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자전거, 알아야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예스맨의 이바이크스토리⑪
전기자전거, 알아야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전기자전거 관련 법률이 제정되고 점차 전기자전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런 가운데 전기자전거를 처음 타는 사람은 스펙보다 너무 금방 닳아버리는 배터리에 당황하기도 하고 모터가 꺼져버린 전기자전거를 힘들게 끌며 분통을 터트리기도 한다. 이런 일은 왜 발생하는 것일까? 전기자전거 구매에서 운행 방법까지 한 번에 알아보자
글·사진 예민수 벨로스타 대표

 
 

지금까지는 전기자전거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 다소 딱딱하고 생소한 이야기였다. 이제 전기자전거 관련 법령도 제정되었으니 그동안 무법천지, 일부 마니아들의 장난감이었던 전기자전거가 음지에서 양지로 나오고, 전기자전거가 꼭 필요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될 것이다.
전세계 전기자전거의 판매와 보급 상황을 보면 한국은 매우 매력적인 시장으로 많은 업체들이 다양한 제품을 쏟아낼 것이다. 이제 소비자들이 눈을 크게 뜨고 귀를 열어서 좋은 제품을 고른다면 안전하고 즐거운 전기자전거 생활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칫 사전지식 없이 잘못 고르게 되면 애물단지가 될 수 있는 것이 전기자전거다. 

전기자전거를 선택할 때 몇 가지는 꼭 꼼꼼히 체크해야

1. 믿을만한 회사 제품인가?
그동안 많은 회사들이 무겁고 품질 낮은 전기자전거를 한 컨테이너 들여와서 팔고 사라진 경우가 많았다. 구입한 고객들만 AS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아야 했고, 품질문제로 전기자전거에 대한 좋지 않은 기억들만 남았다. 제품 구입 전에 제작사와 판매사에 대한 정보를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국내 판매를 위한 최소한의 검증인 제품인증(KC자율인증)을 받았는지 꼭 확인해봐야 한다. 

2. AS 조건은 어떤지 꼼꼼히 체크한다
전기자전거는 일반자전거에 비해 비교적 무겁고 덩치가 크며 복잡해서 고장 나면 난감한 상황이 발생한다. 때문에 AS 조건이 어떻게 되는지 꼼꼼히 체크해야 한다.

3. 전기자전거도 전체 무게를 꼭 따져봐야 한다.
2018년 3월부터 적용되는 법령에 따르면 제품중량 30㎏ 이하의 전기자전거만 자전거의 범주에 들어갈 수 있다. 대부분의 납배터리 전기자전거는 이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전기자전거에서 제외된다. 실제로 자전거의 무게는 성능과 직결된다. 최대한 가벼운 제품 그러나 안전하고 튼튼한 제품을 골라야 한다.

4. 주행거리와 무게, 성능 등 자신의 필요에 맞는 전기자전거를 골라야 한다.
전세계에서 판매되고 국내에 수입되는 전기자전거의 종류는 매우 많다. 가격과 성능 등 선택의 요소가 많은 것이 전기자전거다. 자신의 용도와 예산에 맞는 가장 적합한 전기자전거를 찾아내기 위해서는 노력을 해야 한다. 절대로 싸고 가볍고 품질 좋고 멀리가고 디자인까지 좋은 착한 제품은 없다. 얻는 것이 있다면 포기해야 할 부분도 있는 것이다.

5. 자신이 고르기 어렵고 공부할 시간이 없다면, 관심을 가지고 전기자전거를 먼저 경험하고 있는 친구나 동호회, 전문가의 조언을 받는 것도 출혈을 막는 좋은 방법이다. 

