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위에서 만나는 울릉도의 팔색조 매력

 ▶ 휴가철 특집 – 퍼스널모빌리티 울릉도 일주

울릉도를 즐기는 색다른 방법 ① - 카약

바다 위에서 만나는 울릉도의 팔색조 매력

울릉도를 일주하고 내륙의 성인봉을 올랐다고 해서 울릉도를 보았다고 생각하면 천만의 오산이다. 사방이 거친 절벽으로 에워싸인 울릉도는 반드시 한발 물러난 바다에서도 봐야 화산섬의 진수를 만끽할 수 있다. 유람선도 있지만 그보다는 해안에 보다 가까이 접근할 수 있고, 해식동굴까지 진입할 수 있는 씨카약이 제격이다. 초보자도 30분 정도면 충분히 적응할 수 있다 
글·사진 김민수 객원기자

 

곧추선 송곳봉을 배경으로 천부에서 현포 방향으로 패들링에 한창인 모습

 

망망대해 한 가운데 솟아 있는 울릉도는 가장자리 전체가 바다와 닿아 있다. 오랜 시간 파도에 침식된 해안절벽 곳곳에는 해식동굴이 형성되어 있어 색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비라도 내린 직후라면 풍광은 더욱 볼만해진다. 가파른 단애에서 바다로 내리 떨어지는 폭포들이 곳곳에 형성되며 신비함마저 자아낸다.
 퍼스널모빌리티로 일주도로를 돌며 선 굵은 추억을 만들었다면, 이제 사뭇 다른 각도에서 울릉도를 조망해보자. 날렵한 카약에 몸을 싣고 바다로 나가면 육지에서는 볼 수 없던 전혀 다른 모습의 울릉도가 인사를 건네 온다. 

 

패들링을 잠시 멈추고 쉬고 있는 카약커들 머리 위로 갈매기들이 군무를 펼치고 있다

 

다양한 해양레포츠의 왕국, 울릉도
사실 울릉도는 카약, 스노클링, 스쿠버다이빙, 낚시 등 다양한 해양레포츠의 왕국이다. 그간 울릉도의 바다는 마니아들이 소리 소문 없이 ‘그들만의 놀이’를 즐기다 가는 대상지였지만, 최근 체계적인 강습을 할 수 있는 경험 풍부한 강사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수상안전요원, 그리고 제대로 된 장비 등 삼박자를 구비한 업체가 생겨 초심자도 도전해봄직하다 사실 바다에서 카약을 타는 이른바 씨카약(Sea Kayak)은 초보자들의 경우 선뜻 엄두를 내기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넘실대는 파도와 전복에 대한 두려움이 가장 큰 이유인데, 안전교육을 충분히 받은 뒤 구명조끼만 착용해도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게 씨카약이기도 하다.
“카약을 타고 바다에서 울릉도 해안 지형을 살피면 영겁의 세월동안 바다가 새긴 오롯한 흔적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신기하다 못해 기이하기까지 한 형상의 바위와 해식동굴들을 바라보노라면 대자연의 신비로움에 절로 겸허함을 배우게 되지요.”
울릉도 내 카약 관련 1호 업체인 ㈜어드벤처울릉도 장원섭 대표강사의 말. 거의 매일 바다로 나간다는 그는 몇 해 전 첫 방문에서 울릉도의 바다에 반한 뒤 작년부터는 아예 거처를 부산에서 울릉도로 옮긴 씨카약 전문가다. 그의 설명을 빌리면 바다에서 바라본 울릉도의 비경은 하루라도 전 날과 같은 날이 없다고. 울릉도를 다녀가는 건 마찬가지지만, 머리와 가슴에 남은 기억은 서로 다르니 전혀 다른 곳을 다녀왔다고 해도 결코 과장이 아니다.
어드벤처울릉도의 모항은 서면 남양마을이다. 높고 긴 방파제가 포구 내만을 파도로부터 보호해줘 바다날씨에 구애를 받지 않고 초보자 교육을 진행할 수 있다. 보유한 카약은 40여대, 전복 위험이 적은 초보자용에서 본격적인 투어링 씨카약에 적합한 중상급자용 선체까지 다양하게 구비되어 있다. 카약이야 차량에 실어 이동하면 그만이니 각자의 능력치에 맞는 곳에서 즐길 수 있게 배려해준다.
지금껏 카약체험을 하고 간 이들은 부부나 연인처럼 소규모 그룹에서 학급 단위의 학생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누구나 처음에는 기대와 걱정, 설렘과 두려움을 함께 갖고 있지만, 일단 바다에 나서면 머리보다 몸이 먼저 적응을 하게 된다. 날렵한 형태의 카약은 패들(paddle·노)을 다루는 요령을 조금만 익히면 생각보다 쉽게 수면 위를 미끄러지듯 나아간다. 원하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하고, 속도를 늦추는 법 등을 익히며 30분 정도 타다보면 어느 정도는 선체에 적응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초심자는 패들링에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하더라도 단독 행동을 하는 건 삼가도록 한다. 배가 전복되거나 손발에 쥐가 내리는 등 돌발 상황 시 도움을 받기 어렵고, 안전요원들의 무리 통제를 어렵게 해 전체의 일정에 차질을 주기 때문이다. 모든 아웃도어 활동이 그렇지만 특히 씨카약은 동료애와 협동심이 우선되어야 안전하고 즐겁게 즐길 수 있는 레포츠다. 안전수칙을 지키며 넘실대는 파도를 가르노라면 어느새 대자연의 일부가 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힘차게 물살을 가르며 앞으로 나아가는 카약 동호인들의 모습에서 힘이 느껴진다

