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어린이 치료와 자립을 위한 ‘연대의 레이스’

장애어린이 치료와 자립을 위한 연대의 레이스’ 
Cycle for Life Korea 2017

장애어린이들을 위한 푸르메재단 넥슨 어린이병원을 지원하기 위한 기부라이딩이 개최되었다. 부산에서 서울까지 4일 동안 달렸다. 때로는 시원한 다운힐도, 욕지기가 나오는 업힐도 있었지만, 한바퀴 한바퀴 고된 페달링을 할 때마다 장애어린이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모두 무사히 완주해냈다   
글·사진 최웅섭 팀장

 

 

 

주위를 조금만 둘러보면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곳은 어디에나 있다. 그들 중 누군가는 손을 벌려 도움을 요청하지만, 그러지 못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다. 주로 어린이들이 그렇다.  특히 장애를 갖고 있거나 투병중인 어린이들이라면 더더욱 세상의 관심어린 시선이 필요하다. 이제 곧 날개를 펼쳐 나아가야 할 세상이 밝은 빛으로 가득하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서.
<Cycle for Life Korea 2017>은 푸르메재단 산하의 넥슨 어린이재활병원을 지원하기 위한 이벤트다. 넥슨 어린이재활병원은 항상 적자다. 자선단체의 특성상 재정적인 한계로 인해 매월 매년 제 살을 깎아먹는 구조가 될 수밖에 없다. 기부문화의 지지기반이 미약한 우리나라에서 이런 재단이 유지되고 있는 게 신기할 정도. 하지만 적자라고 해서 장애어린이들을 위한 이 공간을 내버려 둘 수는 없지 않은가.
다국적 라이더 9명 동참 
<Cycle for Life Korea 2017>에 참가한 9명의 라이더들의 구성은 사뭇 다채롭다. 한국인 5명, 벨기에인 3명, 미국인 1명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인기 예능 프로그램인 ‘비정상회담’으로 유명한 줄리안 퀸타르트 역시 이번 라이딩에 동참했다.
이번 라이딩을 주도한 사람은 본지 4월호에 소개된 바 있는 벨기에 브랜드 리들리(Ridley)의 홍보대사이자 뮤지션인 시오엔(Sioen)이다. 그는 3개월 간 한국에 머무르며 벨기에에서 참가했던 자선레이스를 생각해 이 행사를 기획했다. 라이더들은 그와 함께 참가비 명목으로 소정의 기부금을 전달하고, 행사를 널리 알려 장애어린이들에 대한 관심을 고취하기 위해 달리게 된다.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특이할 수 있는 방식이지만, 자전거인들은 자전거인들만의 방식이 있는 법이다.

DAY-1  부산에서 대구까지

 
일행의 아침식사는 샌드위치로 제공되었다. 다국적 레이스를 배려한 것이지만 입맛에 맞지 않는 어떤 이들은 곤욕을 치렀다

 

5월 11일, 라이딩 첫날이 밝았다. 라이더와 스탭들은 모두 전날 밤 부산에 도착해 하룻밤을 머물렀다. 일행은 숙소의 한 방에서 아침식사 겸 전날 다하지 못했던 자기소개를 했다. 지금 와서야 이야기지만, 그때 서로 데면데면했던 그 모습을 상상하면 기자의 입가에는 실소가 터져 나온다. 라이딩을 모두 마친 후 그들은 한층 더 끈끈해져 있었으니까.
첫날은 부산 북구 화명동에서 출발해 낙동강 자전거도로를 따라 대구 달성군까지의 라이딩이 계획되었다. 총거리는 155㎞로, 어지간히 익숙한 라이더가 아니라면 쉽게 달리기 어려운 거리다. 또 이 코스에는 간간이 업힐이 있어 라이더의 체력을 깎아먹기 쉽다. 
 