 
무선와트메타로 스마트폰 앱에서 상세 정보를 실시간으로 보여준다
중앙구동형 계기판과 스마트폰 와트메타를 연동시킨 핸들바
 
 

왜 스펙과 실제 주행거리는 다른가
이제 자신에게 적합한 전기자전거를 선택했다면, 전기자전거를 즐기면서 타는 방법을 알아볼 필요가 있다. 전기자전거를 1년 정도 타보면 저절로 알게 되지만 처음 시작하는 초보 전동라이더들에겐 조금 어려운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많은 초보 전동라이더들은 에너지 불변의 법칙을 망각하고 작은 무게의 배터리로 멀리 가는 전기자전거를 찾는다. 작은 용량의 배터리로 멀리 간다면 그만큼 전기 동력의 지원이 약하다는 것은 불변의 진리다.
“같은 전기자전거인데 왜 나만 주행거리가 짧은가?”
“500Wh급 배터리로 평균적으로 얼마나 주행할 수 있나?”
“서울에서 속초까지 가려면 배터리 용량이 얼마나 필요하나?”
초보자들의 기본적인 질문들인데 전기자전거를 타본 라이더라면 바로 답을 못하는 이유를 알고 있다.
라이더의 능력, 특히 다리 힘, 변속능력, 주행속도, 체중, 자전거의 종류, 모터의 종류, 배터리의 성능, 라이더가 모터를 도와주는 페달링 의지에 따라서 전기자전거의 주행거리는 고무줄처럼 달라진다. 전기자전거의 주행거리는 표준조건일 때의 기준이다.
몸무게 70kg, 주행속도 25㎞/h, 일반적인 전기자전거(무게 20kg 내외), 무풍, 평지도로, 적절한 타이어 공기압, 배터리 컨디션 100%와 같이 표준조건이 설정되고 이러한 조건에서 벗어나면 벗어난 만큼 주행거리는 고무줄처럼 변하게 되는 것이다. 일반적인 전기자전거 제조사에서 말하는 주행거리는 위의 표준조건 기준이다.
그렇기에 왜? 나만 주행거리가 차이가 나는지 궁금하다면 위의 조건에 내 조건을 대입해서 변수를 가감 해보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최악의 조건을 나열해보면, 몸무게 100kg 이상, 주행속도 평속 30㈜/h 이상, 타이어 폭 5인치의 팻바이크, 업힐이 많은 강원도길, 생산된 지 3년이 넘은 배터리, 전체 용량이 부족한 작고 가벼운 배터리, 페달링 의지가 없는 라이더가 맞바람을 맞고 달리는 경우라면 주행거리는 제조사가 제시한 거리의 반 토막도 안 될 수 있다.
지금까지는 일반적인 전기자전거 이야기였다. 요즘 전기자전거의 트렌드가 된 크랭크 구동방식은 변속이라는 엄청난 변수가 있다. 크랭크 구동 방식의 경우 계기판에 실시간 소모전력량을 알려주는 와트메타 그래프를 참고해서 적절한 변속과 페달링을 하면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좀 더 정밀한 측정기구인 스마트폰과 연동되는 블루투스 방식의 와트메타로 스마트폰 앱을 통해 효과적인 변속법과 세부적인 데이터를 찾아 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실제로 와트메타의 정보를 이용해 효율을 측정하는 테스트를 해보자. 

TEST1  노을공원 업힐에서 속도에 따른 에너지 소모량 테스트평지 주행에서 적절한 변속과 속도에 따른 배터리 소모량 실험

 
노을공원 업힐에서 속도에 따른 에너지 소모량을 테스트했다 전기 자전거 :
트렉 R200 리컴번트. 센터드라이브 350W 모터. 배터리 포함 20kg
무선와트메타 스크린샷. 노을공원 업힐을 평속 12㎞로 올라갈 때 470m 주행에 평균 641W의 소모전력을 보임
 
 

예상대로 속도를 올리면 소모 전력도 많아진다. 극심한 업힐에서는 기어를 낮추고 설렁설렁 올라가는 것이 전기소모량을 줄일 수 있다.

