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선급 경륜선수가 광명스피돔에서 달렸다
장르별 스피드 비교 테스트

로드바이크 시장에서 제조사들이 에어로와 올라운드 성향의 자전거를 구분해 출시한 것은 그리 오래지 않았다. 카본프레임이 득세하고 온갖 신기술이 난무하는 이 시대에도 경륜경기는 이제는 구식이라고도 할 수 있는 크롬몰리 프레임을 유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각 장르별 진짜 달리기 성능은 어떨까. 바람의 영향이 없는 광명스피돔에서 성향이 다른 4대의 자전거가 붙었다 
글‧사진 최웅섭 팀장

 

 


1㎞ 기록 비교 테스트
트랙 vs 에어로 vs 올라운드 vs 경륜차
 

경륜 경기를 본 적이 있다면 어떤 선수든지 비슷한 자전거를 타고 있는 것을 알아챘을 것이다. 경륜은 갬블/레저의 일종으로, 경마·경정과 같이 관람객이 돈을 걸 수 있는 경기다. 때문에 경륜은 인증을 거친 장비와 부품 외에 주행성능을 상승시키거나 하락시키는 일체의 부품을 사용할 수 없다. 오로지 선수의 역량으로 공정한 결과를 도출하기 위함이다. 경륜경기는 이런 공정성을 위해 경기전후 엄격한 검차과정을 거친다. 인증받지 않은 부품이나 프레임, 위험을 야기할 수 있는 모든 위해요소를 사전에 차단하는 과정이다.
경륜경기가 이렇게 엄격한 검사를 통해 장비를 선수의 역량과 성적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균일하게 맞춘다는 것은, 반대로 기록과 성적에 영향을 미치는 자전거와 부품이 존재한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만약 로드바이크라고 한다면, 우리는 흔히 에어로, 올라운더, 엔듀런스 등으로 자전거의 성향을 구분한다. 이렇게 구분하는 이유는 각각 공기저항과 경량, 승차감 등의 특징이 있는데 과연 이런 성향에 근거한 자전거의 차이가 기록에서도 차이로 나타날까가 궁금했다. 
모든 사이클리스트들의 숙원과도 같은 이 질문을 현역 경륜선수와 함께 명쾌하게 풀어 보았다. 
 

테스트를 위해 찾은 광명스피돔은…
기자는 테스트를 위해 3월 16일 광명스피돔을 찾았다. 광명스피돔은 국내 최대 규모와 시설을 자랑하는 벨로드롬으로, 사이클경기를 목적으로 설계된 트랙경기장이다. 코너 부분은 원심력에 의한 주행 저항을 극복하기 위해 일정한 각도의 경사면으로 되어 있다. 직선 구간도 살짝 안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1바퀴 333.33m, 3바퀴를 주행하면 1㎞가 된다.
이번 테스트는 각각 성향이 다른 자전거가 동일한 조건에서 어느 정도의 기록 차이가 나는지를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외부 환경과 차단되고 노면과 코스가 균일한 실내 벨로드롬은 최적의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자전거 검차… 엄격함과 꼼꼼함은 기본
테스트에 앞서 경륜자전거의 검차과정을 견학할 기회가 있었다. 어떤 기준으로 자전거를 검차하는지 확인해 보는 것은 이번 테스트에 쓰이는 자전거와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또 진행될 테스트 결과를 미리 예측해볼 수 있는 중요한 지표가 될 것이다.
경륜에서의 검차는 매우 엄격하고 또 잦다. 경륜은 매주 금, 토, 일요일에 열리는데, 한 주의 경기를 시작하기 전에 받는 확정검사와 매 경기 당일 받는 출주일 자전거 검사가 있다. 이번에 견학한 검사는 확정검사로 출주일 자전거 검사에 비해 매우 꼼꼼히 진행된다.

 

 

 

가력검사
가력검사는 페달에 120㎏의 유압을 가해 프레임의 강성을 테스트하는 검사다. 이 테스트로 프레임의 크랙이나 휨 등이 있는지 사전에 확인한다. 선수들의 순간 파워는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강성이 좋은 크롬몰리 프레임을 사용하더라도 가력검사는 필수다. 당연한 이야기이겠지만 자전거의 결함이 발견되면 출전이 제한된다. 
 

