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면에서 2cm 높이 무한한 자유와 해방감이 있는 곳
샌들은 무더운 여름이면 빼놓을 수 없는 신발의 대명사와도 같다. 내부 열기가 빠져나갈 수 없는 구조의 일반 신발과 달리 사방으로 공기가 통하는 개방감과 그로 인해 발이 느끼는 시원함은 단연 독보적이다. 더위를 식히기 위해 바닷가나 계곡을 찾을 요량이라면 답답한 운동화나 등산화의 끈을 잠시나마 풀어보자. 발은 우리 몸에서 가장 혹사당하는 부위 중 하나다
글 김민수 객원기자
일상생활은 물론이고 야외활동 시 샌들이 가지는 매력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몸과 발이 느끼는 편안함은 차치하더라도 끈이나 버클 시스템을 이용해 가볍게 신고 벗을 수 있는 탈착의 용이함과 물과 뭍, 어느 한쪽만 국한되지 않는 범용성, 거기에 다양한 의류 아이템과 매칭 시 자신만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패션 아이템으로의 가치까지. 최근에는 터부시되던 양말과의 매칭을 통해 남과 조금은 다른 스타일을 추구하는 2030 패피(패션과 피플의 줄임말)들에게까지 각광받고 있으니 ‘샌들=아재 패션’이라는 선입견도 옛말이 된 듯 보인다.
종류를 막론하고 누구나 하나쯤은 갖고 있고, 또 애용하는 ‘머스트 해브 여름 아이템’ 샌들. 해를 거듭하며 더욱 더워지고 있는 요즘 여름 날씨를 감안하면 높이 2cm 안팎의 창 위에서 발이 누리는 해방감은 차라리 호사에 가깝다.
여름철 필수 아이템
샌들의 종류는 형태와 외관에 따라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신었을 때 발등과 발가락 부위가 겉으로 드러나는 노출형, 천이나 끈으로 발등을 덮고 보강된 신발 앞코가 있어 발가락을 보호해주는 은닉형, 그리고 ‘쪼리’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슬리퍼형태가 그것이다.
아웃도어에서 주로 사용하는 샌들은 노출 및 쪼리 형태가 주를 이룬다. 가벼운 무게와 최대한의 통기성에 주안점을 두고 제작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은닉형의 샌들을 아웃도어에서 쓸 수 없다는 건 아니다. 다만 노출형이나 쪼리 형태에 비해 ‘신발’ 형태에 가깝게 만들어져 물이나 땀에 젖었을 때 쉽게 마르지 않고, 상대적으로 많은 바느질과 원단 사용으로 내구성 면에서 떨어진다는 걸 염두에 둬야 한다.
인간은 과연 언제부터 샌들을 만들어 신기 시작했을까? 답은 기원전 4000년경 그려진 고대 이집트의 벽화에서 찾아볼 수 있다. 당시 이집트인들은 지금도 흔히 이용되고 있는 ‘쪼리’나 ‘플립 플랍(Flip-flop)’ 형태에 가까운 신발을 만들어 신었는데, 파피루스나 야자수의 줄기가 주재료였다. 뜨거운 모래로부터 발을 보호하는 게 주된 용도였고, 서민들은 신분상의 이유로 신을 수 없었으며 왕족이나 귀족들에게만 허용되었다고 전한다. 비교적 원형이 온전하게 남은 이집트 시대의 샌들은 기원전 1500년 전에 만들어진 것이다. 당시 사용된 창과 끈의 재료는 동물의 가죽이었다.
소재에 따라 형태와 쓰임새 달라
현대에 이르러 샌들의 재료는 무척 다양해졌다. 가죽이나 고무, 코르크 등 자연에서 얻은 소재나 플라스틱과 초극세사(microfiber), EVA 폼과 같은 합성재들이 주인공이다. 소재의 다양성만큼이나 샌들의 형태와 쓰임새도 저마다 다르다. 끈이나 천으로 발 부위를 감싼 뒤 신발창에 고정시킨 형태는 기본적으로 같지만, 재료가 갖는 특성에 따라 사용 환경이나 방법, 사후 관리 요령 등이 다르다고 보면 된다.
일례로 EVA 폼이나 코르크가 들어간 창으로 된 샌들은 푹신한 착용감이 장점이지만, 언급한 소재가 창의 단일 재료라면 요철이 있는 노면 위를 걷거나 평지라도 오랜 시간 이동하는 용도에는 맞지 않다. 특히 코르크는 수분을 흡수하는 성질이 있어 자칫 젖기라도 하면 온종일 질척임을 감수해야 한다.
노출형 샌들이나 쪼리는 개방된 구조에서 알 수 있듯 뛰어난 통기성과 속건성이 자랑이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부위가 많은 탓에 크고 작은 부상의 위험이 따른다.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최근 출시되고 있는 노출형 샌들들은 발가락 보호를 위한 앞코 적용, 보행 시 안정감 향상을 위한 스트랩 추가 등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습기를 머금는 성질의 원단으로 된 샌들은 물놀이 용도로는 낙제점이다. 대상지가 바다라면 쪼리 형태의 샌들이 낫고, 물 속 요철과 장애물들로 인해 발을 다칠 염려가 있는 계곡이라면 플라스틱이나 고무로 된 아쿠아슈즈가 제격이다.
잘 씻고 잘 말려야 냄새 걱정에서 해방
여름이면 인기가 상한가를 치는 샌들이지만 사용자 입장에서 한 가지 고민이 있다. 맨발로 착용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위생’이라는 문제가 항상 뒤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평균적으로 사람은 하루 24시간 중 가장 체온이 낮다는 수면 시에도 250㎖의 땀을 흘린다고 알려져 있다. 대략 한 컵 정도의 분량인데, 우리의 발 역시 대략 하루 한 컵 정도의 땀을 배출한다. 무더운 여름철 한낮 기온을 감안하면 발은 항상 축축한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 거기다 만약 평소 각질 제거 등 발 관리가 잘 되어 있지 않은 상태라면? 눅눅하고 때가 낀 샌들 바닥은 각종 세균이 서식하기 좋은 박테리아 배양장이 되기 십상이다.
가장 좋은 샌들 관리법은 젖지 않게 하는 것이다. 같은 샌들을 사후관리 없이 매일 신는 것도 피하는 게 좋다. 어쩔 수 없이 땀이나 수분에 노출되었다면 오염을 제거한 뒤 잘 말려야 한다. 이때 직사광선은 피하고 그늘지고 공기가 잘 통하는 곳을 택해야 혹시 모를 원단 손상을 예방할 수 있다.
단순한 구조의 샌들은 의류와 달리 세척 시 따로 세제가 필요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보다는 베이킹소다를 푼 물에 샌들을 적신 뒤 칫솔이나 솔을 이용해 꼼꼼히 문지르고 깨끗한 물로 헹궈낸다. 기억할 건 특히 발바닥이 닿는 안창 부위의 미세 오염까지 없애야 악취의 원인이 되는 박테리아를 제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세척이 끝났다면 잘 말린 뒤 베이킹소다를 뿌리거나 녹차 티백과 함께 보관하면 냄새 걱정을 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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