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랑이가 찢어져도 뱁새는 황새를 따라가야 한다

가랑이가 찢어져도 뱁새는 황새를 따라가야 한다
 

모든 스포츠에서 그러하듯이 훈련을 통한 기량 상승은 삼척동자도 아는 기본중의 기본이다. 실제 MCT 팀에 소속되어 활약 중인 선수들 3인의 훈련내용을 공개한다. 동호인 최강의 실력자들이니 훈련 내용은 힘들기도 하고 꾸준히 유지하기는 더더욱 어렵지만, 조금이나마 참고한다면 눈에 띄는 성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팀훈련은 물론, 평소 일상에서도 트레이닝을 게을리 하지 않는 그들이 입을 모아 이야기하는 것은 바로 “한계에 직면하라”는 것이다
글 최웅섭 팀장  사진 최웅섭 팀장·바이크왓

 

 

훈련법은 쉽게 팀훈련, 개인훈련, 인도어트레이닝, 웨이트트레이닝 네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각각의 훈련은 구체적으로 데이터화 되어서 객관적 기록을 남기는 훈련을 할 때도 있는가 하면, 자신의 경험과 직감에 의존해 훈련을 진행해야 할 때도 있다. 
예를 들어 인도어트레이닝을 할 때는 파워미터와 심박계 등 모든 장비를 이용한 모니터링을 하면서 데이터에 근거한 훈련이 가능하지만, 팀훈련을 할 때는 팀원들 간에 호흡을 맞추고 실제 경기와 같은 경쟁적인 분위기를 연출해야 하기에 직감적으로 라이딩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본격적으로 MCT 선수들의 훈련방법을 살펴보자.

팀 레드 스캇 – 강지훈
전통 있는 MCT팀인 레드 스캇의 대들보 강지훈(30) 선수는 2014년 시즌 첫 출전한 MCT 이후로 꾸준히 한자리수 랭킹을 유지하는 MCT 최상위권에 속한다. 그와 그의 팀 레드 사이클링은 올해 들어 스캇과 인연을 맺고 좋은 기량을 보여주고 있다. 강 선수의 훈련법은 어떨까.

 

강지훈 선수

  

팀 레드스캇의 페이스는
“팀 레드 스캇의 훈련 라이딩은 주1회 주말에 진행된다. 주로 서울 근교에 위치한 80~120㎞ 코스로 진행하고 더 장거리일 때는 160㎞를 달리기도 한다. 팀훈련의 페이스는 코스에 따라 다르지만 평지는 시속 45㎞까지 오르기도 한다. 평균은 시속 30㎞ 후반 정도다. 
평지 고속주행에서는 로테이션 훈련을 한다. 15명에서 20명 정도가 팀훈련에 참여하는데, 드래프팅 효과를 위해 고속에서는 로테이션이 필수다. 팀훈련 코스 중 30㎞ 정도는 개인독주, 이른바 ‘오픈’을 허용한다. 주로 오르막 구간에서 오픈하는데 개인적으로 그런 경우는 자신을 한계까지 몰아붙이는 편이다. 
나는 스프린터 성향이라 오르막에 약한 면이 있는데 그럴 때는 동료를 쫓아가려고 노력한다. 오르막에서도 미미하지만 드래프팅 효과가 있고 심리적으도 안정된다. 일반적으로 훈련 코스는 대부분 익숙한 곳들이기 때문에 자신의 페이스를 효율적으로 분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코스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페이스 분산이 어려워 공략하기 힘들어진다.”

  

사무실에 마련한 트레이너로 훈련중인 강지훈 선수

  


