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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여행) 해남 ‘땅끝자전거길’ 달마고도 코스한반도 지맥의 마지막 용트림, 땅끝~달마산 한바퀴

해남 ‘땅끝자전거길’ 달마고도 코스
한반도 지맥의 마지막 용트림, 땅끝~달마산 한바퀴

‘땅끝’의 고장 해남에 특별한 자전거코스가 생겨난다. 본지가 기획, 취재하는 해남 ‘땅끝자전거길’은 13개 코스 520km에 달하며, 산악과 평야, 해변, 호반길을 망라한다. 해남은 면적이 1031㎢로 서울의 1.7배에 달하고 지형이 다채로워 다양한 자전거 코스를 구성할 수 있다. 첫 번째 소개 코스는 해남군이 자신 있게 소개하는 ‘달마고도 코스’다. 땅끝과 달마산을 크게 한 바퀴 돌며 해안, 산악, 구릉지, 숲길 등 경관이 매우 다채롭다

 

 

Tip

윤도산 임도 업힐이 꽤 길고 거친 편이다. 그렇다고 시계방향으로 돌면 반대로 위험한 다운힐 구간이 될 수도 있다. 여기서는 반시계 방향으로 코스를 소개했는데, 아직 코스 표지판은 따로 없기 때문에 특히 갈림길을 잘 찾아야 한다. 사구미해변에서 윤도산 임도 진입로, 평암리에서 한전변환소 뒤로 진입하는 농로 갈림길, 장춘마을 하산로, 마련~송호 임도 진입로 찾기에 유의한다. 땅끝마을을 지나면 코스 중에 식당이나 가게가 없으므로 식수와 간식을 충분히 챙긴다. 
해남군 관광안내 061-532-1330

해남 하면 ‘땅끝’이고 ‘땅끝’ 하면 해남이다. 어찌 보면 모든 반도의 끝이나 바다로 돌출한 지형인 곶(串) 역시 땅끝이긴 마찬가지다. 하지만 해남 땅끝에 가보면 단순히 위도 기준으로 최남단의 의미가 아니라, 정서적으로 지리적으로 지형적으로 진정한 한반도의 땅끝임을 실감한다. 
한반도를 종횡으로 누비던 지맥은 해남에 이르러 마지막 힘을 다해 명산 두륜산(703m)을 솟구친 다음 여세를 몰아 마치 손가락으로 대양을 가리키듯 달마산(489m)을 거쳐 직선의 능선으로 뻗어나 갈두산에서 마침내 최후의 갈무리를 짓는다. 3천리 강산을 휘저은 산맥의 장중한 마무리, 반대로 보면 장대하고 힘찬 시작이기도 하다. 
이제 땅끝을 시작으로 해남 전역에 다양한 자전거코스가 생겨난다. 해남군과 본지가 손잡고 자전거여행 코스 ‘땅끝자전거길’ 13개 코스, 520km 개척을 시작한 것이다. 

산과 광야, 바다, 호수가 공존하는 입체의 땅 
해남에 오면 드넓은 광역에 우선 놀란다. 강진 땅에 속하지만 사실상 해남 초입에 해당하는 남해고속도로 강진무위사IC를 나오면 땅끝까지 무려 60km나 된다. 해남 내의 끝과 끝인 땅끝에서 화원반도 북단까지는 길 따라 90km에 달한다. 기초지자체 내에서 이 정도 거리가 나오는 곳은 가장 넓은 홍천군 정도밖에 없을 것이다.
해남군은 실제로도 매우 넓어서 면적이 1031㎢로 서울(605㎢)의 1.7배나 되며, 군 중에서는 전국 7위다. 해남보다 더 넓은 홍천, 인제, 정선, 봉화, 상주 등지는 대부분이 산악지대여서 실제 체감하는 면적은 해남을 거의 첫손에 꼽아야 할 것 같다. 해남은 산을 포함한 임야가 43.4%에 불과하고 농경지가 33.9%나 되어 두륜산, 흑석산, 달마산 같은 명산이 있는가 하면 지평선이 보이는 광야도 있다고 할 정도다. 
특히 북서쪽으로는 거대한 화원반도가 목포 방면으로 뻗어나 있는데 그 사이에 금호방조제로 인해 생겨난 금호호 일원에 대규모 간척농지가 펼쳐져 있다. 금호호 자체도 길이 18km, 최대폭 2km의 대규모 호수다. 
이제, 첫 번째 땅끝자전거길, 달마고도 코스로 간다. 

