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초월한 e바이크 열정

나이를 초월한 e바이크 열정

“누가 이 형님들 좀 말려줘요!”

최신 과학기술의 힘을 빌린 전기자전거는 누구에게나 큰 즐거움과 자유를 주지만 특히 고령자에게 유리하다. 필자가 아는 최고령 현역 라이더인 93세의 형님 라이더는 여전히 전기자전거로 건강을 지키고 하루하루를 즐겁게 보낸다. 8학년 형님 라이더도, 갓 9학년이 된 형님 라이더도 전기자전거로 건강과 행복을 유지하고 있다. 사람들이 실제 나이를 믿지 못해 주민등록증을 꼭 가지고 다닐 정도다. 좀 더 젊어서부터 전기자전거를 탄다면 관절 연골을 더 아껴서 이분들처럼 9학년, 10학년까지도 라이딩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벨로스타가 개발한 e로드. 여주 강천섬에서

 

어린 시절 즐겨보던 드라마 ‘600만 불의 사나이’처럼 내 다리가 모터와 배터리의 힘을 빌려서 슈퍼맨이 되는, 공상과학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일들이 이제는 현실에서 전기자전거로 누구나 인간의 한계를 넘는 초능력의 세상을 경험할 수 있게 되었다.

전기자전거는 자전거에 기어가 달려 편한 라이딩이 가능하듯이 모터와 배터리가 라이딩의 범위를 넓혀주는, 과학의 힘을 빌린 보조수단으로 오랜 자전거 역사에서 변속기만큼 혁신적이다.

그럼 전기자전거라는 과학의 혜택을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라이더는 누구일까? 많은 사람이 전기자전거는 나이 들면 타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다. 본인은 아직 전기의 도움까지는 받을 필요 없이 건강하다고 강조하며 전기자전거를 애써 멀리하는 라이더도 있다. 그런데 과연 전기자전거가 나이더(‘형님 라이더’를 지칭하는 신조어)에만 필요할까?

전기자전거의 혜택을 가장 많이 보는 형님 라이더이지만, 전기자전거는 모든 라이더에게 주어진 과학의 선물이다. 선물을 광고물로 오인해서 애써 외면하는 이들이 있어 안타까울 뿐이다.

이래도 전기자전거를 타지 않을 것인가?

전기자전거를 멀리하는 사람은 초창기 2G폰을 고수하고 스마트폰을 멀리한 사람의 경우로 비유되기도 한다. 전기자전거는 이제는 특이한 것이 아니다. 핸드폰이 2G폰에서 스마트폰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가듯이 자전거에 기어가 달려 편한 라이딩이 가능한 것처럼 모터와 배터리가 라이딩의 폭을 넓혀주는 보조수단일 뿐이다.

전기자전거에 무조건적인 반감을 품은 라이더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준다. “나중에 전기자전거의 진가를 알고 나면 지금까지 자신이 해왔던 행동을 후회하게 될 것이다. 전기자전거를 건강할 때부터 타면 10학년까지도 즐거운 라이딩으로 건강한 행복을 누릴 수도 있다”고.

관절을 혹사한 운동선수들은 말년에 관절 때문에 고생한다. 인간의 무릎관절 수명은 유한해서 건강할 때 아껴서 오래오래 사용할지, 무리하게 굵고 짧게 사용해서 말년에는 인공관절수술이나 전기휠체어에 의지해서 살지는 본인이 선택하는 것이다.

전기자전거 고학년 형님들은 자전거길이나 자전거 가게에서 그들만의 노하우를 새로 시작하는 라이더들에게 전수해 주기도 한다.

특히 겨울이 시작되는 시기에 초보 전동 라이더가 오르막에서 배터리 게이지가 갑자기 떨어져 두 칸으로 줄거나 툭 꺼져버리기도 한다고 불량을 호소하면 한마디 해준다.

