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대 명산을 자전거로 도전한다

100대 명산을 자전거로 도전한다 ⑩
대관령 제왕산(840m) & 제21회 280랠리
대관령 품은 강릉의 진산, 이제는 여유로운 280랠리 
제왕산은 대관령 동쪽으로 뻗어난 능선에 솟은 산으로 대관령과 비슷한 높이로 강릉을 굽어본다. 고려말 비운의 왕 우왕은 이성계에게 강릉으로 쫓겨나 살해되었는데 이 산에서 성을 쌓고 대항했다는 전설이 있어 제왕산이 되었다. 이번에 14번째로 그 힘들고 어렵다는 280랠리를 완주했다. 경험이 많고 지리도 익숙하다보니 적당히 취침도 하면서 여유롭게 완주에 성공했다


제왕산(帝王山, 840m)은 대관령(832m)과 능경봉(1123m)을 잇는 백두대간 중간쯤에서 동쪽 강릉 방면으로 뻗어 나온 산줄기를 이루며, 대관령 동쪽에서 제일 높은 봉우리다. 산세가 완만하며 참나무 숲과 낙엽송이 우거져 수림의 바다를 이룬다. 대관령 아래 횡계리에서 제왕산 턱밑까지 임도가 나 있어 비교적 수월하게 정상까지 오를 수 있다.  

대관령의 강풍 
우리(필자와 평택의 무한질주님)는 진부에서 1박을 하고 새벽 4시 자전거를 차에 싣고 대관령으로 향했다. 숙소 주인은 “코로나로 인해 손님이 없다”며 우리가 3개월 만에 첫손님이라 한다.
대관령 정상은 바람이 얼마나 거센지 서 있을 수가 없을 정도다. 대관령은 선자령(1157m)과 능경봉 사이의 안부에 해당해 바다에서 치고 올라오는 해풍이 좁은 지대로 몰려들어 거의 언제나 강풍이 몰아친다. 대관령 북쪽 선자령 일대에 하얀 기둥으로 도열한 풍력발전기도 이 바람을 이용하기 위해서이니 입지 선정으로는 탁월하다.  
대관령 고갯마루 옆 영동고속도로준공비에서 등산로를 타고 남쪽으로 출발한다. 얼마 가지 않아 횡계에서 올라온 임도를 만난다. 임도를 따라 좌회전하면 백두대간을 벗어나 강릉을 향해 불쑥 돌출한 제왕산 능선이 시작된다. 능선길을 조금 가면 제왕산 정상으로 오르는 계단이 나온다.  

 

강릉의 진산 
대관령에 뿌리를 두고 백두대간에서 시작된 제왕산 줄기는 줄곧 동쪽으로 흘러 오봉산(539m)을 맺고는 성산면에서 들판으로 잦아든다. 강릉 주위에는 고봉이 즐비하지만 아무래도 제왕산을 한 지방의 영산인 진산으로 보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조선중기의 지리서인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대관령을 묘사하면서, ‘강릉 서쪽 45리에 있는데, 이 주(州)의 진산(鎭山)이다. 여진 지역인 장백산(백두산)에서 구불구불 남쪽으로 뻗어 내리면서 동햇가를 차지한 것이 몇 곳인지 모르나, 이 영이 가장 높다. 산허리에 뻗은 길이 아흔아홉 굽이인데, 서쪽으로 서울과 통하는 큰길이 있다. 부치(府治)에서 50리 거리이고 대령(大嶺)이라 부르기도 한다’고 되어 있다. 고개인 대관령이 실질적인 진산일 수는 없으니 대관령을 뒤쪽에 품고 있는 제왕산이 진산으로 여겨졌을 것이다. 제왕산 아래 오봉저수지의 물은 성산면의 서쪽 초입에서 보광천을 만나 남대천으로 흘러들어 강릉을 적시는 수원이 된다. 역시 제왕산에서 흘러내린 계곡수 아닌가. 

제왕의 이름이 붙은 까닭 
주변에 1000m 이상의 고봉이 즐비한데도 상대적으로 낮은 봉우리에 ‘제왕’의 이름이 붙은 것은 왕과 관련한 전설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려말 우왕(禑王, 1365~1389)이 이성계에 의해 폐위된 후 이곳에 성을 쌓아 근거지로 삼았다는 내용이다. 실제로도 우왕은 강릉으로 유폐되었다가 결국은 이성계 일파에게 살해당했고 무덤조차 알려지지 않고 있다. 정상부에는 산성의 흔적이 남아 약간의 신빙성을 더하지만 진위는 알 길이 없다. 아마도 억울하게 죽은 우왕의 원혼을 달래기 위해 생겨난 전설이 아닐까 싶다. 
적의 동태를 감시하고 공격을 막는 보루로서 제왕산 산성의 입지는 탁월하다. 능경봉에서부터 대관령, 선자령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의 주능선은 물론 동쪽으로 강릉 일대와 동해가 한눈에 들어온다. 
대관령과 제왕산은 높이 차이가 거의 없지만 능선 곳곳에 바위가 옹골차게 드러나 전체적으로는 육산인데도 골산의 기운마저 강하게 느껴진다. 바위 곁에는 낙락장송이 제왕처럼 서있다. 현재 이 산의 제왕은 소나무라고 할 수 있다. 