 
첫날 출발의 첫 보급지인 김해 낙동강레일파크. 뒤로는 작약산이 보인다. 30㎞ 거리의 첫단추는 무사히 끼워졌다
30㎞의 몸풀기는 끝났다. 본격적인 라이딩을 시작하는 일행
유명 방송인 줄리안 퀸타르트. 그 역시 자주 라이딩을 하지 않았기에 고된 여정이 예상되었으나, 항상 밝은 웃음과 유머로 일행의 기운을 북돋웠다. 사투리까지 구사하는 그의 유창한 한국어 실력은 이미 모두가 알 것이다
첫날의 점심식사는 밀면이다. 경남지방에서 즐겨먹는 밀면의 상쾌함은 라이딩의 열기를 식혀주었다. 사진 왼편에 미국인 리처드는 점심 내내 치킨을 찾다가 치킨집이 문을 닫아 크게 실망하고는 돈까스를 두 접시 해치웠다
두 번째 보급장소인 남지철교. 화창한 날씨로 남지철교의 그늘은 좋은 쉼터가 돼주었다

 

 

식사를 마친 일행은 창녕합천보를 지나 첫날 숙소가 있는 대구 달성군에 도착했다. 하지만 자전거도로를 벗어나 숙소로 향하는 길이 의외의 복병이었다. 숙소까지 꽤 긴 업힐을 올라야 했기 때문. 이날 코스는 평이한 편이었지만 은근한 오르막이 잦았고, 막판에 갑작스러운 업힐을 만나 일행은 도착하자마자 퍼졌다.

 

 
리처드는 도착하자마자 퍼져버렸다. 그럴 만도 한 것이 그는 185㎝의 근육질 거구인데다, 자전거 카세트는 11-25T 조합으로 업힐을 오른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구성이다. 하지만 그가 자전거에서 내려 끌고 가는 모습은 좀처럼 볼 수 없었다. 의지의 아메리칸!
벨기에 삼인방. 왼쪽부터 줄리안, 시오엔. 우측은 마크 프레데릭 씨로 이번 라이딩의 최고령자다. 월드투어 팀인 로또-수달 팀을 후원하는 로또社의 마케팅 매니저로 안드레 그라이펠 선수를 후원하고 있다고 한다. 이 세 명은 역시나 자전거가 친숙한 벨기에인답게 항상 일행의 선두를 지켰다. 첫날인 오늘도 가장 먼저 도착한 세 사람
 
라이딩 후의 맥주 한잔으로 하루의 피로를 푸는 일행

 

 

DAY-2  대구에서 문경으로

 
 
 

둘째날의 아침 역시 샌드위치. 기자도 평소라면 질색을 했겠지만 라이딩을 위해 충분히 먹어두었다. 달성군 비슬산 자락에 위치한 숙소에서 문경 점촌역까지가 오늘의 일정이다. 오늘 역시 평지 위주의 라이딩이지만 막판에는 짧은 낙타등이 많은 코스다.

 

 
라이딩 리더 시오엔은 시간개념이 상당히 철저한 사람이다. 매 출발마다 “출발 5분전!”을 외치며 시간을 철저히 지키는 시오엔에게도 잠깐 식사중의 여유는 있다. 김밥으로 점심끼니를 해결하고 그 도시락 박스만으로도 훌륭한 비트를 만들어 연주하는 것을 보니 그는 태생적으로 뮤지션이긴 한가 보다
호밀빵 위에 치즈 한장 햄 몇장을 얹어 마요네즈를 뿌려 먹는 게 아침식사의 전부다. 간단해 보이지만 칼로리는 600Kcal에 달하는 고열량 식사다. 입맛에는 맞지 않을지언정 라이딩을 위한 한끼로는 훌륭하다
멀리 타지에서도 장거리 라이딩을 할 만큼 자전거를 사랑하는 마크. 자전거길의 모든 구간은 아니지만 중간중간 보이는 인증센터에서는 챙겨간 인증수첩에 꼭 도장을 찍었다. 낙단보에서 도장을 찍고 즐거워 하는 마크
점심시간 막간을 활용해 버려진 소파 위에서 꿀잠을 청하고 있는 마크. 지난밤 침대가 없는 방에 묵어 제대로 자지 못했다고 한다
항상 여유를 보이는 시오엔의 유쾌한 모습
상주보를 넘어가는 일행
일행은 점심식사 후 상주보를 넘어 두 번째 날의 3/4 지점인 도남서원에 도착했다. 사실 자전거 종주길에는 이렇다할 한국 전통의 멋을 소개할 만한 곳이 없어 아쉬웠는데 도남서원에 도착하니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도남서원은 대원군의 서원 철폐령으로 19세기 헐린 적도 있으나, 1992년 복원이 시작되어 현재는 그 모습을 거의 되찾아가고 있다. 일행은 도남서원 입덕문에서 기념촬영을 마치고 오늘의 종착지인 문경에서 밤을 지내기로 했다
부산에서 참가한 강신규 씨는 의사로, 직업특성상 오늘을 마지막으로 복귀하게 되어 일행의 안타까움 속에 다음을 기약하며 부산으로 돌아갔다. 이틀 동안 무리의 후미를 지키며 뒤처지는 라이더를 알뜰히 챙겼던 신규 씨에게 다시한번 감사를 전한다
 