 

 

회전검사 & 후륜검사
회전검사는 자전거의 회전부위를 중점적으로 확인한다. 자전거의 회전부위인 휠과 크랭크 등을 검사하고, 후륜검사는 휠의 구름성과 타이어의 마모상태, 스포크 텐션 등을 꼼꼼히 점검한다. 
경륜자전거는 모두 인증받은 업체의 튜블러 타이어를 사용한다. 타이어는 4주간만 사용이 가능하며 그 이상을 초과하게 되면 상태가 양호하더라도 의무적으로 교체해야 한다. 반대로 그 기간이 도래하지 않더라도 마모가 심하면 교체한다. 
본드로 접착하는 튜블러 타이어의 특성상 접착이 잘 되어있는지를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여기에 사용되는 본드 역시 인증을 거친 제품만이 가능한데, 이곳에서는 ‘돼지표 5250’ 본드만을 쓴다고 한다. 창원 경기장의 경우, 돼지표 본드의 수급이 곤란해 부득이하게 ‘오공본드’를 사용한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튜블러 타이어를 사용하는 라이더들은 각종 커뮤니티에서 ‘돼지본드를 사용해도 된다, 안된다’ 갑론을박 하곤 하는데, 브레이크가 없어 열로 인한 타이어 이탈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운 경륜자전거의 경우를 그대로 적용시키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
이번 테스트에 사용된 자전거는 모두 클린처 타이어를 사용했다.

 

 

 

조임검사 & 시각검사
조임 및 시각 측정이라고 불리는 이 검사는 자전거의 모든 부위가 적정토크로 체결되었는지를 검사한다. 당연히 경기 중 낮은 토크로 인해 부품이 빠지거나 한다면 자칫 큰 사고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한 검사다. 반대로 필요 이상의 토크는 장비의 파손을 초래한다. 경륜자전거는 체인링크를 사용할 수 없고 체인 연결 볼트를 사용하기에 조임검사에서는 체인의 체결상태 또한 면밀히 체크한다.

 

 

 

 

 

 

경륜차, 일반 자전거와 크게 다른 사양과 조건
이렇게 검차를 마치고 나니 경륜자전거에 대한 이해도가 훨씬 높아졌다. 사실 경륜자전거는 카본이 흔해진 이 시대에는 상당히 구시대적인 물건일 수도 있다. 이제는 클래식 바이크나 생활차에서 종종 쓰이는 퀼스템과 러그 튜빙, 금속재질의 튜블러 로우림 휠세트 등은 사실상 일반 동호인 무대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과거에나 쓸법한 물건들이다. 
경륜이 이런 ‘구시대적인’ 물건을 쓰는 것은 공정한 경기를 위해 자전거와 부품 인증과정이 까다로워 빠르게 변화하는 신기술을 그때그때 도입하기 어려운 것이 그 이유다. 그런 자전거를 최신의 자전거와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라고 할 수도 있지만, 테스트는 과거와 현재의 기술을 비교하는 재미난 척도가 될 것이다.
 

본격적인 테스트
 

테스트 선수 
이번 테스트는 동일한 조건에서 성향이 다른 4개의 자전거를 1㎞를 달렸을 때 기록에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를 확인했다. 벨로드롬 외에 가장 중요한 조건인 라이더는 자전거를 바꿔 탈 때마다 동일한 기량을 발휘해야 하기 때문에 실력과 경험이 굉장히 중요하다. 
이번 테스트에는 경력 7년차로 경륜에서도 최고의 선수들만 속하는 특선급의 정재완 선수가 도움을 주었다. 테스트 시 라이더의 역량이 일정하도록  전력질주가 아닌 동일한 강도로 달려줄 것을 요청했다. 때문에 테스트 결과는 각 자전거의 속도 차이가 부각되며, 이는 해당 자전거와 선수의 절대적인 최고속도와는 다르다는 것을 미리 알려둔다.

 

 

 

 

테스트 자전거 
테스트를 위해 준비된 자전거는 총 4대로, 각각의 고유한 특성을 지닌 자전거로 준비했다. 실제 경륜경기에 쓰이는 경륜자전거, 에어로바이크, 올라운더, 마지막으로 경륜 경기용으로 인증 받지 못한 일반 트랙자전거다. 
자전거는 모두 메리다코리아에서 지원받았으며, 어느 정도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카본 자전거는 배제하고 알루미늄 자전거로 준비했다. 로드바이크의 경우 시마노 중간등급에 위치한 105급으로 준비해 프레임 외의 파츠를 균일한 수준으로 맞추었다.