정상에서 만난 일출 
멜바와 끌바로 한동안 오르니 드디어 정상이다. 마침 어둠이 걷히고 동해에서 태양이 막 솟아오르는데 일대 장관이다. 한동안 정상의 조망을 즐기다 하산을 시작한다. 
등산로를 따라 타며 끌며 내려오니 대관령을 넘어온 임도가 나온다. 임도를 따라 동해쪽으로 다운힐하면 도중에 대관령 옛길과 만난다. 옛길을 따라가면 대관령박물관으로 이어진다. 이번에는 최초의 영동고속도로 구간이던 456번 지방도를 따라 다시 대관령을 올라 출발지로 복귀한다. 
대관령면 황태마을식당에서 황태정식으로 아침식사 후, 라이딩 시간이 짧은 아쉬움이 남아 귀가길에 원주 엠티비파크에 들러 임도와 다운힐 코스를 추가로 달렸다.

 

가장 힘든 동호인대회 
280랠리 14번째 완주기
올해로 21회째를 맞는 280랠리가 6월 마지막 주말 충북 단양군에서 열렸다. 
매년 4월만 되면 나도 모르게 랠리를 준비하게 된다. 필자는 지금까지 13회 참가했고 모두 풀코스를 완주해 10회 이상 완주자에게 부여되는 ‘마스터’ 칭호까지 받았다(280랠리 31번  마스터). 이제 필자에게 280랠리는 일종의 연례행사다. 
배번 제작관계로 5월말까지 신청을 해야 해서 280랠리 원년멤버인 ‘1번 브르스조’ 형님께 전화해 ‘팀280랠리’로 같이 신청했다. 형님이 거주하는 수원에서는 단양행 직행버스가 없어 대회 전날 제천까지 버스편으로 오시라 했다. 제천에서 브르스조 형님과 합류해 단양으로 이동, 배번 수령 후 대명콘도에 투숙했다가 새벽 2시반 집결지인 단양운동장으로 향했다. 
코로나로 인해 대회 자체가 불투명했지만 어렵게 성사가 되었다. 선수들만 ‘사회적 거리’를 두며 운동장에 들어갈 수 있었다.  입구에서 마스크 착용과 발열 검사를 진행했고 벌써 많은 선수들이 검차를 마치고 대기 중이었다.

 

원년멤버의 기념비적인 출전 
280랠리꾼들은 원년멤버인 1번 형님을 만날 수 있는 것만 해도 특별한 기회여서 같이 기념촬영을 하기에 바쁘다. 형님은 280랠리의 살아있는 전설이자 귀감이다. 우리도 출전 선수들과 기념촬영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올해는 유독 여성 라이더들이 많다. 웬만한 남성 베테랑도 쉽지 않은 280랠리를 도전하다니 여성 라이더들의 실력과 열정이 대단하다. 
형님은 하프, 필자는 풀코스여서 각자 출발선상으로 헤어졌다. 드디어 새벽 4시, 카운트다운과 동시에 출발이다. 
280㎞의 산악코스를 36시간 내에 완주하기 위해 힘차게 출발하니 무지원, 지원조 모두들 축제 분위기다. 한편으로는 잠도 한잠 못자고 지금 내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지 하면서…. 출전할 때마다 너무 힘들어 ‘내년부터는 다신 안한다’하고는 또 출전한다. 마약 같은 280랠리다.  
약 900명의 라이더들이 단양을 출발해 죽령까지 단숨에 치고 오른다. 경북으로 넘어가 영주 풍기읍 고항재를 지나 예천으로 접어든다. 구비구비 임도를 돌아 백두대간 묘적령 싱글구간을 빠져나와 다시 단양 땅으로 접어들었다. 

15군데 포인트 정확히 돌아야 
출발선부터 골인까지 저수령~화마니재~장회나루~금수산~가창산~삼태산~태화산~겸암산 등을 거치며, 능선과 임도마다 쳬크포인트가 15군데나 있어 이탈하거나 포인트 표식이 틀리면 안 된다. 정확히 포인트를 찍어야 완주를 인정받을 수 있어 요령을 피울 수가 없다.
완주하기 위해 선수나 지원조 모두 한마음으로 일치되어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은 참으로 아름답다.
하지만 랠리 도중 힘들고 피곤하겠지만 물병이며 초콜릿 봉지, 파워젤 봉지 등 쓰레기를 마구 버리는 선수들의 매너는 매우 아쉬웠다. 출발 전 주최측은 쓰레기를 투기하면 완주해도 적발 시 실격된다고 분명히 강조했다. 몇 명의 라이더들은 얘기를 하니 쓰레기를 되가져가기도 했다. 사진을 찍어 실격시키려다 36시간 헛고생시키는 것이 안타까워 다음부터는 그러지 말라며 좋게 타일렀다.   

무지원으로도 여유롭게 완주   
필자는 무지원으로 출전했다. 랠리 도중 전국 지원조와 선수들이 반겨주며 음료를 제공해줘 고맙고 반가웠다. 280랠리는 자전거 타는 모든 분들의 축제다. 
필자는 이미 많은 경험이 있고 지리를 잘 알고 있어 시간과 체력을 안배해 6시간 정도 취침하고도 제한시간을 4시간 이상 남긴 31시간 52분의 기록으로 완주했다. 
골인 후 포토존에서 기념촬영도 하고 후미에서 골인하는 선수들을 축하도 해주며 14번째 완주의 기쁨을 누렸다. 
* 참가선수 : 878명,  풀코스 완주자 558명,  하프 완주자 24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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