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교새코스-안산 대부도 해안도로

안산 대부도 해안도로 
백사장, 갯벌, 갈대밭…  해변의 로망 여기 다 있다 
시화방조제에 접한 대부도는 이름만 섬일 뿐 수도권에서 가볍게 갈 수 있는 휴양지다. 백사장과 갯벌, 갈대밭이 있고, 서단의 구봉도는 최고의 낙조전망대다. 현실 속의 ‘모세의 기적’ 제부도를 찾는 길목이기도 해서 대부도 서해안에 새로운 길이 났다. 해안로에는 널찍한 자전거도로가 조성되어 근교라고는 믿기지 않는 멋진 경관을 만날 수 있다

 

Tip
시화나래조력공원에서 출발해 구봉도 낙조전망대와 대부도 해안도로를 돌아오는 여정이다. 구봉도 낙조전망대는 썰물 때는 개미허리아치교까지 자전거가 들어가 7~8분 걸으면 되지만 밀물 때는 20분 정도 걸어가야 한다. 해안도로 끝은 영흥도로 이어지는 도로와 만난다. 영흥도 방면 도로는 갓길이 좁고 차량통행이 많아 추천하지 않는다. 대부바다향기테마파크는 시간을 내서 속속들이 돌아볼 만하다. 왕복 약 33km이며 구봉도 낙조전망대를 포함해 4시간 이상 잡아야 넉넉하다. 대부바다향기테마파크 남단의 도로변에 있는 엄지척까투리할매손칼국수(032-884-0770)를 추천한다. 바지락칼국수와 김치전, 해물파전 전문으로 일단 양이 푸짐하다. 

대부도 하면 포도가 떠오른다면 아직 대부도의 진면목을 모르는 것이다. 지형적으로, 지리적으로, 경관적으로도 특이한 이 섬은 강화도, 영종도와 더불어 수도권의 3대 연륙 도서에 들며2500만 명이 북적이는 수도권의 숨통 중 하나다. 면적이 41.7㎢나 되는데 이는 최종판이 아니다. 시화방조제 이후 갯벌 간척이 계속 진행되고 있어 면적은 점점 더 늘어날 것이다. 1980년대 초만 해도 33㎢에 불과했으니 이미 30% 이상 확장되었다. 
대부도를 섬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드문 것은 일찍이 1994년에 시화방조제와 탄도방제조로 연륙되었고 이때 인근의 선감도와 탄도, 구봉도 등의 작은 섬들이 대부도로 편입되었다. 
대부(大阜)는 ‘큰 언덕’이라는 뜻으로 예부터 경기만에 있는 큰 섬 중의 하나라는 의미로 붙여진 이름이다. 가장 높은 황금산도 168m에 불과해 산이 아니라 큰 언덕이라고 했는지도 모른다. 평지가 많아 조선시대에는 말을 키우는 목장으로 활용되었으니 이제는 ‘현대의 말’이라고 할 수 있는 자전거가 더욱 잘 어울린다. 장대한 방조제가 있는가 하면 솔밭과 백사장, 해안로, 갯벌, 아득한 간척 둑길 등 다양한 경관이 펼쳐져 있다. 서울에서 겨우 1시간 거리에. 

 

공학적 직선미, 시화방조제
바다를 가로지르는 거대한 인공둑, 시화방조제는 완공된 지 26년이나 되었지만 누가 이런 발상을 처음 했는지 여전히 경이롭다. 
방조제 중간에 있는 시화나래조력공원은 2011년 국내최초이자 세계최대 규모의 시화조력발전소가 완공되면서 휴게소와 시화달전망대 등과 함께 조성되었다. 조력발전소는 밀물 때의 낙차를 이용하며 연간발전량은 소양강댐의 1.56배나 되어 50만명이 사용할 수 있다. 이 일대는 간만의 차가 최대 7.5m나 되어 세계적으로도 가장 큰 편이다.  
시화나래조력공원 이남부터 행정구역상 대부동에 속하니 대부도로 볼 수 있다. 공원은 넓은 무료주차장과 휴게소까지 갖춰 투어 기점으로 잡기 편하다. 시화방조제에는 도로와 분리된 널찍한 자전거도로까지 잘 나 있다. 