첫 번째, 경륜자전거
첫 번째 테스트 자전거는 정재완 선수의 경륜자전거다. 정 선수의 자전거는 일반적인 경륜자전거의 세팅이 되어있고 크랭크 52, 코그 13으로, 기어비는 4이다. 원래대로라면 튜블러를 사용하는 것이 정석이지만 이번에는 훈련용 클린처 휠을 사용했다.
기록은 1분28초90이 나왔다. 일급 선수들의 1㎞ 독주기록은 1분10초 이내지만(롤링 스타트 기준) 테스트는 스탠딩 스타트이고 고른 힘배분을 위해 전력질주를 하지 않아서 시간이 더 걸렸다.

 

 

두 번째, 메리다 리액토 400
 

두 번째로는 메리다 리액토 400의 차례다. 리액토는 메리다의 에어로바이크로, 현재 월드투어 경기에서도 우수한 기량을 뽐내는 모델이다. 전형적인 에어로 프레임인 리액토는 공기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해 직진성이 강한 디자인을 가진 것이 특징이다. 누가 보아도 한눈에 에어로 프레임이라는 것을 알 정도로 공기저항에 역점을 둔 리액토는 휠세트까지 미들림을 적용한 완벽한 에어로바이크다. 크랭크와 스프라켓 구성은 52-11로, 변속을 위한 디레일러 사용은 자제를 요청했다.
메리다 리액토 400은 앞선 경륜자전거보다 2초 가량이 느린 1분30초12를 기록했다. 평균시속으로 환산하면 39.94㎞이다. 경륜자전거와 비교하면 한 시간을 달렸을 때, 500m 가량의 차이가 난다. 사실 기자는 이 부분에서 리액토의 근소한 승리를 짐작했지만 보기 좋게 빗나갔다. 
선수에게는 경륜자전거가 몸에 익어서 그럴 수도 있고, 로드에 추가되는 구동계와 부품들의 무게증가, 자전거 케이블이나 레버 등 전면에 위치한 부품들의 공기저항 면이 많아진 것도 그 이유인 것으로 추측된다. 또 한 가지의 이유로는 4.7의 높은 기어비를 들 수 있다. 정재완 선수가 기존에 사용하던 기어비는 4 수준으로 0.7이나 차이나는 기어비는 무시 못할 결과를 야기할 수도 있다.
 

 

 

세 번째, 메리다 스컬트라 400
 

세 번째로는 올라운드 프레임인 메리다의 스컬트라 400을 준비했다. 사실 메리다 로드 라인업에서 세자리수 모델명을 가진 알루미늄 자전거로는 경량을 논하기 어렵기는 하지만 무게면에서 리액토와의 차이는 명확하고 프레임 성향도 올라운더이기 때문에 테스트군에 이름을 올렸다. 크랭크와 스프라켓 구성은 50-11로, 마찬가지로 기어변속은 하지 않았다. 
스컬트라의 시승이 끝나고 기록을 확인하니, 경륜자전거보다는 4초, 리액토보다는 2초 가량이 뒤진 1분32초77의 결과를 보였다. 리액토와 비교했을 때는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되었는데 프레임의 가벼운 무게가 중요시 되는 업힐이 없는 코스이기에 에어로 효과가 좀 더 높은 자전거가 유리하다고 생각된다. 이 결과를 토대로 리액토와 스컬트라만을 놓고 본다면, 리액토의 에어로다이내믹 성능이 입증된 셈이다. 평균시속은 38.80㎞로 나타났다.
 

