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현지를 달리다

생애 최고의 경험
이탈리아 현지를 달리다
2019 이탈리아 캄파놀로 로마 그란폰도 참가기

 

글·사진 이진형(대진인터내셔널 마케팅 대리)

사이클링이 지닌 참다운 즐거움에 보다 많은 사람들이 행복한 마음으로 다가설 수 있도록 ‘The Great Beauty of the Bike(자전거의 위대한 아름다움)’라는 슬로건 아래 전세계에서 열정 넘치는 사이클리스트들이 모인 2019 이탈리아 캄파놀로 로마 그란폰도에 참가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음에도 여운이 많이 남는 대회여서 독자 여러분과 경험을 공유하고자 한다

콜로세움 앞에서 필자의 자전거인 비앙키 올트레 XR4와 한 컷 찍어 보았다

 

누군가 나에게 최고의 경험 중 한 가지를 꼽아보라고 한다면 주저 없이 이탈리아 캄파놀로 로마 그란폰드(이하 로마 그란폰도)에 참가해 로마를 자전거로 달린 추억을 말할 것이다. 로마 그란폰도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탈리아 정통 브랜드인 캄파놀로에서 매년 진행하는 행사로 현지 참가자들과 전 세계 정식딜러 그리고 이벤트 형태로 딜러들이 모집한 일반참가자들이 모이게 된다. 대회는 단 하루에 불과하지만 이탈리아 수도인 로마에서 콜로세움 원형경기장을 기점으로 출발해 역사를 지닌 유적지들을 돌아볼 수 있고, 나머지 일정은 대진인터내셔널이 독자적으로 기획한 투어 프로그램에 따라 관광까지 즐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캄파놀로를 잠시 소개하자면, 현재도 깊은 역사와 전통을 바탕으로 사이클링 세계에서 전설을 써내려가고 있을 뿐만 아니라, 프로선수와 동호인들에게 가장 사랑 받는 각종 컴포넌트를 생산하는 정통 이탈리아 브랜드다. 대표적인 제품으로는 슈퍼레코드 구동계와 보라 울트라 휠세트를 들 수 있는데 사용되는 재료, 설계, 디자인 등 이탈리아 장인의 손끝에서 태어난 제품은 전 세계적인 인기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캄파놀로 로마 그란폰도에 참가하려면?
로마 그란폰도는 캄파놀로의 국내 독점수입사인 대진인터내셔널에서 다년간 진행해온 캄파놀로 소비자들만을 위한 파격적인 이벤트다. 여정에 필요한 개인의 자전거와 기념품 구매비용을 제외한 항공료, 숙박료, 식대 그리고 일부 개인경비까지 모두 수입사측에서 지원해준다. 이탈리아 투어가 포함된 패키지 이벤트로 대한민국 자전거 라이더이자 소비자라면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행운의 이벤트라고 자부한다.
이번 로마 그란폰도는 슈퍼레코드 12단 구동계의 세계 최초 출시를 기념해 구동계(슈퍼레코드, 레코드)를 구입한 소비자들 중에서 공정한 추첨을 통해 2명을 선발하고, 또 다른 한명은 대진인터내셔널이 협찬하는 동호인 팀인 팀비앙키, 오베페이스, 수티스미스 3팀 중 가장 홍보 활동이 활발한 인플루언서 1명을 포함해 총 3명의 일반인과 대진인터내셔널의 거래처 중 그란폰도의 참여를 희망한 샵 오너 4명까지 총 7명이 최종적으로 함께했다.

 


직접 달려본 로마 그란폰도
2019년 10월에 열린 로마 그란폰도의 코스는 총 길이 120㎞(획득고도 2000m)로 사실 난이도가 그리 높은 편은 아니나 직접 달려본 경험을 떠올려 보면 세계 각지에서 참가한 상급 동호인들의 비중이 높기 때문에 주행속도는 높은 편이다. 하지만 그란폰도는 비경쟁 대회이므로 본인의 페이스에 맞춰 로마의 유적지만이 지닌 감성과,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이탈리아의 풍경에 취해 달려도 충분히 시간 내 완주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번 행사에 VIP로 초대된 일행에게는 굉장히 큰 특권이 주어졌다. 먼저 그란폰도 전날 배번 수령지에서 열리는 샴페인 파티와 VIP 저녁 식사자리에 초대되어 유명 선수들과 얘기를 나누고 사진도 찍을 수 있는 기회를 얻었고 캄파놀로 회장님과도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또 다른 특전으로는 그란폰도 출발선 가장 앞에서 출발하는 영예를 얻었다. 일반 참가자들은 바리게이트 뒤쪽에서 대기하다가 출발 직전 열어주므로 뒤쪽에서만 출발이 가능하다. 반면 VIP들은 특별 게스트들과 함께 출발할 수 있고 실력만 된다면 한 그룹이 되어 달릴 수 있다.
마지막 특전은 정말 특별했는데, 스페셜 게스트로 ‘사자왕’ 마리오 치폴리니와 세계 3대 그랜드 투어에서 13번의 스테이지 우승을 차지한 이탈리아 사이클리스트 다니엘레 베나티와 함께 선두에 선 사실이다. 자전거를 사랑하는 동호인으로서 굉장히 영광스럽고 가슴 벅찬 기회로 이런 자리를 얻게 해준 캄파놀로 본사와 대진인터내셔널에게 한 번 더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물론 마리오 치폴리니는 시작하자마자 스프린트를 치며 달려나가 오직 그의 엉덩이만 볼 수 있었다.


