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SPECIAL
(전기자전거)e리컴번트로 떠난 섬진강 여행예스맨의 E-바이크 에세이

꽃은 만개했건만…
e리컴번트로 떠난 섬진강 여행


e리컴번트를 타고 섬진강자전거길을 다녀왔다. 강변길에는 꽃이 만개했지만 상춘객이 없는 기이한 봄날이었다. 첫날은 고속버스 편이 줄어들어 형님과의 동행이 무산되어 혼자 남원까지만 다녀왔다. 그 다음주에는 자동차를 가져가 순창에서 남원까지 상류구간을 왕복했다. 왜 열이면 아홉명이 다시 가고 싶은 곳으로 섬진강자전거길을 꼽는지 깊이 공감했다. 가파른 구례 사성암을 오른 것도 특별한 기억으로 남는다  

 

다. 자가격리, 외출금지, 국경봉쇄 등 생소한 단어들이 이 봄을 맞이한 모든 지구인을 답답한 현실 속에서 두려움에 떨게 한다. 그런데 이 어려움 속에서 필자와 e바이크 라이더들에게 희망적이고 힘이 되는 기사가 나왔다.
영국에서는 코로나19 확산에 대응해 출퇴근을 대중교통보다 e바이크로 대체하는 새로운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영국 국가보건서비스(NHS)가 런던에 있는 의료진에게 출퇴근용 e바이크를 3개월간 무상으로 대여해 준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기 어려운 대중교통보다는 e바이크를 사용하면 밀접 접촉을 막고 자가용 출퇴근에 따른 교통혼잡과 비용 절감은 물론 의료진의 건강까지 챙길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10명 중 9명이 추천
e바이크와 오래 한 필자는 시즌오픈하는 봄철은 늘 바쁘게 보냈다. 그런데 올해는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고 바빠야 할 시기에 손 놓고 기다리는 경우도 있었다. 하면 안 되는 일이 대부분인 이 시점에 해도 되고 짧은 시간 알차게 보낼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주변 지인들은 몇 번씩 해본 4대강 국토종주를 필자는 (시간을 내기 어렵다는 핑계로) 아직 한 번도 해보지 못했다. 자전거여행 경험이 많은 라이더들에게 하루만 시간을 내서 다시 한 번 더 가보고 싶은 코스가 어디냐고 물어보면 10명 중 9명이 ‘섬진강자전거길’을 추천했다. 그래서 이 답답하고 어려운 시기에 섬진강자전거길로 떠나본다.

 

 

뭘 타고 가나
e바이크를 여러 대 보유한 사람들의 행복한 고민이 있다. 이번엔 뭘 타고 떠나나? 필자는 사용 목적과 장르가 명확하게 구분되는 4대의 e바이크를 가지고 있다.

 eMTB 
타기 편하고 좋은데 산악용이라 타이어가 2.5인치다. 산악이 아닌 평지 포장도로 위주의 장거리 여행은 배터리 소모가 많아 여행길이 고생길이 될 수 있어 탈락.

 e미니벨로 
섬진강자전거길은 도로 컨디션이 좋은 편이라 e미니벨로도 가능하다. 하지만 16인치 미니벨로로 하루 149km 장거리 라이딩은 무리다. 대마도에서 하루 108km도 타봤지만, 바퀴가 작은 자전거는 단거리용이지 장거리는 몸과 마음마저 힘들다는 것을 실감했다.  휴대성이 우선인 경우나 짧은 거리라면 e미니벨로가 대안이 될 수 있다.

 e리컴번트 
장거리에 특화된 리컴번트는 고속성능이 좋고 안장통이 없으며 직립 자전거 대비 에너지 효율이 20~30% 좋다. e리컴번트로 설악산을 왕복해본 적도 있다. 장거리 라이딩에는 리컴번트만큼 편한 것이 없다. 그런데 단점이 하나 있다. 일반 자전거 2대의 부피여서 기차나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과 승용차로 점프가 힘들다. 하지만 고속버스 짐칸에는 실린다.

 e탠덤바이크 
2인승 탠덤바이크는 좋은 파트너 둘이 여행을 한다면 따로 2대보다 더 효율적일 수 있다. 파트너를 구하지 못하고 홀로라이딩을 한다면 에너지 낭비에 힘든 여행이 될 수 있어서 탈락.