 

 

네 번째, 메리다 리액토 트랙
 

마지막에 테스트한 자전거는 그나마 경륜자전거에 가장 가까운 메리다 리액토 트랙이다. 외형상 리액토와 빼닮은 이 자전거는 당연히 에어로 효과에 역점을 두고 제작되었다. 단지 고정기어일 뿐, 리액토와 거의 유사한 프레임이라고 볼 수 있다. 기어비는 48/15=3.2로 오늘 테스트 한 자전거 중 가장 낮다(기어비가 낮을수록 크랭크는 가벼워진다). 
오늘의 테스트 마지막 주자인 메리다 리액토 트랙이 놀라운 결과로 골인점을 통과했다. 결과는 1분19초92분. 오늘 테스트한 4대의 자전거중 최고의 기록이다. 심지어 2위인 경륜자전거와의 격차는 무려 10초에 가까웠다. 오늘 테스트의 꼴찌인 스컬트라와의 격차는 14초나 된다. 사실 취재진은 이런 결과를 예상했으나, 이렇게 큰 차이가 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게다가 기어비도 낮아서 1위에는 랭크하겠지만 특출난 결과를 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보기 좋게 빗나갔다. 
특별히 에어로에 신경 쓴 점이 전혀 없는 경륜자전거와 10초나 벌어진 것은 리액토 트랙이 확실한 에어로 효과를 가졌다는 것을 명백히 증명한 셈이기에 그 의미가 있다.
 

 

 

 

 

 

Result & Analyze
 

오늘의 테스트는 여러모로 의미가 있었다. 비록 1㎞라는 짧은 구간이고, 업다운이 없는 곳이기에 이 결과를 그대로 로드레이스에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하지만 자전거마다 각기 다른 성향이 기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게 된 것만 해도 큰 수확이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제조사에서 제공하는 공기역학적 데이터는 측정기준이 모호한 경우가 많아, 많은 독자들이 이런 테스트를 기다려 왔을 것으로 생각된다. 

 

신기술의 승리
테스트 중 경륜자전거와 리액토 트랙의 결과를 보면, 신기술이 적용된 자전거가 확실히 기록향상에 도움을 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이며, 각 제조사들이 새로운 기술 도입과 선수들의 성적 향상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크롬몰리 튜빙을 사용하는 고전적인 방식에 비해 리액토 트랙의 에어로 디자인은 확실한 기술발전이 이뤄졌음을 몸으로 느끼게 해주었다.
 

평지에서 동일한 조건이라면, 에어로는 확실히 빠르다
리액토 400과 스컬트라 400 또한 주목할 만하다. 최근 거의 모든 제조사에서 에어로 라인업과 올라운드 라인업을 분류해서 출시하고 있다. 과거에는 이를 두고 제조사의 상술이라고 치부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이번 결과는 그 차이가 명확하다는 것을 증명했고 그들의 연구가 헛된 것이 아니었다는 것 역시 확인해 주었다. 단 2초의 차이지만 100㎞ 이상을 달리는 로드레이스라면 성향의 차이는 막대한 결과의 차이를 불러온다. 

 

경륜에서도 카본차를 볼 수 있을까?
경륜 시합에서도 다양한 신기술이 빠르게 도입되어 더욱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볼 수 있으면 좋겠지만, 서두에서 언급한대로 경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공정성이기에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신기술을 매번 도입하다가는 선수들의 싸움이 아닌, 장비의 싸움으로 변질될 수 있다. 경륜에서는 새로운 부품을 도입할 때 인증받는 데만 2년이 걸리는 경우도 있다. 
관람객의 돈이 걸리는 특수한 상황이기에 이러한 까다로운 절차를 거치는 것은 당연하며 오히려 더욱 신뢰가 깊어지는 부분이기도 하다. 때문에 경륜의 신기술 도입을 채찍질하기보다는 가끔 시간을 내 오락으로 경륜을 즐기면서 응원하는 것이 오히려 신기술을 더 빨리 볼 수 있는 길이라 생각된다. 
  
완벽히 동일한 조건이 아닌 것은 아쉬워
물론 이번 테스트에도 맹점은 있다. 첫 번째로는 각 테스트 사이사이 동일한 기량을 유지하기 위한 라이더의 휴식 시간을 충분히 보장하지 못한 점, 두 번째는 선수를 늘려 표본을 확장하지 않은 점, 세 번째는 각 자전거의 기어비가 달랐던 점인데, 이런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7년 경력의 베테랑 선수에게 협조를 요청한 것이니 충분히 감안하도록 하자. 위의 결과는 절대적 수치가 아니라 각 자전거의 차이 정도로 해석하는 것이 취지에 맞다. 
 


 취재협조 : KSPO 경륜사업본부 080-008-5000 www.kcycle.or.kr
                  ㈜오디바이크 02-2045-7100 www.odbik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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