미첼 도커 선수의 어드바이스로 인도어트레이닝
“겨울철 개인훈련은 누구나 그렇듯 트레이너를 활용한 인도어트레이닝 위주로 진행한다. 꼭 겨울철이 아니더라도 사무실에 트레이너를 비치해두고 출퇴근 전·후로 1시간 가량 타고 있다. 트레이너를 이용할 때는 정해진 프로그램대로 행하는 것이 좋다. 프로그램된 훈련을 하게 되면, 그냥 트레이너 위에 올라갈 때 보다 좀 더 목표의식을 갖고 탈 수 있기 때문이다. 
2015년 오리카 스캇 팀이 TDK 참가로 내한했을 때, 미첼 도커 선수에게 어드바이스를 얻은 적이 있다. 그때 알게 된 프로그램으로 인도어트레이닝을 진행하고 있다. 실제로 파워테스트를 통해 트레이닝 전·후를 비교했는데, 동일한 심박, 동일한 케이던스를 유지했을 때, 평속 3㎞ 정도 상승하는 효과를 보였다. 파워가 상승했다는 이야기다. 프로그램을 보면 가벼운 인터벌과 힘든 인터벌이 하루간격으로 배치되어 있다. 이 훈련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있다. 당연히 자전거를 많이 타면 실력이 늘기도 하지만, 진짜 성장은 한계에 도달해 그것을 극복하려고 노력하는 짧은 시간 동안에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웨이트트레이닝은 확실히 효과 있다
“어릴 때부터 수영을 했다. 수영강사를 하기도 한 덕분에 코어근육이 발달되어있는 편이다. 그래서 그런지 오히려 스쿼트 같은 하체운동보다는 복근운동과 턱걸이 등 코어운동을 위주로 하는 편이다. 나를 보고 주변에서는 스프린트에서 순간 치고 나가는 가속력이 좋다고 평가한다. 본인이 느끼기로도 그렇다. 드롭을 잡고 순간적으로 파워를 낼 때, 등근육이 크게 도움을 주는 것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코어근육이 튼튼하면 라이딩 중 불편을 야기하는 어깨, 허리 등의 통증이 없어 라이딩에 집중하기가 수월한 것도 큰 장점이다.”

캐논데일 탑스피드 – 김민수
2006년 출범한 명문 탑스피드 팀 김민수(31) 선수의 훈련법이다. 김 선수는 2014년과 2016년 두 차례에 걸쳐 개인종합순위 4위에 랭크되었다. 2014년에는 금산에서, 2016년에는 양양에서 1위를 차지한 경력이 있다. 상위랭크로 입증된 실력으로 무장한 김 선수의 훈련법을 알아본다.

 

김민수 선수는 평소 자전거로 출퇴근하는데 최근에는 MTB도 자주 애용한다고 한다

  

주중에는 자전거 출퇴근으로
“주중에는 자전거로 출퇴근을 한다. 집은 노원구이고 사무실은 신사동으로 편도 20㎞로 자출하기에 딱 좋은 거리다. 주5일 중에 4일은 자출을 하니 매일 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업무에 지장을 주면 안 되기 때문에 가볍게 땀이 나는 정도로 라이딩을 한다. 퇴근할 때는 꼭 북악을 경유해서 집으로 향하는데, 1주일에 한번은 북악 5회전을 돈다. 이때의 라이딩은 Zone3~4(기사 후반 참조) 상태를 유지한다.”

인도어트레이닝은 유명 프로그램인 CTS를 통해
“겨울철트레이닝과 인도어트레이닝은 두 가지 방법을 활용한다. 그중 하나는 기본적인 인터벌 훈련인데, 330W의 파워로 2분을 달리고 30초가량 쉬는 것을 7~8회 반복한다. 처음과 끝에 웜업과 쿨다운 각 10분을 넣는다. 또 한가지는 유명 트레이닝 프로그램인 CTS(Carmichael Training Systems)의 영상을 활용하는 방법이다. 과거 랜스 암스트롱 선수의 트레이닝 코치였던 카마이클이 설계한 훈련법으로 프로선수들도 힘들어하는 내용이 다수 들어 있다. 실제로 트레이닝을 하고 나면 녹초가 되기 일쑤다.”

  

김민수 선수 특유의 익살스러움과 자전거를 사랑하는 성격은 대회의 성적으로 곧잘 나타난다

  

