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스타트업 익셉트(EXEPT), 신기술로 혁명 일으키다

·EXEPT 창립자 울프강 트루인스키(Wolfgang Truinsky) 본지 방문

 

EXEPT 익셉트의 로고. 로고는 블랙스완을 상징한다

 

우리가 흔히 타고 있는 카본 프레임은 일반적으로 두 가지 방식으로 제작된다. 자전거 형상을 그대로 담은 몰드로 통째 제작하는 모노코크 방식, 그리고 사전에 제작된 튜빙을 러그를 통해 접합하는 러그드 방식이다. 최근 들어 많이 쓰이는 모노코크 방식은 자유로운 디자인이 가능해 더 가볍고 에어로한 디자인을 뽑아내기에 용이하다. 하지만 몰드의 형태는 정해져 있기 때문에 개개인의 신체 사이즈에 맞추는 커스텀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하지만 지금 소개할 익셉트(EXEPT)의 카본 프레임은 커스텀이 가능한 모노코크 방식으로, 개개인의 신체 사이즈에 따라 몰드가 변화하는, 세계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던 전혀 새로운 방식을 제안한다.

6월 13일 익셉트의 창립자 3인 중 한명인 울프강 트루인스키(Wolfgang Truinsky) 씨와 국내 유통사가 본지를 방문해 자세한 내용을 들어봤다.

 

본지를 방문한 울프강 트루인스키 씨. 익셉트의 창립자 3인 중 한명으로, 국적은 독일이지만 이탈리아에서 익셉트를 이끌고 있다
익셉트 창립자 알레시오 레바글리아티(왼쪽), 알레산드로 지우스토(왼쪽 세 번째)와 울프강 트루인스키(맨 오른쪽)씨와 얼마 전 은퇴한 프로투어 선수 다미아노 쿠네고(왼쪽에서 두 번째). 쿠네고는 익셉트의 테스트 라이더이자 홍보대사로 활동중이다

이탈리안 스타트업의 획기적 신기술

익셉트는 자전거 제조사의 격전지인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브랜드다. 창업주 3명은 2016년부터 커스텀이 가능한 모노코크 카본 프레임의 개발에 몰두해 왔으며 작년 유로바이크에서 대대적인 첫 공개를 통해 자신들의 기술을 세계에 알리기 시작했다. 이들이 개발해온 자전거의 핵심은 개개인의 신체 특징별로 커스텀 빌드가 가능한 모노코크 카본 프레임이다.

앞서 설명했지만 모노코크 방식은 개인의 신체 조건을 반영해 제작하기가 어려워 오로지 사이즈로 선택만 가능했다. 그 다음에 신체에 맞는 피팅을 통해 자신에게 맞춰 나가는 것이다. 그래서 커스텀빌드를 원하는 라이더에게는 주로 러그드 방식이 권장됐다. 그렇지만 러그드는 상대적으로 무게가 많이 나가고 접합부 강성과 탄성 같은 카본의 특성을 균일화하기가 어렵다. 때로는 접합부에서 균열이 발생하기도 한다.

익셉트는 이러한 문제점에 정면으로 돌파구를 뚫어냈다. 모노코크 프레임이지만, 개인의 사이즈에 맞춘 커스텀빌드를 가능케 한 것이다. 이는 세계적으로도 최초로 공개되는 신기술로, 향후 자전거 제작의 판도를 뒤집을 만한 대사건이기도 하다.

 

본지에 방문해 익셉트에 대해 설명하는 울프강 트루인스키. 그는 이번 기회에 익셉트를 아시아 전역에 소개하고 왔다. 한국에 오기 직전 일본 후지산에서 열린 대회에 방문해 큰 호평을 받았다고

 

커스텀이 가능한 모노코크 프레임, 어떻게 가능한가?

일반적으로 제조사들은 한 디자인의 프레임을 만들기 위해 사이즈별로 단 하나씩의 몰드만 제작한다. 정밀한 몰드의 제작단가는 굉장히 고가이고 시간도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것을 기존의 모노코크 방식으로 커스텀한다고 하면 몰드 제작에 엄청난 시간과 비용이 걸리며, 한번 사용하고 나면 같은 사이즈를 가진 다른 사용자가 운 좋게 나타날 때까지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이유로 그동안은 불가능했던 것이 커스텀 모노코크 프레임이다.

익셉트는 이러한 단점을 보완한 가변형 몰드의 개발을 완성했다. 익셉트는 헤드튜브, 시트튜브 등 프레임 주요부위의 몰드를 각각 분리했으며, 사용자의 사이즈에 맞춰 몰드를 배치한 다음, 성형을 하게 된다. 분리된 몰드 사이로 기성 제작된 튜빙이 삽입되어 다운튜브가 되고 탑튜브가 되며 시트튜브가 되는데, 이 튜빙들은 모두 완성되어 단단한 튜빙이 아니라 말랑말랑한 상태로 재성형이 가능한 상태이기 때문에 그때그때 제작할 자전거에 적합한 사이즈로 재탄생하게 된다. BB셸만 모든 프레임에 공통적으로 사용된다.

