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블바이크는 무한자유예요. 걷고 쉬고 타는 것 모두가 라이딩의 일부로 느껴져요

여우의 사이클 팁
바쏘 팔타(PALTA) 타는 김효빈 씨의 경우
“그래블바이크는 무한자유예요.  걷고 쉬고 타는 것 모두가 라이딩의 일부로 느껴져요” 

예전에 필자가 써온 글들을 되돌아보면서, 과연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그래블바이크를 즐기고 있는지 문득 궁금해졌다. 이 기회에 다른 라이더들은 어떻게 그래블바이크를 즐기고 있는지를 탐방해보면서, 그들이 타고 있는 자전거도 함께 살펴보려고 한다. 첫 번째는 바쏘 팔타를 타고 있는 김효빈 씨의 이야기다. 내용은 그와의 인터뷰 형식으로 소개한다 

 

여우 : 간단하게 자기소개 좀 부탁드립니다. 
김효빈 : 이름은 김효빈이고 32살입니다. 대학로 근처에 살고 있어요
여우 : 혹시 어떤 일을 하고 계신가요?
김효빈 : 직업은 회계사입니다.
여우 : 회계사 분들은 어떤 일정으로 움직이는지 잘 모르는데, 혹시 언제 자전거를 타시고, 일주일에 몇 회 정도 라이딩을 하시나요?
김효빈 : 보통 평일은 업무를 마치고 야간 라이딩을 즐기고 있고, 토요일은 차에 자전거를 실어서 타 지역에서 투어 라이딩을 하곤 합니다. 일주일에 4회 정도 라이딩 하고 있어요. 
여우 : 자주 라이딩을 하시네요. 
김효빈 : 평일에는 운동 목적으로 타고, 주말에는 순수하게 즐기는 목적으로 타고 있어요.
여우 : 자전거에 본격적으로 입문한 지는 얼마나 되셨나요?
김효빈 : 본격적으로 자전거에 입문한 지는 5년차입니다.

김효빈 씨

 

콘타도르의 댄싱 영상에 매혹
여우 : 어떻게 입문하시게 되었나요?
김효빈 : 회계사 시험을 준비하는 동안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어요. 1년에 한번 밖에 없는 시험이다 보니 한번 떨어질 때마다 굉장히 큰 압박감을 받지요. 거기다 가족이나 친구들이 거는 기대 또한 큰 부담감으로 다가오구요. 그래서 내가 처해 있는 상황이 너무 답답하고, 뭔가 풀리는 부분은 없고, 언제부터인지 ‘난 왜 이 공부를 하고 있는 거지? 나를 위한 건가 아니면 내 주변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인가?’라고 가치관에 혼란이 찾아오기까지 했어요.
그러다가 뭔가 하지 않으면 정신적으로 큰일 나겠다 싶어서 스트레스를 해소할 만한 운동을 찾기 시작했어요. 너무 힘들어서 얼이 빠질 수 있을 만큼 힘든 운동들로 알아봤죠. 처음에는 헬스를 해봤는데 ‘내가 뭐하는 거지?’라는 고민만 더욱 증폭되었어요. 수영도 생각해봤는데, 반복된 레인에 갇혀 있는 느낌이 싫었습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유튜브에서 알베르토 콘타도르 선수의 댄싱 영상을 봤어요. 너무 아름답고 자유로워 보였어요. 저거다 싶었죠. 그날로 무리해서 로드바이크를 샀습니다. 트렉 에몬다 ALR이었어요. 그리고 한강을 갔고, 동네 뒷산을 끌바하며 올랐고, 어느샌가 북악산을 처음 올랐어요. 북악산 초행을 무정차로 했는데 기록이 17분이었을 거예요. 기록이 얼마냐를 떠나서 북악산을 올라갈 때는 수험생인 김효빈도 없었고, 누군가의 친구, 아들, 동생도 아니었어요. 그냥 숨 쉬고 다리를 움직이는 인간 김효빈만 있었어요. 최고였습니다. 내가 살아있다는 걸 그 무엇보다 스스로가 확신하는 순간이었으니까요. 결국 회계사 시험에 합격하고, 스스로에 대한 선물로 기변도 했죠.
더 자유로운 길을 위한 선택 
여우 : 그때 트렉 에몬다 ALR에서 지금 타고 계신 그래블바이크로 바꾸신 건가요?
김효빈 : 아, 그건 아니고 에몬다 ALR에서 기변한 자전거는 포커스의 이자르코 맥스라는 자전거였습니다.
여우 : 알루미늄 로드에서 카본 로드로 바꾸신 거군요?
김효빈 : 맞아요. 일반적인 수순을 밟았죠. 
여우 : 어땠나요?
김효빈 : 꾸준히 열심히 탔어요. 체계적인 훈련을 한 것은 아니지만, 어느 코스를 타건 최대심박을 보지 않은 적이 없었고, 침 안 흘려본 적이 없을 만큼 열심히 탔어요. 그러다가 나는 왜 자전거를 타는가? 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하게 되는 순간이 오더군요. 분명 나는 어딘가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모습 때문에 자전거라는 취미를 선택한 것인데, 어느새 나는 기록에 얽매이고 있더군요. 그래서 다시 눈을 돌렸어요. 그래블바이크 쪽으로요. 더 자유로운 길로 눈을 돌렸습니다. 여태껏 가보지 못했던 길을 달리고, 심장이 터지고 싶어지면 로드바이크처럼 드롭바를 잡고 페달을 밟고, 그러다 나 또 뭐하냐 하는 생각이 들면 피식 웃으며 멈춰 서서 주변 경치를 둘러보죠. 그 모든 것, 가는 것, 서는 것, 달리는 것 자체가 내 선택에 달려있는 완전히 자유로운 자전거로요. 