땅끝황토나라테마촌에서 출발 
원래 ‘달마고도’는 땅끝으로 치닫는 최후의 산줄기 달마산 일대를 도는 길이 17.7km의 트레킹 코스다. 달마산에 전해오는 12곳의 옛 암자를 순례하는 둘레길로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 선정 ‘한국관광 100선’에 포함될 정도로 아름답고 독특한 미황사도 포함하고 있다. 
해남군이 우선적으로 루트화한 자전거길 달마고도 코스는 트레킹 코스 ‘달마고도’ 아래쪽 외곽을 순환한다. 큰바람재와 미황사 근처에서 잠시 겹치는 구간도 있다. 
출발지로 잡은 땅끝황토나라테마촌은 해남군이 조성한 캠핑 겸 숙박시설로 바닷가 언덕에 자리해서 경관이 아름답고 넓은 잔디밭과 운동장, 숲속 캠핑장, 오토캠핑장, 숙박동 동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송호해변이 지척에 있으며 땅끝마을이 3.5km 거리이고 식당과 편의점도 가까워 편리하다.   
해남군은 땅끝을 끼고 달마산을 크게 일주하는 약 50km의 산악, 해안 코스를 시계 방향으로 도는 여정으로 잡았는데, 남쪽 해안경관을 즐기기 편하게 취재팀은 반시계 방향으로 일주하기로 한다(그래야 우측통행이라 오른쪽으로 바다를 가까이 접할 수 있고 바다 조망이 트인다). 
송림이 그윽하게 도열한 송호해변을 지나 땅끝지맥 상의 갯재를 넘어서면 바로 땅끝마을이다. 마을 뒤편으로 지그재그 업힐을 오르면 갈두산 사자봉(156m) 정상에 있는 횃불형상의 땅끝전망대에 도착한다. 주차장에서 전망대까지는 200m 가량 계단길을 올라야 한다. 아니면 바닷가에서 모노레일을 타고 오를 수도 있다.   

 

 

진정한 ‘땅끝’의 위용 
높이 40m의 전망대에 올라서면 땅끝이 바다의 시작과 만나는 장관을 보게 된다. 
망망대해에 점점이 뜬 섬들, 그 사이로 지나는 연락선과 고깃배의 기나긴 항적…. 짙은 상록수림을 담요처럼 뒤덮은 보길도와 노화도 저편에는 한라산이 아득할 것이다. 땅끝은 기어이 바다 밑으로 흘러 보길도, 추자도를 거쳐 한라산까지 뻗어나 있으니 어쩌면 땅끝은 지맥의 잠수지점이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섬 하나 없는 망망대해를 접하는 해외의 ‘땅끝’이 길의 최후, 여정의 종점 같은 단절선으로 느껴질 때 여기 갈두산 땅끝에서는 수많은 섬들이 육안에 들어와 희망과 그리움, 연대의 느낌을 준다. 아프리카 최남단의 희망봉처럼 갈두산에 우뚝 선 횃불은 희망의 서곡이다. 여기서 서울까지 천리, 서울에서 최북단 온성까지 2천리여서 ‘3천리 강산’이라고 한 최남선의 풀이처럼 삼천리의 서장은 여기서 희망과 더불어 열린다.  
전망대 아래에는 조선시대의 봉수대와 1년 뒤에 배달되는 우체통 등 각종 조형물이 많다. 그만큼 땅끝에 갖는 사람들의 특별한 감상을 반영한다.  
땅끝마을에서 사구미해수욕장까지 8km의 해안길은 최남단의 특별한 바닷길이다. 흑일도와 백일도를 내내 바라보고, 그 사이 내해에는 전복양식장이 가득하다. 여기 주민들에게 바다는 ‘밭’의 다른 말일 것이다. 