“원래 그래! 겨울에 배터리가 힘을 못 쓰지. 노인들이 겨울에 추워서 더 힘 못 쓰듯이 늙은 배터리가 더 심하지. 어쩔 수 없는 숙명이야, 받아들여! 그런데 봄 되면 그 병은 나아.”

못 말리는 고학년 형님들이 전기자전거와 사랑에 빠진 이야기를 들어보자. 전기자전거는 기존 자전거 대비 좀 더 편하게 멀리 가기 위한 보조수단으로 특히 고학년 형님들에게 건강한 노년의 시간을 함께 할 수 있어 최소 비용으로 발과 다리가 되어 맛난 것도 먹을 수 있게 해주니 이보다 더 좋은 친구가 있을까?

에피소드 ❶

93세 라이더의 행복

1927년생 주민증(실제 태어난 것은 1926년)을 가진 김돈기 형님이 평소 한두달에 한 번씩은 꼭 점검을 와서 맛난 커피를 사주셨는데, 최근 오랜만의 방문이라 살짝 걱정이 되어 물어본다.

“형님, 그동안 무슨 일 있었어요?”

“응, 허리 수술을 해서 5개월 만에 나왔어…. 그동안 자전거를 못 탄 것이 가장 참기 힘들었는데 오늘은 탈 만해서 전기자전거라 살살 몰고 나왔지. 혹시 이 모터도 내 몸처럼 늙어서 고장 나는 것 아니겠지? 이제 멀리 갔다가 이 친구 고장 나면 돌아오기 힘들 것 같아. 3년 동안 3만km 가까이 한 번도 고장이 안 났는데 지금 새 모터로 교환하면 앞으로 3년도 걱정 없을 것 것 아닌가?”

“모터는 더 사용하셔도 되지만, 확률상 지금 새 모터로 갈면 3~4년 정도는 문제없을 겁니다.”

“뭘 더 생각해? 새 모터로 갈아줘, 내가 살면 얼마나 더 살겠어? 맘 놓고 자전거 타는 것이 내게는 가장 큰 행복이야. 이 행복 계속 누릴 수 있게 해줘!”

필자 회사는 9학년 형님부터는 경로 우대를 적용하고 있다. 이 형님은 필자가 아는 현존하는 최고령 전기자전거 홍보대사로 누구나 열심히 전기자전거를 타면 저 형님처럼 100세까지도 건강하게 전기자전거를 탈 수도 있다는 것을 알려준, 카페에서는 우상 같은 존재이다.

친구도 가족도 하나둘 떠났지만, 전기자전거와 여생을 건강하게 달릴 수 있어서 너무 좋다는 형님의 페달링에는 과학의 힘과 다리 힘이 어우러져서 행진곡처럼 힘찬 리듬이 느껴진다.

얼굴에는 항상 미소가 어려 있고 피부가 좋아 얼굴은 9학년 중반이 아니라 6학년이다. 자전거 타는 동안은 근심·걱정 무거운 짐 다 내려놓을 수 있는 즐거운 시간이라고 한다. 9학년 형님 얼굴의 미소는 신이 아닌, 전기자전거라는 인간이 만든 과학의 선물 덕분이다.

계기판의 작은 글씨도 잘 보이고, 귀도 밝으며 피부까지 젊어진 것은 전기자전거를 타고 나서부터 라고 자신 있게 이야기한다. 조금만 더 열심히 노력하면 10학년까지도 건강하게 자전거 타는 라이더로 기네스북에 이름을 올릴 수 있을 것 같다. 오늘도 힘차게 페달링 하는 형님 뒷모습에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필자 주변에서 현존 최고령 전기자전거 라이더 김돈기 님. 올해 93세다에서

 

에피소드 ❷

8학년 형님의 탁월한 선택

6년 전 동네의 8학년 형님이 필자 회사를 방문했다. 8학년 들어서 이제 힘들어 자전거를 못 타겠다고 탄식했다. 다리 한쪽이 조금 불편해서 평지는 웬만큼 자전거를 탈 수 있는데 오르막이 너무 힘들어 전기자전거를 알아보러 왔다는 것이다. 100만원 후반에 가벼운 미니벨로 전기자전거를 소개해 드렸다.