느림의 미학
장거리에 안정적이고 힘효율이 좋으며, 주행 중 사진촬영까지 해야 한다면 e리컴번트가 최고의 선택이다. 이번 섬진강자전거길은 e리컴번트와 함께하기로 했다.
여유로운 힐링 라이딩과 사진촬영까지 해야 하는 경우 서로 사진을 찍어주면 편하기에 혼자보다는 두 명 이상이 같이 하면 좋다. e바이크를 타는 형님과 각자 집에서 아침 첫차로 광양터미널에서 만나 섬진강자전거길을 달리고 편한 곳에서 해산하기로 했다.
평소 라이딩에서 100km는 쉽게 다녔고 섬진강자전거길이 완만한 평지 코스라 인증 도장 찍는 종주 목적이라면 e바이크로는 하루에도 가능할 것이다. 그런데 섬진강자전거길은 속도 내서 완주했다고 자랑할 코스가 아니라 자연과 전원풍경이 어우러진 자전거길에서 느림의 미학을 배우고 즐겨야하는 곳이다. 나뭇가지를 스치는 바람 소리, 리듬감 있는 물결 소리, 유혹하는 꽃향기에 취해가며 속도보다는 시공간적인 여유를 가져야 섬진강을 제대로 보고 느낄 수 있다. 

예약 없이 도착한 터미널 
모두가 추천하는 최고의 섬진강자전거길이지만 수도권에서는 대중교통 접근성이 떨어진다. 2~3명이 서울에서 출발할 경우, 승합차에 사람과 자전거를 실어서 새벽에 광양 출발점에 도착해서 대리기사(탁송기사)를 불러 도착지인 순창으로 차를 보내거나, 바이크 버스를 이용하면 하루에 완주가 가능하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서울에서 새벽차로 시작해도 하루에 끝내기에는 라이딩 시간이 부족하다. 
혼자 e리컴번트를 실어서 광양으로 내려가는 대중교통은 고속버스뿐이다. 서울은 아침 첫차가 7시10분에 출발해서 광양에는 11시 정도에 도착한다. 예약할 필요도 없는 것이, 요즘은 여행 다니는 사람들이 적은데다 평일 버스표여서 걱정도 안 했다. 새벽 일찍 준비하고 집에서 터미널까지 18km를 열심히 페달링해서 6시40분에 버스터미널에 도착, 여유 있게 광양행 표를 사러 갔다.

 

예상 못한 이벤트의 연속   
[이벤트 1] 인터넷에서 확인한 광양행 아침 첫차는 7시10분이었는데 첫차시간이 8시40분으로 변경되었다. 광양 도착하면 12시40분, 자전거 조립하면 오후 1시, 밥 먹고 출발하면? 하루에 149km 라이딩 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빠듯하다. 
잠시 고민에 빠진다. 바로 옆 순천행은 7시30분 출발 편이 있다. 순천과 광양은 20km 정도로 가까워서 순천 사는 지인에게 SOS를 쳐서 11시10분 순천 버스터미널에서 트럭으로 픽업해  광양 출발점에 내려달라고 부탁했다. 7시30분 순천행 고속버스로 목적지를 변경하고 형님과는 출발지인 배알도해수욕장에서 만나기로 했다. 

[이벤트 2] 대구에서 첫차를 타러 간 형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전라도행 시외버스가 대부분 운행 중단이거나 편수를 줄였다고 한다. 결론은 대구-광양행 버스는 하루에 한 대도 없다. 결국 이번 라이딩은 애초에 생각했던 무계획의 솔로 라이딩이 되었다. 
서울에서 광양행 첫 버스가 없어졌을 때 감이 왔는데, 코스를 바꿔서 순천행 고속버스에 올랐더니 승객이 필자 포함 4명이고 그 중에는 필자처럼 광양 첫차가 없어져서 코스를 바꾼 사람도 있다. 광양 배알도해수욕장에서 순창 생활체육공원까지는 149km이다. 6시간 만에 어디까지 갈지는 혼자서 열심히 달려보고 결정하기로 했다.  

