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성능 향상에 도움이 될까

세라믹 베어링

정말 성능 향상에 도움이 될까
세라믹 베어링

인라인스케이트가 한창 유행할 때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베어링 성능에 따른 효과를 두고 갑론을박이 끊이지 않았다. 시간이 흘러 강산이 바뀐 지금도 심심치 않게 베어링의 성능 차이에 대해 토론의 장이 열리는 것을 볼 수 있다. 과연 베어링에 따라 성능에 차이가 있을까? 대답은 ‘수치화하기에는 부정확하고 큰 성능 향상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효과는 있다’이다 
글·사진 이상윤 기자  
촬영제품 협조 ㈜윤성F&B 031-526-9813 www.yoonsungbike.com

 

 

자전거를 즐겨 타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베어링이라는 단어를 들어 봤을 것이다. 실제 베어링을 직접 확인할 정도로 정비에 관심이 많지 않은 이상 대부분의 라이더는 베어링이 어떻게 생겼는지, 어떤 구조로 작동되는지 생소할 것이다. 베어링(bearing)은 원래 ‘지탱한다’는 뜻으로 부하가 걸린 작동축을 지탱하는 장치다. 
베어링은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들어가 있고, 구조도 간단하지만 자전거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자전거에 들어가는 베어링의 위치
베어링은 회전축과 축의 지지대 사이의 마찰을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 조향을 담당하는 헤드튜브와 BB, 풀리, 휠 허브에 베어링이 사용된다. 이론적으로 구름성이 향상되면 같은 효율을 내는데 힘이 절약되므로 퍼포먼스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실제로 스틸 베어링이 아닌 세라믹 베어링이 적용된 제품을 만져보면 바로 큰 차이를 느낄 수 있다.

 

BB 양쪽에 들어가는 베어링의 위치
헤드튜트에 들어가는 베어링
풀리에 들어가는 베어링(일부 낮은 등급의 제품에는 쇠구슬이 없는 부싱베어링이 들어가기도 한다)
휠세트에 들어가는 베어링으로 원형의 파란색이 모두 베어링이다
윤성바이크 매장에 세라믹이 적용된 테스트 제품. 실제 돌려보면 상당히 큰 차이를 알 수 있다

 

 

자전거에 가장 많이 쓰이는 베어링은 실드 베어링(Shield bearing)이다.
외부 오염으로부터 강하고 구름성이 좋아 널리 쓰이고 있다.

 

 

 

 

자전거에 쓰이는 실드 베어링의 종류
실드 베어링은 외륜 재질과 볼 재질에 따라서 용도와 명칭이 달라진다. 아래 사진과 같이 두 베어링은 같은 실드 베어링이지만 용도가 다르다. 두 베어링을 동시에 돌려보면 아래 실드 베어링이 더 부드럽게 돌아가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두 제품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위 사진의 베어링은 공업용 기계에서 사용되는 베어링으로 큰 하중을 받는 환경에서 사용하기 위해 제작되었다. 반대로 아래 사진의 베어링은 큰 하중을 받지 않는 환경에서 구름성이 더 필요한 상황을 위해 제작되어 자전거, 인라인 등 레포츠 용도로 적합하다.

 

 

 


하이브리드 베어링은 기본적인 구조는 실드 베어링과 같다. 외륜과 내륜 모두 스틸로 제작되었지만, 레이스를 구르는 볼이 세라믹으로 제작되었다. 세라믹 볼이라 불리는 제품도 재료의 성분에 따라 여러 제품이 존재한다. 자전거에 사용되는 대표적인 세라믹 볼은 질화규소 세라믹 볼과 지르코니아 세라믹 볼 2가지다.

 

 

 

 

 

두 세라믹 볼은 색상의 차이와 함께 볼의 재료 성분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일반적으로 구름성만을 비교하면 지르코니아 세라믹 볼이 더 좋다고 알려져 있다. 자전거에 사용되는 베어링에는 다양한 환경을 고려해 질화규소 세라믹 볼이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풀 세라믹 베어링은 실드 베어링과 같은 구조를 하고 있지만 외륜과 내륜, 볼까지 모두 세라믹으로 제작된다. 일반 실드 베어링과는 다르게 먼지의 유입을 막아주는 실드가 존재하지 않고 이물질이 끼면 베어링이 망가지는 단점을 갖고 있다. 