 

간단한 교육 받으면 누구나 즐길 수 있어
카약 체험 1회에 할애된 시간은 두 시간, 생각보다 손쉽게 앞으로 나아가는 카약 속도를 감안하면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장원섭 강사의 ‘하나, 둘’ 구령에 맞춰 패들링을 하다 보니 벌써 출발한 사동 해안은 시야에서 자취를 감췄다. 대신 선체는 소형 어선조차 접근할 수 없는 거대한 해안 동굴 안으로 진입하고 있었다. 한낮의 뜨거운 태양마저 들지 않는 내부는 생각보다 깊고 넓었고, 체험 카약은 이제 스릴 만점의 동굴 탐험이 되어 신이 절로 났다.
“카약을 제대로 배우고자 한다면 다른 얘기지만 체험, 프로그램인 만큼 가급적 안전하게, 누구나 좋은 추억을 갖고 돌아갈 수 있게 배려하려고 노력해요. 그런 면에서 울릉도는 천혜의 환경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죠. 해안을 출발해 20분 정도면 체험이 아닌 탐험까지 즐길 수 있는 곳들이 즐비하니까요.”
출발지로 뱃머리를 돌려 돌아가는 길, 육상 교육을 받던 해안이 시야에 들어오자 아쉬움부터 일었다. 일부러 바다에 빠져 응석이라도 부리고 싶을 만큼 짜릿한 쾌감의 여운은 길게 남았다. 명경지수라는 한자성어가 딱 들어맞는 감청색 바다 아래로는 자리돔 한 무리가 꼬리 짓을 하며 헤엄에 열중이었다. 머리 위로 끼룩대는 갈매기들은 잘 가라며 인사를 건네는 듯 느껴졌다.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왔다가 돌아가기 바쁘네.’
대개 2박 3일 일정으로 입도하는 울릉도 방문객들의 여행 패턴을 두고 하는 현지 주민들의 말이다. 관광객들은 보통 도착 첫 날 관광버스나 도보로 육로 관광을 즐긴 뒤 다음 날은 성인봉 등산이나 미처 가보지 못한 육로 관광에 시간을 할애한다. 마지막 날은 독도를 방문한 뒤 기념품점에 들러 이것저것 선물을 사들고 육지로 돌아간다. 육지 내 이동 시간은 논외로 치더라도 울릉도까지 편도 3시간 안팎 소요되는 배 이용시간만 떠올려도 다소 아쉬움이 남는 여정인 게 사실이다. 
사실 2박 3일이라는 짬을 낼 수 있다는 것도 누군가에겐 부러움의 대상인 건 분명하다. 울릉도 땅을 밟아본 이들보다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이들의 수가 많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니까. 하지만 기왕 큰 맘 먹고 방문한 울릉도, 남들과 조금은 다른 방법으로 놀아보는 건 어떨까? 찾아보면 즐길 꺼리는 무궁무진하다. 
 

북면 천부 앞바다에 위치한 코끼리바위 ‘코’ 아래를 빠져나오고 있는 카약커들
관음도의 숨은 비경 중 하나인 쌍굴을 둘러보고 있는 카약커들. 육지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장관이다

 

카약관련 문의 : ㈜어드벤처울릉도 대표강사 장원섭 010-9351-16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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