 
 

DAY-3  문경에서 여주로…  종주길의 가장 큰 벽 이화령

 
서울에서 참가한 김윤오 씨는 팀 리들리에서 활동중이다. 하지만 이번 주행 내내 무릎 상태가 좋지 않아 걱정되었지만 중간중간 서포트카의 도움을 받기도 하면서 무사히 완주했다

 

세 번째 날은 종주길의 하이라이트인 이화령을 넘는 날이다. 이화령은 많은 라이더들이 익히 알고 있는 곳이지만 부산에서 올라오는 역방향은 한층 더 힘들다. 평균경사도는 크게 차이가 없지만, 순간순간 짧지만 높은 경사의 오르막이 반복되고 길도 더욱 구불구불해 주행하기 어려운 편이다. 물론 업힐에 익숙한 라이더라면 그냥 고개 하나 넘어가는 정도겠지만, 장거리를 달린 후에 만나는 종주 라이더에게는 어렵게 다가온다. 일행은 화창한 날씨 속에 무사고를 기원하고 안장에 올랐다.

 
작달막한 체구에 심지어 자전거를 본격적으로 탄 것은 불과 올해 초부터라고 하는 이지희 씨. 게다가 등산하다 무릎을 다쳐 수술까지 했다고 하는 그녀지만, 꾸준한 페달링으로 정상에 도달했다
리처드는 덩치에 걸맞지 않는 애교가 있다. 힘든 와중에도 장난스런 표정을 지어보이는 리처드
이번 라이딩의 메인 스탭을 맡은 황유경 씨와 방송인 줄리안. 도란도란 이야기도 나누며 올라가는 두 사람의 모습이 업힐의 고됨을 잊게 했다. 두 사람은 특유의 활발함으로 보는 사람 마저 즐겁게 하는 매력이 있다
나이가 무색할만큼 업힐에 능숙한 마크. 이화령에서도 선두를 지키며 달리는 모습에 기자는 혀를 내둘렀다
시오엔은 정말이지 업힐에 최적화된 라이더다. 촬영을 위해 차량을 타고 올라갔지만 그는 이미 정상에 도달해 있었다. 그리고는 뒤처진 라이더들을 응원하러 다시 내려가 업힐을 한번 더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이화령 정상에서의 즐거움을 만끽하는 참가자들
이화령을 정복한 일행은 충주 수주팔봉 근처에서 식사를 마치고 곧바로 라이딩을 재개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전국적으로 비소식이 들려 일행은 충주 탄금호 조정경기장에서 잠시 비를 피하며 우중라이딩을 준비해야했다. 게다가 심한 역풍까지 불어 40㎞ 남짓 남은 코스가 걱정이었지만 모두 완주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며 안장에 올랐다
짧은 라이딩이었지만 더렵혀진 복장과 낙차로 인한 상처에서 어려웠던 라이딩을 짐작케 했다. 하지만 모두 무사히 여주 숙소에 도착했다

 

 

DAY-4  여주에서 서울까지, 종주길의 가장 큰 벽 이화령

 
마지막날의 출발 직전. 피로가 누적된 만큼 더 힘찬 파이팅을 외치는 참가자들
쾌청한 날씨와는 달리 매서운 역풍이 쉴새 없이 불었다. 사진으로 표현할 수 없어 아쉽지만, 정말 힘들었다. 양평 인근부터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이 늘어나 팩라이딩을 유지하기가 힘들 정도였다. 식사를 위해 도착한 팔당에서는 모처럼 좋은 날씨로 라이딩을 나온 자전거인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어제의 여파인지 모두 피로가 쌓인 모습이었지만 마지막날이라는 것과 코스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데 다들 더욱 기운을 내보려는 분위기였다. 여주에서 서울로 가는 길은 수도권에 거주하는 라이더라면 사뭇 익숙한 길이다. 여주에서 이포보를 지나 양평, 팔당을 지나면 곧 서울로 접어든다. 특히나 수도권으로 진입하고 난 후부터는 한산했던 자전거도로에 점점 많은 라이더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모처럼의 일요일인데다가 전날 전국적으로 비가 내려 미세먼지도 거의 없는 쾌청한 날씨였기 때문. 하지만 그렇게 호락호락하기만 하면 재미가 없다는 것을 하늘도 아는지 무지막지한 역풍을 함께 선사했다.

