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딩에 집중하고 평롤러 훈련과 코어운동 병행해야 실력이 는다

라이딩에 집중하고 평롤러 훈련과 코어운동 병행해야 실력이 는다


지난해 TDK 스페셜에서 개인종합 우승과 스프린트 우승, KOM 2등까지 차지한 아마추어 사이클 계의 살아있는 전설 이형모 선수를 만났다. 자타공인 동호인 최강을 자랑하는 그의 자전거 히스토리를 들어보자
글·사진 유병훈 기자

 
 
 

이형모 선수 주요 경력 
2010년 대관령 힐클라임대회 전체 1위
2011년 RAAM 2인팀 완주, 50세 이하 그룹 우승
2012년  TDK 개인종합 2위. 팀 1위
2013년  미시령 힐클라임대회 단체전 우승
2013년  마스터즈 사이클 투어 4회 우승, 포인트 1위
2013년  대관령 힐클라임대회 1위
2013년  구미 산악자전거 대회 상급마스터 1위
2014년  미시령 힐크라임대회 사이클 1위.
2014년  마스터즈 사이클 인천 투어 1위
2014년  RAAM SOLO 한국인 최초 완주 
2015년  미시령 힐클라임 대회 1위
2015년  배후령 힐클라임 대회 베테랑부 1위
2015년  구미 MTB 대회 베테랑 1위
2016년  TDK 개인종합 우승, 스프린트 1위, KOM 2위


노을이 지는 늦은 오후, 서울 합정동에 위치한 지하 녹음실에서 이형모(40, 팀 위아이스 세븐힐즈) 선수를 만났다. 시골청년처럼 순박하게 웃으며 악수를 청하는 그를 보며 너무도 순해 보이는 인상의 이 남자가 한국 동호인 대회를 휩쓰는 그 사람이 맞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까맣게 탄 피부와 단단한 몸매에서 범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졌다. 현재는 RPM스포츠에서 영업사원겸 ‘느리게 걷는 자전거교실’을 운영하고 있다는 이형모 선수와 인터뷰를 시작했다. 

 

요즘은 부가적인 훈련으로 로잉머신을 많이 한다고 한다

 

― 원래 산악인이었던 걸로 아는데 자전거로 전향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우리나라에서 전문 산악인으로 활동하기는 쉽지 않다. 히말라야나 에베레스트를 올랐다고 하면 어려운 도전과 새로운 경험이라는 인식보다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위험한 걸 왜 하는 거야?’ ‘돈도 못 버는데 왜 하는 거지?’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고 사고와 같이 위험한 상상을 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나도 산을 오를 때 가족들이나 지인들이 걱정하고 힘들어하는 모습을 계속 보게 되었다. 2009년, 마지막으로 에베레스트 코리안 루트를 개척하고 이제는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좋아하는 일을 찾아보자 라고 생각하던 차에 자전거를 만나게 됐다.” 

― 굳이 자전거를 선택한 이유는?
“산악인 활동을 하면서 서울 생활을 하게 되었는데 낮선 환경에서 생활하다 보니 이동이 불편하고 해서 처음에는 교통수단으로 이용하려고 2007년에 생활용 MTB를 산 것이 시작이다. 그렇게 교통수단으로 이용하다가 점차 친구들과 레저용으로도 타고 강릉에서 부산까지 가는 등 라이딩을 즐기게 되었다. 그러다가 전공이 사회체육학인데 생활체육 지도자 자격증 중에 사이클 종목이 있어서 ‘자전거를 좋아하니까 사이클도 타볼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고 알루미늄에 구형 소라가 달려있는 지인의 자전거를 저렴하게 구입해 도싸도 따라다니고 곧이어 시험을 보게 되었다. 
  그런데 시험날 날씨가 좋지 않아 야외가 아닌 실내에서 평롤러로 진행됐다. 평롤러를 본 적도 없었지만 탈줄 아느냐는 감독관의 질문에 차마 못 탄다고 할 수가 없어서 탈줄 안다고 거짓말을 하고 앞사람이 타는 걸 유심히 본 후에 올라갔는데 시작하자마자 바로 넘어졌다. 사회체육학과 나왔다는 사람이 이렇게 준비 없이 왔다는 것에 부끄러웠고 왠지 이것을 타면 자전거를 잘 탈 수 있게 될 거라는 생각으로 바로 평롤러를 구매해 혼자 연습을 했다. 그렇게 연습하고 배우다 보니 달리기와 수영도 좋아하니까 언젠가 철인3종 선수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하며 점차 본격적으로 자전거를 타게 됐다.” 

― 미국횡단대회인 RAAM(Race Across AMerica)에 대한 일화도 궁금하다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
“김기중이라는 친구를 MTB시합장에서 우연히 만났는데 그 친구는 당시에 RAAM을 준비중이었다. RAAM에 솔로로 참가하기 위해서는 팀으로 참가해서 완주를 하거나 일정 기준을 통과해야 한다. 김기중 씨는 팀으로 참가해서 자격을 얻고자 하는 중이었고 그때 2인팀 참가자로 파트너를 찾다가 나에게 같이 해달라고 제의가 왔다. 당시 나는 소방공무원시험 준비중이었지만 열심히 하던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좋은 경험일 것 같아서 바로 같이하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출국을 두 달 앞두고 예상치 못한 사고가 났다. 투르 드 코리아를 위한 훈련을 하다가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해 다리와 허리쪽 뼈가 부러졌고 병원에 50일 가량 입원하게 된 것이다. 김기중 씨는 그때 파트너를 바꿀 것을 제안했지만 만약 이것을 이겨내지 못한다면 스스로도 견디지 못할 것 같았다. 꼭 갈 것이니 믿어달라고 했고 퇴원하자마자 훈련에 돌입해 출국전 15일 가량을 훈련에 매진했다. 그런데 뼈가 완전하지 않은 상태에서 자전거를 타다보니 과속방지턱을 넘는 등 충격을 받을 때마다 뼈가 아파왔다. 그 당시는 운동을 상당히 많이 해서 동호인 중에 가장 오르막을 잘 타는 사람이었는데 매우 느리게 오르막을 올라가는 자신을 보면서 자신감이 사라지고 부정적인 생각도 많이 들었다.” 