TEST2  노을공원 업힐에서 속도에 따른 에너지 소모량 테스트
한강자전거길. 브레이크를 사용하지 않고 운행할 수 있는 한적한 곳 
1. 자전거 : 트렉 R200 리컴번트 / 40단 기어비 600% / 350W 센터드라이브
2. 라이더 몸무게 70kg / 자전거 20kg
3. 주행조건 : 평지 왕복 2㎞ 정속주행. 페달링 없이 스로틀로만 주행
4. 주행속도와 변속에 의해 달라지는 배터리 소모량 변화
스로틀/최고속 고정 기어(A. C)와 적절한 변속(B)으로 왕복 2㎞ 배터리 소모량 비교
A. PAS1-2   평속 23㎞ 최고단 기어 고정  18.5Wh (AVG 218W)
B. PAS 5    평속 23㎞ 적절한 변속                   14.8Wh (AVG 168W)
C. PAS 5    평속 31㎞ 최고단 기어 고정              27.4Wh (AVG 427W)

 

 
 

1 ‌A조건 데이터. 평지주행 2㎞, PAS 1~2 고단기어, 평속 24㎞. 평균전력소모량 218W 
2 ‌B조건 데이터. 평지주행 2㎞, PAS 5 적절한 변속, 평속 23㎞. 평균전력소모량 168W 
3 ‌C조건 데이터. 평지주행 2㎞, PAS 5 고단기어에 풀스로틀, 평속 31㎞, 평균전력소모량 427W  
4 ‌A상황 세부 데이터화면 스크린샷. 상세 정보가 저장되어 있다

모터 동력을 약하게 PAS 1~2에 놓고 최고속도 기어로 고정한 A 결과가 같은 속도를 내기 위해서 모터의 회전수를 높인 상태에서 기어비를 적절히 조절한 B보다 소모 전력이 30%나 높았다. 변속을 잘 해서 23㎞ 속도로 운행한 B대비 변속 없이 최고속 기어에 최고 스로틀로만 운행한 C가 속도 8㎞ 상승(약 30% 상승)에 에너지 소비는 거의 두 배가 늘어나는 결과로 빠른 속도를 유지하며 달리면 배터리 소모는 피할 수 없다는 걸 보여준다.
따라서 크랭크 구동방식 초보들이 주로 PAS 1단이나 2단에 놓고 기어는 가장 높은 기어에 놓은 상태로 페달링을 하면 제대로 변속하며 PAS를 높여서 운행하는 것보다 주행거리가 짧아진다.

 
유로바이크쇼의 시승장에서 전동 3륜 리컴번트를 타는 라이더
보쉬모터를 장착한 생활형 전기자전거
유로바이크쇼 시승장. 전기자전거를 시승중인 라이더

 

 

최고효율 RPM 활용해 케이던스 페달링을 해야  
효율적인 변속과 모터의 최대효율이 나오는 회전수를 선택할 수 있는 중앙구동방식이 에너지 효율은 유리하지만, 변속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효율이 나빠질 수 있다. 스로틀 없이 PAS 방식으로 페달링시 전해지는 부하에 따라서 변속을 자연스럽게 하면 결국 배터리의 효율성을 높이게 된다.
실제로 수동자동차의 경우 최고토크가 나오는 RPM을 이용하는 운전자의 변속 숙련도에 따라서 연비 차이는 엄청나게 달라진다. 전기자전거도 최고효율이 나오는 모터의 RPM을 이용해서 케이던스 페달링을 하면 전비는 좋아지게 된다.
기어를 최고속도에 놓고 PAS 단계를 최저로 해서 살살 달리면 전력효율이 좋을 것 같지만, 실제로 저단부터 중단까지 잘 활용해서 최고 PAS단을 놓고 효율이 좋은 회전수를 사용하는 것이 오히려 전력효율을 높일 수 있다(실험사진 참조).
계기판에 실시간 소모전력을 표시하는 와트메타가 있는 이유는 바로 이 효율성을 라이더가 찾는데 도움을 줘 효율적인 라이딩을 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나는 열심히 페달링을 했는데 전력소모가 많을 경우는 이 효율적인 RPM 구간을 활용하지 못했거나 모터의 회전수를 따라가는 페달링을 했기 때문이다. 효율적인 RPM 구간을 이용하고 모터의 회전수를 앞서가는 적극적인 페달링을 하면 실제로 전기자전거의 배터리 소모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작은 배터리 한 개로 하루 종일 라이딩을 해도 모자라지 않는 신기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한다.
전기자전거 초보 때 배터리 한 개로 얼마밖에 타지 못한다고 하시는 ‘고학년 큰형님’들은 대부분 최고 고속 기어(11T)에 놓고 파스1로 살살 타면 전기소모량이 적을 것으로 생각하는 분들이다. 그런데 전기자전거를 1년 이상 타온 한 지인은 고단기어를 사용하지 않고 중간정도에서 시작해서 주행하며 부하에 따라 적절한 변속을 하거나 최적의 RPM이 나오는 중간 기어를 찾아 케이던스를 80RPM 정도로 유지하고 나서부터는 거리가 자꾸만 늘어났다고 한다. 그래서 500Wh급 배터리로 얼마나 멀리 가는지 체크해 보는 재미로 전기자전거 라이딩의 재미가 더 늘어났다고 한다.  

