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에는 설렘으로, 後에는 추억으로!

前에는 설렘으로, 後에는 추억으로!  
사이클링 신안 즐기기 before & after

천혜의 섬나라, ‘신안’을 자전거로 여행하는 ‘사이클링 신안’은 올해로 3회째다. 해마다 코스를 바꿔 1004개에 달하는 신안 섬의 핵심 코스를 돌아본다. 올해부터는 ‘지기 바이크’ 앱을 이용해 조별로 11개의 포인트를 찾아가는 ‘서바이벌’ 형식으로 진행된다. 신안 1004 섬은 내륙에서는 볼 수 없는 특별한 자연과 풍물로 현실에 지치고 내일이 불안한 사람들의 쉼터로 적격이다. 섬 여행은 반쯤은 ‘해외여행’ 같아서 가기 전에는 한층 설레고, 다녀온 후에는 추억의 여운이 더욱 오래 간다

 

신안 1004섬 자전거길은 조성 수년만에 전국적인 지명도의 자전거 여행코스로 떠올랐다. 2년 전 본지가 시행한 ‘가고 싶은 자전거 여행지’ 설문조사에서는 동해안 자전거길보다 선호도가 더 높고 제주 환상자전거길에 버금가는 인지도를 보이기도 했다.
신안의 대표적인 12개 섬에 8개 코스 약 500km에 달하는 1004섬 자전거길 중 핵심 코스만을 골라 2박3일 간 돌아보는 ‘사이클링 신안’은 올해로 3회를 맞았다. 섬 지역의 특성상 숙소와 식당의 수용능력에 한계가 있어 1, 2회는 150명으로 참가자 수를 제한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2박3일의 긴 일정에 접근성도 편하지는 않아서 모객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결과는 예상밖이었다. 경쟁률이 2:1을 넘어 참가자 모집을 시작하는 순간 바로 마감되는 기현상이 일어났다. 올해 3회 대회는 천사대교 개통으로 접근성이 좋아지고 이미 연륙화된 증도에 숙소를 잡으면서 참가자 수를 대폭 늘렸지만 역시 단기간에 마감되었다. 
그렇다면 ‘사이클링 신안’ 아니, 1004섬 자전거길의 어떤 면이 그렇게 매혹적인 걸까.


1. 평생 한번은 가봐야 할 국내최고의 섬나라 
섬은, 특히 신안의 섬은 육지와는 다른 세계다. 자연이 다르고 풍경이 다르고 풍속이 다르다. 바다로 인한 장구한 공간적 단절은 섬 하나하나마다 특색을 더욱 짙게 해서 아무리 작은 섬도 별도의 ‘지방’을 이룬다. 우리나라는 4000개가 넘는 섬을 거느린 다도해 국가다. 그 중 1/4에 해당하는 1000여개의 섬이 신안에 모여 있으니 어마어마한 밀집도가 아닐 수 없다. 1000여개의 섬이 신안군이란 테두리 안에 들어 있지만 최북단 임자도에서 최남단 가거도까지는 155km나 될 정도로 분포 공간이 엄청나다. 신안에는 사실상 1000여개의 지방이 있는 셈이다. 실제로 여행이 가능한 유인도만 70개를 넘으니 신안 섬 여행은 평생을 잡아야 하는 거대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팔금도 채일봉전망대에서 본 신안의 섬 무리

 

2. 광대한 천일염전, 장대한 백사장의 진풍경
신안은 전국 최대의 천일염전 지대다. 염전으로 개간이 쉬운 광대한 갯벌지대와 적정한 일조량과 해풍, 적당한 간조 등 모든 것이 맞아떨어진 결과다. 지금도 햇살 아래 소금의 결정이 영글어 가는 소금밭 풍경은 신안 섬만의 특징이다. 대체로 내륙을 면한 동쪽 해안이 바다가 잔잔하고 갯벌이 잘 발달해 염전이 모여 있다면, 외해를 바라보는 서쪽 해안에는 크고 작은 백사장이 도열해 있다. 신안의 백사장은 큰 간만의 차로 인해 썰물 때는 폭이 수백미터에 달하고, 가장 긴 대광해변은 7km가 넘는다. 모래가 단단해 자전거 라이딩이 가능한 것도 신안 백사장만의 매력이다. 해변을 따라 줄지은 송림은 그윽한 운치까지 더해준다.