 
 
이형모 선수가 진행하는 행복나눔라이딩 행사

 

 

― 어떻게 극복하고 가게 되었나
“그런데 신기하게도 느리고 약한 사람이 되고 보니 지금까지 빠르게 지나쳐 보지 못했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행동에 어려움이 있는 사람들, 사회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람들, 느리게 걷는 노인분들이 눈에 들어왔고 RAAM을 통해서 이런 분들에게 도움을 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런 분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더 열심히 하게 되었고 작은 도움이나마 주려고 했던 우리를 대단하게 생각해주시고 응원해주시는 분들 덕분에 오히려 우리가 더 큰 용기와 힘을 얻었다. 그래서인지 15일만에 다시 원래만큼의 기량을 회복할 수 있게 됐다. 그렇게 RAAM에 갔다 오고 좋아하는 자전거를 생업으로 해보자는 용기도 얻을 수 있었다.” 
* RAAM은 미국대륙을 서에서 동으로 횡단하는 대회로 약 4500km를 완주한다. 이형모 씨는 한국인 최초로 이 거리를 11일 21시간58분에 완주했다.  

― 적지 않은 나이에도 동호인 최강으로 인정받고 있다비결이 있는가
“기본에 충실하는 것이 실력을 유지하는 비결이라면 비결일 것이다. 기본이라는 것은 간단히 말해서 자전거를 탈 때는 집중해서 달리고 그렇지 않을 때는 잘 먹고 잘 쉬는 것을 말한다. 집중해서 달린다는 것은 내 몸이 내는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정해놓은 훈련 목표를 무조건 채운다는 느낌보다는 그날의 몸 상태에 맞춰서 집중해서 달리는 것이 비결이다.”

― 구체적인 훈련량이나 훈련방식이 궁금하다
“자전거는 한강자전거도로에서 주로 타고, 실내에서 롤러 훈련도 종종 한다. 요즘 빼먹지 않는 훈련은 코어운동이다. 플랭크와 같은 코어 강화 운동을 꾸준히 하면 신체 밸런스가 좋아지고 부상의 위험도 줄어들어서 교육생들에게도 지속적으로 시키고 있다. 최근에는 로잉머신을 활용한 훈련도 하고 있다. 과거 영국 조정선수들을 훈련시켜 사이클 선수로 출전시켰다고 하는데 그만큼 두 운동 간에 사용하는 근육 부위가 비슷해서 실내에서 롤러 타기가 따분할 때는 로잉머신을 이용한 훈련도 상당히 효과적이다. 요즘 로잉머신을 열심히 했더니 안 그래도 넓었던 등이 더 넓어졌다.” 

 
 
솔로로 출전한 RAAM에서 당당히 완주한 이형모 선수

 

 
 

― 자전거를 더 잘 타고 싶은 동호인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일단 자전거를 편하게 타기 위한 평롤러 훈련과 몸의 중심을 단련하는 코어운동을 꼭해주길 바란다. 무리한 훈련보다는 가용시간 내에 자신의 신체 능력이나 컨디션에 집중해서 훈련하고 잘 먹고 잘 쉬는 것을 꾸준히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실력이 향상될 것이다. 자기 자신을 잘 아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리고 당장의 변화가 없더라도 내가 노력하고 땀 흘린 시간들을 믿고 기다리는 여유도 있어야한다.”

― 현재는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가?
“요즘은 ‘느리게 걷는 자전거교실’이란 곳에서 자전거 교육을 하고 있다. 또 RAAM 이후로도 지속적으로 ‘행복나눔라이딩’이라고 하는 후원 라이딩을 열고 있다. 행복나눔라이딩은 내가 좋아하는 자전거가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의미 있는 일이었으면 싶어서 라이딩을 할 때마다 1000원씩 저금통에 돈을 모으던 것으로부터 시작됐다. 그렇게 스스로 모금을 하다가 나뿐만 아니라 같이 자전거를 타는 팀, 그리고 지인들과도 함께 모금을 하게 됐고 이제는 전국에서 저금통을 모아서 보내주는 분들도 있다. “작은 용기와 작은 의미 그리고 행복”이라는 슬로건 아래 운영해나가고 있는 이 활동은 보너스를 받았다거나 또는 복권에 당첨됐다거나 해서 하는 기부가 아니라, 우리가 좋아하는 자전거를 타면서 꾸준히 실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치를 갖는다고 생각한다. 행복나눔라이딩은 하루동안 RAAM을 체험해 보는 형식으로, 우리가 후원하는 곳까지 상당히 먼 거리를 이동해 후원금을 전달하는 형식의 행사인데 혹시 참여하고 싶으신 분들은 페이스북이나 블로그로 연락주면 된다.” 
이형모 선수와의 인터뷰는 매우 유쾌했다. 자전거를 타지 않는 동안의 이형모 선수는 정말 순박한 청년의 모습이었고 자신이 하는 일을 통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하는 생각과 그것을 자연스럽게 실천하는 모습이 정말로 멋졌다. 이형모 선수와의 대화를 직접 듣고 싶은 독자들이라면 팟빵에서 자전거 팟캐스트 위아더씽 30회를 들어보길 바란다.  

 
RAAM에 도전한 이형모 선수. 미대륙 4500km를 11일만에 주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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