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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최북단 하장성 자전거투어

구비길에 펼쳐진 돌의 정원과 기묘한 산봉우리의 대합창
베트남 최북단에 자리한 하장성에서 최고의 명승지는 동반 카르스트 지형이다. 해발 1000~1600m에 자리한 이 특별한 대지의 선물은 메오박·동반·옌민·꽌바 등 4개 현에 걸쳐 있으며,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다. 아름다운 카르스트 지형의 라이딩은 오지에서 생활하는 고산지대 소수민족을 만나 때 묻지 않은 미소와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기도 하다 
글·사진 이윤기(본지 여행사업부 이사)[자전거여행] 베트남 최북단 하장성 자전거투어


  코스 : 예리-진리-상라산전망대-마리-심리-사리-예리. 약 26km, 4시간 소요

 

 

초록빛 미옌강 주변으로 카르스트 지형이 빚어낸 암봉들이 절경을 이룬다

 

 

베트남 북부 하장성에서 가장 잘 알려진 여행지를 꼽는다면 단연코 최북단에 위치한 동반(Dong Van) 지역일 것이다. 근래 들어 외부에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환상적인 여행지로 소문이 나 현재는 많은 외지인들이 찾고 있다. 
하장성의 성도 하장시는 해발 100m의 저지대지만, 최북단에 위치한 동반 카르스트 지형의 메오박·동반·옌민·꽌바 등 4개 현은 해발 1000~1600m의 고지대에 있으며, 이 지역의 특수한 지형은 ‘동반 카르스트 국가지질공원(Dong Van Karst Plateau Geo-park)’으로 지정되어 있다. 베트남의 특별한 석회암 지역 중의 하나로 메오박에서 동반을 거쳐 중국 국경지대를 지나 운남성 원산시까지 170km 가량 길게 이어져 있어 지구의 지각 발달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중요한 흔적이다.

동반 카르스트 지형의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의 라이딩은 척박한 오지에서 생활하는 고산지대의 다양한 소수민족을 만나 때 묻지 않은 그들의 환한 미소와 다양한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기도 했다.



