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에만 있다! 라이더라면 꼭 가봐야할 곳

신안에만 있다! 라이더라면 꼭 가봐야할 곳
바다 옆으로 지나는 산길, 신안 해안임도 8선

전국 최다의 섬 천국 신안의 ‘1004섬 자전거길’에서 가장 큰 특징이자 매력이라면 단연 해안임도를 들 수 있다. 산림관리를 위해 개설하는 임도는 대개 깊은 산속을 지나기 마련인데 신안의 임도는 해변을 지척에 둔 산중턱을 지나가서 산악과 바다 경관을 함께 즐길 수 있다. 신안의 해안임도 중 대표적인 8개 구간을 골라 보았다. 순서는 본지 취재팀이 매긴 경관의 순위라고 봐도 된다. 오프로드와 급경사로 MTB나 그래블바이크만 접근이 가능하다  

 

비금도 성치산
다도해와 망망대해를 한번에
이 아름답고 특별한 섬은 산과 산길마저 매혹적이다. 최북단의 성치산(164m)을 일주하는 임도는 당두리마을에서 광대저수지까지 6km 남짓이다. 암릉이 돌출한 성치산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산정에 옛 산성이 남아 있다. 산의 동쪽 구간에서는 자은·암태·팔금·안좌도 열도와 그 사이의 작은 섬들이 마치 복잡한 형태의 호수에 갖힌 듯 절정의 다도해 경관을 보여준다. 최북단은 해안절벽 위로 싱글트랙이 돌아나가 모험적인 스릴감을 더해준다. 서쪽으로 접어들면 몇 개의 섬 외에는 아득히 수평선이 펼쳐진 망망대해의 장관이 기다린다. 비금도가 육지에서 훌쩍 떨어져 나온, 먼 섬임을 실감한다.   

 

자은도 한운리
대자연 그대로의 노을 경관
자은도 북단의 150m 고지를 일주하는 약 6km의 구간이다. 한운리에서 시작해 둔장해변으로 나오며, 노을 조망이 특히 아름다워 ‘해넘이길’의 별칭이 붙었다. 동쪽으로는 증도와 압해도 사이의 내만과 작은 섬들이 점점이 떠 있고 북쪽으로는 증도와 임자도가 중첩되어 보인다. 마치 손가락처럼 길게 튀어나온 최북단의 좁고 긴 반도 위에 조성된 팔각정은 섬이나 인공물이 거의 없는 대해로 스러지는 대자연의 석양을 온몸으로 마주할 수 있는 곳이다. 남서쪽으로 가면 활처럼 휘어진 둔장해변과 그 앞바다에 뜬 할미도를 연결하는 무한의 다리가 가느다란 선으로 바다를 건넌다. 

 

증도 방축리
석양에 어리는 보물섬 해안 
증도의 북서단에 돌출한 오산(100m)을 휘감는 4km 남짓의 해안임도다. 북쪽으로는 도덕도, 호감섬, 대섬 같은 무인도가 듬성하지만 서안으로 돌아들면 섬 하나 보이지 않는 깨끗한 수평선이 시선의 끝에 드리워진다. 티 없이 깨끗한 대해로 넘어가는 노을을 볼 수 있는 낙조전망대도 여기에 있다. 서쪽 구간 앞바다는 1976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보물섬이 발견된 해역으로 14세기 중국 도자기 등 2만8천여 점의 유물이 수습되었다. 중국과 일본을 왕래한 무역선이 증도 앞바다를 지나다 침몰한 것으로 보인다. 해안에는 신안해저유물발굴기념비가 서 있고 선박이 발견된 해상에는 부표가 떠 있다. 

 

신의도 하태동리
진도 앞바다 미니 섬들의 대향연
신안의 연근해 섬무리 중에서 최남단에 자리한 신의도는 목포에서 뱃길로 2시간 넘게 걸리는 먼 섬이다. 원래 여러 개로 나뉘어 있던 섬들이 간척으로 하나로 연결되었는데 남북으로 좁고 긴 형상이다. 평지의 대부분은 염전이며, 신안 사람들은 신의도 염전을 최고로 칠 정도로 품질이 뛰어나다. 남동부의 하태동리 동부해안을 도는 7km의 해안임도는 바다 조망이 내내 트이며, 마주보이는 바다는 진도와의 사이에 펼쳐진 폭 10km의 내만이다. 여기에는 작은 섬들이 점점이 떠 있어 환상경을 연출한다. 

 

하의도 어은리
1004섬 최후의 섬무리
신의도와 연도교로 연결되어 하나의 섬이 된 하의도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고향으로 조용하고 한가로운 전원풍경을 간직하고 있다. 남서단의 어은리 해변을 따라 도는 6km 정도의 임도는 반도와 만을 들락날락 하면서 신안 다도해의 서쪽 끝, 동시에 한반도 영토의 남서단을 바라본다. 날씨가 아주 좋으면 55km 거리의 흑산도나 100km 떨어진 가거도까지 볼 수 있다. 해변 가까이 떠있는 죽도에는 사람 옆얼굴을 닯은 큰바위얼굴이 특별한 감동을 더해준다. 

 

팔금도 서근등대
외로운 등대로 이어지는 막다른 길
천사대교 개통으로 육지로 편입된 ‘자암팔안’ 열도에서 가장 작은 팔금도는 서쪽 끝에 돌출한 채일봉(156m) 전망대가 유명하다. 연근해 1004 섬 중 거의 중간에 위치해서 한반도 최고 다도해의 진면목을 볼 수 있다. 채일봉전망대 아래에서 서쪽 끝단의 서근등대까지 4km의 해안길은 막다른 종점으로 가는 길목이라 느낌이 색다르다. 채일봉에서 서쪽으로 용트림 하는 용의 몸통처럼 흘러간 끝자락은 하얀 등대를 머리에 이고 남쪽으로 안좌도를 바라본다. 등대와 안좌도 사이는 목포에서 비금도·흑산도·홍도 방면을 오가는 항로여서 미녀의 머릿결 같은 물살을 끌고 가는 여객선을 쉽게 볼 수 있다. 이 자리에 등대가 서있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서근등대는 소규모의 무인등대로 오지 등대 특유의 서정적 고적미가 감돈다.

 

암태도 박달산
천사대교 바라보는 바위산 둘레길
천사대교가 연결된 암태도는 가장 급변한 섬 중 하나다. 주말이면 차량 정체가 일어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대개는 암태도를 거쳐 다른 섬으로 가느라 지나치는 경우가 많지만 암태도에도 볼거리가 많다. 동쪽에 솟은 박달산(197m)은 거암 거석은 아니지만 온통 바위가 드러난 특이한 돌산이다. 이 박달산을 일주하는 6km의 임도는 최근에 개설되어 노면 상태가 좋고 특히 천사대교 조망이 발군이다. ‘자암팔안’ 열도와 육지 사이의 잔잔한 내해도 시원하게 펼쳐진다.  

 

임자도 검무산
극한의 적막감과 오지 체험
30리 대광해변과 광활한 대파밭으로 유명한 임자도 서단에 솟은 검무산(206m, 조무산)을 돌아나가는 4km 남짓의 해안임도다. 마을도 특별한 명소도 없어서 일부러가 아니면 찾을 일이 없는 외진 곳이어서 태초의 적막감과 오지의 느낌을 준다. 바다 저편에 재원도라도 없다면 풍경마저 한없이 적막했을 것이다. 저 아래로 찰랑이는 파도를 보며 조붓하게 산굽이를 휘감는 길은 그 자체로 매혹이다.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고 아무도 만나기를 원치 않는다면 지나는 사람마저 그냥 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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