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클링 훈련의 이해 (기본기 제2편)

사이클링 훈련의 이해 (기본기 제2편)
짧은 시간으로 최대의 효과 무산소대역의 고강도 훈련법

무산소운동은 시간대비 운동효과가 높아 적은 훈련시간으로도 높은 운동효과를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무산소대역의 운동은 그만큼 고통이 수반되는 과정이어서 어떤 라이딩이든 즐거운 마음으로 받아들일 정신적 자세와 기본기가 필요하다. 평롤러나 도로에서 시도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무산소대역 훈련법은 전력을 다하는 질주와 휴식을 반복하는 인터벌 훈련이다  

 

벌써 새로운 한해가 시작되었다. 2020년 경자년을 맞이하는 독자들의 올해 각오는 어떤지 궁금하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좀 더 건강해졌으면 하는 바램과 사업적으로는 자전거 경기가 다시 살아났으면 하는 소망을 갖고 있다. 
라이딩 측면에서는 작년보다 더 많이 다양한 라이딩을 즐기고 싶다. 한때는 훈련이라는 목표에 매진하여 기량향상에만 초점을 두다보니 개인적으로 스트레스가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포디엄에 올라야 한다는 중압감은 일반 생활에도 지장을 주었다. 사이클링연구소를 만든 취지는 자연스럽게 자전거 실력을 키움과 동시에 행복한 라이딩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스트레스 받으면서까지 자전거를 탄다는 것은 매우 고통스러운 과정이 되기 때문이다.

전문선수가 부하테스트를 받는 모습. 개인 최대치가 얼마인지 확인하기 위한 테스트로 이 자료를 근거로 장단점을 파악해 향후 훈련방향을 결정한다

 

언덕을 만나면 즐거워야(!) 한다
 사실 잘 살펴보면 하루에 몇 백km씩 조그마한 안장에 앉아서 라이딩을 한다는 것은 일반인이 보기에 자학적으로 비쳐질 수 있다. 라이딩 그 자체가 즐겁고 재미있어야 고통을 느끼기보다는 희열과 쾌감을 더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저 높고 가파르며 긴 언덕을 오르려면 우선 언덕경사면을 보는 순간 즐거운 마음이 들어야 한다. 보는 순간 고개를 떨구고 입에서 한숨이 절로 나온다면 이미 게임은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
즉, 자전거 운동은 정신적인 부분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빠르게 오를 압박감이 없고 저 언덕을 넘으면 시원하게 펼쳐질 내리막이 있으며, 맛있는 먹거리의 맛집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라이딩의 즐거움은 배가될 것이다. 그래서 정신적 탈진이 된(일명 슬럼프) 엘리트 선수들은 회복기에 혼자 즐거움이 느껴질 때까지 휴식과 같은 라이딩을 유유히 즐기기도 한다. 체력의 회복도 중요하지만 정신적 회복을 더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체력적, 정신적 고갈을 가져오는 것은 대부분 자신의 능력보다 과도한 일을 수행했을 때 일어난다. 우리가 주말도 없이 일을 하는 직장인이라면 이미 과로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자신이 감당하기 버거운 업무가 주어져도 그 스트레스는 이만 저만이 아닐 것이다.
운동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충분히 해낼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운동하는 것은 기량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고, 주기적으로 휴식을 병행하면서 고강도의 훈련이나 시합을 경험하게 되면 한단계씩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본지 19년 11월호에 소개한 트레이닝의 원리 중 ‘과부하의 원리’와 ‘점진성의 원리’가 이에 해당한다. 높고 낮음과 더 높은 단계의 자극의 반복이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인 훈련방법이다.
오늘 소개할 내용이 바로 높은 단계의 자극에 해당된다. 지나호(12월)에서 제시한 젖산역치 자극 훈련이 가장 유용하고 체력 유지에도 강력한 효과를 본다면, 이번에는 그 한계를 뛰어 넘는 무산소 대역의 고강도 훈련을 알아본다. 즉, 자신의 한계점을 한 차원 높여줄 수 있는 극한대역이므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사이클리스트에게 언덕이란 절대 가치의 숙제와도 같지만 즐겁게 마주할 수 있어야 한다

 