로드바이크 위에서는 떨칠 수 없는 충동 
여우 : 로드바이크를 탈 때와는 어떻게 달랐나요?
김효빈 : 로드바이크는 안장에서 내려오는 순간까지 나도 모르게 밟게 되는 기분입니다. 그런데 그래블바이크는 타는 순간과, 안장에서 내려서 자전거를 끌고 걷는 것, 자전거를 세워놓고 잠시 쉬는 것, 잠깐 서서 주변을 둘러보는 것까지도 그래블 라이딩에 속한 느낌이에요.
여우 : 그렇군요, 그럼 지금 타고 있는 자전거는 뭔가요? 
김효빈 : 바쏘(BASSO)의 그래블바이크인 팔타(PALTA)를 타고 있습니다.
여우 : 그럼 팔타로만 라이딩을 즐기고 계신건가요?
김효빈 : 현재 포커스 이자르코 맥스는 분해해서 중고장터에 올려뒀고, 처음 로드바이크에 입문했던 트렉 에몬다 ALR은 소유하고 있습니다. 첫 입문 자전거라는 기념적인 의미가 있기도 하고, 알루미늄 자전거라서 가끔 집에서 홈 트레이닝을 할 때 타거나 세컨드 자전거로 사용하고 있죠. 
여우 : 아까 그래블바이크와 로드바이크의 차이점을 잠깐 말씀해주셨는데, 그래블바이크는 다른 자전거와 이렇게 다르다라는, 본인이 생각하는 매력을 더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김효빈 : 아무도 내가 그래블바이크를 어떻게 타든지 제약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내가 그래블바이크를 어떻게 타든지 그건 내 선택이지요. 
여우 : 하지만 그건 로드바이크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김효빈 : 로드바이크로도 분명 다양한 라이딩을 즐길 수는 있죠. 편하게 타는 마실이거나, 좀 더 장거리를 가는 랜도너스, 여행을 하듯 타는 투어 라이딩, 도심속에서 카페를 찾아다니는 카페투어 라이딩, 펀라이딩도 즐길 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로드바이크로 한 번씩 한강 자전거길을 느긋하게 타곤 했으니까요. 그러나 그럴 때마다 로드바이크 안장위에 있는 스스로를 금세 한계로 몰아붙이게끔 되는 충동을 주체하기 힘들어요. 마치 자전거가 저에게 말을 하는 것 같죠.
“난 네가 어떻게 몰아붙이든 다 받아줄 수 있는 레이싱 머신이야. 근데 이렇게 내 잠재력을 억누를 거야?” 하는 느낌이에요. 비유하자면 (내 몸은) 스포츠카 엔진으로서의 역할에만 충실하게 됩니다. 아마 다들 공감하실 거예요. 로드바이크 위에 앉는 순간 없던 승부욕도 생긴다는 사실을요. 