동반~옌민 코스
코스 : 동반-장시통-사핀-성라-포카오-반차이-옌민

거리 : 46km
동반에서 아침을 맞이한다. 목적지 옌민(Yen Minh)까지는 47km로 여유가 있어 최대한 느긋하게 라이딩할 생각이다. 동반의 시가지를 지나면서 많은 소수민족들은 아침을 준비하는지 상가와 집들은 하얀 연기를 피워대며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동반을 출발해 2.6km 지점에서 갈림길이 나온다. 목적지인 옌민으로 가기 전에 우리는 사핀을 거쳐야 한다. 갈림길 어느쪽을 선택해도 사핀으로 갈 수 있지만 이왕이면 카르스트 지형을 많이 볼 수 있는 짧은 길을 선택해서 달린다. 
동반 시내를 벗어나면서부터 펼쳐진 수많은 뾰족 돌산들은 자전거로 지나는 사이 마치 숨바꼭질을 하듯 나타났다 사라졌다를 반복한다. 동반의 매력이라면 가는 곳마다 숨어있는 아기자기하고 예쁜 마을과 절경이 많다는 것이다. 특히 동반 카르스트 지형을 관통하는 국도를 지나다 보면 “와~!”하는 탄성이 절로 나오게 된다. 
뾰족하게 솟은 카르스트 지형 돌산들이 흐트러져 있어 지겨울 것 같지만 아무리 둘러봐도 보면 볼수록 신비롭고 압도당하는 느낌뿐이다. 길은 좁고 거칠고 투박하지만 어디서 많이 본 듯 정겹고, 새롭게 만나는 풍경에 경탄하면서 가끔씩 넋을 놓고 한참을 바라보노라면 영혼이 정화되는 느낌과 카타르시스를 맛보게 된다. 
동반에서 서쪽으로 15km 달리면 사핀(Sa Phin)이다. 사핀의 명소인 메오궁전은 거의 100년 된 목조건물로 ‘브엉 찡 득(Vuong Chinh Duc, 1865~1947)이라는 왕이 8년 동안 엄청난 돈을 들여 많은 사람들을 동원해서 지은 궁전이라고 한다. 브엉 찡 득은 꽌바, 옌민, 메오박, 동반의 4개 군으로부터 공식적으로 메오왕으로 추대받은 유일한 몽족 사람이다. 
해발 1400m의 아담한 분지에 자리잡은 메오궁전으로 들어가는 길에는 주변의 소수민족들이 다 모인 듯 난장판이다. 웬일일까 싶어 사람들 틈바구니에 힘들게 들어가 보니, 바로 시장이 열리는 날이다. 작은 분지 안에 소규모의 메오궁전과 수십채도 안되는 민가들로 이루어진 초라한 마을에 이렇게 큰 시장이 열린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사핀시장의 수많은 소수민족 인파 속을 헤집고 겨우 찾아 들어간 메오궁전은 길이 50m의 직사각형 2층 건물에 4개의 긴 집과 6개의 넓은 집으로 이뤄져 있다. 왕의 아내와 자녀들, 그리고 시녀와 병사를 위한 64개의 방이 있으며, 높이 2m의 돌담으로 둘러싸여 있다. 궁전은 식당, 침실, 주방, 제단 등 여러 영역으로 나뉘고 각각의 방에는 사진과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메오궁전 관람을 마치고 다시 번잡한 사핀시장에서 소수민족의 삶이 그대로 묻어나는 시장풍경에 흠뻑 빠져들어 본다. 판매하는 품목도 참으로 다양하다. 가전제품과 의류를 비롯해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잡다한 물품들과 식자재가 풍부하다. 
물건을 사고파는 사람들, 식당에 둘러 앉아 정겹게 이야기꽃을 피우는 사람들. 다양하고 독특한 의상을 입은 소수민족의 활기찬 모습에 반하고 만다. 몽족을 비롯한 자오족·로로족·따이족·눙족 등 17개 소수민족들은 일주일마다 열리는 시장을 통해 교류하면서 생필품을 준비하는 것 같다. 
혼잡한 시장에서 나오는 길가에는 가축시장으로 많은 소가 매여 있고 더러는 돼지와 염소도 뒤섞여 길가는 온통 가축들의 분뇨로 뒤범벅이다. 그 길을 가족들과 또는 마을 사람들과 등에 커다란 통바구니를 메고 다니는 주민들 모습이 인상적이다. 
사핀을 빠져 나오는 한적한 시골길에서는 초록의 사탕수수나무와 유채꽃을 자주 볼 수 있으며, 낭만적인 분홍과 자주색 꽃을 피운 메밀꽃도 흔하다. 하장성에서는 매년 10월초에 메밀축제가 열리는데 메밀꽃은 12월말까지 지속된다고 한다. 
해발 1500m의 성라(Sung La) 고개를 넘으면 옌민까지 20km 구간은 계속된 내리막이다. 특히 포카오(Pho Cao)와 반차이(Van Chai)의 구불거리는 내리막길은 가히 환상적으로, 목적지 옌민까지는 다양한 풍광에 지루함이 없을 정도로 아름다움의 극치를 이룬다.   


 

 

 




