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잔세토해도, 시마나미해도, 아키나다토비시마해도 일주

일본의 지중해, 세토내해의 핵심 3코스
사잔세토해도, 시마나미해도, 아키나다토비시마해도 일주 
일본 최고의 바닷길, 섬은 많기도 하고 물빛은 푸르기도 해라

일본의 지중해 세토내해는 1000여개의 섬이 떠 있는 다도해를 이룬다. 큰 섬으로 둘러싸여 파도가 잔잔하고 아늑한 느낌을 주는 내해의 섬들에는 일본은 물론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자전거 코스 시마나미해도가 있다. 시마나매해도 서쪽에는 사잔세토해도와 아키나다토비시마해도가 그에 못지 않은 절경을 자랑한다. 6박7일간 세토내해의 대표 3코스를 돌아보았다.

거대해 보이지만 섬들로 둘어싸인 지중해인 세토내해는 언제나 잔잔한 편이다. 해안과 바짝 붙어 구비치는 길도, 하늘도, 바다도 모든 것이 아름답고 정갈하다

 

 

부산~시모노세키 간을 운항하는 부관페리를 타고 세토내해 자전거여행을 다녀왔다. 일본의 지중해라는 세토내해의 유명한 3코스를 일주했는데, 야마구치현 동쪽에 위치한 사잔세토해도와 에히메현과 히로시마현 사이의 시마나미해도, 아키나다토비시마해도를 완주했다.
6박7일 일정으로 함께한 분들은 다음카페 ‘정달자’ 회원들로 필자를 포함해총 16명이며, 53~76세의 중장년층으로 여성 6명과 남성 9명이 참가했다. ‘정달자’는 주 2~3회 정기라이딩과 분기별로 해외투어를 나가는 왕성한 활동으로 많은 회원들이 소속되어 있다. 
1000여개의 섬이 있는 지중해
일본의 세토내해(瀬戸内海. 세토나이카이)는 혼슈와 시코쿠, 큐슈에 둘러싸인 좁은 바다로 ‘일본의 지중해’라 불린다. 혼슈는 야마구치현 · 히로시마현 · 오카야마현 · 효고현 · 오사카부 · 와카야마현에 접하고, 시코쿠는 에히메현 · 카가와현 · 도쿠시마현, 규슈는 후쿠오카현 · 오이타현에 둘러싸인 바다다.
동서 450km, 남북 15~55km, 평균수심 38m, 최대수심 105m이다. 동쪽은 나루토해협으로 필리핀해와 태평양으로 연결되며, 서쪽은 칸몬 해협으로 동해와 연결된다. 내해 안에는 1000여 개의 크고 작은 섬이 있으며, 그중 아와지 섬이 제일 크다.
세토내해는 보석처럼 수많은 섬들이 흩뿌려진 다도해를 이뤄 경관이 아름다워 일본 굴지의 자전거 코스로 명성이 자자하다. 그 대표적인 3대 코스를 꼽는다면 사잔세토해도, 시마나미해도, 아키바나토비시마해도이다. 시마나미해도는 이미 세계적으로 유명해서 국제적인 명소가 되었다.  

사잔세토해도 サザンセト海道
사잔세토는 일본 세토나이카이 서부 해역으로 야마구치현 동쪽 끝에 있는 지역으로 이요나다(伊予灘)와 아키나다(安芸灘) 사이에 있는 스오오시마(周防大島)를 일컫는다. 행적구역상 야마구치현 오시마군 스오오시마쵸로 원래 ‘야시로지마(屋代島)’로 불렸다가 주변의 오시마, 쿠카, 타치바나, 토와 등 4개 쵸(町)가 2004년에 합병하여 섬 전체가 스오오시마쵸가 되었다. 사잔세토(서던세토. Southern Seto)는 ‘남쪽의 세토’라는 뜻으로 세토내해의 서쪽 혼슈 아래의 남단에 위치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일본어로 영어 ‘서던’의 발음이 어려워 비슷한 사잔이 되었다.   
사잔세토는 야마구치현 야나이시(柳井市)와 스오오시마를 잇는 길이 1020m의 스오오시마대교를 건너면 코스의 백미인 스오오시마의 사잔세토해도 라이딩이 시작된다. 일본에서의 라이딩은 우리나라와 달라서 좌측통행이 기본이다. 자동차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바다를 보면서 시계방향으로 라이딩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차도와 분리된 자전거길을 따라 안전하게 달릴 수 있다. 수평선이 질펀하고 점점이 뜬 섬들이 대양의 면모다

 