자유로운 팔방미인 
여우 : 그럼 그래블바이크를 탈 땐 승부욕이 없어지나요?
김효빈 : 그래블바이크를 탄다고 승부욕이나 경쟁심이 사라지진 않아요. 자신의 힘으로 움직이는 운동이라면 승부욕은 어쩔 수 없는 거 같아요. 그런데 그런 승부욕을 달리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느냐, 아니면 다양하게 즐기는 것에 초점을 맞추느냐는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블바이크에 올라타면 즐기는 방향을 온전하게 선택할 수 있게 되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여우 : 즐기는 방향의 선택의 자유라….
김효빈 : 맞아요. 선택의 자유를 느껴요. 그만큼 다양한 걸 복합적으로 즐길 수 있는 장르이기 때문에 짐을 매달고 투어링을 즐길지, 오프로드를 즐길지, 온로드를 즐길지, 쉬엄쉬엄 탈지, 몰아붙이면서 탈지, 선택권이 온전히 저에게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로드바이크가 지니고 있는, 태생적인 빠르고 효율적으로 달린다 라는 감각에서 벗어나는 기분이에요. 어떻게 즐겨볼까? 라고 생각하게 되고, 달리고 싶어지면 마구 밟을 수도 있지만 팔방미인 같은 녀석이라 그것만 즐기기엔 아까운 기분입니다. 무슨 말인지는 그래블바이크로 조용한 새벽에 혼자 라이딩을 해보면 더욱 잘 아실 수 있을 거예요. 

광폭타이어로 야간 라이딩에 안전 
여우 : 그렇군요. 그런 팔방미인 같은 자전거를 어떻게 즐기고 있나요? 
김효빈 : 평소 운동을 목적으로 혼자 탈 때는 로드바이크와 같이 제 몸의 한계까지 밀어 붙이면서 라이딩하고 있어요. 퇴근하고 나면 결국 ‘야라’ 밖에 하지 못하고 내일 또 출근해야 되니까, 장거리 라이딩은 못합니다. 길어야 1시간에서 1시간30분 정도의 한정된 시간 내에 가진 것을 모두 쏟아내고 옵니다. 물 마실 힘도 없을 만큼요. 
여우 : 그럴 땐 로드바이크가 좋지 않나요? 더 빠르고 한정된 시간 안에 멀리 갈 수 있잖아요?
김효빈 : 팔타는 타이어가 700×40c까지 들어갑니다. 넓은 타이어 폭에 유압 디스크 브레이크로 세팅된 자전거로 야간에 라이딩을 하면 미처 보지 못한 홀이나 장애물에도 끄떡없죠. 굉장한 안정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야간 라이딩에는 더욱 좋습니다.
여우 : 그럼 평일 저녁 외에 다른 때는 어떻게 즐기고 계신가요?
김효빈 : 주말에는 그래블바이크를 타는 다른 분들과 함께 멀리 투어라이딩을 떠납니다. 그럴 때는 완전 수다쟁이로 변해요. 아재개그로 수다를 떨기도 하고, 일상을 나누며 이야기하기도 하고, 배낭에 넣어간 도시락을 산 속에서 까먹으며 소풍 온 기분을 만끽하기도 합니다. 힘들지 않아도 좋은 경치가 나오면 거침없이 내립니다. 제 예쁜 자전거와 함께 사진도 찍고 좋은 풍경과 기분 좋은 공기를 눈과 호흡으로 가득 담습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미친 듯이 달리기도 하구요. 어떻게 타냐면, 정말 타고 싶은 대로 탑니다. 그때그때 하고 싶은 대로요. 그걸 하는데 특화된 자전거니까요.

 

“걷는 것도 쉬는 것도 타는 것도 모두 라이딩의 일부분인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 그래블라이딩인 것 같아요”
“다른 분들과 함께 탈 때는 수다쟁이가 되어 소풍 기분을 느낍니다.”
제주도 오프로드 라이딩

 

온로드 세팅하면 로드 부럽지 않아 
여우 : 그래블바이크에 대한 칭찬 일색인데요. 혹시 아쉬웠던 점은 없나요?
김효빈 : 순수하게 기록을 측정할 때요. 정해진 구간 내에서 기록을 갱신하고 싶은데, 그래블바이크로 세팅된 자전거로는 로드바이크의 기록을 잡기가 힘들어요. 
여우 : 기록 차이가 얼마나 나던가요?
김효빈 : 최근에 남산을 올랐을 땐 로드바이크로 5분40초가 나왔는데, 그래블바이크로 올라가니 6분10초 정도 나오더군요.
여우 : 단순한 장르 차이일까요? 자전거도 다르고, 세팅도 다르진 않나요?
김효빈 : 역시 미캐닉이시군요. 그래블바이크에 온로드 위주의 세팅으로 바꾼다면 어떨까? 하고 세팅을 바꿔서 타본 적이 있어요. 700×40c 오프로드 타이어를 700×25c 타이어로 바꾸고, 11-40t 스프라켓을 11-28t로 바꾼 후 기록을 측정해봤죠. 기록이 확 줄어들더군요. 계속 운동을 하고 있는 것도 영향이 있겠지만 예전에 포커스 이자르코 맥스로 세운 기록들 대부분을 지금의 바쏘 팔타로 갈아 치웠습니다. 물론 타이어와 스프라켓을 온로드 세팅으로 바꾼 상태였지만요. 한 대의 자전거로 본격적인 그래블바이크부터 온로드까지 2개의 세팅이 모두 가능하다는 것은 큰 장점이에요. 단, 그걸 위해서 뒤 변속기 조절이나, 체인 길이 조절 등 조금 손을 봐야 한다는 부분이 솔직히 귀찮을 때가 있어요. 그리고 로드바이크 특유의 하드한 주행감은 그래블바이크를 온로드 세팅으로 꾸민다고 해도 느끼기가 어려우니 가끔씩은 그리울 때가 있어요. 그럴 땐 가지고 있는 알루미늄 로드바이크를 타죠.