 
 
독일에서는 출퇴근 시에 자전거도로를 달리는 전기자전거가 생활화 되어 있다

 

 

전기자전거는 스마트폰. 2G폰을 넘어야 진가가 보인다  
전기자전거는 라이더의 페달링을 전기모터로 보조하기 위해 3~10㎏ 정도의 모터와 배터리를 달아서 자전거 중량을 늘려놓았다. 라이딩 목적지까지 배터리 용량을 남기면 즐거운 라이딩이 되지만, 라이딩 중에 배터리가 방전되면 모터와 배터리의 무게가 라이더를 압박하게 되어 전기자전거는 즐기는 것이 아니라 스트레스가 되기도 한다.
전기자전거를 편하게 즐기려면 전기자전거의 정확한 성능과 효과적인 사용방법을 알고 그 범위 내에서 운영을 해야 고장이나 배터리 방전에서 오는 지옥의 페달링을 줄일 수 있다. 전기자전거로 장거리 라이딩을 하고 돌아와 집 앞에서 배터리가 정확하게 떨어져 모터가 멈추면서 집으로 들어가는 짜릿한 즐거움은 전기자전거만의 즐거움이기도 하다. 피할 수 없다면 그 상황을 즐겨야 한다.
전기자전거를 처음 타본 사람들은 첫마디로 신세계를 경험했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전기자전거가 운동이 안된다고 하던 사람도 10분만 편견을 내려놓고 전기자전거를 집중해서 타보면 자신이 편견에 가로막혀 보지 못했던 신세계를 경험할 수 있게 된다. 전기자전거는 운동이 안된다고 말하는 라이더는 첨단기술이 접목된 제대로 된 전기자전거를 10분 이상 타보지 않은 편견 속에서 이야기 하는 것이다. 전기자전거는 편하게 탈 수도 있지만 라이더의 손가락 버튼 조작으로 헬스자전거 수준으로 운동량을 늘릴 수도 있다. 
전기자전거의 특성을 잘 이해하면 일반 자전거보다 더 훌륭한 운동기구로도 사용할 수 있다. 재미가 있어서 열심히 라이딩 하다보면 여러 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가장 즐거움을 많이 주는 어른들의 장난감인 것이다. 또한 운동이 아니라 운송수단 또는 이동 목적으로 자전거를 이용해야 한다면 전기자전거는 최고의 선택이 될 것이다.
필자는 전기자전거를 스마트폰으로 비유하기도 한다. 2G폰이 좋다고 우기는 분이나 정말로 2G폰이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자연스럽게 스마트폰으로 넘어가듯이 일반자전거에서 전기자전거로 넘어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 될 것이다. 원시인이 되지 않으려면 지금부터라도 슬슬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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