해안길과 산길의 조화, 장쾌한 전망대까지
스오오시마의 해안도로는 93.5km이며, 섬을 가로지르는 산악능선길이 약 40km 된다. 해안도로는 세토내해의 맑고 수려한 바다와 해변을 끼고 있으며, 더러는 울창한 숲속을 달리는 환상적인 코스가 있다. 고지대의 산악능선길은 산 아래의 아기자기한 어촌마을 풍경과 세토내해에 별처럼 흩뿌려진 수많은 섬들을 바라보는 풍경이 압권이다.
대부분의 지역이 600m급 산들이 연이어 있는 지형으로, 해안부에 있는 약간의 구릉지를 제외하고는 험준한 산자락이 해안까지 이어진다. 최고봉은 서부 중앙에 있는 해발 685m의 카노산(嘉納山)이지만, 가장 아름다운 산은 그 동쪽에 있는 다케야마산(嵩山, 619m)이다.
스오시마대교를 건너면 맞은편 산 정상부에 메시노야마(飯の山)전망대가 있다. 차 한대가 간신히 지나갈 수 있는 전망대 길은 숲길을 약 3km 올라야 한다. 차를 타고 오르내리는 관광객이 더러 있을텐데 길이 좁아 서로 마주치면 어쩌나 싶을 정도로 불안하지만, 다행히 내려오는 차량이 없어 무사히 정상에 올랐다.
정상부에는 넓은 주차장과 NHK 송신탑이 있고 그 옆으로 전망대 가는 길이 나있다. 메시노야마전망대는 4층 높이의 철탑으로 각 층마다 사방이 뚫려있어 조망하기에 편리하다. 세토내해를 굽어볼 수 있고 스오오시마의 마천루라 할 만한 전망대는 사방으로 시야가 확 트여 장관을 이룬다.
코스의 주요 포인트는 메시노야마전망대, 도노뉴(外入)에서 니시가타(西方)로 이어지는 비경의 숲길, 일본의 작은 하와이라 불리고 야자수가 아름다운 가타조에가해변, 전쟁박물관 등이 있으며, 아름다운 해안도로는 덤이다.
스오오시마의 라이딩을 마치고 섬의 동쪽 끝자락에 위치한 이호타(伊保田)항에서 시코쿠 에히메현 마쓰야마항으로 가는 페리에 오른다. 

투어를 함께 한 ‘정달자’ 회원들
메시노야마전망대 오르는 울창한 숲길
메시노미야전망대의 조망. 뒤쪽으로 스오시마대교가 바로 내려다보인다
코스를 안내한 이윤기 이사

 


시마나미해도 しまなみ海道
시마나미해도는 세토내해의 핵심 코스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유명한 코스다. 매년 열리는 대회에도 우리나라 동호인들이 즐겨 찾는데 본지에서도 여러번에 걸쳐 소개한 곳이다.
혼슈와 시코쿠를 잇는 시마나미해도는 일본 자전거족들에게는 죽기 전에 한번은 달려 봐야 하는 코스로 알려져 있다. 특히 7개 섬을 이어 달리는 시코쿠의 이마바리에서 혼슈의 오노미치에 이르는 70㎞ 구간은 매년 자전거대회가 열리는 축제의 장이다.
시마나미해도는 시코쿠의 이마바리에서 시작해 오시마, 하카타지마, 오미시마, 이쿠치시마, 인노시마, 무카이시마를 지나 오노미치에서 끝나며, 1999년에 개통되어 현대적인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도로를 따라 펼쳐지는 세토내해와 섬마을의 풍경은 그야말로 환상적이다.
자전거 코스는 바닥에 파란선이 그어져 있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으며, 다리로 진입하는 램프는 라이더를 고려해 완만하게 설계되어 있고 표지판도 유지 관리가 잘 되어 있다. 약 70km의 자전거 코스는 자동차도로보다 약간 더 길지만 급경사 구간이 없어 초보자도 편안히 라이딩을 즐길 수 있다.
코스는 대부분 해안선을 따라 조성되어 있어 고요하고 잔잔한 바다를 바라보며, 가볍고 연한 바다내음을 맡으며 쾌적한 라이딩을 할 수 있다.
마지막 무카이시마(向島) 항구에 이르면 코스가 끝나고 오노미치항으로 가는 작은 페리 선착장이 나온다. 페리는 약 5분이 소요되며, 편도운임은 어른 100엔, 자전거 10엔으로 요금은 배 안에서 걷는다.