팀 훈련은 실제 컴피티션 분위기를 연출
“탑스피드의 팀훈련은 매주 토·일요일 양일에 진행된다. 서울 외곽으로 나가는데 주로 동쪽에 위치한 분원리, 유명산 등 주요 업힐 코스를 탄다. 페이스는 시속 30㎞ 후반 정도이며 업힐을 만나면 오픈한다. 출발지에서 오픈구간을 만나기 전까지는 직접 선두로 팩을 이끄는 편이다. 개인적으로도 훈련이 많이 되기도 하고 또 팀의 훈련 리더를 맡고 있어서 나중에 지치는 한이 있더라도 팀을 위해 힘을 많이 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업힐에 욕심이 많은 편이어서 업힐에서는 훈련이라 하더라도 승부욕을 발동하는 편이다. 
우리팀은 이벤트 형식으로 여타 팀과 함께 연합라이딩을 주최하는 경우가 많다. 그때는 특히 경쟁적인 상황이 연출되기 때문에 더 욕심을 낸다. 그렇게 업힐을 하다보면 정말 지치고 힘들 때 굉장히 중요한 것이 있다. 앞서가는 동료 혹은 경쟁자와 협조하는 것이다. 업힐에서 앞서나가는 경쟁자 혹은 동료를 쫓아가다가 그가 도망가 버리면 심리적으로, 체력적으로 굉장히 타격을 입는다. 하지만 앞에서 끌어주는 누군가와 함께 정상에 오르게 되면 서로 부쩍 성장하는 기분이다. 그렇게 주말의 팀훈련을 마치고 나면 온 몸과 마음에 활기가 돈다. 그 느낌으로 다시 일주일을 살아가는 것 같다.” 

따로 웨이트는 하지않아… 데이터도 필요한 만큼만 확인
“어릴 때는 학교친구들과 공을 차며 놀았던 것이 운동의 전부였다. 뭐 어릴 때 스포츠란 개념이 있었겠는가. 그저 ‘뻥축구’를 즐겼던 것 같다. 사실 마찬가지로 자전거라고 해서 그렇게 체계적으로 이론을 대입해가며 훈련하는 편은 아니다. 때문에 웨이트트레이닝도 따로 하지 않는다. 파워미터의 데이터나 심박 등은 어느 정도는 체크하며 라이딩하지만, 일정수준에 도달하면 크게 필요치 않다고 느낀다. 진짜 중요한 것은 팀과의 호흡, 그리고 자신을 한계에 내던지고 그 한계를 마주하는 자세다.” 

캐논데일 탑스피드 – 안창진
마지막으로 탑스피드 팀의 안창진(28) 선수다. 2014년 첫 출전한 MCT부터 지금까지 17회의 투어에서 3번이나 1위를 차지한 경력이 있다. 그 중 2번은 올해 열렸던 강진과 가평투어로, 앞으로의 성적이 더욱 기대된다.  
그는 앞으로 서울에 둥지를 틀 예정이지만, 인터뷰를 진행할 때까지만 해도 경북 포항에 거주했다. 그 때문에 주로 혼자 해온 그의 훈련법을 소개한다. 

 

안창진 선수

 


고된 직장생활에서도 꾸준히 훈련
“다른 사람들에 비해 조금 고된 직장생활을 하는 편이다. 교대근무를 하기에 자전거를 탈 시간적 여유를 만들기도 어려웠고, 누군가와 같이 탄다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서도 고정트레이너를 활용하기도 하고, 시간을 쪼개가며 꾸준히 훈련을 진행했다. 야간근무를 할 때는 귀가 후 3시간 정도만 자고 포항의 구룡포 호미곶으로 라이딩을 나간다. 사실 훈련을 할 만한 다른 코스는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호미곶 코스는 총거리 70㎞, 상승고도 700m의 코스로 낙타등이 반복된다. 잘 알겠지만 낙타등 코스라고 하면 자연스레 인터벌 훈련이 이뤄진다. 이 코스를 달릴 때는 실제 대회 대비 90% 정도의 페이스를 유지한다.”

겨울철은 물론주간근무때도 인도어트레이닝
“주간근무로 저녁 늦게 라이딩을 하기가 어려울 때는 고정트레이너로 인도어트레이닝을 한다. 소음 때문에 실내에서 하기가 어려워 건물 지하주차장을 이용한다. 개인적으로 20분 지속주행같은 프로그램은 지겨워 잘하지 못해 일부러 인터벌 위주의 트레이닝을 한다. 20분간의 웜업을 진행하고 Zone5의 강도로 3분을 달리고 3분 휴식을 갖는다. 이것을 6세트씩 반복한다.” 

 

정장을 말끔히 차려입고 안장에 올라도 어색함이 없는 안창진 선수

  

  

혼자타면 느슨해져
“혼자 자전거를 타는 것은 굉장히 힘들다. 공기저항을 막아줄 동료도 없고 말동무도 없이 오로지 멘탈이 망가져 언제 늘어질지도 모를 나 자신과의 싸움이다. 그래서 나 자신을 더욱 엄하게 채찍질했던 것 같다. 솔직히 퇴근하고 집에 오면 녹초가 되어 그냥 쓰러지고 싶을 때도 많고 동기부여가 되지 않아 선뜻 자전거를 끌고 나가기도 어려웠지만, 그럴 때마다 대회를 생각했고 응원해주는 팀을 생각했다. 그렇게라도 나가게 되면 성격상 한가한 라이딩을 즐기지는 않고 지속적으로 자신을 한계에 밀어 넣는 편이다. 그렇게 자신을 채찍질해가며 훈련했던 게 성적으로 돌아온 것 같다.”