 
 
팔당 초계국수로 점심식사중인 일행. 공식적으로 다같이 함께 하는 식사는 이곳이 마지막이다
팔당에서부터 서울까지는 참가자들 외에도 여러 인원이 함께 달릴 수 있게 퍼레이드 라이딩이 준비되었다. 이날 퍼레이드를 위해 추가적으로 참여한 인원은 10명 정도로, 고된 라이딩으로 잠시나마 잊고 있었던 이 행사의 취지를 일깨워 주었다.
4일간의 여정을 마치고 서울에 도착한 일행. 모두가 무사히 완주한 것에 대해 자축하고 이 행사의 취지가 대중들에게 올바르게 전달되길 바라며 피날레를 마쳤다. 그 어떤 날보다 이날의 기세가 좋았던 것은 뜻깊은 일을 위해 페달링을 한 것에 대한 자부심이 듬뿍 담겨 있기 때문이리라.

 

 

기부라이딩, 아직은 생소한 그 이름
기부문화가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익숙하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누군가를 위해 내 주머니를 털어 나눈다는 그 행위 자체를 달가워하지 않는 이들 또한 여럿이다. 기자 역시 그러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번 이벤트를 통해 기부를 바라보는 시선이 사뭇 달라졌다. 특히나 라이딩을 전제하는 기부란 것을 경험해보니, 기부한 것 이상의 즐거움과 행복감이 있다.
라이딩은 즐겁다. 최소한 기자는 즐거움을 위해 라이딩을 한다. 누군가는 건강을, 누군가는 대회참가를 위해 라이딩을 하지만, 기자처럼 즐거움을 위한 라이딩에는 기부라는 양념을 조금만 첨가하면 즐거움에 보람까지 느끼는 가슴 벅찬 라이딩이 된다.
불과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는 수해가 극심한 나라였다. 그때마다 이재민이 생기고 TV프로그램을 통해 십시일반 모금을 했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기부라는 것이 거액을 쾌척해야만 기부가 아니다. 단지 아침에 커피를 사 마시고 남은 거스름돈, 처치곤란한 동전을 하나하나 모아 내도 필요로 하는 곳에 요긴히 쓰인다면 훌륭한 기부다.
<Cycle for Life Korea 2017>는 올해 처음으로 열린 기부라이딩 이벤트다. 아직은 변변한 후원도 없고 크게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주는 이도 없다. 게다가 기자는 레이스 초반 엉성한 운영에 불쾌감을 느끼기도 했지만, 하루하루 지날수록 레이스의 목적을 상기하며 페달링을 하다보니 초반에 들었던 부정적인 감정은 앞으로 꾸준히 유지되어 점차 큰 행사로 발전해 나가길 바라는 소망으로 바뀌었다.
 

 

참가자 Interview

이지희 ( 서울 )
“로드자전거를 탄지 얼마 되지 않아서 힘들기도 하고 다른 친구들한테 많이 짐이 되기도 했지만, 항상 격려해주고 응원해줘서 함께 서울까지 무사히 올수 있었네요. 좋은 취지로 한 이벤트인데 다른 많은 사람들도 이런 뜻깊은 일에 함께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김윤오( 서울 )
“버킷리스트에 적혀있던 국토종주를 기부행사를 통해 무사히 완주할 수 있었습니다. 부산부터 서울까지 달리는 동안 기부라는 작은 실천을 기분좋은 봄바람처럼 전달 할 수 있어서 더 뜻 깊었던 것 같습니다. Cycle for life Korea!”

 

 

 


줄리안 퀸타르트 ( 벨기에 )
“한국에서 벨기에 친구들과 종주를 하다니 꿈만 같습니다. 벨기에에서는 이런 기부문화가 접목된 라이딩이 많은데 한국에서 그 문화의 첫 단추를 꿴 것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내년에는 또 다른 고향친구를 데려와 볼 생각입니다!”

 

 

 
 

강신규 ( 부산 )
“기부한 것 이상을 얻고가는 라이딩이었습니다. 비록 2일차를 마치고 돌아가게 되었지만 저의 마음은 전달 되었기를 바랍니다.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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