 

 

풀 세라믹 베어링

 

 

어느 제품이 가장 구름성이 좋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하이브리드 베어링, 실드 베어링, 풀 세라믹 베어링 순서로 구름성이 좋다. 만약 이 결과에 대해서 이미 알고 있는 독자가 있다면 업계 종사자일 확률이 높다. 기자는 취재를 위해 청계천에 위치한 베어링 전문 매장을 찾아 조언을 구했을 때 이 사실을 듣고 적지 않게 놀랐다.
세라믹으로 제작된 볼이 스틸 볼보다 표면이 부드럽고 가볍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전혀 예상치 못한 답변이기 때문이다. 

왜 풀 세라믹 베어링은 구름성이 가장 낮은가?
풀 세라믹 베어링이 사용되는 환경을 보면 알 수 있다. 스틸 볼은 2000rpm 이상의 고속회전에서 열이 발생하고 이 열로 인해 볼이 팽창하게 된다. 이런 스틸 볼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세라믹 볼이 등장했다.
 고속회전을 넘어 일반 스틸 재질의 베어링이 버티지 못하는 환경 속에서 사용하기 위한 제품이 바로 풀 세라믹 베어링이다. 쉽게 예를 들면 바닷물 속이나 염산 같은 부식성이 강한 특수한 환경에서 풀 세라믹 베어링이 사용된다. 아무런 영향이 없는 상태에서는 가장 뛰어난 구름성을 보이지만 실제 환경의 영향을 받게 되면 구름성이 가장 떨어진다는 것이다. 

하이브리드 베어링은 왜 구름성이 가장 좋은가?
이 질문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일반 스틸로 제작된 실드 베어링은 고회전(1500rpm)으로 인한 열 발생 시 그리스가 열을 효과적으로 배출해 볼의 팽창을 막는 한편, 오염을 방지하고 윤활의 역할을 한다. 이때 점도가 높은 그리스가 사용되어 구름성 저하를 일으킨다. 반대로 하이브리드 베어링은 고속에서도 열 발생이 적어 점도가 낮은 그리스를 사용할 수 있고 소량을 사용해도 문제가 없으므로 구름성의 차이가 발생하게 된다. 두번째 구름성의 차이는 볼 접점 방식에 있다.

 

 

 

사진과 같이 레이스와 볼이 만나는 접점의 숫자에 큰 차이가 있다. 하이브리드 제품은 12시 방향과 6시 방향만 접촉이 되는 2접점 방식이고, 일반 실드 베어링과 풀 세라믹 베어링은 4접점 방식으로 구름성에서 구조적 차이를 보이게 된다.
결국, 하이브리드 베어링의 구름성이 가장 뛰어난 이유는 저항이 낮은 그리스 사용과 2접점의 구조적 차이, 세라믹 볼의 특유의 구름성 세 가지가 동시에 만들어낸 결과이다.

자전거 어느 부위에 적용해야 가장 효율이 좋을까?
하이브리드 베어링이 장착된 세라믹 제품으로 교체하고 싶다면 하중이 많이 실리는 부위부터 교체해야 가장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가장 하중이 많이 걸리는 부위는 BB, 휠세트 허브, 풀리 순서다. 헤드튜브의 경우 성능과는 무관하게 조향 기능을 담당하므로 제외한다.
마지막으로, 베어링의 구름성 차이에 따른 퍼포먼스 향상에 대해서 그 누구도 정확한 수치를 제시하지 못하기 때문에 아직도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다양한 오해를 사고 있다. 일부 라이더들은 세라믹 제품이 값어치를 못한다고 평하지만, 기자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작지만 충분히 성능 향상을 기대할 수 있고, 합리적인 가격의 제품이 시장에 등장하면서 소비자들의 선택 폭 역시 넓어졌기 때문이다.
제품 선택의 판단은 본인에게 있다. 하지만, 작은 차이까지 라이딩의 재미로 추구하는 라이더라면 충분히 투자 대비 값어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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