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 89%인 대마도에서 16인치 전기자전거의 대활약

[스마트모빌리티]전기자전거로 대마도 여행

산악 89%인 대마도에서 16인치 전기자전거의 대활약 

전기자전거 여행은 일반 자전거여행과 비슷할 것 같지만 실은 많이 다르다. 힘이 덜 들어 풍경이 더 많이 보이고, 여정이 한결 여유롭다. 그동안 필자는 전기자전거로 떠나는 해외여행을 준비해주는 입장이었지만, 이번에는 직접 전기자전거를 가지고 대마도를 여행하며 가능성과 문제점을 파악해 보았다  
글·사진 예민수 벨로스타 대표

 

 

체감상 업힐 40%, 다운힐 40%, 평지 20%의 느낌을 주는 대마도는 실제로 산악지형이 89%나 된다. 대부분의 오르막 끝에는 터널이 있고 터널을 지나면 다운힐이 시작된다. 웬만한 체력이나 연습량이 없는 라이더에게 대마도 자전거여행은 고난길이 될 수도 있다.
5일간의 아름다운 대마도 라이딩에서 가져오고 싶은 것은 두 가지가 있었다. 한가지는 울창한 숲속의 맑은 공기, 또 하나는 눈이 시리게 푸르른 하늘 아래 힐링의 즐거운 추억이다. 이 두 가지는 필자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라 대마도 라이딩을 다녀온 라이더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나오는 이야기다. 그런데, 그 즐거운 추억이라는 것 역시 나름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했다.

 

 

25명이 함께한 라이딩
이번 대마도 라이딩은 서울 은평라이딩 클럽 회원 19명과 필자를 포함한 개인 참가자 5명, 그리고 리더인 이윤기 이사까지 25명의 팀으로 구성되었다.  
원래 필자는 참가예정에 없었지만 전기자전거로 떠나는 해외여행에 대한 확실한 검증을 해보기 위해 급하게 스케줄을 잡아 여행에 합류했다. 25명의 자전거를 살펴보면, 필자의 16인치 전동미니벨로 1대, 남들보다 30%는 더 많이 타야 하는 라이딩 리더의 풀샥 전기자전거 1대, 최고급 로드 1대와 일반로드 1대, 나머지 21대는 MTB로 구성되었다. 그런데 이번 라이딩에 참여한 라이더의 평균연령을 알고 많이 놀랐다. 로드 타는 막내가 50대 초반이고, 평균연령이 60대 초반이었으며 여성라이더가 더 많았다. 비교적 젊은 필자를 포함해 체력적으로 처지는 라이더가 많을 경우 전체 속도가 늦어지기에 걱정을 많이 했지만 첫날 가볍게 몸 풀기 라이딩 40㎞를 다녀와서는 걱정은 내려놓아도 충분했다. 라이딩 실력은 나이와 별반 상관없었다. 심지어 대마도 원정 3달 전부터 국내의 업힐 코스를 찾아다니며 훈련했다고 한다. 자신 때문에 전체에 피해를 줄 수 없다는 생각으로 연습을 했고 체력이 안 되면 미리 포기시켰다고 한다. 평소 100km는 기본으로 타던 라이더들로 근육구성과 몸매, 육체 나이는 30대라고 해도 무방한 수준이었다.

 

부산항의 자전거 출국수속은 별도로 진행된다. 자전거에 달린 가방은 탈거해서 별도로 내용물 검사를 받아야 한다
출국. 일반승객보다 자전거 소지 승객이 먼저 승선한다
대마도 히타카츠항 도착. 입국 소속이 30분 이상 걸렸다. 곳곳에 한글 안내문이 보인다
인솔자 이윤기 이사 코스설명
시타루에서 이윤기 이사

 

 

전기자전거 여행 전 준비사항 
본격적으로 여행에 필요한 것들을 챙겨보자. 여행의 내용에 따라 전기자전거의 종류와 배터리 구성이 달라진다. 앞서 차백성 자전거생활 편집위원이 떠난 스페인 전기자전거 투어에는 350W 모터에 36V 20Ah급 대용량 배터리를 구성했다. 텐트부터 조리기구까지 다 갖추고 다녀야 해서 배터리구성이 달라진 것이다.
  이번 대마도 라이딩은 베이스를 두고 하루에 100km 정도 라이딩을 하는 일정이다. 따라서 매일 코스마다 준비물이 달라진다. 꼼꼼히 라이딩 전에 체크하고 준비해야 한다.
사진 외의 기본적인 장구(헬멧, 고글, 장갑, 저지, 버프, 라이트 등은 일반 자전거와 동일)

 

일본 원정 라이딩용 배터리는 36V 15Ah와 36V 9Ah 각 한 개씩. 충전기는 입력 프리볼트에 출력 36V 3.5A, 1.35A 각 한 개씩을 준비해 어느 것 한 계통에 문제가 생겨도 라이딩을 지속할 수 있게 준비했다
전기자전거 계기판에서 USB 충전포트가 지원되어 핸드폰과 카메라 충전이 가능하다
토픽 서바이벌 키트와 만능 공구 하나. 직접 제작한 전용스패너, 1단 체인 3마디, 튜브 2장, 고압펌프