옌민~땀선 코스
코스 : 옌민-반창-치상-반다-나케-깐티-동하-땀선


거리 : 51km

이 코스는 옌민에서 깐티(Can Ty)의 미옌강(Mien River)을 따라 꽌바현의 땀선으로 가는 구간이다. 옌민에서 출발해 갈림길이 있는 라오바차이(Lao Va Chai) 마을까지 8.8km 구간은 계속된 업힐로 진을 다 빼놓는다.  
라오바차이 고갯길에서 직진하면 나케고개(Na Khe Pass), 왼쪽으로는 깐띠고개(Can Ty Pass)의 갈림길이다. 두 코스 모두 꽌바현의 미옌강이 흐르는 깐티에서 만나게 된다. 
꽌바현의 깐티까지 가는 깐티고개는 13.7km로 비교적 짧지만 힘든 업힐에 새로 공사한 절개지여서 산사태가 많아 다소 위험하다. 그러나 나케고개는 29.8km로 구간은 길지만 안정적이고 긴 다운힐과 유유히 흐르는 미옌강(Mien River)의 강마을 풍광을 바라보며 편안하게 달릴 수 있다. 
조금은 길지만 나케고개 길은 소나무 숲이 무성하고 때로는 완만한 산등성이에서 소수민족이 경작하는 초록빛 옥수수 밭과 장쾌한 계단식 논이 여기저기 펼쳐진다. 눈부신 햇살과 파란 하늘, 하얀 구름 아래 싱그러운 초록빛 대자연의 길에서 만나는 소수민족 사람들. 차가운 바람과 함께 따뜻한 날씨로 12월임에도 불구하고 분홍의 메밀꽃과 옥수수, 사탕수수가 널린 들길에는 통바구니를 메고 아이들과 밭으로 일 나가는 모습이 정겹다. 
나케의 협곡길을 내려오니 깐티를 거쳐 하장으로 흘러 들어가는 미옌강을 만나게 된다. 강가에 사는 사람들의 삶은 어떨까? 강 건너는 위험요소가 있는 좁고 돌이 많은 오솔길이다. 미옌강을 가로지르는 다리에서 안전을 위해 두 팀으로 나눴다. 
사람 하나 겨우 지나갈 수 있는 미옌강의 좁은 오솔길을 한참 달리고 있을 때,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소떼와 염소떼를 만나 길이 막힌다. 좀처럼 길을 내주지 않는 가축들에게 길을 내달라고 외치고 싶었지만, 그들의 식사시간을 방해하고 싶지 않다. 그렇게 오랫동안 가축의 엉덩이를 바라보며 따라가는 우리의 모습에 미안했던지 목동이 알아서 길을 내준다. 유유자적 흐르는 초록빛 미옌강의 오솔길에서 잠시 마주친 소와 염소에게 풀을 먹이며 가는 어린 목동의 모습에서 자연의 아름다움과 신비한 매력을 지닌 소수민족의 순수함이 어우러져 그들의 일상생활도 마치 한 폭의 그림으로 다가온다.   
미옌강이 휘돌아 나가는 곳에 위치한 깐티의 어느 조용한 마을. 길가와 밭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고 깃발을 든 행렬이 보인다. 마을 축제가 열렸나 생각했지만, 장례식 풍경이다. 이번 여행에서 처음 접한 그들의 장례식은 우리네 옛 상여가 나가는 모습과 흡사하다.  
깐티에서 땀선으로 넘어가는 고갯길은 길고도 가파르다. 미옌강에서 표고차 450m의 땀선까지 오르는 길은 비록 힘들어도 높은 곳에서 바라보이는 탁 트인 풍광은 고생에 대한 하나의 선물이다. 
꽌바의 현도인 땀선으로 들어가는 길 좌측에 꽌바의 명소 선녀산(Nui Co Tien)이 바라보인다. 선녀산은 두 개의 젖가슴과 닮아 일명 쌍둥이산·쌍산·유방산 등으로도 부르는데, 가슴시린 슬픈 전설이 남아 있다. 어느 잘생긴 몽족 청년이 있었는데, ‘단모이’라는 피리를 잘 불렀다고 한다. 아름다운 음율의 피리소리는 천상의 선녀인 ‘호아다오’에게도 들려 아름다운 피리소리를 따라 지상으로 내려왔다가 청년과 사랑에 빠져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살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날 선녀는 갑자기 천상으로 올라가게 되면서 어린 아들·딸을 위해 자신의 젖가슴을 놓고 갔다고 한다. 작은 가슴이 점점 커지면서 커다란 쌍둥이 산이 되었다는 전설이다. 
전설의 의미를 되새겨 보면, 여자의 유방은 모든 생명의 근원으로 삶에 있어 필요한 비옥한 옥토와 풍부한 물 등 기후와 관계되는 것으로 축복받은 대지의 자연환경과 결부되는 것 같다. 그래서 17개 소수민족의 삶의 터전인 동반 카르스트 대지는 독특한 매력이 있다.