증도 태평염전의 장관. 단일 염전으로는 국내최대다

 

3. 배와 자전거의 환상 콤비 
여행의 깊이와 감흥은 속도와 반비례하고 땀과 비례한다는 명제에서 자전거는 단연 최고의 여행수단이다. 또 하나 최고의 여행수단은 물 위를 천천히 움직이는 배다. 무한평면의 수면을 미끄러지는 배는 장소든 사람이든 이별과 만남을 수평선 너머까지 아득히 연장시켜 여정의 서정과 여운을 늘려준다. 그런데 이 두 특별한 여행수단인 자전거와 배는 궁합이 극히 잘 맞는다. 자전거는 분해는 물론 잠금장치조차 필요 없이 그대로 배에 올라 승객이 된다. 자전거가 이토록 편하게 탈 수 있는 교통수단은 배밖에 없다. 신안에는 수많은 섬이 있고 수많은 항로가 개설되어 철부선(카페리)과 쾌속선이 다닌다. 덕분에 내 몸에 가장 잘 맞고 정이 든 내 자전거를 가지고 섬 여행을 만끽할 수 있다. 

신안 섬들을 오가는 카페리는 자전거를 싣기에 매우 편하다

 

4. 천사대교, 무한의 다리
섬이 많은 만큼 신안에는 연륙교, 연도교, 도보교, 관광용 목교 등 다리가 수없이 많다. 이미 연도교로 이어져 하나의 섬이 된 자은·암태·팔금·안좌·자라도는 올해 4월 길이 7.2km의 천사대교 개통으로 단숨에 육지로 편입되었다. 사장교와 현수교가 어우러지고 노면이 굴곡져 일렁이는 천사대교는 그 자체로 일대장관이다. 그밖에 갯벌이나 바다 위로 가설된 관광용 목교도 신안만의 절경이다. 임자도 해상목교, 자은도 무한의 다리, 안좌도 소망의 다리, 증도 짱뚱어다리 등 다리 자체로 경관과 잘 어우러지고 그 위를 건너는 사람은 자연과 한층 가까워질 수 있는 특별한 접점이다. 

자은도 둔장해변의 무한의 다리. ‘윈드비치’란 새 이름도 얻었다


5. 전국 동호인과의 교류
‘사이클링 신안’을 통해 전국 동호인들과의 교류를 넓히는 것은 특별한 소득이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 자전거를 타고, 어떤 부품과 용품을 사용하는지를 비교해볼 수 있고 나의 실력도 상대적으로 가늠해볼 수 있다. 뜻이 맞으면 함께 투어를 떠나거나 동호회 끼리 만나는 기회를 가질 수도 있다. 이미 이런 즐거움을 누리는 참가자들이 많다. 같은 지역에서 신안까지 차량을 편승하면서 친해지는 경우도 흔하다. 두 번만 거푸 참가하면 100명 이상의 지인이 생겨나는 셈이니 첫날 현장에는 반가운 인사소리가 넘쳐난다. 

전국에서 모여든 동호인들과 어울리고 교류하는 기회이기도 하다

 

6. 잊지 못할 추억
추억은 그냥 만들어지지 않는다. 일상의 소소한 일이 추억으로 남지는 않듯이.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좋은 사람들과 함께 라이딩 하는 것은 추억의 필요충분조건이 된다. 처음 보는 대자연의 장관에 감탄하고, 두 다리의 힘만으로 코스를 완주하고 나면 그 순간에는 뿌듯한 성취감과 보람이, 그리고 시간이 갈수록 순간순간들은 아련한 추억으로 농익어간다.

파도를 희롱하며 거대한 백사장을 달리는 기분은 쉽게 잊히지 않는다(비금도 명사십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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