시마나미해도는 오노미치와 이마바리 사이의 6개 섬을 연결해서 6개의 높은 다리를 건너야 한다. 진출입 램프는 자전거를 고려해 완만한 경사로 설치했다
6개의 교각이 도열한 전장 4105m의 쿠루시마해협대교를 배경으로
이윤기 이사를 선두로 해변을 달리는 정달자 회원들
2층 교량인 인노시마대교는 1층에 자전거도로와 보도가 나 있다
교량 아래에는 전망 좋은 휴게소와 공원이 있다
기온이 따뜻해 야자수 가로수가 자연스럽다

 


아키나다토비시마해도 安芸灘飛島海道
히로시마현 구레시(吳市)에 있는 아키나다토비시마해도(安芸灘飛島海道)는 7개의 섬(시모카마가리 · 가미카마가리 · 토요 · 오사키시모 · 헤이라 ·나카노 · 오카무라)을 잇는 코스다.
시모카마가리 섬 아키나다대교에서 섬의 끝자락인 오카무라항까지는 짧게는 36km, 길게는 51.5km의 코스가 있으며, 7개의 섬 순환코스는 약 90km에 달한다.
구레시에서 아키나다대교를 건너면 토비시마해도의 관문인 시모카마가리 섬이다. 2000년 개통된 길이 1175m의 아키나다대교는 본토와 이어져 있다.
시모카마가리 섬은 조선통신사가 머물렀던 곳으로 매년 조선통신사 재연 기념행사를 열어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다. 섬 남단의 아름다운 카지가해변 옆으로 조선통신사 기념정원과 카마가리대교 인근에는 조선통신사자료관이 있다.
시모카마가리(下蒲刈島)와 가미카마가리(上蒲刈島)는 1979년 개통된 길이 480m의 카마가리대교로 연결되어 있으며, 나머지 섬들도 모두 연도교로 이어져 있다. 구레시 관광협회는 서로 연결된 이 7개 섬을 모아서 ‘아키나다토비시마해도’라는 명칭를 붙였다.
오사키시모 섬과 오카무라 섬 사이에는 두 개의 작은 무인도가 있다. 헤이라 섬(平羅島)과 나카노 섬(中ノ島)인데 헤이라교, 나카노세토대교, 오카무라대교 등 세 개의 다리가 연결되어 있다. 나카노 섬과 오카무라 섬을 잇는 오카무라대교 중앙부는 히로시마현과 에히메현의 경계지점이다.
아키나다토비시마해도는 아직은 덜 알려진 코스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시마나미해도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훌륭한 풍광을 자랑한다.
태풍이 잦은 일본이지만 세토내해는 큰 섬들이 바람을 막아줘 일년 내내 잔잔한 바다와 풍광이 일품이다. 이곳은 다른 섬들과 달리 비교적 한적하고 바다가 더 아름다운 느낌이다. 특히 감귤류 산지로 유명해서 수확기에는 오렌지빛으로 물든 경치를 만끽할 수 있다.
코스는 대부분 완만하고 아기자기한 해안도로이며, 초보자에게 최적이다. 7개의 다리 위에서 내려다보이는 양안의 섬과 세토내해에 점점이 떠 있는 섬들은 잔잔한 호숫가에 떠 있는 한 폭의 그림과 같다.
오카무라항에서 배를 타면 이마바리(今治)와 오미시마(大三島)까지 페리가 다녀 시마나미해도로 가는 접근성이 좋다.

오카무라 섬의 나카다니전망대. 뒤쪽 멀리 보이는 섬들은 시마나미해도가 지나는 구간이다
자동차 통행이 적어 편안하고 안전하게 라이딩을 즐긴다
코스 주변은 감귤밭이 지천으로 제주도를 방불케 한다
아열대 분위기가 물씬한 물빛과 상록수림 사이를 뚫고
우아하게 만곡을 그리는 해안길

 

 

대륙의 관문, 시모노세키
시모노세키는 세토내해로 진입하는 첫 관문이자 한반도 즉 대륙을 향한 관문이기도 하다. 관(關)은 원래 ‘빗장’을 뜻하며 국경이나 요지의 통로에 두어 드나드는 사람과 짐을 조사하던 일종의 검문소를 말한다.   1905년 부관연락선(釜關連絡船) 항로가 개설되었고, 1970년에는 부관페리와 관부페리의 국제항로가 개설되어 지금은 1일 1편씩 취항하고 있다.
시모노세키에서의 마지막 날은 자유일정이라 개인적인 쇼핑이나 관광 일정으로 잡고, 몇몇 라이딩할 분만 모시고 시티투어를 했다.
칸몬터널(지하보도교)을 건너 세계평화 파고다공원 전망대에서 기타큐슈와 시모노세키를 잇는 칸몬대교를 관망하고, 다시 시모노세키로 돌아와 단노우라 전장 유적지와 쵸후정원, 쵸후모리저택을 둘러보았다.
마지막으로 아카마신궁과 가라토시장에서 일정을 마무리하고 부산항으로 떠나는 관부페리에 올라 6박7일간의 일정을 마친다.

혼슈와 큐슈를 잇는 칸몬대교가 내내 바라보이는 가라토시장 앞 해변길
2001년에 세워진 조선통신사상륙지 기념비
일본 특유의 정원양식을 볼 수 있는 쵸후정원
단노우라 전적지에서 맛보는 간식

 

 

‌단노우라 전적지에서 맛보는 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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