제주도에서 경험한 섬 라이딩의 신비감 
여우 : 평소 자주 타는 코스는 어딘가요?
김효빈 : 집 뒷산이 북악입니다. 일주일에 4회 정도 다녀오는 것 같네요.
여우 : 그럼 가장 좋아하는 코스는 어디인가요?
김효빈 : 충주호 주변이에요. 서울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다양한 노면을 즐길 수 있는 곳이에요. 파쇄석도 있고 흙바닥도 있고 급경사부터 온로드까지 다양합니다. 어떻게 루트를 짜느냐에 따라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어요. 충주호의 좋은 풍광은 가장 좋은 조미료죠.
여우 : 그래블바이크로 다녀온 곳 중 인상적이었던 코스가 있나요?
김효빈 : 운탄고도와 제주도입니다. 운탄고도는 강원도 태백에 있는 곳인데, 저번에 다녀왔을 때 비도 오고, 날씨가 급격히 추웠다가 매우 더워졌다가, 결국 라이딩이 길어져서 해가 졌죠. 이틀 정도 ‘자태기’가 올만큼 힘들었지만 압도적인 풍광을 잊을 수가 없네요. 함께 했던 사람들과의 대화도 잊을 수 없고요. 그리고 제주도는 한라산 주변을 둘러가는 국유림 산악도로를 탔는데 여태껏 경험해보지 못한 풍경이었습니다. 정말 아름다웠죠.
여우 : 그래블바이크로 앞으로 가고 싶은 코스가 있나요?
김효빈 : 울릉도를 가보고 싶습니다. 제주도에서 라이딩을 하면서 섬 라이딩이 주는 신비감과 마음 한구석의 설렘을 울릉도에서는 더 크게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여우 : 앞으로 그래블바이크를 어떻게 활용하고 싶으신가요?
김효빈 : 노면과 장소를 가리지 않는 장르니까 로드바이크를 탈 때처럼 ‘이래서 안 타, 저래서 안 타’가 아니라 타고 싶을 때 언제든 탈 수 있는 자전거로 즐기고 싶어요. 캠핑 갈 때 가지고 가서 캠핑과 라이딩을 함께 즐기고 싶기도 하고, 해외의 유명한 그래블 코스들을 가보고 싶기도 합니다. 

선택하면 후회하지 않을 것 
여우 : 그래블바이크를 고민하고 있는 분들께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김효빈 : 무슨 부분 때문에 고민하시는지 오히려 공감이 됩니다. 저도 했던 고민들이니까요. 기록 때문에? 아니면 낯선 장르에 대한 거부감? 그것도 아니면 생각만큼 재미가 없을까봐? 저도 그래블바이크를 선택하기까지 굉장히 많은 고민과 깊은 갈등이 있었습니다. 5년간 타온 로드바이크를 놓고 그래블바이크로 가는 것은 생각보다 큰 결단이 필요했죠. 
어쨌든 이미 그래블바이크를 타고 있는 입장에서 말씀드리자면, 기록은 적응하기에 따라 온로드 세팅으로 바꾸면 충분히 문제가 없습니다. 예전에 탔던 최상급 로드바이크로 세웠던 기록들을 잘 갈아치우고 있습니다. 낯선 장르에 대한 부담은 낯섬이 아니라 설렘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재미에 대한 부분은, 로드바이크가 주는 재미에 모험까지 가능한 다양한 즐거움과 일탈에서 오는 즐거움까지 더욱 다채롭고 좋습니다. 주행에 대한 부분은, 타이어 폭을 더욱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만큼 안정감이냐 속도냐에 대한 선택까지 가능합니다. 한 대의 자전거로 다양한 장르를 즐길 수 있는 것이 장점입니다. 
여우 : 혹시 그래블바이크를 자신만의 느낌으로 어딘가에 비유해 본다면요? 
김효빈 : 혹시 어렸을 때 TV에서 방송했던 미화 드라마 ‘맥가이버’ 아시나요? 어렸을 때 즐겨봤었는데, 주인공이 사용하던 ‘맥가이버 칼’인 것 같네요. 날카로운 칼도 있고, 톱도 있고, 깡통도 딸 수 있지요. 내가 즐기고자 하는 필요를 온전히 뒷받침해주는 좋은 툴(tool)이자 메이트(mate) 라고 표현하고 싶네요.
 