무산소운동이란?
우선 무산소운동의 반대개념이 유산소운동이다. 유산소와 무산소라는 말은 아마도 자전거 운동을 즐기는 독자들에게는 익숙할 것이다. 자전거는 대표적인 유산소운동 중 하나라고 각종 의학, 건강 관련 매체에서 소개하고 있다. 틀린 말은 아니다. 자전거를 천천히 오래 타면 유산소 지구력운동이 되고, 좀 더 빨리 또는 힘들게 오래 타면 젖산역치에 가까운 대역의 고강도 유산소운동이 된다. 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모두 유산소 대역의 훈련이다.
그럼 무산소 대역의 라이딩은 어떻게 탄다는 것일까? 유산소운동의 반대로 더 강력하고 자극적으로 탄다고 생각하면 된다.
자전거 타기가 아닌 일반 다른 운동을 놓고 설명해보겠다. 헬스클럽에서 역기를 들어 올리고 내리는 것을 일반적으로 무산소운동이라고 표현하는데 여기에는 오류가 있다. 가벼운 무게로 100회를 들었다 내렸다 반복한다면 이것은 유산소운동이라 할 수 있다. 반대로 상당한 무게로 10회 내외로 아주 힘겹게 했다면 이는 무산소운동일 가능성이 높다. 트레이너가 옆에서 구호를 외치며 쉴 틈 없이 빠르게 ‘하나, 둘, 셋…’ 이렇게 할 때마다 겨우겨우 들게 되면 무산소운동이라고 봐도 된다.
더 직접적인 비교는 육상경기에 있다. 100m 단거리 시합은 대표적인 무산소운동이다. 100m 육상선수들은 우람한 근육질로 무장하고 있다. 반면 10km 이상 또는 42.195km를 달리는 장거리 육상선수들은 매우 마른 체형이다.
자전거도 마찬가지다. 장시간 라이딩을 하는 것은 대부분 유산소대역이 되고 경륜경기와 같이 1km 내외의 짧은 거리를 초스피드로 달리는 과정은 무산소대역에 해당된다.
장거리 사이클대회에서도 무산소대역은 얼마든지 연출된다. 구간 포인트라인을 통과할 때나 KOM(King Of Mountain)을 향한 경쟁순간에도 무산소대역을 오간다. 물론 최종 결승선을 빠르게 내달리는 선수들은 무산소대역을 넘어선다.
본지 19년 9월호 기사에서 다음과 같은 표를 제시한 바가 있다.

 

무산소운동이 유산소운동보다 장점이 더욱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에 표시하지는 않았지만 시간대비 운동효과가 높기 때문에 훈련양이 부족한 사람에게 잘 적용하면 적은 훈련시간으로도 높은 운동효과를 얻을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또한 본지 19년 10월호 기사에서 아래와 같은 도식화를 설명했는데 무산소대역의 운동은 Force, Power, Speed 영역에 해당된다. 그만큼 고통이 수반되는 과정이 된다.
필자가 서두에서 자전거운동은 스트레스 없이 즐겁게 받아들이는 정신적인 부분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런 힘든 과정을 소화해 내려면 여러 가지 면에서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준비가 안 된 사람에게 무산소대역의 운동을 강행하게 되면 결과는 예측하기 쉽다. 바로 부상과 번아웃(Burn Out)으로 다시는 자전거를 타고 싶지 않게 될 것이다.
과거 엘리트 선수들이 중도에 이탈하고 선수생활을 포기하는 이유 중 하나는 경기성적에 급급한 나머지 단기간에 급격하게 체력을 올리려는 무산소대역의 훈련을 강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았다. 다행히 최근에는 지도자분들이 과학적인 훈련방법을 다수 채택하고 선수들의 부상을 최소화하며 즐거운 마음으로 선수생활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적용하고 있다고 한다.

 

 