 

 

 




땀선~하장 코스         
코스 : 땀선-꽌바고개-탄선-민탄-하장


거리 : 47km

꽌바현의 땀선은 하장시에서 47km 떨어져 있다.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동반 카르스트고원에 가기 위해 가장 빠르고 가까운 첫 관문인 꽌바로 향한다. 꽌바로 가려면 ‘천국의 문’이라는 꽌바고개를 넘어야 한다. 우리는 반대로 꽌바고개를 넘어 하장으로 가는 일정이다.
  아름다운 땀선에서 아쉬운 하루를 보내고 하장으로 가는 마지막 라이딩이다. 땀선에서 출발해 2.2km의 오르막을 오르면 커브길 우측에 넓은 주차장이 나온다. 바로 이곳이 ‘천국의 문’으로 땀선의 파노라마가 한눈에 보이는 전망대가 있다. 
전망대는 하늘로 치솟아 산봉우리는 구름과 안개에 갇혀 있고 초록의 대지에 펼쳐진 시가지와 여성의 젖가슴을 닮은 선녀산이 잘 바라보이는 완벽한 장소다. 그러나 궂은비와 운무 때문에 풍광을 제대로 볼 수 없음에 한탄만 나올 뿐이다. 
천국의 문이라는 꽌바고개(1135m)를 넘기만 하면 대부분이 내리막과 평지여서 라이딩이 순탄하다. 굽이굽이 휘감아 내려가는 길에서 산 아래 까마득히 내려다보이는 길과 촌락의 모습이 아련하다. 하장에서 반대로 꽌바로 저 길을 거슬러 올라 왔다면 어땠을까,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수많은 마을과 구비길을 지나 로강(Lo River)을 만나면 완만한 길이다. 하장시내를 관통하는 로강의 하류를 따라 가다보면 만나는 사람마다 정겹게 손을 흔들어 준다. 비록 꽌바의 천국의 문을 내려왔지만, 아직도 소수민족의 순박한 얼굴과 해맑은 미소는 그대로 남아있다. 
12월의 차가운 기온에도 초록빛 대자연의 장엄한 풍광과 인간의 순수함과 자연 그대로가 어우러져 있는 곳. 천국의 문을 뒤로 한 채 어느덧 하장시에 도착했다.

 

 

 

 



하롱베이 
하장시에서 자전거 투어를 모두 마치고 버스로 9시간을 달려 베트남 최고의 경승지라는 하롱베이(Halong Bay)에 왔다. 오늘은 하롱베이에서 마무리 일정이다. 
하노이에서 동쪽으로 약 170km 거리에 있는 하롱베이는 베트남 최고의 명승지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국립공원이다. 하롱베이는 ‘하늘에서 용이 내려온 만’이라는 뜻이다. 바다 건너에서 쳐들어온 침략자를 막기 위해 용이 이곳으로 내려와 입에서 보석과 구슬을 내뿜자, 그 보석과 구슬들이 바다로 떨어지면서 다양한 모양의 바위가 되어 침략자를 물리쳤다고 하는 전설에서 유래한다.
하롱베이는 1970여 개의 크고 작은 기암괴석이 볼거리다. 비취색 바다에 무수한 기암괴석들이 솟아 있는 모습이 마치 한 폭의 동양화처럼 아름답다. 고즈넉한 풍경과 분위기가 중국의 명승지를 연상시켜 ‘바다의 계림’이라고도 불린다. 
수박 겉핥기식으로 잠시 맛만 보았던 하롱베이는 참으로 볼 것이 많다. 하롱베이와는 짧은 만남이었지만 다음을 기약하면서 귀국 비행기에 오른다. 아직도 머릿속엔 하장성 투어에서 보았던 느낌들로 가득하다. 기회가 된다면 언제라도 한 번 더 와보고 싶다.  소수민족의 순수함과 자연 그대로가 어우러진 이곳은 분명 나의 몸과 영혼을 씻어줄 청량감 가득한 특별한 아름다움이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 관광청 : http://travel.tourism.vn:808


이윤기 이사  buleeb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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