파리~루베 코스에서나 볼 수 있었던 로마 시내의 코블스톤(돌로 포장된 오래된 도로)도 달려보았다. 시속 40㎞ 정도의 속도로 진입하는 순간 자전거에 전해지는 충격이 생각보다 훨씬 컸다. 직접 달려보니 신기하다는 생각과 함께 더 빠른 속도로 장시간 코블스톤을 달려야 하는 프로선수들이 더욱 대단하게 느껴졌다. 머리속에는 마치 내가 중세시대에 마차를 타고 로마 시내를 통과하는 나그네가 된 듯한 즐거운 상상이 들었다.

코스 중간 중간 보급소가 있는데 보급의 차원이 달랐다. 고급레스토랑에서나 나올법한 디저트와 과일들이 즐비하게 부스에 깔려있었다. 개인적으로 백두대간 그란폰도의 꽈배기와 사과도 맛있었지만 캄파놀로 그란폰도의 보급은 정말이지 ‘꿀맛’이라 표현하고 싶다. 젠틀한 사이클리스트들만 모였는지 보급도 원활하고 질서 있게 이루어져 모든 점이 만족스러웠다. 

 

불행스럽게도 코스 중에 있는 한 마을에서 도로통제가 불가피한 상황이 생겨 코스를 반으로 축소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란폰도 주최측은 안전을 최우선시 하는 마음으로 코스를 축소시켰기에 참가자들도 그 뜻에 따르며 큰 불만 없이 즐겁게 로마를 달렸다. 같이 달리면서 본 라이더들은 하나같이 행복한 표정을 가득 머금고 있었다. 우리 일행은 그란폰도가 시작되기 4일 전부터 이탈리아 여행을 많이 다녀 여독에 힘들어 하던 상황이어서 오히려 축소된 코스를 더 상쾌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즐길 수 있었다.
한국에서 온 스페셜 게스트는 캄파놀로 본사로 초대를 받았다. 이탈리아 본사 공장에 견학하며 직접 두 눈으로 캄파놀로 구동계와 휠세트 제작 공정을 볼 수 있었다. 동호인 시절 캄파놀로 제품은 여타 브랜드보다 가격대가 높아서 쉽게 접할 수 없는 브랜드라 생각했는데 공장을 견학한 이후 왜 그런지 이해가 되었으며 제품에 대한 더욱 큰 신뢰가 생겼다. 재료 선정에서부터 테스트, 내구성 검사를 수차례에 걸쳐 진행하고 현장에서 일하는 모든 직원들이 사이클에 대한 철학이 남다르다는 걸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로마 그란폰도뿐만 아니라 대진인터내셔널에서는 참가자들을 위해 입과 눈, 귀가 즐거운 이탈리아 로마, 베니스, 피렌체, 바티칸 투어를 준비했다. 사실 입사 전 투어가이드의 꿈을 꿨던 필자도 처음 가보는 이탈리아여서 모든 것이 낯설고 신기했지만 미리 책과 유튜브를 통해 공부한 덕에 참가자들에게 썩 괜찮은 투어가이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었다. 한 번쯤 해보고 싶었던 투어가이드 역할도 하면서 좋은 사람들과 여행하며 그란폰도까지 참가해 많은 추억을 만들고 온 이번 여행은 평생 잊을 수 없는 순간들로 남아있다

 

참가자 후기
설렘으로 가득했던 이탈리아 여행과 로마 그란폰도
봉은지 씨

 