무산소대역 운동법
그럼 무산소대역의 운동은 어떻게 하면 좋을까? 저강도 지구력, 중강도 지구력, 고강도 지구력(젖산역치훈련)을 오랜 시간 차곡차곡 체력으로 쌓아 올린 이에게 적용해야 한다. 충분한 준비운동과 그날의 컨디션(감기, 피로, 음주 등)을 감안하여 시간과 횟수를 조절해야 한다.
인지강도로 표현할 때 무산소대역은 정상호흡이 거의 불가하거나 매우 거친 호흡이고 온몸의 근육을 쥐어짜듯 전신근력을 사용한다는 느낌이며, 20초 이상 유지하기 힘들 정도가 된다.
심박수영역은 Zone5 영역으로 거의 최대심박에 육박하거나 넘어서는데 심박수는 지연현상이 있어 실제 무산소운동에서는 10초 이상 지나야 나타므로 짧은 순간에는 부정확한 숫자표현이 된다. 파워미터는 실시간으로 파워값을 나타내기 때문에 가장 정확한 표현값을 얻을 수 있다. Z6, Z7의 극한값을 갖게 된다.
무산소대역의 운동은 세포에 저장된 APT라는 화학물질을 이용하여 근육을 작동한다. 개인차에 따라 다르지만 거의 1분이면 이 APT는 바닥난다. 그 이상의 근육 작동을 위해서는 근육과 간에 저장된 글리코겐을 끌어다 쓰는데 이 과정에서 젖산이라는 노폐물이 생겨 근육이 뻣뻣해지고 타는 듯한 느낌으로 더 이상 페달을 돌리기 힘든 순간이 된다(즉, 젖산이 축적되기 직전 상태에서 훈련하고 축적되는 시점을 늦추는 것이 바로 젖산역치 훈련이다).
이러한 극한의 폭발적인 힘을 내기 위한 훈련 방법으로 대표적인 것이 바로 ‘인터벌’ 훈련이다. 인터벌 훈련이라고 하면 무산소의 최대능력을 반복하는 훈련으로 알고 있지만 인터벌(Interval)이라는 영어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시간차, 횟수차 간격을 두고 수행되는 훈련의 한 종류일 뿐이다. 무산소대역을 반복하면 무산소인터벌이 되고 젖산역치대역을 반복하게 되면 젖산역치인터벌이 된다.
여기서 간격은 바로 휴식(회복)을 뜻한다. 고강도 무산소운동의 진짜 의미는 에너지를 폭발적으로 쥐어짜내듯 쏟아내고 바로 휴식을 통해 소모된 에너지(APT)를 재충전하기를 반복하는 과정이 된다.
아래 도표는 가장 안전하다고 평가되는 무산소대역 인터벌 훈련 스케줄 중 일부다. 평롤러에 익숙하지 않다면 고정롤러에서 연습하면 된다. 
워밍업(준비운동) 시간이 충분하고 모두 3회의 고강도 무산소영역의 횟수가 주어지며 나머지는 전부 휴식시간이다.
물론 처음부터 이 훈련을 그냥 따라 하지는 말고 2회짜리로 먼저 해보고 할 만하다고 생각되면 이후부터 늘려가는 방법을 쓰면 된다. 안전하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고강도 시간이 1분 이상 넘어가는 것은 사실상 무산소대역이 아니다. 거의 젖산역치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 몸의 APT라는 에너지는 통상 1분을 넘기기 힘들고 1분을 넘기면 무산소대역에서 유산소대역으로 전환하기 위해 다른 에너지 시스템을 가동하게 된다.
물론 뛰어난 선수들은 1분을 넘기지만 일반인들에게는 너무 가혹한 시간이다. 그 1분이라는 시간이 사실 세상에서 가장 긴 시간이 될 수 있다. 그만큼 강도가 높다는 반증이다.

 

 

고강도와 휴식을 반복하는 인터벌 훈련이 무산소대역 운동법으로 효과적이다

 

도로에서의  무산소대역 훈련법  
이번에는 일반도로에서의 무산소대역 훈련법을 간단하게 설명해보겠다. 자전거도로나 차량소통이 많은 도심에서는 시도하지 말고 차량통행이 적은 공도나 신호가 적고 곧게 뻗은 직선로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위 도표와 같이 충분한 준비단계를 거치고 전봇대나 가로등을 기준으로 스스로 시작점과 종료지점을 정한 후, 시작되면 안장에서 일어나 댄싱으로 강력한 스윙을 하며 돌진한다. 목표한 종료지점까지 안장에 앉지 않는 방법이 있고 시작할 때만 댄싱으로 탄력을 올리고 잠시 후 안장에 앉아서 최대한 힘껏 몰아붙이는 방법이 있다.  거리가 짧을수록 앞의 방법을 쓰면 되고 좀 더 긴 구간이라면 후자의 방법으로 하면 된다. 
물론 드롭바의 하단부를 잡고 에어로 자세를 취하며 온몸의 근육을 쥐어짜내는 듯한 느낌으로 달려야 한다. 목표지점에 도달하면 이후에는 충분한 휴식을 갖는 것이 좋다. 
또는 적당한 경사도(3~4%)의 언덕에서 연습하는 방법이 있다. 언덕의 길이가 짧으면 짧은대로 길면 긴대로 연습할 수 있는데 짧은 구간은 그대로 몰아치며 오르면 되고, 긴 언덕이라면 일정구간을 고강도로 돌진하고 쉬어가기를 반복하면 된다.

극한으로 몰아가고 휴식을 취하는 과정의 반복을 통해 신체는 더욱 강해진다

 

기본기 잘 갖춘 다음에 시도해야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이러한 극한의 고강도 훈련은 기초가 아주 잘되어 있지 않으면 애초에 시도하지 말아야 한다. 올바른 자세, 피팅, 기본기가 탄탄한 체력, 오랜 운동 경험 등이 뒷받침되어야 하며, 처음 시도할 때는 옆에서 전문가가 살펴봐줘야 한다. 순간적으로 빠르게 몸을 쓰게 되면 자세가 흐트러지기 쉽고 나도 모르는 잘못된 습관이 나오기도 하는데 바로 잡아주지 않으면 부상의 위험이 늘 따라다니게 된다.
이상으로 사이클링 훈련의 기본기를 모두 살펴보았다. 인지강도에 의한 훈련의 기본기를 잘 마스터하면 이후 심박수와 파워미터 훈련을 적극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초석을 마련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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