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전체가 개방 미술관, 각기 다른 318기의 천사상 장관

신안 하의도에 ‘천사상 미술관(Angels Museum)’ 개관 
섬 전체가 개방 미술관, 각기 다른 318기의 천사상 장관

신안 하의도가 ‘1004섬 신안’을 상징하는 천사(天使) 상을 설치하고 야외 개방형 ‘천사상 미술관(Angels Museum)’을 열었다. 6월 27일 개관식에는 박우량 신안군수와 천사상을 만든 대표 조각가 최바오로 씨 등 500여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이번에 설치된 천사상은 총 318기로 웅곡선착장을 중심으로 섬 곳곳에 분포한다. ‘1004섬’에 맞춰 최종적으로는 1004기의 천사상을 설치할 계획이다

 

선착장에서 인근 메인도로에 대형 조각상이 길게 조성되어 있다
이탈리아산 대리석으로 조각한 우아한 천사상과 대여용 전기자전거

 

‘1004섬’이 진짜 천사(天使) 섬으로 탈바꿈 하고 있다. 1004개의 섬이 있다고 해서 ‘1004섬’으로 불리는 신안군은 하의도에 천사 동상을 설치하고 야외 개방형 ‘천사상 미술관(Angels Museum)’을 열었기 때문이다. 설치된 천사상은 무려 318기에 이른다.
신안군은 6월 27일 하의도 웅곡선착장에서 박우량 군수와 조각가 최바오로 씨, 주민 등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천사상 미술관’을 개관했다. 박 군수는 “천사상 미술관은 울타리가 없고 지붕도 없는 미술관으로 모든 분들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이름과 자세, 표정이 각기 다른 318기 천사상
천사상 미술관은 조각가 최바오로(66) 씨와 하의도의 특별한 인연에서 시작됐다. 오래전 하의도를 방문한 최 씨는 푸른 바다와 풍요로운 땅을 일구며 평화롭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마치 천사가 사는 곳 같다고 느꼈다. 하의도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출생지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평화의 이미지와도 겹쳐 천사상을 설치하기에 최적의 장소로 떠오른 것이다.
개관식에서 만난 최 씨는 “후세에 남길 필생의 작업으로 천사상 미술관을 기획했다”면서 “재정적으로 어려움이 많았지만 누가 봐도 손색없는 미술관으로 남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에 설치된 318기의 천사상은 하나도 같은 모습이 없고 크기도 다양하다. 50cm 정도의 앙증맞은 사이즈부터 좌대를 포함해 3m가 넘는 대규모 상도 상당하다. 놀라운 것은 자세와 표정이 제각기 다른 섬세한 조각기법과 이탈리아산 고급 대리석을 사용한 점이다. 최바오로 씨는 이 때문에 엄청난 비용이 들어갔다고 했다.
천사상 하나하나 천사의 이름과 역할 등이 설명되어 있는데 세상의 온갖 일을 주관하고 도와주는 천사가 이렇게나 많고 다양한지 놀라게 된다. 예를 들면, 부귀와 영화를 주는 천사 리첸시아나, 건강과 장수를 기원해주는 천사 헬스리아, 합격을 기원해주는 천사 패스나, 승진과 번영을 기원해주는 천사 업그리아나, 아기를 점지해주는 천사 베베리나, 사랑을 기원해주는 천사 큐피리아 등등. 크리스찬이 아니라도 자신의 소망을 주관하는 천사 앞에 서면 작은 기도를 올리고 싶어진다.     

 

6월 27일 열린 천사상 미술관 개관식 때 각계 인사들이 참석해 표지석을 제막한 모습
천사상 미술관을 이뤄낸 두 주역 박우량(왼쪽) 신안군수와 조각가 최바오로 작가. 최 작가는 이날 명예신안군민으로 위촉되었다
천서와 어울리는 평화의 이미지를 더해주는 김대중 전대통령 생가

 

