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자전거공업 시로쿠모 사이클

100% 수작업의 크롬몰리 프레임 공방
백운자전거공업 시로쿠모 사이클

일일이 파이프를 직접 자르고 가공해서 고객이 원하는 스타일로 고객의 몸에 꼭 맞는, 세계에서 단 한 대뿐인 크롬몰리 프레임을 만드는 곳이 백운자전거공업이다. 동양 유일의 프레임 빌딩 교육기관인 도쿄사이클디자인전문학교(TCD)를 수료한 김영완 대표는 국내에는 극히 희귀한 공방 체제를 유지하며 장인정신이 녹아든 특별한 자전거를 주문생산하고 있다

작은 간판부터 빈티지풍이 물씬한 백운자전거공업 김영완 대표

 

마침 날씨가 좋고 특별한 자전거 장인을 만나러 가는 길이라 먼 길임에도 일부러 자전거를 타고 나섰다. 웬 주택가 골목길에, 그것도 국내에는 극히 드문 주문생산형 자전거공방을 두었을까 궁금해 하며 백운자전거공업을 찾았더니 중랑천 자전거길 바로 옆이어서 찾기도 라이딩도 편했다. 
백운자전거공업이라… 이름은 ‘고색창연’한데 공방의 주인장과 내용은 최첨단이다. 김영완(37) 대표는 수줍음 많은 청년이고 공방의 외관은 마치 고급 패션샵처럼 세련되고 깔끔하게 꾸며져 있다. 자전거샵이라면 반드시 문앞에 있는 공기 펌프나 중고자전거 등은 일체 없고 예쁘게 디자인된 목제 거치대와 쇼윈도에 전시된, 클래식 감성이 물씬한 우아한 크롬몰리 자전거만이 이곳이 자전거 가게임을 말해줄 뿐이다. 동네 손님들이 오히려 “여기 자전거 수리도 해주나요?”하고 물어온단다. 이렇게 찾아오는 정비요청 외에 김 대표가 모든 시간과 열정을 기울이는 것은 프레임 빌딩이다. 

크롬몰리 프레임의 매력 
자전거를 취미로 시작했다가 깊이 빠져 2016년에 도쿄사이클디자인전문학교(TCD) 제2기로 3년 과정인 크리에이션 코스를 마쳤다. 이후 알톤스포츠 개발팀에서 근무하다 작년 가을 퇴사하고 필생의 꿈이던 공방을 열었다. 
TCD에 입학한 데서도 알 수 있듯이 그는 언젠가는 자신만의 공방을 열어 그동안 쌓아온 열정과 기술을 쏟아 넣은 자전거를 만들고 싶었다. TCD 졸업작품은 어린이용 자전거를 탑튜브 앞에 결착할 수 있는 독특한 디자인으로 호평을 받았다. 그가 작업하는 자전거는 오직 크롬몰리 소재가 기본이다.              
동호인으로 있을 때 픽시를 타면서 크롬몰리 프레임에 흠뻑 빠졌다는 그는 “특유의 낭창낭창한 승차감과 힘전달력, 질리지 않는 분위기가 크롬몰리만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혼자서 일하는 공방의 내부는 작업대와 각종 공구를 갖춘 작업실, 손님들을 맞는 접대 공간으로 구분되어 있다. 단 한곳 흐트러짐 없이 마치 카페처럼 꾸민 실내에서 이미 타협하지 않는 장인정신이 묻어난다.  
“프레임 빌딩은 고객과의 교감이 매우 중요합니다. 고객이 원하는 스타일과 디자인, 구동계 부품까지 하나하나 서로 소통하고 적용해야 하니까요.”    
김 대표는 손님접대 공간을 아기자기하고 아늑하게 꾸민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전시된 자전거들은 졸업작품 외에 그동안 직접 제작한 것으로 판매용은 아니다. 아무리 가격을 높게 준다고 해도 팔 생각이 없다는 말에서 마이스터의 프라이드와 결기가 느껴진다. 

 

 

주문 후 2개월 소요 
파이프는 세계적인 지명도를 가진 영국 콜럼버스 제품을 사용하고 구동계와 나머지 부품은 주요 브랜드 제품을 이용한다. 
제작과정은 이렇다. 먼저 손님이 원하는 프레임 형태와 구동계, 부품 구성 등을 파악한다. 대개는 원하는 스타일의 사진을 가져오며, 그 다음은 손님의 신체 치수를 정밀하게 계측해 지오메트리를 확정하고 설계에 들어간다. 특히 중점을 두는 부분은 트레일(포크의 가상 연결선과 앞바퀴 중심선 간의 거리)이다. 트레일 설정에 따라 직진성과 안정감 등 주행특성이 달라져 손님과의 소통이 특히 중요하다. 
프레임은 파이프 등급에 따라 대당 제작비가 150~200만원 정도이며, 2개월 가량 소요된다. 일일이 수작업으로 절단과 용접, 다듬기, 부품의 수급과 조립 등을 해내야 하기 때문에 장시간이 걸린다. 현재 첫 주문자의 프레임을 제작중이다. 모든 작업을 혼자서 다하고 시간도 많이 걸리는데 사업적으로 힘들지 않느냐고 물으니 미묘한 웃음을 짓는다. 
“주문이 많아지면 동시에 같은 과정을 할 수 있어 효율을 높일 수는 있어요. 크롬몰리 프레임을 좋아하는 분들이 적지 않아서 조금은 입소문을 타고 있습니다.”     
그는 홈페이지, 인스타그램, 블로그 외에 네이버카페 ‘클래식 & 빈티지’에서도 활동하고 있어 관심 있는 사람들이 공방을 방문한다고 했다. 제작과정을 영상으로 찍어 유튜브 방송도 하고 싶지만 혼자서는 작업과 촬영을 병행할 수 없어 아쉽다고.    

장인정신에 모든 것을 걸다 
김영완 대표가 TCD에서 배운 것은 기능이라기보다 어쩌면 장인정신일 것이다. 선생님도 일본에서는 기라성 같은 현역 프레임 빌더여서 더욱 그럴 것이다. ‘백운자전거공업’이라는 빈티지 사명도 올곧은 장인정신을 뒷받침하는데 어울려 보인다. 어쩌면 촌스러워 보이기도 하지만 모든 것을 직접 만드니 ‘자전거공업’이란 호칭이 얼마나 정직하고 적확한가. 
프레임에 새기는 브랜드명 시로쿠모(SIROKUMO)는 백운(白雲)의 일본식 발음이다. 그의 기능과 정신, 제품에는 한국과 일본을 넘나드는 정통성이 스며있다. 무엇보다 자전거를 진정으로 사랑하고 자전거에 모든 것을 바친 그의 분신은 공장 컨베이어벨트에서 대량생산된 양산 모델과는 디테일이 완전히 다르다. 러그 조각 하나, 보이지 않는 용접 부위의 마무리까지 완벽함과 미학적 아름다움을 살리려는 노력이 영혼처럼 새겨져 있다.    
국내에서는 명맥이 거의 끊어진 자전거 공방인 만큼 백운자전거공업과 김영완 대표의 마이스터 정신은 이 시대에 더욱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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