“인천공항에 집결해 이탈리아 로마로 떠나는 당일, 얼마나 많은 기대감에 부풀어서 공항에 도착했는지 모른다. 본인의 키만한 자전거 캐리어를 끌고 공항을 가는데 사람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으나 이런 관심 마저도 들뜬 마음에 너무나도 행복했다.
간단히 단체사진을 찍고 바로 이탈리아로 떠났다. 대진인터내셔널의 배려로 도착과 함께 유명하다는 스테이크 전문점을 방문해 티본 스테이크와 와인을 마시며 장거리 비행의 여독을 풀었다.
로마 그란폰도 대회는 여행 마지막 날인 6일차에 잡혀 있어 그전에는 캄파놀로 본사, 로마, 베니스 등을 방문하는 관광 일정과 본사 직원들과의 만찬 등 다채로운 이벤트로 구성되었다. 2일차는 베니스에서 머무는 일정이었는데 도중에 캄파놀로 본사를 방문했다. 기차역에 도착하자마자 직원들이 반갑게 맞아주었으며 차량을 이용해 본사로 향했다. 친절한 안내를 받으며 캄파놀로의 역사를 알 수 있는 기념관을 보고 제품이 제작되는 공장도 견학할 수 있었다. 아쉽게도 내부는 사진촬영이 불가해 눈으로만 봐야 했다. 견학이 끝나고 캄파놀로 회장님을 직접 뵐 수 있었다.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분이라 들었는데 운이 좋았나보다. 회장님 역시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었고 기념촬영도 흔쾌히 수락해 주셨다.
베니스는 정말이지 너무나도 아름다운 도시였다. 스페인광장에서 함께 재즈 음악을 들으며 마셨던 맥주는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피렌체에서는 두오모 성당, 미켈란젤로 광장을 보고 로마로 복귀하여 그란폰도 배번을 수령하기 위한 준비를 마치고 하루를 마감했다.  5일차, 드디어 캄파놀로 대회 배번표를 받고 사전행사를 즐기는 날이다. 떨리는 마음으로 배번표를 받으러 사전행사지로 향했다. 현장에는 화려한 행사부스들이 줄을 잇고 디제이 부스까지 준비되어 자전거대회보다는 축제에 가까웠다. 행사의 규모가 우리나라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거대했다. 유명선수들도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았는데, 정말 기쁘게도 치폴리니를 실물로 보고 사진도 찍었다.
이날 캄파놀로 부스에서는 다양한 기념품을 구입하고 다음날 대회에서 입을 저지와 빕을 받았다. 원래는 모두 직접 구매해야 하지만 대진인터내셔널에서 모두 후원해줘 부담이 없었다. 번호표를 수령 받고 간단하게 로마관광 시간이 주어졌다. 저녁에는 캄파놀로 본사 직원들과 만찬을 즐겼다. 맛집이라는 레스토랑에서 분위기 있게 내일 대회를 위한 축배를 들며 하루를 마무리 했다.
정말 기대하던 대회 당일, 새벽부터 일어나 준비하기 바빴다. 콜로세움에서 사진을 찍고 VIP 출발을 위해 새벽 5시에 집결했다. 도착하고 보니 수많은 참가자들이 이미 나와 있었다. 정말 이날 잊지 못할 추억은 치폴리니와 유명선수들이 서있는 VIP 라인에 초청을 받아 함께 출발한 사실이다. 출발 총소리가 울리고 로마 특유의 코블스톤의 진동을 느끼면서 도심을 도는데 어찌나 불안하던지 아직도 식은땀이 난다. 어느 순간 우리 일행은 서로 흩어졌다. 사람이 많고 대회 규모도 커 일행과 함께 달리기는 무리가 있었다. 달리던 도중 오르막길에서 낙차를 했지만 다행히 크게 다치지 않고 코스를 완주했다. 안전상의 이유로 다소 짧아진 코스로 인해 아쉬움이 남지만 좋은 경험이었기에 완주 메달을 걸고 외국 라이더들과 같이 기념사진을 찍었다.
이번 대회에서 정말 좋았던 점은 보급소를 꼽을 수 있다. 보급소의 스케일과 준비된 음식을 보고 자전거를 타러 온 것보다 먹으러 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제일 감동이었던 부분은 다리 한쪽이 없는 라이더와 함께 달리는데 그 누구도 그 사람이 불편해할 행동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완주한 외발의 라이더도 정말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무런 편견 없이 모두가 함께하는 게 당연하다는 마인드를 지닌 사람들을 보며 진정한 스포츠정신을 보았다.
화려하고 뿌듯한 일정을 마치고 우리들끼리 마지막 저녁식사 시간을 가졌다. 메뉴는 역시 기억에 남는 티본스테이크. 모든 음식부터 숙소, 물 한잔까지도 대진인터내셔널에서 지원해줘 전혀 불편 없이 5박7일 일정을 마치고 무사히 귀국했다. 이번 기회에 인생에서 정말 값진 경험을 할 수 있었고,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걸 책임져주고 이끌어준 대진인터내셔널과 관계자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보다 많은 라이더들이 이런 기회를 즐겼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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