윤도산 임도 정상의 장관  
솔밭을 품은 사구미해변은 조각배 몇 척만 매여 있을 뿐 적요하다. 이제 사구미해변 끝지점에서 해안을 버리고 윤도산(284m)으로 올라선다. 잠시 포장도로를 지나면 가파르고 노면도 거친 임도가 시작된다. eMTB를 탔지만 배터리를 절약하기 위해 PAS 1단으로 오르려니 만만치가 않다. 고갯마루는 해발 200m 정도지만 해안에서 바로 올라야 해서 체감 거리와 고도감이 대단하다. 
주능선 모퉁이에 자리한 고갯마루에 서면 놀라운 스케일의 풍광이 펼쳐져 순식간에 땀이 식고 업힐의 고통을 잊는다.   
부드러운 융모를 씌운 듯 완도 상황봉(644m)이 바다 건너 가깝고, 북쪽으로는 달마산에서 두륜산까지 땅끝지맥의 강건한 맥동이 불끈불끈 흘러간다. 두륜산, 달마산, 상황봉 모두 국내 다른 곳에서는 보기 어려운 특별한 지형과 산세인데다, 잔잔하고 기나긴 해협까지 끼어 있어 이국적인 느낌마저 주는 장관이다.        
이제 영전저수지까지는 부담 없는 다운힐이 5km나 이어져 힘들었던 업힐을 보상해준다. 새로 낸 길이라 쇄석이 깔려 있어 과속과 코너링에서는 접지력이 떨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영전저수지에서 서호마을로 내려서면 왼쪽으로 달마산 줄기를 바라보는 완만한 구릉지다. 
77번 국도를 따라 잠시 북상하다가 한전변환소 닿기 전에 왼쪽 농로로 진입해 산마마을 임도로 들어선다. 이제 조금씩 고도를 높여가며 달마산 북쪽 능선을 넘는 큰바람재로 향한다.    

달마산 첨봉 아래 폭풍의 언덕 
세 갈래길이 만나는 큰바람재는 온통 바람이다. 나무도 춤추고 풀도 춤추고 머리카락과 옷깃도, 자전거도 춤춘다. 해발 196m의 고갯마루는 그침 없는 폭풍과 남쪽으로 칼날처럼 솟아 창공을 찌르는 달마산 암봉과 어우러져 고산의 풍모를 보여준다. 이보다 훨씬 높은 속초 미시령(767m)에서 보는 설악산 울산바위(873m)의 웅장미와 흡사하다. 들판과 바다가 멀리 내려앉아 엄청난 고개로 느껴지는 산마루는 숲을 벗어난 관목지대여서 더욱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이제 길은 달마산 서쪽 기슭으로 돌아들어 미황사 방면으로 다소 기복이 있는 내리막을 이룬다. 산을 거의 벗어난 성현영농조합의 대형 유리온실로 내려가면 미황사까지는 가파른 업힐이 기다린다.           
달마산의 즐비한 암봉을 병풍처럼 둘러치고 양지바른 터에 단차를 두고 널찍이 자리한 절터는 언제나 밝고 청량하다. 겨우 해발 200m 높이인데도 저 아래 사바세계와 바다가 아득히 물러나 있어 탈속의 경계가 분명하다. 
명성답게 평일인데도 많은 답사객들이 경내를 누비고 있다. 미황사는 749년 신라 경덕왕 때 창건되었으며 서산대사 입적 후 그의 제자들이 내려와 머무르면서 조선시대 중후기의 중심 사찰로 떠올랐다. 입구에는 달마대사 상이 있는데, 인도 출신의 달마대사는 520년 중국 양나라로 건너와 선종을 전하고 종적을 감추었다고 한다. 달마의 이름이 남은 지명은 이곳 달마산이 유일하다고 해서 중국인들도 흠모했다는 기록이 있다. 중국에서 자취를 감춘 달마대사는 해동의 달마산으로 건너온 것일까. 
이국적인 산세와 화사하면서도 기품 있는 절터는 부리부리한 눈에 덥수룩한 수염을 한 달마대사의 강렬한 외모와 어딘가 겹쳐진다. 

