차 투어는 5월 11일 밤 시작됐다. 밤 11시10분  무궁화호 1411편은 자전거 61대를 적재할 수 있는 화물칸과 전용 객실을 갖추고 목포를 향해 서울 용산역을 출발했다. 30여명의 참가자들은 자전거는 화물칸에 싣고 객실에서 불편하지만 설렘 가득한 밤을 보냈다.
다음날 새벽 4시10분 목포역에 도착하자 셔틀버스로 1시간여 다시 이동해야 한다. 임자도는 목포역에서도 60여km나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셔틀버스 도착지도 임자도가 아니라 임자도행 배를 타는 지도읍 감정리의 점암선착장. 임자도는 아직 다리가 놓이지 않은 진짜 섬이다. 그나마 임자도의 ‘진짜 섬’ 운명도 이제 1년여밖에 남지 않았다. 2020년 9월 완공예정으로 임자대교가 공사중이기 때문. 사장교와 현수교로 이뤄진 두 개의 해상교량만 1.92km에 접속도로 3.07km를 포함해 총연장 4.99km의 대역사다. 천사대교에 이어 임자대교 개통은 신안 섬 여행의 또 다른 기폭제가 될 전망이다.
점암선착장에서 배편으로 15분을 가야 마침내 임자도에 도착한다. 참가자들은 이미 밤열차와 셔틀버스에 이어 배까지 타면서 “육상과 해상 교통수단을 다 타본다”며 이색체험에 즐거워했다.

임자도 1004섬 자전거길 일주
임자도는 1000개 이상의 섬으로 이뤄진 신안에서 최북단에 자리하고 있다. 면적 38.86㎢. 원래는 깨가 많이 나서 깨의 한자명인 임자(荏子)를 따서 섬 이름이 되었지만 지금은 전국 최대의 대파밭으로 유명하다. 대파 농사로 소득이 높아 임자도는 신안에서도 가장 부유한 편에 든다. 섬을 일주하는 길이 48km의 1004섬 자전거길이 조성되어 있으며 장장 7km에 달하는 대광해변과 튤립공원, 해안임도, 새우젓 산지인 전장포 등 볼거리도 풍성하다. 
이름은 촌스럽지만 대광해변은 말 그대로 크고 넓다. 흔히 ‘30리(12km) 백사장’이라지만 실제는 7km 정도이고 최대폭은 약 200m이다. 길이와 폭, 외딴 섬의 고적한 분위기까지… 현장에서 육안으로 보는 광막함은 대광해변을 국내최대 해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임자도는 외지인에게 생소하지만 해변의 화원에서 펼쳐지는 튤립축제로 이름이 알려지고 있다. 2008년부터 시작된 튤립축제는 해마다 4월이면 12만㎡(약 3만6천평)의 바닷가 구릉지에 똘망똘망 색색의 선명한 꽃을 피워낸 300만 송이의 튤립이 이국적인 동화의 나라를 이룬다. 꽃밭 중심에는 새하얀 풍차가 서 있어 어느 네덜란드의 전원 풍경을 뚝 떼어놓은 것만 같다.
참가자들은 튤립은 졌지만 화원은 그대로 남은 대광해변에서 대자유를 누리는 해변 라이딩을 마음껏 즐겼다.  

 

임자도행 배에 오르는 참가자들. 배 탑승은 밤열차, 버스에 이은 세 번째 이동수단으로 여행의 다채로움을 더해주었다
임자도 내륙의 1004섬 자전거길을 달린다
대광해변 라이딩
대광해변에서 매년 4월 열리는 튤립축제(자료사진)


광활한 대파밭 끝에 있는 전장포 
이름만 들어도 뭔가 극적인 사연이 깃들었을 것만 같은 전장포는 한때 새우젓 산지로 명성이 높았다. 냉장고가 보급되기 전, 신선한 상태로 새우젓을 숙성시키기 위해 주민들은 포구옆 솔개산에 길이 100m, 높이 2.4m, 폭 3.6m의 토굴 4개를 파기도 했다. 지금은 관광용으로 토굴을 개방하고 있다.
임자도 주변은 작고 하얀 백화새우의 서식지여서 한창 때는 전국 새우젓 수요의 70%를 생산했다. 특히 5월과 6월에 잡히는 살찐 새우젓은 ‘오젓’ ‘육젓’으로 불리며 전국적인 명성을 얻었다. 지금도 육젓은 일반 새우젓보다 4배나 비싸다. 선창가에는 새우 조형물과 함께 ‘전장포 아리랑’ 비가 서 있어 극적인 분위기를 더해준다.
일정을 마친 참가자들은 다시 목포역으로 이동, 오후 6시 출발 무궁화호에 올랐다. 무궁화호는 어젯밤 서울을 떠난 지 정확히 24시간만에 다시 용산역에 도착해 MTB 열차 투어는 마무리됐다.
참가자들은 “24시간 동안 이처럼 다양한 교통수단과 경험을 할 수 있다니 하루를 정말 풍성하게 보낸 것 같다”고 감탄했다. MTB 열차 타고 가는 신안 1004섬 자전거길 투어는 앞으로도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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