바쏘 팔타 
여우 : 자신의 자전거(바쏘 팔타)에 대한 소감은 어떤가요?
김효빈 : 단단하고 듬직한 친구입니다. 여태까지 타본 로드바이크에 비해 상대적으로 날렵하거나 민첩하진 않지만 내 힘이 남아있는 한 어디든 함께 가줄 수 있는 자전거 같습니다.
여우 :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어떤 점인가요?
김효빈 : 넓은 타이어와 디스크 브레이크, 그리고 긴 휠베이스가 가져다주는 직진 안정성과 다운힐의 압도적인 안정감입니다. 그 외에 오프로드에서도 놀라울 만큼 안정감이 있다는 점이겠죠.
여우 : 아쉬운 부분이 있나요?
김효빈 : 순간 반응성입니다. 순수한 레이싱 로드바이크가 보여주는 날카로운 반응과 당장 튀어 나갈 것 같은 가벼운 경쾌함은 조금 부족해요. 그러나 페달을 놓지만 않으면 가고 싶은 영역까지 가속할 수 있다고 해야 하나… 아쉽다기보다는 상대적인 차이인 것 같네요.
여우 : 마지막으로 나에게 그래블바이크란 어떤 것인가요?
김효빈 : 친구입니다. 레이싱 로드바이크가 혹독한 트레이너였다면 그래블바이크는 언제든 부담 없이 놀자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친구 같아요. 친구랑 열심히 운동할 수도 있고, 재미있게 캠핑도 갈 수 있고, 속마음 털어 놓으며 술 한 잔 기술일 수도 있잖아요? 그래블바이크는 그런 것 같아요.
여우 : 좋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인터뷰를 위해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그의 자전거인 
바쏘 팔타(Basso PALTA) 의 구성과 이 자전거가 갖고 있는 특징을 살펴보았다.

자전거는 전체적으로 휠베이스가 길고 앞뒤 휠 간격이 넓은 부분을 타이어 두께로 채워 넣은 느낌이라, 휠셋이 아주 커 보인다. MTB에 29인치 휠셋이 처음 적용되었을 때의 기분마저도 든다. 자전거는 가장 작은 XS 사이즈인데 휠셋과 타이어가 크다보니 더욱 휠셋이 강조된 느낌을 준다. 마치 예전에 몬스터카 같아서 험로에 더욱 적합한 인상이다.
바쏘 팔타는 풀카본 프레임에 포크와 스티어러 튜브까지 모두 카본으로, 이탈리아 브랜드답게 디자인적 유려함이 돋보인다. 바쏘의 다른 로드바이크 프레임에 비해선 조금 더 근육질과 각진 느낌이 강조되어 오프로드용 올라운드 자전거라는 인상을 강하게 준다.

 

 

