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자전거, 전기 힘을 빌려 다시 산을 오르다
MTB가 국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 때가 있었다. 하지만 시대의 변화와 유행의 흐름을 타고 어느새 구석 한켠에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우리의 MTB. 전기자전거로의 변신을 통해 다시 한번 산길을 누벼보자
글 최웅섭 기자
사진 최웅섭, 유병훈 기자


바야흐로 자전거인구 천만의 시대다. 대한민국의 그 어떤 집을 가더라도 자전거 한 대쯤은 있을 정도로 많이 보급된 자전거. 하지만 정말 자전거를 즐기는 이가 아니라면 그 대부분은 방치된 상태로 집 한구석을 덩그러니 차지하고 있다. 그것이 혹여 MTB 라면 그 안타까움은 배가된다. 한창 대한민국 곳곳의 산을 누비고 다닌 것이 바로 어제 같은데 탈 시간이 없어서, 타러 갈 곳이 마땅치 않아서, 어느새 구형이 되어버린 자전거가 이제는 질려버려서, 로드바이크로 전향해서 등등의 이유로 방치된 자전거를 보면 마냥 안쓰럽기만 하다. 
  
산악자전거를 타지 않는 이유?

얼마 전에 만난 기자의 지인은 올해 환갑을 맞았다. MTB 매니아로 소문난 사람이었는데, 과거 신나게 타던 자전거를 타지 않은지 벌써 5년이 다 되어간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유를 물었더니, 환갑이 되니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는 서글픈 대답이 돌아왔다. 산악자전거를 타기위해서는 필연적인 업힐 코스에서 도무지 예전처럼 쭉쭉 치고 올라갈 수가 없더라는 이야기였다. 


또 다른 지인은 고작 30대 중반쯤 되었으니, 몸이 문제인 것도 아니다. 몸도 건강하고 시간적 여유도 되는데 왜 자전거를 타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유행의 문제라고 답했다. 최근 젊은 사람들은 로드바이크에 열광하고 상대적으로 MTB에는 관심을 갖지 않는다고 말한다. 한마디로 같이 즐길 사람들이 현저히 줄어들었다는 것. 

세계적인 산악자전거 트렌드의 변화→전기자전거로의 환골탈태
사실 해외의 사례를 보면 MTB는 대표적인 익스트림 스포츠로 분류되어 젊은이들이 즐기는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데, 우리나라는 그 반대의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심지어 세계적으로 MTB가 전기자전거로 바뀌는 추세가 눈에 띄게 나타나면서, 점차 더 많은 라이더들이 MTB에 입문한다고 한다. 산악자전거의 특성상 재미가 덜한 업힐은 더 편리하게 해주고, 다운힐의 묘미를 더해주기 때문이다.

애초에 E-MTB는 부담스럽고… 대안은?
그렇다면 전기자전거로 출시된 MTB를 덜컥 구입하면 될까? 사실 국내에는 그런 자전거가 많이 들어와 있지도 않을뿐더러, 있다 하더라도 가격 또한 높아 부담스럽다. 게다가 집에 방치된 MTB가 있는데 또 자전거를 더 들인다는 것은 집에 있는 동거인(아내)에게 선전포고를 하는 것과 다름없다. 대체 어떻게 하면 E-MTB를 구해 다시 산악라이딩을 즐길 수 있을까? 


기자는 자전거를 전기자전거로 개조하는 방법에 주목했다. 전기자전거로의 개조는 대단히 특이한 프레임이 아닌 이상 거의 모든 종류의 자전거에 가능하고, 비용 또한 감당할 만한 수준이기 때문. 원래의 자전거에 특별한 가공을 하지도 않기에, 향후 다시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릴 수 있다는 것 역시 큰 메리트다. 사실 가장 매력적인 이유는 현재의 기술로는 무겁고 큰 배터리밖에 만들 수 없지만, 배터리의 발전속도를 봤을 때, 얼마 후면 더 가볍고 콤팩트한 배터리가 개발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렇게 개발된 신형배터리로의 업그레이드가 용이할 것이라는 점이다.