[이벤트 3] 그 유명한 섬진강자전거길 시작점인데 먹을 만한 식당 하나쯤은 있겠지? 순천 도착해서 급한 마음에 지인과 함께 e리컴번트를 차에 싣고 출발지점에 도착해 식당을 찾았는데, 결론은? 배알도해수욕장에는 식당이 없다. 그럼 매점에서 김밥이라도 먹지 뭐? 그런데 매점도 문을 닫았다. 동네 주민에게 물어보니 이 동네는 식당이 없단다. 자전거길에서 가장 가까운 식당까지 차로 이동했다. 
픽업 나와준 지인과 식사를 하고 오후 1시에 출발한다. 혹시나 오늘 일정 중에 긴급상황으로 SOS를 치면 코스 어느 지점이든 지인이 1시간 정도면 도착할 수 있는 거리에 있어 홀로 라이딩이지만 마음이 든든하다.  

처음부터 끝까지 화사한 봄내음  
섬진강자전거길은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코스 내내 봄내음 화사한 꽃길이 이어진다. 말로만 듣던 광양 벚꽃 터널을 지나고 다양한 봄의 향기와 대나무를 스치는 바람 소리, 따스한 햇볕, 적당히 등 쪽에서 불어주는 바람까지 남도의 정취에 흠뻑 빠져 최고의 솔로 라이딩을 만끽할 수 있었다. 전체 구간이 대부분 평지에다 강 따라 이어져 길을 잃거나 위험한 구간이 거의 없는, 말 그대로 꽃길이다. 
전체 코스가 환상의 힐링 코스지만 생각지 못한 복병이 있었다. 목이 말라 음료와 간식을 들며 잠시 쉬고 싶어도 그 흔한 슈퍼나 편의점이 없다. 사람 사는 마을과는 조금 떨어진 강가에 조성된 길이라 출발할 때 충분한 물과 간식을 준비해야 한다. e바이크도 페달링을 열심히 할 때는 물이 많이 필요하다. 

라이더가 선택하는 최후의 자전거 
끝없이 이어지는 광양 벚꽃 터널 구간에서 라이더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만나는 라이더마다 “파이팅! 수고하십니다! 반갑습니다!” 서로 반갑게 격려의 인사를 나눈다. 
섬진강자전거길에서도 소문난 벚꽃 터널 입구에 걸린 ‘벚꽃도 코로나19가 무섭습니다. 제발 오지 마세요!’ 플래카드를 보니 벚꽃마저 슬퍼 보여 가슴이 답답하다. 
출발하고 1시간 조금 더 지나서 시원한 아이스커피가 생각나는 지점에 장난감처럼 생긴 커피 판매 자동차를 만났다. 여기서 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남은 구간에서 커피를 맛보기 어렵다. 커피를 마시며 라이더들과 담소를 즐겼다.  많은 라이더가 처음 본 e리컴번트에 대해 궁금해했다. 필자 생각에는 라이더의 마지막 자전거는 e리컴번트로 예상한다. 나이가 들어 다리 엔진이 약해져도 e리컴번트는 하루 200km 이상의 장거리 라이딩을 지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성암’ 업힐에 도전  
e바이크 카페에 섬진강자전거길 출정을 알렸더니 한 회원이 ‘사성암’ 업힐을 한번 해보라고 했다. 너무나 여유로운 길에 걸맞는 여유로운 속도를 유지하니 배터리 용량의 반은 남을 것 같았다. 지나가는 길에 사성암 팻말이 보였다. 얼마나 힘든 업힐인지 새 배터리로 갈아 끼우고 경험해 보기로 했다. 자전거길에서 조금 벗어나 사성암을 향해 가다 보면 왼쪽에 예사롭지 않은 엄청난 업힐 시작점에 사성암 이정표가 보인다.  
일반 자전거로 도전하는 것은 선수급 아니면 근육경련이 일어날 수 있기에 말리고 싶다. 사성암까지 이어지는 오르막 몇 km에 평지라면 30km 이상을 갈 수 있는 배터리 용량이 계기판에서 사라져 버렸다. 필자의 e리컴번트는 기어가 총 45단이다. 시작부터 가장 힘이 좋은 1단을 넣고 끝까지 올랐다. 리컴번트의 최대 약점이 오르막이다. 엄청난 기어비와 모터의 힘, 적극적인 페달링으로 올라갔지만 배터리와 체력 소모가 엄청났다. 섬진강자전거길 전체 라이딩 중에 다리 엔진 에너지의 반은 사성암 업힐에서 쓴 것 같다.  
사성암은 제법 규모가 큰 암자로 원효, 도선, 진각, 의상대사가 수도했다고 사성암(四聖庵)이란다. 사성암 카페에서 시원한 오미자차를 마시며 굽이굽이 섬진강을 조망하면서 잠시 망중한에 빠진다.  