“좀 더 좋은 것 없어요?” 그 형님은 “아마도 이게 마지막 자전거가 될 것 같은데 미니벨로 중에 이 집에서 제일 좋은 것으로 달라”며 쇼윈도에 걸려 있는 300만 원대 전기자전거를 선택해서 바로 한강으로 타고 나갔다.

1년에 4번 정도는 꼭 점검을 오셨는데 최근 방문 때 잘 보니 6년 전보다 몸의 움직임이 한결 자연스러워져서 물어봤다.

“형님, 요즘 뭐 드셨어요? 몸이 전보다 많이 좋아지신 것 같습니다.”

“응 열심히 전기자전거 탄 것밖에 없는데 다들 뭘 먹고 좋아졌냐고 물어보네? 요즘은 전기를 켜지 않고도 타는데 평지에서는 전보다 훨씬 자연스럽게 페달링이 되더라고. 모두 전기자전거 덕분이야. 첫 전기자전거를 잘 선택해서 열심히 타서 이렇게 된 거야.”

점검 오실 때마다 이렇게 즐거운 운동기구를 소개해줘서 고맙다고 전기자전거로 얻는 건강과 즐거움에 비하면 너무 작은 보답이라며 직원들에게 커피값을 꼭 챙겨 주고 가시는 형님을 보면 전기자전거를 열심히 알린 보람을 느낀다.

그냥 오래 살기보다는 건강하게 오래 살기가 더 중요하다. 전기자전거는 운송수단으로 개발되었지만 가장 좋은 운동기구가 될 수 있다.

두번째 에피스드 8학년의 나이에 전기자전거에 도전한 동네형님
전기자전거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
전기자전거 라이딩중인 고학년 형님팀
여름

 

에피소드 ❸

5년간 8만km 달린 9학년 라이더

8학년 중반에 전기자전거에 입문해서 이제 9학년에 입성한 염석규 형님이다. 전기자전거를 탄 지 5년 동안 운행한 거리가 지구 2바퀴에 해당하는 8만km나 된다.

중간에 2만km에서 계기판이 고장 나는 바람에 교환해서 지금 계기판에는 6만km가 찍혀 있지만 총주행거리는 8만km이다. 하루 평균 100km 가까이 자전거 타는 즐거움으로 살고 있다. 필자가 아는 9학년 형님 중에는 전기자전거로 지구 두 바퀴 이상을 달린 유일한 라이더이다. 내년에 전기자전거 입문 6년 차에 10만km를 최초로 돌파하는 9학년 초장거리 라이더로 등록될 것이다.

인생의 황혼기인 8학년부터 전기자전거를 알게 된 것이 너무 아쉽다고 한다. 좀 더 빨리 알았더라면 더 많은 즐거움을 누릴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애석해했다.

얼마 전 9학년에 건강하게 입성한 기념으로 자신에게 선물하고 싶다고 새 모터로 갈았다. 8만km를 쉼 없이 달려온 모터는 내구성 평가용으로 기증되었다. 8만km를 전기자전거로 누비면서 그동안의 경험으로 생긴 무용담과 전기자전거의 유용성을 많은 라이더에게 전파하고 있다.

“내가 이 나이에 전기자전거 없다면 뭐 하고 있겠어? 맨날 누워서 리모컨 쥐고 있거나 노인정 가서 장기나 두고 있겠지? 아니면 친구들처럼 뚜껑 덮었을 거야…. 근데 지금 나는 이렇게 아픈 곳 없이 즐겁게 전기자전거 타면서 건강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잖아!”

웬만큼 자전거 타본 라이더들도 너무나 건강한 9학년 형님의 6만km가 찍힌 계기판을 보면 입을 다물지 못한다. 필자 주변의 9학년 형님들은 아무리 이야기해도 실제 나이를 믿어주지 않아서 주민등록증을 꼭 챙겨 다닌다.