 

 

배터리는 여유 있게 준비해야 
대마도는 섬의 89%가 산간지역으로 체감상 엄청난 업힐이 많고, 그 보상으로 시원한 다운힐이 있는 코스가 반복된다. 이런 조건으로 3일 달려본 결과 500Wh급 배터리 한 팩으로 약 90km 주행이 가능했다. 마지막 4일차의 예상주행거리는 약 70km로 2, 3일차에 탔던 100km 이상 라이딩보다 가볍게 배터리 한 개만 준비해서 라이딩했다.
  25대가 동시에 하루에 100km 가까이 달리는 라이딩이라 크고 작은 사고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 3일 동안 펑크가 3번 정도 난 것 말고는 너무도 사건이 없어서 신기했다. 그런데 4일차에 이벤트가 생기기 시작했다.

 

자전거여행에서는 펑크도 즐겨야 한다. 당사자만 빼고 즐거운 휴식

 

 

대마도 에피소드1
4일차라 이제는 업힐이 두렵지 않다. 엄청난 업힐이 나오면 기어는 1단에 놓고 열심히 페달링 만 하면 시원한 다운힐이 기다리고 있기에 힘들어도 즐겁게 페달링을 했다.
아리아케산 임도 시작점에서 바로 비포장이 나와 살금살금 올라가는데 리더가 앞서간 로드를 불러 세운다. 이 길은 비포장 자갈길이라 로드나 미니벨로는 통과가 어려우니 포장도로로 우회해서 약 10㎞ 후 만나도록 해서 두 그룹으로 나눠졌다. 일단 위성사진으로 길을 확인한다. 숲속이라 로밍한 폰도 안테나 한 칸 뜨지 않는 먹통이고, 길을 물어볼 사람도 없기에 정확히 길을 확인하고 사진까지 찍어두고 헤어졌다.
그렇게 일행과 분리되어 달리는 중,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심한 오르막에서 ‘설마 이 길이 맞을까?’하며 점점 확신을 잃어갔다.
업힐이 너무 심한데다가 길이도 길어 불안감은 계속 커져갔다. 10㎞를 1시간 가까이 달리니 이 길이 맞는지 걱정이 더욱 커지기 시작했다. 최악의 순간에 못 만나면 숙소로 돌아가기로 약속하긴 했지만 전파 하나 터지지 않는 곳에서 일행과 떨어지면 누구나 불안할 것이다.
일행 중에는 기어비가 고속으로만 구성된 로드가 가장 힘들어 했다. 결국 10㎞ 가까이 업힐로 이어진 산길에서 로드의 허벅지에 문제가 생겼다. 결국 다른 일행은 그를 천천히 올라오게 하고 먼저 앞서가 길이 맞는지 확인을 해야 했다.
이곳은 정말 새소리 말고는 인기척이 없었는데, 한참을 올라가니 먼저 도착한 일행을 만날 수 있었다. 기쁜 마음으로 1㎞ 정도를 되돌아 내려가 뒤따르던 로드에게 알리고 적당한 나뭇가지를 주워서 로드의 배낭을 뒤에서 밀면서 같이 올라갔다.
16인치 작은 전기자전거라 실제로는 로드를 뒤에서 밀어서 올라가는데 사진만 보면 로드에 미벨이 매달려서 올라가는 것처럼 보인다. 합류지점에서 박수를 받으며 도착했다. 우회도로는 노면만 좋았지 엄청난 업힐로 라이더들을 힘들게 했다.

 

아리아케산임도에서 로드와미벨은 우회해서 10키로뒤에 만나기로함
아리아케산임도의 자판기에서 물공급
시작점
아리아케산임도우회도로
대마도의 수많은터널 항상긴장된다

 

 

업힐에 소모량이 많았던 배터리
하루 70km를 예상하고 준비한 배터리 용량인데 오전에 생각보다 에너지 소모가 많았다. 오후에는 열심히 페달링을 해야 숙소에 돌아갈 때 배터리가 남아 편하게 갈 수 있다. 만약에 배터리가 바닥을 쳐버리면 16인치 미니벨로에 배터리와 모터의 무게에서 약 6kg이 넘는 짐까지 실린 상태로 고급 MTB나 로드를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게 된다. 국내처럼 퀵서비스가 준비되어 있지도 않고 설령 된다고 해도 국내보다 3배 정도 비싼 요금을 예상해야 한다. 하지만 급경사 업힐에서는 바퀴사이즈가 작고 기어비가 큰 자전거가 유리하다.
로드는 앞기어 1단 뒷기어 1단을 넣어도 MTB 기어비의 반도 안 된다. 평지나 다운힐에서는 날아가지만 심한 업힐만 나오면 힘을 쓰지 못한다.
추억에 남을만한 에피소드가 생겨 사진으로 남기고 엄청난 페달링 덕분에 대마도의 맑고 좋은 공기를 두 배로 많이 마셔서 더 좋았다. 

 

히타카쓰 사스나 해질녁 마을풍경
슈시단풍길을 향하여
사스나 라이딩시작
슈시단풍길

 

 

 

 

 

저작권자 © 자전거생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