세계적인 성상조각가 최바오로   
천사상 미술관의 천사상을 기획하고 조각한 대표작가 최바오로(최영철) 씨는 프랑스에서 ‘리틀 로댕’으로 불린 세계적인 조각가이다. 그의 이력은 자못 특별하다.
6·25 와중인 1953년 서울에서 태어난 그는 부모의 얼굴도 모르는 고아가 되어 미군기지 천주교 사제관에 맡겨져 신부님을 아버지로 여기며 크리스천의 삶을 살게 된다. 1959년 이탈리아의 거장 화가 카를로 카라의 양아들로 입양되어 어린 시절부터 예술인의 꿈을 키워갔다. 아버지 카를로 카라의 사망 이후 프랑스로 건너가 공방에서 조각가 수업을 계속했고, 프랑스의 명문 국립미술학교인 에콜 데 보자르를 졸업한 후 조각가로서 명성을 얻기 시작한다.
어린 시절부터 신앙과 조각에 매료된 그는 자연스럽게 성상(聖像) 조각가가 되어 세계 30여 성지의 성상 제작에 참여했고, 파리 등 세계 300여 성당의 성상도 조각했다. 그의 작품은 성스러운 감명을 줘서 파리 아트 저널은 1999년 ‘21세기를 이끌어가는 예술인’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1991년 고향인 한국으로 돌아와 영월에 정착해 꾸준히 예술활동을 하고 있다. 귀국 전 우연히 김대중 전대통령과 인연을 맺어 ‘사랑과 평화’에 대한 열정에 공감해 DJ의 고향인 하의도를 여러 차례 방문하며 평화로운 섬 분위기에 매료되었다.
한편 박우량 신안군수는 하의도를 ‘세계 평화의 성지’로 조성하기 위해 고민하던 중 최바오로 씨와 만나 하의도를 세계 최대의 천사공원으로 만들기로 구상해 이번에 결실을 맺게 되었다. 앞으로도 1004기의 천사상이 다 들어설 때까지 최바오로 씨의 작업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산타로사 조각전에서 대상을 받은 스페인의 크리스티나 델라로사, 대만 성(聖)미술가협회 회장 왕첸 등이 만든 작품도 미술관에 포함되어 있다. 

 

웅곡선착장 해변에 도열한 솟대천사
김대중 전대통령 생가 근처에는 농악 복장의 천사상을 조성했다
신의도 최남단의 황성금리 해변. 해무가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하의도 웅곡선선착장 옆 천사광장에는 벨로스타 전기자전거 40대가 비치되어 있어 누구나 무료로 빌려탈 수 있다
천사상을 기획하고 조각한 최바오로 작가

 

섬 전체가 거대한 미술관
천사상 미술관은 하의도 섬 전체(34.63㎢)를 무대로 한다. 외지인이 처음 도착하는 웅곡선착장 일원에 가장 많이 모여 있지만 주요 도로와 DJ 생가 주변에도 설치되었다.    
선착장에 내리면 가장 먼저 반겨주는 것은 하늘과 인간을 이어준다는 ‘솟대천사’의 도열이다. 해안에는 소망을 이뤄주는 수호천사, 농민운동기념관에는 풍요를 기원하는 농악천사 등 동·서양의 문화가 어우러진 특색 있는 작품 배치도 인상적이다.  
이날 미술관 개관식에서 최바오로 씨는 명예 신안군민으로 위촉되었다. 개관식에 참석한 주민들도 “천사상이 섬의 새로운 명물이 되어 보다 많은 사람들이 찾아줬으면 좋겠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천사상이 섬 전역에 있어 주민들은 자발적으로 천사상 지킴이가 되어 활동하고 있다.
웅곡선착장에서 조금 들어간 소공원 입구 천사광장에 천사상 미술관 표지석이 서 있다. 광장 한켠에는 신안군청이 운영하는 대여용 전기자전거 40대가 마련되어 있다. 누구든 하의도를 찾는다면 이 전기자전거를 이용해 섬 곳곳을 편하게 둘러볼 수 있다. 전기자전거의 명가 벨로스타 제품으로 예쁜 디자인에 바구니가 달려 있어 누구나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당분간 무료로 운영되므로 자전거 없이 가벼운 차림으로 가서 하의도와 신의도의 1004섬 자전거길(78km)을 전기자전거로 돌아보는 것도 좋겠다. 

하의·신의도 여행 
천사대교 개통으로 다이아몬드제도를 이루는 큰 섬 중에 진짜 섬으로 남은 것은 비금·도초도와 하의·신의도 뿐이다. 비금·도초도는 다소 알려져 관광객과 자전거 여행자도 다수 찾지만 하의·신의도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자연경관과 풍물, 인심이 잘 보존되어 있는 편이다. 하의도와 신의도는 비금·도초도처럼 삼도대교로 연결되어 하나의 섬이 되었다. 두 섬에 걸쳐 78km의 1004섬 자전거길이 조성되어 있으며, 해안임도, 염전길, 적막한 황성금리 해변 등 볼거리도 풍부하다. 다만 목포항에서 배로 2시간이 걸리고 배편이 하루 3편뿐이어서 일정을 잘 짜야 한다.     

하의도와 신의도를 연결하는 삼도대교

 

저작권자 © 자전거생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