전기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이유

전기자전거를 탈지 말지 선택은 본인이 하는 것이다. 소를 물가까지는 끌고 갈 수 있지만 정작 물은 소가 먹어야지 끌고 간 목동이 아무리 노력해도 소용이 없다.

필자 주변에는 전기자전거로 입문한 라이더들이 유난히 많다. 전기자전거라는 새로운 즐거움을 경험하고 이런 즐거움을 알려준 필자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사람들도 많다. 다만 도가 지나쳐 전기자전거를 수없이 지르는(?) 바람에 아내에게는 스트레스와 미운털이 박힌 친구도 있지만, 정작 본인에게 전기자전거는 더없이 즐거운 생활의 활력소다.

필자는 전기자전거를 타야만 하는 100가지가 넘은 이유를 쉼 없이 적을 수 있다. 평소에도 필자는 전기자전거로 출퇴근하는데, 건강과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탈출구인 동시에 제품개발과 테스트는 물론 현장에서 소비자를 직접 만날 수 있는 효율적인 시간이다.

좋아하는 일이 직업이고 일 자체가 즐거움이고 건강과 힐링까지 겸할 수 있는 이 즐거움을 혼자가 아닌 여러 사람들에게 함께 나눌 수 있어 최고의 직업을 가진 행복한 사람이라고 스스로 자부한다.

오늘은 어떤 코스로 출퇴근할지 혼자만의 계획을 세울 수 있고 서둘러 여유 있게 출발해서 즐기는 출퇴근길 자체가 힐링이다. 차가 막혀 초조해하지 않아도 되고 계절마다 변화하는 꽃과 풀과 나무들이 보여주고 들려주고 느끼게 해주는 계절의 향기에 반한다. 일찍 출발해서 경치를 즐길 수 있는 여유로운 라이딩 중에 손 흔드는 나뭇잎과 꽃들을 보면서 바람의 속삭임도 들을 수 있다.

전기자전거를 타면서 얻을 수 있는 이 행복한 즐거움이 10학년까지도 가능하다고 생각해보면 왠지 나만 누리는 특혜가 너무 큰 것 같아 세상에 널리 알리고 싶은 충동이 솟구친다. 이번 달도 마감일까지 턱걸이하면서 열심히 원고를 적고 있다. 힘들게 원고를 넘기고 난 다음 날부터 또 즐거운 고민에 빠진다. 다음에는 무슨 내용을 쓸까?

이제 9학년이지만 지구 2바퀴를 달려온 염석규 님
염석규 님 자전거의 계기판. 먼저 2만km에서 교환해서 실제는 8만km이다
가을에 자전거를 타면서 이게 눈에 보였다
겨울

 

 

● ‘예스맨의 이바이크 스토리’에 이어 ‘이바이크 에세이’까지 그동안 40편이 연재되었다. 단행본 한 권 분량이 넘는 긴 글을 읽어주신 독자들에게 감사드린다. 네이버 자동차 섹션 메인에 소개되어 하루만에 4만 뷰가 넘어가는 글도 있었다. 많은 사람이 전기자전거에 관심이 있다는 것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써온 40편을 잘 정리해서 책으로 출간할 계획이다. 이번 달에는 어떤 이야기를 써야 할지 한 달 원고를 마감하고 다음 날부터 고민에 들어간다. 그런데 뭘 쓸지는 결국 다음 달 마감 직전에나 가능하다. 매달 고민은 하지만 결국 원고는 완성되고 많은 사람에게 전기자전거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전기자전거를 선택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해 왔다고 자부한다. 나 혼자 누리기보다는 더 많은 사람들과 같이 누리기 위해서 더 많이 알려야 한다는 사명감에 4년간 내리 달려왔다. 앞으로도 꾸준히 이 길을 갈 것이다. 어쩌면 9학년 형님들처럼 될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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