익셉트의 프레임은 높은 완성도를 위해 하나의 프레임에 450장의 카본 조각을 사용한다. 소재는 토레이의 T800을 앞삼각에 적용하고 복합카본소재를 뒷삼각에 적용해 승차감까지 고려했다.

헤드튜브 부위의 몰드가 분리된 모습. 이런 몰드가 자전거 부위별로 존재한다. 몰드들은 각 라이더의 사이즈에 맞춰 조정된 위치에서 카본을 성형해 커스텀 모노코크 프레임을 가능하게 한다
튜빙은 따로 제작되지만 다시 재성형이 용이하도록 덜 굳혀진 상태로 완성된다. 이렇게 덜 굳은 튜빙은 향후 몰드가 완전한 자전거의 형태를 갖추고 나면 그제야 완벽한 튜빙의 모습을 갖게 된다
튜빙을 제작하고 있는 모습
몰드에 카본이 전부 배치된 후 프레임에 압력과 열을 가해 건조 중

 

완성된 프레임의 형태

 

높은 완성도의 프레임

익셉트라는 브랜드의 핵심은 혁신적인 제조공정에 있지만, 완성차로 보여주는 결과물 또한 훌륭하다. 익셉트의 프레임은 독일에 위치한 제들러 연구소에서 각종 시험을 거치게 된다. 연구소에서는 세상에 출시된 여러 브랜드의 자전거를 테스트 하는데, 익셉트는 이 연구소에서의 결과를 개발에 적극 반영했고, 연구소에서 진행하는 시험항목 모두에서 상위 10% 이상의 결과를 얻어냈다. 향후 지속적으로 출시할 모든 자전거의 테스트 값은 항상 상위 10% 이상을 유지하도록 해 성능에 대한 자신감도 보였다.

 

ALL ROAD

현재 익셉트를 통해 만나볼 수 있는 자전거는 두 가지다. 올로드(ALL ROAD)라고 이름 붙여진 이 모델은 인터그레이티드 버전과 클래식 버전으로 나뉘는데, 두 가지는 얼핏 비슷한 외형을 가졌지만 다른 모델이라고 해도 될 만큼 각각의 특성이 다르다.

클래식 버전은 경량 올라운더에 가깝다. 근소하게 더 얇은 튜빙, 높은 헤드튜브 등으로 그 특징을 구분할 수 있다. 인터그레이티드 버전은 에어로에 가까운 편이다. 튜빙이 좀 더 두껍고 헤드튜브는 낮으며 에어로 핸들바와 스템 사용이 용이하도록 헤드튜브 상단의 디자인은 살짝 파여 있다. 공격적인 포지션을 취하기 쉽다.

익셉트 올로드 클래식 버젼
클래식 버젼 디테일 컷
익셉트 올로드 인터그레이티드 버젼
인터그레이티드 버젼 디테일 컷

 

 

 

본지 사무실에서 직접 만나본 익셉트의 올로드 두 모델은 모두 디스크 브레이크 버전으로 꾸며졌다. 익셉트는 림브레이크 버전의 출시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올로드 인터그레이티드 버전의 페달을 제외한 완성차의 실측 무게는 7.3kg, 클래식 버전은 7.4kg으로 디스크 로드로는 가벼운 편이다.
익셉트는 올해 말 정통 에어로바이크도 새로이 출시할 예정이다.

 

익셉트, 카본바이크의 새 시대를 여는 신호탄
국내에서는 아쇼카네트웍(대표 고주영)이 매니지먼트를 담당하고 두기트레이딩(대표 이득희)이 유통을 담당하게 된다.
커스텀 모노코크라는 새로운 공정을 도입한 익셉트는 4500유로, 우리 돈 600만원부터 시작한다. 역시나 만만치 않은 가격이다. 고성능 부품으로 온전히 구성한다면 1000만원은 훌쩍 넘길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확실한 메리트는 커스텀 된 모노코크라는 사실에 있다. 모노코크 방식이 일반화된 현재, 카본 프레임은 이렇다 할 기술적 혁신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데 스타트업에 불과한 익셉트가 그것을 해냈다. 디자인적 완성도와 무게 등 단점이 두드러지는 러그드 방식을 뒤로하고 많은 장점이 있는 모노코크로 커스텀된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된 것이 600만원이라는 금액의 가치를 증명한다.
물론 일부 고급프레임의 경우 비슷한 고가에 팔리고 있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서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금액은 확실히 아니다. 그만큼 익셉트의 국내 유통사는 커스텀 모노코크의 등장을 국내 시장에 서서히 알려가는 것을 그 첫 번째 목표로 삼았다. 당장 많은 판매고를 올려 수익을 보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 새로운 제작공법과 완성차의 성능, 가격 등 모든 면에서 당황스러울 수 있겠지만, 익셉트의 등장은 카본 자전거의 새로운 변혁을 향해 쏘아올린 아주 밝은 신호탄으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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