 

무인지경의 산간임도 
미황사에서 내려와 유리온실 맞은편 소로로 진입해 작은 고개를 넘어간다. 고갯마루에서 장춘리까지는 금방인데 길은 자꾸 산을 타고 올라간다. 아뿔싸, 갈림길을 놓친 것이다. 되돌아가 확인해 보니 길이 수풀에 묻혀 그냥 지나치고 말았다. 추후 해남군에서 제초작업을 할 것이다.   
마치 공장 같은 대규모 오리농장을 지나 마봉리마을회관에서 쉬어간다. 땅끝마을을 지난 후 가게가 하나도 없어 시원한 아이스커피와 간식이 간절하다. 마침 마을회관에는 생수기가 있어 초코바와 냉수로 허기를 달랜다.
마련마을을 지나 고개 정상에서 왼쪽 임도로 들어선다. 마지막 임도구간인데, 통행 흔적이 거의 없어 극도로 적막하고 길에는 잡초와 나뭇가지가 넘나든다. 몇 구비를 돌아가면 골짜기 전체가 거대한 매실밭이다. ‘송호매실농원’으로 이름도 있고 매실이 탐스럽게 열렸지만 고지대는 관리가 잘 되지 않는 듯 잡초와 잡목이 뒤섞여 자란다. 길가에는 산딸기도 지천으로 열렸지만 따 먹는 사람이 없으니 그대로 말라갈 뿐이다. 멀리 씨를 뿌려야하는 산딸기 입장에서는 터를 영 잘못 잡았다.   
임도 구간은 전체거리와 현재위치를 표시하는 표지목을 100m마다 설치해 놓아 코스를 파악하기가 매우 편하다. 100m 단위의 표지목은 다른 곳에서는 보기 힘든 친절이다. 만약의 경우 200m 마다 있는 고속도로 이정표처럼 현재위치를 알려주기도 좋다. 
임도를 내려서면 송호해변으로 나온다. 황혼이 서성이는 바닷가에는 해풍에 나풀대는 원피스 차림의 여인이 석양을 배경으로 열심히 사진을 찍고 있다. 그러고 보니 땅끝은 서해와 남해의 분기점이기도 하다. 서쪽의 송호해변은 로맨틱한 노을전망대가 되고, 동쪽으로 돌아나가면 일출전망대가 된다. 달마산 주능선은 자연스레 분수령이 되어 서쪽으로 떨어지는 빗방울은 서해로, 동쪽으로 떨어지는 빗물은 남해로 흘러드니 1cm 차이로 물의 운명이 바뀐다. 
우리는 먼 바다로 고즈넉이 내려앉는 노을을 바라보며 차분한 성찰 모드로 침잠했다가, 내일 아침 땅끝에서 마주할 찬란한 일출을 기대하며 활기를 되찾는다. 

 

마련~송호 간 임도 중간쯤에는 송호매실농원이 있다. 매실이 주렁주렁 열렸지만 관리가 되지 않는 듯 잡초와 잡목이 뒤섞여 있다. 오른쪽 이정표는 임도 구간에 100m마다 세워진 표지목. 숫자 20은 표지목의 일련번호이기도 하면서 송호에서 마련으로 가는 기준으로는 2km를 왔다는 뜻이다. 취재팀은 반대로 향하는 길이라 송호까지 2km 남았다는 뜻이 된다

 

 


김병훈 발행인  soolmee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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