1 시마노 유압 Di2 구동계를 사용하고 있는데, 코스에 따라 자갈길과 흙먼지가 튀는 곳을 타기도 하고 흙탕물을 밟고 지나가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라이딩을 마치면 세차가 필수로 여겨진다고 했다. 물세차를 자주 하고 우중 라이딩에서도 케이블의 손상이 적은 전자식 구동계와 충분한 제동력이 발휘되는 유압 구동계를 조합한 전자식 유압 구동계를 선택했는데, 손이 작아서 전자식 유압 구동계 중에선 레버가 작은 시마노 Di2 유압 구동계를 선택했다고.
2 최근의 추세는 자전거에 자신만의 액세사리를 장착하거나 포인트를 주는 것이 유행인데, 바엔드 캡은 그러기에 매우 좋은 부품이다. 시마노 Di2에 ‘바엔드 정션’을 사용하면 자전거 조향부에 전선이나 정션들이 드러나지 않고 훨씬 깔끔한 콕핏을 구성할 수 있어 좋은 선택이라는 생각이 든다.
3 조향부에 별 다른 정션이 드러나지 않고 케이블도 모두 숨겨져 있다. 눈에 보이는 것이라곤 유압 브레이크 호스 단 2개뿐이라서, 통합형 시스템을 채택하지 않고 있는 자전거임에도 굉장히 깔끔한 모습을 보여준다.
4 앞 변속기는 시마노 Di2를 사용하고 있다. 레버와 함께 전체적으로 듀라에이스급 구성을 추구해 무게 절감 효과를 보려고 했다. 그래블바이크로서의 주행감뿐만 아니라 어드벤처 라이딩을 나갔을 때 자전거를 들고 이동하거나 어깨에 메고 오르막을 걷는 것을 감안해 전체적인 무게절감 효과를 노렸다고 한다. 여기서 특이점이 하나 있는데, 원래 바쏘 팔타 모델은 앞변속기가 장착되지 않는 원바이, 즉 싱글 체인링 전용 프레임이다. 그런데 프레임에 장착하는 전용 체인캐쳐 장착부의 볼트 구멍을 이용해 거기에 맞는 앞 변속기 마운트를 구해서 2단화했다. 자갈길이나 흙길만 타는 그래블 전용 자전거가 아닌, 타이어와 스프라켓의 세팅을 바꿔가며 진정한 올로드바이크로 사용할 것을 감안해 앞 2단으로 세팅했다는 설명이다.
5 뒤 변속기는 울테그라 Di2 용 GS 케이지를 사용하고 있다. 듀라에이스 등급에서는 미들 사이즈의 케이지가 나오지 않기 때문에(듀라에이스는 시마노의 로드레이스에 특화된 모델로 SS 케이지의 숏 사이즈 케이지만 생산하고 있다), 조금 더 큰 사이즈의 스프라켓을 사용하기 위해 GS 케이지를 세팅했다.
6 스프라켓은 11-40t 사이즈의 XT 스프라켓을 사용한다. 시마노 스프라켓은 11단까지는 산악용과 로드용의 인덱스 수치가 같은데, 이를 이용해 로드 뒤 변속기에 산악용 스프라켓의 넓은 변속 범위를 노리고 세팅했다. 11-40t 스프라켓을 울테그라 GS 케이지로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매뉴얼 상에서는 호환이 되지 않는다고 되어 있지만, 프레임의 구조와 변속 세팅값을 최대한 조절해 아우터 체인링에 체인을 걸었을 때도 40t 코그까지 이용 가능하게 세팅되었다.
7 체인은 스램 레드 11단을 사용한다. 예전에 로드바이크에 사용하던 체인을 옮겨왔기 때문에 소모품으로서 체인이 다 닳을 때까지 사용하겠다는 답변이다.
8 크랭크는 스램 레드 22의 GXP 타입 액슬에, 체인링은 50-34t, 크랭크암 길이는 165㎜이다. 무게의 이점을 위해 스램 크랭크를 장착했는데, 추후 THM 크랭크로 교체하거나 체인링만 엑스트라 라이트로 바꿀 생각이 있다고.
9 앞뒤 브레이크 캘리퍼는 모두 듀라에이스의 유압식이 사용되었다. 브레이크는 플랫 마운트로 구성되어 있다.
10 로터는 둘 다 시마노 XTR로 앞은 160㎜, 뒤는 140㎜ 사이즈로 앞뒤 브레이킹의 강도를 달리했다. 로터는 로드용보다 XTR 로터가 더욱 단단하고 가벼워서 사용했다.
11 페달은 룩의 엑스-트랙 티타늄 액슬 버전이다. 국내에 런칭된 모델 중에는 에그비터 11 모델이 가장 최경량이지만 가격을 함께 고려했을 때 룩의 엑스-트랙 티타늄 액슬 버전이 가장 적당한 소비 기준점에 있었다고 한다.
12 바쏘 팔타 프레임은 본래 BB86 규격을 사용하고 있어서 크랭크를 장착하면 BB와 크랭크암 사이의 간격이 타이트하다. 단, 프레스핏 버전으로 생산된 모든 BB 구조 중에 가장 소음이 적고 이물질 침투가 적은 방식이라 비를 맞거나 흙탕물을 밟으며 타는 그래블 라이딩에는 최적이다.