오늘은 남원까지만  
힘들었던 업힐 후 한숨 돌리고 목적지까지의 거리와 시간을 체크한다. 시간상 종점인 순창 도착 후에 서울행 대중교통이 없어 남원을 대안으로 떠올린다. 남원터미널까지 37km, 오후 7시30분 막차시간까지 남은 시간은 2시간30분이니 여유가 있다.  
섬진강자전거길은 일반 도로와 나란히 달리면서 거리가 멀어졌다 붙었다 한다. 남원터미널을 25km 남겨놓고 섬진강자전거길을 벗어나 국도로 달린다. 차량도 별로 없고 갓길이 넓어서 안전하게 남원터미널까지 라이딩 할 수 있었다. 
막차시간 1시간 전에 도착해서 매표하고 직원에게 주변 맛집으로 남원추어탕 집을 추천받았다. 필자의 e리컴번트는 대충 세워두고 다닌다. 누군가 훔쳐 가려면 일단 리컴번트를 탈 줄 알아야 하기에 잠금장치 없이 세워두고 편하게 다녀도 된다. 
터미널 바로 옆에 전통을 자랑하는 남원추어탕집에서 여유 있는 저녁식사를 하고 e리컴번트를 고속버스 화물칸에 실은 다음 큰 버스를 전세내듯 혼자 타고 왔다.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버스이동 570km, 라이딩 135km의 힘들지만 행복했던 여정을 마쳤다. 

섬진강에 간다면 ‘이것’을 충분히 준비해야  
아름다운 섬진강자전거길 149km 중에 못다 한 상류 50km는 일주일 뒤에 승용차를 이용해 상류 출발점인 섬진강 생활체육공원에 주차하고 남원까지 다녀왔다. 절경을 자랑하는 섬진강자전거길 상류 코스를 왕복으로 경험해보는 여유로운 시간이었다. 이렇게 2회에 걸쳐 총 278km의 섬진강변을 달렸다. 
달리다가 한적한 마을로 빠져보기도 하고, 작은 오솔길로 들어가 쉬어가기도 했다. 돌아오는 길에 향가마을로 들어가 마을부녀회에서 운영하는 마을사랑방 국수집을 찾아냈다. 처음 보는 e리컴번트를 물어보는 마을 사람들과 담소를 나누고, 추천받은 비빔국수를 먹으니 라이딩 후에 맛보는 천상의 맛이었다.  
해질녘에 도착한 김용택 시인 생가가 있는 진뫼마을 앞에서 사진으로만 봤던 큰 느티나무 아래에 e리컴번트를 세워놓고 시인의 생가와 마을을 둘러보는 여유도 가져본다.  
섬진강자전거길은 빠른 속도로 하루 만에 완주도장을 찍는 것보다는 e바이크로 느림의 미학과 ‘섬섬옥수, 사랑물길 따라 흐르는 감성의 섬진강’을 오감으로 느끼며 여유롭게 라이딩해보면 왜 많은 라이더가 다시 한 번 가고 싶은 자전거길로 첫손에 꼽는지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섬진강자전거길에서 라이더가 충분히 준비해야 할 것은 ‘시간’이다. 
봄바람, 꽃향기에 취해서 끝날 때까지 힘든 줄 모르고 달렸다. e바이크라 더 많은 것들을 보고 느낄 수 있었다. 모자란 체력과 점프할 대중교통 시간에 쫓기다 보면 정작 보고 느껴야 할 많은 것을 놓치게 된다. 

사회적 거리를 유지해야 하고 대중교통까지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어려운 시기에 건강과 환경, 경제적인 모든 요건까지 충족하는 대안으로 e바이크가 주목받고 있다. 열심히 e바이크 타고 출퇴근이나 여행을 하면 너무나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지금의 위기상황은 역설적으로 e바이크를 타야만 하는 가장 설득력 있는 이유가 된다. 이 어려운 시절에 마음의 위안과 편하게 숨 쉴 수 있는 e바이크의 신세계를 경험해보기 바란다. 


예민수 객원기자  yesu65@naver.com

<저작권자 © 자전거생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예민수 객원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1
전체보기
  • taeback 2020-05-10 10:36:03

    나이가 들면서 시간이 빠르게 여겨지는 것이 이런 낯설음이 줄어들어서라고 합니다.
    삶이라는 것 내가 천천히 사는 만큼 더 길게 사는 것 같습니다.   삭제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