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정원 넘어 비로봉 꼭대기에 서다

대구의 진산, 팔공산 (1193m)
하늘정원 넘어 비로봉 꼭대기에 서다

흔히 대구의 진산으로 알려진 팔공산은 대구 외에 5개 지자체에 걸쳐 있는 넓고 큰 산이다. 군위군 쪽은 정상인 비로봉 북쪽, 군부대 주둔지 일부를 하늘정원으로 조성하고 진입로를 열어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다. 최정상까지는 일부 멜바를 해야 하지만 비교적 편안하게 1193m 고지에 오른다. 맑은 날에는 사방 조망이 일품이다  

 

2020년 두 번째 라이딩은 팔공산으로 정했다. 우한폐렴이 맹위를 떨치기 전에 다녀왔긴 한데 대구와 경북이 특히 고통을 받고 있어 안타깝기 그지없다. 
팔공산(八公山)은 대구 동구와 경북 영천시, 군위군, 칠곡군, 경산시에 걸쳐 있는 넓은 산이다. 삼국시대부터 공산(公山), 중악(中岳), 부악(父岳) 등으로 불려왔다. 1980년 5월 13일에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대구 북동쪽을 감싸 안고 있는 진산(鎭山)으로 높이 1193m, 총면적 126.852㎢에 달하는 높고 규모가 큰 산이다. 정상부는 최고봉 비로봉을 중심으로 동봉(미타봉 1155m)과 서봉(삼성봉 1150m)이 삼지창처럼 어깨를 나란히 웅자를 겨루고 있다. 
팔공산은 불교 문화의 중심지로서 대한불교조계종 제9교구 본사인 동화사를 비롯한 수많은 사찰이 산재해 있다. 
 
신라의 영산 
<삼국사기>에 따르면 팔공산은 신라시대 오악 중 중악(中岳)으로서 국가 차원에서 숭배되어 온 영산(靈山, 영천시 화북면) 이었다. 김유신 장군이 삼국통일 구상을 하면서 수행했던 곳이며, 고려를 세운 왕건이 견훤과 전투를 벌인 곳이기도 하다. 견훤이 신라을 공략할 때 왕건이 5000명의 군사를 거느리고 후백제군을 정벌하러 나섰다가 팔공산 동수(桐藪, 영천시 화북면)에서 견훤을 만나 포위를 당했다. 그 때 신숭겸(申崇謙)이 왕건으로 가장하여 수레를 타고 적진에 뛰어들어 전사함으로써 왕건이 겨우 목숨을 구했다고 한다. 당시에 신숭겸과 김락(金樂) 등 8명의 장수가 모두 전사하여 팔공산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북서쪽 군위 방면에서 업힐  
흔히 팔공산은 대구의 진산으로 알려져 있지만 지리산처럼 5개의 지자체에 걸쳐 있을 정도로 크고 넓어서 한 지역의 산을 넘어선다. 우리는 정상 북서쪽 군위 방면에서 오르기로 한다.     
아침 6시 중앙고속도로를 이용해  군위군 부계면을 행해 출발했다. 동군위IC로 나와 평택의 무한질주님(280랠리 10회 이상 완주자)과 만나 라이딩을 시작한다. 이번에는 단 둘뿐이다. 
동군위IC 바로 곁에 있는 부계면소재지에서 출발해 돌담길로 유명한 대율리를 거쳐 팔공산 자락으로 접어든다. 동산계곡을 따라 어느 정도 올라가면 오은사가 나온다. 해발 560m 지점으로 아직 올라야 할 길이 까마득하다. 오은사를 지나면 본격적으로 구비구비 산길이 이어진다. 이 길은 팔공산 정상 일대에 있는 군사시설 관리를 위해 개설된 도로로 2015년 정상 주변에 ‘팔공산 하늘정원’을 조성하면서 일반에도 개방되었다. 
업힐을 하면서 경사는 다소 심하지만 노면이 좋아서 그나마 다행이다. 날씨는 쌀쌀한데 업힐을 하니 땀이 넘쳐흐른다. 부대 아래 주차장에 일단 도착했다. 하지만 고행은 여기서부터다. 도로는 끝나고 정상까지는 계단길이 시작되어 ‘멜바’로 한참을 가야 한다. 하늘정원에 도착하니 군부대 철조망  옆으로 라이딩을 할 수 있는 길이 잘 되어 있어 비로봉 정상 부근까지 라이딩으로 올랐다. 
비로봉 송신탑으로 오르는 시멘트도로는 눈과 얼음이 있어 미끄러웠지만 페달링으로 오를 수 있었다. 정상 일대에는 방송사 중계탑이 많이 설치되어 있다. 마지막 정상까지는 멜바로 암봉을 오른다. 
등산객이 거의 없어 정상에서 마음껏 사진을 찍는다. 그나마 온 사람들도 산행하는 사람이 없을 줄 알고 왔다고 한다. 

 

 

장쾌하고 시원한 조망 
마침 날씨가 맑아서 비로봉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전망이 탁월하다. 동쪽으로는 영천시 성덕대학교 뒤편 풍력발전기까지 선명히 보인다. 부계면 방향으론 기암절벽 아래에 자리한 오도암이 인상적이다. 오도암은 원효대사가 수행을 했다는 곳으로 ‘원효 구도의 길’이란 트레킹 코스가 지난다. 
해발 900m의 고지에 자리한 오도암까지는 차도도 없는데 어떻게 자재를 운반해서 지었을까 하는 의구심이 생긴다. 
하늘정원에서 비로봉 송신탑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담은 후 나무계단을 타고 주차장까지 내려왔다. 여기서부터 싱글인 ‘원효 구도의 길’이 시작된다.  
원효 구도의 길은 아기자기 하고 오솔길을 따라 라이딩 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러나 길이 좁아서 등산객이 있으면 라이딩이 어렵다. 자그마한 오도암에 들려보니 일주문 기와 위에 마른풀이 가득하다. 워낙 높고 깊은 산중이라 찾아오는 신도가 없는 듯하다.  
오도암을 뒤로 하고 산을 내려와 오은사를 다시 찾는다. 고찰은 아니지만 전각과 절터가 크고 아름답다. 공기 좋고 물도 맑은 오은사, 다시 오고 싶은 사찰이다.
부계면에 도착해 다음 라이딩을 약속하고 무한질주님은 평택으로, 필자는 제천으로 향했다. 교통이 뻥 뚫려 제천에 도착하니 오후 4시도 되지 않았다. 이번에는 멜바, 끌바가 거의 없어 참 편안하게(?) 라이딩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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