13 최근의 그래블바이크는 드롭바의 상단에서부터 하단으로 내려올수록 심하게 벌어지는 타입의 그래블 전용 핸들바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김효빈 님의 자전거는 일반 드롭바를 장착해 온로드 라이딩에서의 주행 포지션을 더욱 고려한 모습이 눈에 띈다. 세팅을 조정하며 올로드바이크로 사용하겠다는 의지가 느껴진다.
14 콕핏은 전부 엔비 브랜드로 통일한 게 눈에 띄는데, 평소 엔비 브랜드가 지향하는 기능성과 감성의 요소들이 와닿았고, 가격대비 좋은 퀄리티와 보증정책도 마음에 들었다고 한다. 그 외에도 디자인적 이미지가 아주 마음에 들었다고
15 프레임과 매칭된 모습을 가만히 살펴보니 디자인 관점에서 마음에 들었다는 이야기가 무슨 뜻인지 알 수 있었다. 프레임의 은은한 반무광 컬러와 컴포넌트에서 느껴지는 무광의 뽀얗고 차분한 이미지가 잘 어울린다. 이 부분에 대해선 사람마다 견해가 다를텐데, 특히나 바쏘의 카본 프레임을 구매하면 프레임 모양에 딱 맞는 전용 알루미늄 스템이 함께 주어지기 때문이다. 디자인 매칭이 굉장히 좋은데도 불구하고 타 브랜드의 스템을 사용한 이유는, 무게의 이점과 함께 충격을 받을 때 손목에 오는 충격을 줄여주기 위한 의도가 있었다고 한다.
16 속도계 거치대는 스템 볼트에 연결하는 타입이다. 듀얼 헤드를 사용해 위쪽엔 속도계, 아래쪽은 전조등을 장착할 수 있도록 했다. 아무래도 장거리로 오프로드를 다닐 때 산속의 그늘진 곳이나 빨리 해가 저물게 되었을 때를 대비한 구성이라고 한다. 전조등이 커지면 핸들바에 장착하는 마운트로는 진동이 심한 오프로드에선 믿음이 가지 않아 스템 볼트형 마운트가 더욱 만족스럽다고 한다.
17 안장은 오프로드를 타는 자전거 치고는 특이한 조합이다. 안장위로 아무런 패딩이나 쿠션이 없는 풀카본 안장에 논 패딩 스타일을 사용하고 있다. 오프로드에서 괜찮은지 물어봤더니, 다른 카본 안장들과는 다르게 안장 자체의 탄성이 좋은 편이라 오프로드에서도 만족스럽다고 한다. 역시나 무게의 이점이 크게 작용했는데 70g의 초경량이라는 점이 가장 끌렸다고 한다.
18 물통케이지는 아룬델의 맨디블 이라는 카본 제품이다. 이 역시 무게의 이점이 있는 경량제품으로 카본 물통케이지 중에서 고정력이 굉장히 높은 제품이어서 산악라이딩이나 오프로드 라이더들에게 꽤 인기가 있는 제품이다.
19 타이어는 700×38c(622-40) 사이즈임에도 불구하고 프레임의 타이어 클리어런스에 아직도 여유가 느껴진다. 최대 40c 사이즈에 노브가 큰 타이어를 끼워도 지장이 없다고 한다.
20 포크는 라운드형이 아닌 스트레이트 타입으로, 레이크 값을 높이기 위해 포크의 상단부에서부터 앞으로 빠지는 디자인이다. 덕분에 핸들링을 격하게 하더라도 클릿슈즈의 앞코에 타이어가 닿는 일이 잘 없다고 한다.
21 자전거를 옆에서 보면 38c 타이어(실측 40㎜)인데도 다운튜브와의 간격이나 시트튜브와의 간격이 넓어서 타이어에 진흙이나 이물질이 끼더라도 프레임에 영향을 덜 미치는 구조다.
22 시트클램프는 인몰드 타입으로 내부로 들어가 있는데, 조절 볼트가 위쪽에 있으며 볼트의 머리를 감춰주는 실리콘 커버가 달려있다. 이 커버는 위에서 이물질을 막는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시트포스트 안쪽으로 삽입되어 튜빙을 감싸는 형태를 하고 있어서 안장에 앉아 주행할 경우 시트포스트의 충격을 흡수해주는 기능도 한다.
23 프레임 하단에는 BB셸 커버가 있는데 정비 편의성을 위해 커버가 꽤 크게 되어 있다.
24 더블 체인링을 장착해도 다운튜브나 체인스테이와의 간격이 꽤 나오는 편이라 변속이나 사용에 지장이 없어 보인다.
25 헤드튜브 쪽에서 바라보면 기계식으로 사용할 경우 뒤 변속 케이블은 다운튜브의 오른쪽으로 들어가고, 뒤 브레이크 호스는 다운튜브 왼쪽으로 들어가게 되어 있다. 오른편의 뒤 변속 케이블 스탑은 기계식 케이블을 고정하는 오픈 타입과 전동이나 무선 타입을 사용할 때 구멍을 막아주는 닫힌 타입이 있다.