구봉도 낙조전망대 
방조제 남단에서 대부도공원 뒤편으로 돌아가면 갈대밭과 습지로 이뤄진 광활한 대부바다향기테마파크가 나온다. 산책로 외에는 시설이 따로 없어 자연 그대로가 잘 보존된 편이고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아 한적한 분위기도 좋다. 약 100만㎡(약 30만평)에 달하는 이 공원만 제대로 보려고 해도 한참이 걸릴 것이다. 젊은이들은 전동 바이크나 4륜 바이크를 빌려 공원을 돌고 있다.     
우리는 공원 서단의 흙길을 따라 남하해 낙조전망대가 있는 구봉도로 향한다. 도로가 새로 닦이고 길가에는 펜션과 식당 등이 들어서고 있다. 한때는 대부도와 분리된 낙도였을 구봉도를 자전거로 편안하게 접근한다. 남쪽 해안을 따라 바다와 지척의 거리를 두고 산책로가 잘 나 있고 도중에 두 개의 암초가 나란한 할매할아배바위에 작은 쉼터가 마련되어 있다. 안면도 꽃지해변에 있는 1쌍의 암초와 이름이 같다. 여기서는 서쪽으로 시야를 가리던 영흥도를 벗어나 수평선이 아득히 펼쳐진다. 
구동도 끝단의 개미허리아치교까지 길이 나 있지만 마침 밀물이라 길이 잠겨 자전거를 두고 산길로 우회해 낙조전망대에 섰다. 낙조 때는 아니지만 힘을 잃고 스러지는, 어딘가 우울하고 맥 빠진 낙조 분위기를 보완하듯 힘차게 비상하는 듯한 조형물이 빨간 등대와 나란하다. 여기서 낙조를 제대로 보려면 귀로의 어둠을 각오해야 하니 만만한 구경거리가 아니다.     

 

너무 짧구나, 해안길이여
구봉도에서 돌아나와 자전거도로가 나 있는 큰 길을 따라 해변으로 붙으면 올해 4월에 개통한 산뜻한 해안로가 시작된다. 대부도의 첫 해안도로로 대부북동 돈지섬과 남쪽의 뻑국천을 연결하는 길이 5.2km, 왕복 2차로이며 갓길에 널찍한 자전거도로가 있어 처음 보는 순간 “와~ 이런 멋진 길이 있다니!”하고 감탄하게 된다.  
돈지섬이라고는 하지만 지금은 완전한 육지가 되어 구봉도 가는 길목에 있는 작은 야산일 뿐이다. 영흥도 화력발전소의 전기를 안산 반월공단으로 옮기는 거대한 송전탑이 산을 넘어 시화호를 성큼성큼 건너간다.   
해안로는 약간의 업다운이 있으나 업힐이라기보다 구릉지 따라 자연스럽게 구비치는 완만한 일렁임이라 채 힘을 쓰기도 전에 마루를 넘어선다. 길가는 곧 바닷가이고 곳곳에 동화 같은 펜션이 쉬어가라 부른다.  
해안의 갯벌은 엄청나서 물이 빠지면 바다 건너 3km나 떨어진  선재도와 그냥 한 섬이 되어버린다. 실로 어마어마한 규모로 서해안에서도 손꼽히는 갯벌이어서 국가연안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고 람사르 습지에도 등록된 상동갯벌이다. 
하지만 해안도로는 자전거에게 너무 짧아서 아일랜드 골프장 직전에서 끝나고 만다. 짧아서 아쉽지만 그만큼 더 소중한 경관이라 돌아오는 길에 풍경을 하나하나 곱씹으며 다시 본다. 

2km 직선의 메타세콰이어 길 
귀로에 다시 대부바다향기테마파크로 들어선다. 이번에는 파크 동쪽의 메타세콰이어 숲길이다. 장장 2km의 직선로는 끝이 보이지 않고 양쪽으로 도열한 같은 키의 메타세콰이어는 자못 이국풍이다. 길 주변이 광활한 갈대밭이어서 포근하고 친근한 서정풍도 감돈다. 다만 나무가 아직 어려서 높이와 연륜에서 고목의 위용을 보여주는 담양의 메타세콰이어 같은 강렬함은 떨어진다.   
시화방조제 구간은 휴일을 맞아 자전거로 넘쳐난다. 시화나래조력공원은 주차장이 만차 수준이고 방조제 곳곳에는 낚시꾼과 관광객들이 진을 치고 있다. 
마지막 일정으로 높이 75m의 시화달전망대에 오른다. 무료입장이라 고맙긴 한데 자동차도 드나드는 전망대 옆 주차장으로 자전거를 타고 가니 경비원이 고함치며 뛰쳐나오고, 전망대 입구에서는 자전거용 마스크를 트집 잡아 기분을 망친다. 요즘은 어딜 가나 완장이 너무 많다.  
전망대의 조망은 장관이다. 방조제와 시화호, 송도 LNG 기지가 가까이 보인다. 아득히 뻗어난 방조제는 희미한 대기 속에 소실점을 숨기며 최후를 몽롱하게 숨기고 있다. 직선의 빤한 길이지만 보이지 않는 부분에는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없다. 당연히 방조제의 최후는 육지이고 인생의 최후는 죽음임을 알지만 그 사이에 무엇이 있는지는 모른다. 이런 ‘무지’는 탄식이 아니라 다행이라고 안도해야 한다. 미리 다 안다면 무슨 재미가, 의미가, 설렘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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