기자가 보는 선수 3인의 훈련성향
이렇게 MCT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선수 3인의 훈련방법을 살펴봤다. 이번 취재를 진행하며 느낀 것은 선수마다 훈련방법이 제각각이었다는 것, 또 그 훈련방법 자체가 선수의 성향을 대변한다는 느낌이었다.
강지훈 선수의 경우는 여러모로 균형 잡힌 훈련을 진행하는 편이었다. 그의 훈련은 객관적 데이터 활용도가 높고, 데이터에 기반한 체계적인 트레이닝을 진행한다는 인상을 준다. 또 세명 중 웨이트트레이닝을 꾸준히 진행하는 건 강지훈 선수뿐이었다.
김민수 선수는 훈련자체를 즐기는 느낌이 강했다. 훈련방법을 물어볼 때면, 강지훈 선수처럼 뭔가 객관적 데이터에 근거한 대답보다는 “자전거를 즐기다보니 이렇게 되어버렸다”는 위트 있는 대답이 주를 이루었다. 
안창진 선수는 거구에 비해 굉장히 순진하고 때묻지 않은 인상이었다. 때문에 훈련 역시 뭔가 소프트한 방식으로 진행하지 않을까 했는데, 인터뷰를 진행하면 할수록 고독한 솔로라이더의 느낌이 강했다. 심지어 홀로 채찍질하는 모습을 상상하다보니 섬뜩한 느낌까지 들 정도로 살벌한 훈련을 하고 있구나 라는 느낌이었다. 
이렇게 3인의 훈련은 전부 제각각이지만 세 선수들이 한 가지 공통적으로 이야기한 것은, 자신을 한계에 밀어넣고 극복하는 과정이 성장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모든 라이더가 자신을 한계에 밀어넣는 것을 선호하지는 않지만, 경쟁대회를 준비하고 있거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라면 저들처럼 한계를 들락거리는 훈련을 경험하는 것이 필요하다. 

강지훈 선수가 공개하는 미첼 도커의 HR(Heart Rate) 트레이닝 프로그램
훈련에 앞서 자신의 HR(심박) Zone을 파악한다. 자신의 최대심박에 가까울수록 Zone5, 평상시처럼 안정된 상태라면 Zone1 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각 Zone에 따른 신체의 변화는 아래와 같다.
Zone1 : ‌신체의 움직임에 부담이 없는 편안하고 안정된 호흡상태
Zone2 : ‌최대심박수 기준 70% 가량의 운동부하가 걸린 상태. 땀이 나기 시작하는 정도
Zone3 : ‌호흡이 가빠지는 정도. 심장박동이 거칠어지고 근육의 저항이 느껴짐
Zone4 : ‌운동의 강도를 유지하기가 힘들어지는 수준. 호흡을 원활하게 컨트롤하기 어렵다
Zone5 : ‌최대의 운동강도를 뽑아낸 상태. 운동을 지속할 수 없으며 곧 쓰러질 것 같은 현기증이 몰려오는 상태

* ‌훈련 중 케이던스는 자신의 수준에 따라 100 내외를 유지한다. 케이던스가 변한다면 파워상승의 효과를 체감하기 어려워진다.

  

미첼 도커의 프로그램을 가민에 입력해 훈련중인 모습

  

프로그램 중 Zone5 의 강도를 연출하는 강지훈 선수. 상당한 체력을 요구한다

 


김민수 선수가 활용하는 CTS 프로그램은?
과거 랜스 암스트롱의 트레이닝 코치였던 크리스 카마이클이 만든 트레이닝 프로그램. 비디오를 보며 트레이닝이 가능하다. 위에 소개한 미첼 도커의 프로그램보다 훨씬 먼저 나온 만큼 세계적으로 많이 쓰이고 있다. CTS 프로그램은 유명한 만큼 인터넷을 통해서도 많은 자료를 얻을 수 있으니 관심있는 라이더라면 찾아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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