 

26 Di2용 전선은 뒤 브레이크 호스와 하나로 합쳐서 함께 다운튜브 쪽으로 내리도록 세팅해서 케이블 처리가 한층 더 깔끔해 보인다.
27, 28 앞 브레이크로 내려가는 호스는 포크를 통과하여 이어지며, 호스 앞쪽으로 나오는 루트가 구조적으로 걸림 없이 자연스럽게 잘 뻗어있다.
29 뒤 브레이크 쪽으로 나오는 브레이크 호스는 체인스테이의 강성 확보를 위해 브레이크 쪽으로 이어지는 루트가 살짝 휘어있는 편이다. 다만 다운튜브 쪽 브레이크 호스 진입로만 맞춰서 넣으면, 밀어 넣기만 해도 바로 뒤쪽 브레이크 방향으로 튀어 나오도록 풀라우팅이 되어 있다. 작업의 용이성이 느껴진다.
30 뒤 브레이크 로터를 140㎜로 사용할 때는 별다른 플랫 마운트 포스트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바로 간격을 맞출 수 있도록 되어 있다.
31 34-40t 조합으로 체인을 걸어 보았다. 첫눈에도 본격적인 오프로드를 주파하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큰 기어비 덕분에 본격적인 산악 라이딩이나 오프로드 주행에서도 어려움 없이 라이딩을 즐길 수 있다. 사진은 제주도의 숲길

 

32 휠셋은 파스포츠의 블리츠 40-30 디스크 브레이크 타입으로 튜브리스 타입이다. 블리츠 40-30은 림 높이 40㎜ 림 폭 30㎜ 내폭 25㎜ 급의 와이드 림 구조를 가진 카본 튜브리스 레디용 휠셋이다. 디스크 브레이크용 휠셋인데도 무게가 1360g 밖에 안 되는 경량이다. 사용하다가 파손되어도 40만원도 안 되는 가격이라 오프로드에서 부담이 작다.
33 바쏘의 다른 자전거들은 다운튜브에 크게 BASSO 라는 브랜드 로 고가 들어가 있지만 팔타 만은 PALTA라는 제품명이 크게 들어가 있다. 바쏘 브랜드를 통틀어 본격 그래블 자전거는 팔타 단 한 대뿐인데, 프레임만 1100g 수준의 최상급을 추구하고 있으나 가격은 350만원으로 이탈리아 브랜드치고는 꽤 저렴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느낄 수 있다. 그만큼 팔타에 걸고 있는 기대가 크게 느껴진다.
※ 앞으로도 그래블 라이더의 자전거와 이야기를 다뤄볼 예정이니, 인터뷰를 원하시는 분은 여우의 다락방으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자전거 스펙과 가격대 공개에 대한 동의를 구하고, 부품의 가격만 더한 금액을 산출해보았다
총액   10,198,000원
바쏘 팔타 프레임세트  3,500,000원
엔비 로드 컴팩트 핸들  470,000원
엔비 로드 스템   360,000원
엔비 컴프레션 플러그 세트  35,000원
 엔비 컴퓨터 마운트  V2 60,000원
마운트 듀얼 헤드  11,000원
수파카즈 바테아푸  45,000원
MCFK 카본 안장  495,000원
아룬델 맨디블 물통 케이지 2개  174,000원
파스포츠 블리츠 40*30 휠셋  1,089,000원
튜브리스 밸브 2개  20,000원
슈발베 올라운드 G-ONE 타이어 2개  164,000원
룩 X-트랙 티탄 페달  350,000원
앞 변속기 마운트  35,000원
시마노 듀라에이스 Di2 유압 변속 레버, 브레이크 캘리퍼 세트  1,480,000원
시마노 듀라에이스 Di2 앞 변속기  510,000원
시마노 울테그라 Di2 뒤 변속기 GS 타입  350,000원
시마노 XT 스프라켓  129,000원
시마노 XTR 로터 2개  180,000원
시마노 Di2 전선 6개  208,000원
시마노 Di2 내장 정션  42,000원
시마노 Di2 내장 배터리  210,000원
시마노 Di2 바엔드 정션  158,000원
 시마노 프레스핏 바텀브라켓  49,000원
 스램 레드 11단 체인  60,000원
수축 튜브  2,000
실런트  12,000
작업한 샵  ‘여우의 다락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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