MTB를 개조해보자! 
기자는 MTB를 개조하기 위해 먼저 개조 과정을 견학해 보기로 했다. 전기자전거로의 개조는 최근 많은 업체에서 진행하고 있는데, 그 중 본지와 인연이 깊은 벨로스타의 전기자전거 키트를 활용해 보기로 했다. 


마침 방문 당일, 운 좋게도 주문이 들어와 개조를 준비중인 자전거가 있어 그 과정을 자세히 살펴 볼 수 있었다.

 

전기자전거로의 변신, 생각보다 간단하다
MTB를 전기자전거로 개조하기에 앞서 기자는 4~5시간 정도의 작업시간을 예상했으나, 자세한 설명까지 곁들여가며 작업했음에도 2시간 정도로 모든 작업이 마무리되었다. 


설치된 전기자전거 키트는 350W 모터에 36V 15Ah의 배터리로 구성된 모델이다. 일반적인 PAS(Pedal Assist System) 주행이 가능하고, 한번 충전으로 90㎞ 이상을 달릴 수 있다. 험로주행이나 업힐에서 엄청난 이득을 볼 수 있으니 방치된 MTB에 다시 재미를 붙이는 것은 단지 시간문제일 뿐이다. 


전기자전거로의 개조는 350W 모터/36V 15Ah 배터리 기준, 키트와 공임비를 모두 포함해 139만원에 가능하다. 키트의 무게는 6kg 정도. 

타봐야 그 맛을 알지!
아무리 전기자전거가 편리하고 힘이 좋다고 떠들어도, 한번 타보지 않고서는 그 매력을 느끼기 힘들다. 취재에 사용된 자전거는 고객에게 출고예정이라 타 볼 수 없었지만, 매장에 비치된 동일 성능의 올마운틴 자전거를 시승할 기회가 생겨 직접 타고 나갔다. 


1시간여의 시승은 MTB야 말로 전기자전거에 가장 어울리는 장르가 아닌가 하는 확신이 들었다. 올마운틴의 경우 앞뒤로 서스펜션이 있어 체력 소모는 좀 더 큰 편이다. 하지만 350W 모터는 그런 걱정을 깨끗이 씻어주었고, 무엇보다 15%의 업힐에서 그 무게를 이끌고 시팅이 가능했던 점은, 길고 즐거운 다운힐을 위해서 거쳐야만 하는 힘든 업힐조차 라이딩의 즐거움으로 탈바꿈 시켜준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전기자전거, MTB만 아니라 모든 자전거에 가능하다
전기자전거로 개조하는 것은 비단 MTB에 국한되지 않는다. 물론 MTB에서 가장 효율적일지 모르지만, 전기자전거를 원하는 이들이 산악만 달리는 것은 아니다. 도심에서도, 일상생활에서도 전기자전거를 원하는 이들은 어디에든 있다. 벨로스타에는 그래서인지 굉장히 다양한 장르의 자전거가 전기자전거로 변신해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데, 그중 눈에 띄는 몇 가지를 소개한다.

 

전기자전거가 지속적으로 발전한다면
MTB는 2000년대 국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장르다. 하지만 지금은 예전 같은 명성을 잃고 중·장년층의 전유물 취급을 받고 있다. 


반면 세계적인 자전거 브랜드들이 전기자전거의 트렌드를 타고 많은 자전거 장르, 특히 MTB에 전기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익스트림 스포츠가 발달한 서구권에서 MTB의 전기시스템 도입은 매우 환영받고 있다. 하지만 MTB 인프라가 빈약한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고 있다. 오늘 소개한 전기자전거 개조처럼 좀 더 편리하고 즐거움이 배가되는 방법으로 MTB를 즐긴다면, 머지않아 MTB 붐이 다시 일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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